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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2017.11.14. 작성

아기 안고 재우다가 허리 다쳐 119 실려간 삼성맨… '그래 이거야!'

안정된 직장 뒤로하고 창업에 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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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두 딸을 둔 아빠다. 느지막이 결혼해서 얻은 아이들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였다. 하지만 육아는 생각보다 고통스러웠다. 퇴근 후 아이를 재우기 위해 아기띠를 둘러매고 몇 시간을 서성이는 날이 늘자 사달이 났다. 허리 통증으로 119에 실려가 열흘간 병원 신세를 진 적도 있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더욱 행복해지기 위해선 뭔가 혁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스타트업 ‘모닛’ 박도형(45) 대표가 창업에 나선 계기다.

안정된 직장 뒤로하고 창업에 나서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서 근무하던 박 대표는 사내 아이디어 제안 대회에 자신의 육아 경험을 담은 아이디어를 내놨다. 그가 제안한 아이디어는 ‘스마트 아기띠’다. 기존의 아기띠는 무게중심이 고정돼 있어 어깨 혹은 허리에 같은 정도의 부하가 가해진다. 반면 박 대표가 고안한 스마트 아기띠는 무게 중심을 바꿀 수 있는 구조다. 아기를 안고 있다가 어깨에 통증이 오면 힙시트(hip seat)를 펼쳐 허리로 받치고 허리가 아파지면 어깨띠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식이다.

박도형 모닛 대표

출처 : 모닛 제공

2016년 초 사내벤처 ‘C랩’ 과제로 선정됐고, 1년간 창업 준비 과정을 거쳐 올해 4월 독립했다. 삼성전자는 C랩 출신으로 독립했다가 실패할 경우 5년 안에 복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 그렇다고 창업을 결정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의상디자인을 전공, GS쇼핑 등 패션업계에서 일하다 2008년 경력직으로 삼성전자에 입사한 억대 연봉을 받고 있었고, IT 비전공자임에도 사내 지식 테스트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등 조직의 인정도 받았다.


“기술의 발달로 우리의 삶이 얼마나 많이 변했습니까. 그런데 육아만큼은 십수 년 전에 비해 크게 나아진 게 없습니다. 기술이나 디자인으로 육아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다면,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삼성에 들어온 지 10년, 40대 중반을 넘어서니 지금 도전하지 않으면 영영 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겉보기에 거창한 기술이 들어간 게 아니라 그런지, 함께 도전하겠다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고 한다. “덕분에 육아의 고통을 진정으로 겪어본, 의지가 충만한 ‘아빠’들이 함께하게 됐죠.” 삼성 출신의 김주호·백재호·윤여환·이정훈·임성철 이사가 함께했다.


단순 육아 용품 제조사 아닌 플랫폼 사업자 될 것


모닛이 지금까지 연구 개발을 끝낸 제품은 스마트 아기띠, 기저귀 센서, 공기질 측정 허브다. 기저귀 센서는 온·습도, 가스 등 다섯 가지 센서를 내장해 아기의 대소변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스마트 기기. 공기질 측정 허브는 아기 주변의 온도나 습도, 암을 유발하는 등 인체에 유해한 VOC(휘발성유기화합물) 농도 등을 측정해 최적의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중 가장 먼저 양산에 들어가는 것은 기저귀 센서다. 올해 12월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가 내년 1월 정도엔 시중에 풀 예정이다.

박 대표가 고안한 스마트 아기띠

“옛날이나 지금이나 아이가 대변을 봤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냄새 맡는 게 유일합니다. 소변은 기저귀가 흡수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죠. 하지만 대변은 빨리 기저귀를 바꾸지 않을 경우 발진이 생기거나 심하면 요로감염이 일어날 수 있어요. 냄새 맡고 확인하는 게 뭐가 대수냐고 하겠지만, 하루에 몇번이고 신경을 써야 한다면 아이를 돌보는 사람은 ‘노이로제’에 걸릴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기저귀 센서부터 빨리 양산에 들어갑니다.”


모닛은 최근 유한킴벌리와 ‘스마트 프로비스 제공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다. 프로비스는 제품(Product)과 서비스(Service)의 합성어로 ‘서비스 융합 제품’을 의미한다. “프로비스를 위한 협약을 맺은 것은 단순히 개별 육아용품을 유한킴벌리를 통해 판매하겠다는 뜻이 아닙니다. 사물인터넷(IoT) 서비스를 접목해 아이의 성장 과정에서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겠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의 기저귀 교환 횟수를 파악한다면, 기저귀가 떨어질 시점에 클릭 한번으로 기저귀를 갖다주는 서비스를 할 수도 있겠죠. 엄마는 아이와 시간을 오롯이 보내는 것 외에 다른 것은 저희가 해주겠다는 거죠.”

기저귀 센서와 공기질 측정 허브

출처 : 모닛 제공

박 대표는 해외 진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점점 태어나는 신생아가 줄어들어 국내 시장은 한계가 있지만, 해외시장은 가능성이 훨씬 크다. 특히 아기를 따로 재우는 서구권에서 기저귀 센서는 매력적이다. 성인용 기저귀 등에도 모닛의 기술을 쓸 수 있다. 실제로 미국 플로리다·중국 항저우 지역 요양원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해외 유수의 바이오 기업들과도 협의를 진행중이다. “기저귀 센서나 공기질 허브로 모은 빅데이터를 아이의 유전자 정보와 비교해보면, 아이의 질병이나 유전병 등을 빨리 알아채고 그에 맞는 조치를 빠르게 취할 수 있습니다. 물론 넘어야 할 벽이 많지만, 저희는 단순히 육아용품을 만드는 회사가 아닌 플랫폼 회사로 발돋움할 겁니다.”


스타트업 지원해주면 일자리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박 대표는 인터뷰를 마치며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이 절실하다는 얘기를 전해달라고 당부했다. “모닛은 창업한 지 6개월 만에 6명을 고용했습니다. 요즘 일자리 문제로 모두가 어렵지 않습니까. 정부가 스타트업을 제대로 지원해준다면 일자리 창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박 대표는 테크·제조업 기반의 스타트업은 가장 절실한 게 초기 제품을 양산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저희는 C랩에 있을 때 인큐베이팅, 엑셀러레이팅, 컨설팅까지 지원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걸 돈으로 환산하면 어마어마할 겁니다. 그럼에도 막상 독립해보니 쉽지가 않은데, 아예 배경이 없는 스타트업은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저렴한 가격에 소량으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 등을 정부가 마련해준다면 새로 시작하는 기업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글 jobsN 안중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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