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에 미친' 사나이,1천억 단칼에 거절한 이유는 단하나

조회수 2020. 9. 21. 17:5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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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스타트업 대표가 1000억원에 회사 팔라는 제의 거절한 이유
코딩 교육용 로봇 플랫폼 '모디' 만드는 럭스로보
"아이들 행복해지기 전엔 회사 안팔아
"미래를 위해 코딩 교육은 필수"

지난해 7월 미국 실리콘밸리의 한 글로벌 IT기업이 국내 스타트업에 인수를 제안했다. 제시 가격은 1억 달러, 원화로 환산하면 1000억원을 훌쩍 넘는 돈이다. 하지만 이 스타트업의 20대 대표는 인수 제의를 단칼에 거절했다. 코딩 교육용 로봇 플랫폼 '모디'를 만드는 스타트업 ‘럭스로보’ 얘기다. 최근 한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스타트업 대표 중 한 사람인 오상훈(26) 럭스로보 대표를 만났다.


로봇에 미친 아이, 창업가의 길을 가다


“어렸을 때 주로 받은 선물이 레고나 과학상자 같은 것들이었어요. 만날 만들고 부수고 또 만들었죠. 하루는 어머니께서 전자 피아노를 사주셨어요. 피아노를 치기도 전에 드라이버로 전자 피아노를 몽땅 분해하기도 했었고요.”

출처: jobsN
오상훈 럭스로보 대표

뜯고 조립하는 것을 좋아했던 오 대표는 TV에서 화성 탐사 로봇 ‘오퍼튜니티’ 본 것을 계기로 로봇에 관심을 가졌다. "광활한 우주로 치솟는 오퍼튜니티를 보고 날아다니는 로봇을 만들고 싶단 생각을 하게 됐어요. 나중엔 꿈이 더 커져서 우주 플랜트를 만들겠다고도 생각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로봇회사를 찾아다니며 로봇을 연구했다. 로봇에 미친 아이는 고등학교 때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로봇대회인 ‘월드로보페스트’에서 2등을 차지하는 등 각종 로봇대회를 휩쓸었다. 로봇대회에서 그가 탄 상은 150개가 넘는다.


대학에 갈 때가 되자 ‘될성부른 떡잎’에게 ‘러브콜’이 쏟아졌다. 오 대표는 선택은 당시 국내에서 유일하게 로봇학부가 있었던 광운대였다. “전액 장학금에다 학부생으로 구성된 연구실에 들어가서 연구할 수 있도록 해주기로 했습니다. 매년 연구비를 지원해주겠다고 했고요.”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월화수목금금금’의 생활이 이어졌다. “대학교 2학년 때 저희 연구소에 100억원짜리 정부과제가 내려왔어요. 정말 ‘이러다 죽겠다’ 싶을 때까지 했어요. 그러고 나니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하지만 3년쯤 지나니 완전히 방전돼 버렸어요.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 밖에 안 들었습니다.”


문득 초등학교 때 로봇을 가르쳐 준 사장님 생각이 났다. 사장님은 '커서 아이들한테 로봇을 가르쳐줘야 한다'고 당부하며 수업료를 받지 않았다. “누구나 쉽게 로봇을 제작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로 연구소를 뛰쳐나왔죠.”


6전 7기 끝에 '모디'로 꽃피우다


2013년 8월 오 대표는 광운대 1년 선배인 또 다른 '로봇 천재' 손승배씨와 럭스로보를 창업했다. 손씨는 현재 럭스로보의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다. 창업 후 오 대표는 스마트화분, 스마트테이블, 빛의 주파수를 이용한 실내위치 측정 기술 등 6개의 아이템을 내놨다. 하지만 모두 파는 상품으로 만들지 못했다. "어떤 아이템은 너무 기술에 치중했고, 어떤 아이템은 마땅한 판로가 없었죠."


3년간 기획한 아이템이 무위로 돌아가자 오 대표는 모두 접고 유학을 준비했다. 하지만 럭스로보를 함께한 사람들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마지막 도전'에 나섰다. 2015년 말 모디가 태어났다. "사실 모디는 학부 마지막 학기 때 기획했던 프로젝트입니다. 여러가지 사정으로 접어두었던걸 끄집어 낸 거죠."

출처: 럭스로보
다양한 기능을 하는 모듈

모디는 500원짜리 동전만 한 모듈로 구성돼 있다. 와이파이, 블루투스 등의 기능이 담긴 모듈이 있는가 하면, 모터나 스위치, 디스플레이가 달린 모듈도 있다. 이 모듈을 조합하면 하드웨어가 만들어진다. 여기에 자체 개발한 '모디 스튜디오'라는 프로그램으로 로봇을 제어하는 소프트웨어를 심어주면 간단한 로봇이 만들어진다. 실물없이 컴퓨터 상에서만 이뤄지는 코딩 교육과는 달리 실물이 있고, 상상력을 발휘하면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다는 게 오 대표의 설명이다.


모디 스튜디오는 복잡한 과정 없이 필요한 기능을 '드래그앤드롭(drag & drop)' 하기만 하면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학생들이 직접 모듈을 만들고, 거기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손쉽게 만들 수 있다 보니 코딩을 위한 논리 교육에 적합하다. “몇번 망해 보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더라고요.” 

출처: 럭스로보
모디로 만든 간단한 로봇들

국내뿐 아니라 처음부터 해외 시장 진출을 염두에 뒀고, 홍보 자료도 훨씬 정교하게 만들었다. 덕분에 올 상반기 영국에서 첫 매출이 나왔고, 이후 한국과 미국, 중동 등에서 모디는 1만개 정도 팔렸다. 올해 매출은 50억원선이 될 전망이다.


모디를 작동시키는 소프트웨어는 IoT(사물인터넷)에 최적화돼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물인터넷의 핵심은 사물을 하나로 묶어 관리할 OS(운영체제). 럭스로보의 소프트웨어를 사물인터넷용 운영체제로 쓸 수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한화인베스트먼트, 한화드림플러스, 미래에셋벤처투자로부터 15억원, 올해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카카오브레인에서 40억원을 투자받은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카카오 투자과정에서 오 대표에겐 '김범수를 기다리게 한 남자'라는 별명도 붙었다. 투자를 유치하려는 스타트업에게 투자자는 극진한 대접을 해야할 대상이지만, 오 대표는 투자유치를 위해 방문한 카카오 김범수 의장을 30분이나 기다리게 했다. "다른 미팅이 늦게 끝나는 바람에 부득이 기다리시게 했죠.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셔서 다행입니다."


미래를 위해 코딩 교육은 필수


오 대표는 이제 초·중·고생에게 코딩 교육은 필수라고 말했다. 코딩이 단순히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어떤 메카니즘이 작동하는 원리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모두가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낼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어떤 기술이 나왔을 때 그걸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큰 차이가 있을 겁니다. 이런 교육은 머리가 굳기 전에 빨리해야 효과가 큽니다."


오 대표가 글로벌 기업의 인수 제안을 거절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는 "아이들이 행복해지기 전까지는 회사를 팔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모디를 일선 학교에 보급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고 있다. "아이들이 모디로 쉽게 코딩을 배우고, 미래 사회의 주역이 되는 그날까지 열심히 뛰겠습니다."


글 jobsN 안중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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