방황하던 그녀가 KBS 그만두고 섬으로 들어가 '벌인 일'

조회수 2020. 9. 21. 17:5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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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문화공간 '플레이스 캠프 제주'
2017년 3월, 첫 선보인 ‘플레이스 캠프 제주’
제주 젊은이 위한 페스티벌 문화 부재
‘기회 나눔’ 가치 살리며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아

‘플레이스 캠프 제주(Playce Camp Jeju)’는 2017년 3월 제주 동쪽 성산에서 첫 선을 보인 ‘복합문화공간’이다. 230개의 일반 객실과 5개의 스위트룸을 보유하고 있다. 페스티벌과 다양한 액티비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여행과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놀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2017년 7월에는 제주에서 한 번도 열린 적 없는 맥주 페스티벌 ‘짠’을 주최했다. 3000명의 참가자가 페스티벌을 즐기고 돌아갔다. 3개월 후 열린 EDM DJ 페스티벌 ‘밤’은 2030 세대뿐만 아니라 4050 세대까지 참여했다. 플레이스 캠프 제주만의 시그니처 페스티벌 이면에는 방은영(37) 페스티벌 팀장의 노고가 숨겨져 있다. 방 팀장을 만나 플레이스 캠프 제주 페스티벌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어떻게 플레이스 캠프 제주에 합류하게 됐나

“KBS 미디어 문화 사업팀에서 4년간 근무했다. 보수적인 조직 분위기로 도전 기회가 많지 않았다. 심적으로 방황하고 있을 때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수학여행 이후 성인이 돼서 처음 가보게 된 제주도였다. ‘아예 여기서 일을 하든가, 뭐든 제주와 관련 있는 일을 시작해야겠다’고 다짐 했다. 그러다가 지인이 한 채용 공고 링크를 보내왔다. ‘플레이스 캠프 제주’에서 열리는 다양한 액티비티 프로그램과 페스티벌을 기획하는 팀의 팀장 자리였다. 본 순간 ‘필’이 꽂혔고, 모든 약속을 취소하고 하루를 꼬박 매달려서 지원서를 제출했다. 결과를 기다리는 내내 느꼈던 설렘이 아직도 기억난다.”


-단순히 ‘제주’가 좋아서 지원했다면 섬으로 들어와 창업을 할 수도 있지 않았나

“친구와 함께 카페를 운영한 적이 있다. 단순히 커피를 파는 가게가 아니라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오가는 ‘문화 공간’을 만드는 게 비전이었다. 동업자 사정으로 만 3년 만에 접었다. 단순히 ‘호텔’ ‘숙박업’을 추구하지 않고 복합문화공간을 꿈꾸는 ‘플레이스 캠프 제주’가 마음에 들었다. 내 비전과 맞닿아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플레이스’는 캠프 건물 자체보다 그 내부를 채울 콘텐츠를 먼저 고민하는 회사다. 플레이스가 추구하는 콘텐츠 가치 중 하나가 ‘기회 나눔’이다. 그 가치를 품은 대표적인 프로젝트가 ‘헝그리 셰프’다. 젊은 셰프들에게 레시피 지원을 받아 제주도 식자재를 잘 활용하면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 다각도의 심사를 거쳤다. 그렇게 선발된 중화요리 전문점 ‘샤오츠’는 현재 플레이스 캠프 제주 내에서 보증금, 월세, 인테리어 비용 없이 운영되고 있다. 대신 일정 기간 동안 수익 일부를 ‘플레이스’와 나누기로 했는데, 이미 성산의 맛집으로 자리 잡았다.


인디 뮤지션 100팀에게 100번의 무대를 제공하는 ‘놀100’도 있다. 뮤지션들의 공연을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제주도에서 매주 다른 라인업을 선보이다 보니, 여행객뿐만 아니라 지역 도민들의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공연은 후불제다. 무료로 관람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 자신이 생각하는 수준의 적정 관람료를 내시더라.”

출처: 플레이스 캠프 제주 제공
2017년 7월 플레이스 캠프 제주에서 열린 아일랜드 페스트 '짠'.

-플레이스 캠프 제주가 개최한 페스티벌을 소개해달라

“제주에서 많은 이벤트 행사가 열리기는 하는데 2030 세대가 누릴만한 행사는 많지 않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주최한 ‘제주청년포럼’에 간 적이 있다. 제주에 사는 청년들이 뭍에서 열리는 문화 공연을 즐기려면 항공료나 숙박료가 추가로 필요하기 때문에 기본 티켓 가격의 2~3배를 감당해야 한다는 경험담을 들려줬다. 제주 내에서 생산되고 소비되는 페스티벌 콘텐츠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지난 3월 그랜드 오프닝을 맞아 ‘Nice to meet you’라는 타이틀로 첫번째 페스티벌을 열었다. ‘자이언티’ ‘포르테 디 콰트로’ ‘씨잼’ 등이 공연을 했다. 지금까지 제주에는 맥주 페스티벌이 없었다. 그래서 지난 7월 ‘짠’이란 이름으로 제주 최초 맥주 축제를 열었다. 여행객이나 도민들이 ‘제주는 밤에 할 게 없다’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 그래서 지난달에는 ‘밤’이란 타이틀로 EDM을 기반으로 한 ‘DJ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페스티벌을 열 때 ‘제주’지역이기 때문에 겪는 고충이 있나

“제주의 바람이 유명하다. 서울에서 보다 훨씬 견고하게 시설물을 설치하더라도 날씨가 도와주지 않으면 사고가 날 수 있을 정도로 비바람이 세차게 분다. 매일 기상청과 각종 유·무료 앱을 몇 개씩 조회하면서 날씨 변화를 살피는 게 일상이 됐다.


아주 사소한 에피소드이긴 하지만 제주에서는 흰색 파라솔을 구할 수가 없다. 업체들이 파란색과 빨간색 파라솔만 보유하고 있어서 페스티벌 시설물을 흰색으로 통일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 그럴 경우 아예 포기하거나 서울에서 물건을 공수한다. 그래서 페스티벌 기획자들은 서울에서 근무하고 한 달에 두 번 정도 제주로 출장을 간다. 페스티벌을 앞두고 있을 때는 2주 이상 미리 제주에 내려가 있어야 한다.” 

출처: 플레이스 캠프 제주 제공
2017년 10월 플레이스 캠프 제주에서는 '밤'이란 타이틀로 DJ 페스티벌이 열렸다.

-‘플레이스 캠프 제주’에서 일하고 싶은 청년들에게 한 마디

“회사 채용 공고를 낼 때 ‘아무나 오지 마세요’라는 문구를 적어 놓은 적이 있다. 스펙을 많이 본다는 소리가 아니라 ‘뭔가 하나에 제대로 미쳐 있는 사람이 오면 좋겠다’는 취지로 적은 문구다. 일반적인 취업 시장이 원하는 스펙을 갖춘 인재보다는 자기만의 색깔이 분명한 사람을 찾는 곳이다. 흥이 많고 잘 놀 줄 아는 사람일수록 와서 적응하기 좋다는 점도 꼭 말하고 싶다.


페스티벌팀의 경우 앞으로 시그니처 축제를 만들어서 이어 나가고 싶다. ‘아일랜드 페스트’라는 큰 타이틀 아래 각 계절이나 분기마다 ‘플레이스 캠프 제주’와 ‘성산’이란 지역을 대표하는 축제를 여는 거다. 2017년 진행한 맥주 축제와 EDM DJ 축제도 같은 맥락에서 시작했다. 끼 많고 흥 많은 젊은이들이 모여 함께 ‘플레이스 캠프 제주’의 꿈을 펼쳐나가길 바란다.”


글 jobsN 박가영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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