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그림 같다는 말에..버선 벗어던지고 폰을 잡았다

조회수 2020. 9. 21. 17:4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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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차림 여성의 일상 그리는 화가, 신선미
한복 차림 여성의 일상 그리는 화가, 신선미
한복의 美, 대중과 세계에 알리고 싶어
최근 화집 '신선미의 한복유희' 출간

요즘 들어 미술계에서 주목받는 옷이 있다. 우리 민족의 전통 복식, ‘한복’이다. 실제로 최근 동양화가 김현정씨나 일러스트레이터 흑요석(본명 우나영)씨가 한복을 소재로 그림 시리즈를 그려내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출처: jobsN
동양화가 김현정씨 작품 '내숭 : 나르시스'(왼쪽)과 일러스트레이터 흑요석씨 작품 시리즈 '앨리스, 한복을 입다'

이런 ‘한복 열풍’의 시조 격인 인물이 있다. 10년도 더 전인 지난 2005년부터 한복 입은 인물의 트렌디한 삶을 소재 삼아 동양화 풍으로 그려온 작가, 동양화가 신선미씨다.

출처: 신선미씨
동양화가 신선미씨(왼쪽)와, 그가 2005년 그린 작품 '일탈'. 한복을 입은 여성이 한 쪽 버선을 벗어던져두고 휴대전화를 쓰고 있다.

파격의 시작

울산대 동양화과 학부에 다니던 시절까진, 단아하게 한복 입은 인물을 평범히 그렸다. "한복 그림이 유행하기 전 시기였어요. 촌스럽다, 고리타분하다, 달력에나 쓸 그림 같다는 평을 들었어요. 계속 한복을 그리고 싶다면, 뭔가 틀을 깨는 참신함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즈음 우연히 중국 원나라 시대 작품 하나를 접했고, 여기서 힌트를 얻어 그림 분위기를 새로이 했다 한다. "임인발이 그린 '장과견명황도'라는 그림이에요. 당 현종 앞에 나아간 도사 장과로(張果老)가 모자함에서 작은 노새를 꺼내는 환상적 상황을 묘사한 작품이죠. 당나라와 판타지, 이 서로 다른 두 요소를 한 그림에 접합한 것처럼, 저도 전통과 현대, 판타지가 공존하는 그림을 그려봐야겠다 생각했어요."

출처: 신선미씨
임인발 作, 장과견명황도

홍익대 대학원에 들어가, 전통 한복과 트렌디한 일상이 공존하는 작품을 그려내기 시작했다. 복장과 상황의 불일치에서 오는 아이러니를 강조하기보다는, 한복의 매력을 신선한 방식으로 보여주고자 노력했다 한다. 첫 작품이 앞서 소개한 '일탈'이다. "전에도 몇몇 습작이 있지만, 제가 처음으로 꼽는 건 '일탈'이에요. 친구가 모델이 돼 줘서 기분 좋게 시작했죠."


2006년부터는 '개미 요정 시리즈'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집안 구석을 숨어 다니는 개미를 의인화해 한복 차림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어릴 적 몸이 많이 허약했는데, 약을 먹고 몽롱히 누워있을 때 요정 같은 걸 보곤 했어요. 거기서 영감을 얻어 순수한 아이나 동물 눈에만 보이는 '개미 요정' 캐릭터를 만들었어요." 2016년엔 첫 창작 그림책 '한밤중 개미 요정'을 내기도 했다.

출처: 신선미씨
'개미 요정 시리즈' 中 첫 작품 '건망증'. 작가 본인이 대표작으로 꼽는 그림이다. 개미를 한복 입은 사람으로 형상화해 일상 모습에 녹여냈다.

작가의 꿈


신 작가의 목표는 '한국풍 그림의 대중화', 더 나아가선 '한국풍 그림의 세계화'라 한다. 실제로 그는 2007년 한일 교류전, 2008년 한국 국제 아트 페어, 2009년 뉴욕 스코프 아트 페어 등 각종 국제 행사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일정한 수입이 없어 불안할 때도 있지만, 부자 되려고 하는 일은 아니니까요. 꿈과 이상에 활발히 도전하는 게 예술가 답지 않을까 싶어요. 현실이 좀 어려울지라도 말이죠."

출처: 한림출판사
'신선미의 한복유희' 표지.

이를 위해 지난 6월에 낸 작품 모음집 '신선미의 한복유희'를 한국어뿐 아니라 영문 버전도 함께 출간했다. 초판이 거의 다 팔려, 11월 중 2쇄를 찍을 예정이라 한다. "항상 한복과 우리 그림을 해외에 널리 알려보고 싶었는데, 마침 얼마 전 한국 문화를 담은 도서를 영문으로 출판하는 회사에서 제의가 들어와 책을 만들었습니다. 언제나처럼 한복 입은 인물들의 현대적인 일상을 그림에 담아, 외국인이 한국 전통 생활 양식에 대한 배경지식 없이도 자연스레 우리의 전통미를 느낄 수 있도록 했어요."

출처: 한림출판사
신선미 작가 화집을 품에 안은 미국인 아이.

그는 앞으로도 대중들이 편히 즐길 수 있는 한국화를 연구할 계획이라 한다. "앞으로도 전통적인 주제나 구도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그려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기회만 주어진다면, 해외에서 개인전을 열어보고 싶어요. 한국 전통 장신구나 악기, 가구, 도자기 등을 그림에 듬뿍 담아 외국에 한국 문화를 자연스레 전하고픕니다. 물론 이번에 낸 작품집에서도 그런 시도를 하긴 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해요."


글 jobsN 문현웅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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