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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원 때 당한 두번의 추돌·충돌..'천직' 찾게 해주다

조회수 2020. 9. 24. 01:3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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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초반에 네 번째 직업 갖게 된 이은형氏
30대 초반에 네 번째 직업 갖게 된 이은형氏

필라테스 강사는 이은형(32)씨의 네 번째 직업이다. 30대 초반의 나이에 여러 직업을 거쳤다. 대한항공 승무원으로 사회에 첫 발을 들였다. 이후 와인회사 브랜드 매니저, 승무원·스피치 강사로 일했다. ‘좋아하는 일이 아니면 직업으로 삼지 않겠다’는 고집이 있었다. 수입이 줄어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용기를 낸 끝에 천직(天職)을 찾았다. 

필라테스 강사 이은형씨

현재 그는 필라테스 강사로 좋은 평가를 받으며, 6월 개인 스튜디오를 열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만 9만4000명에 달하는 인기 강사다. 잡스엔(jobsN)이 이씨를 만나 다양한 직업을 거치게 된 사연을 들었다.


두 번의 교통사고가 바꾼 삶


대학 시절, 쇼호스트를 준비한 이씨는 번번이 최종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다. 고심 끝에 쇼호스트 준비를 접었다. 아쉬움이 컸지만 패배감에 젖어있을 수만은 없었다. 취업할 곳을 알아보던 중 항공사 승무원이 눈에 들어왔다. 늘 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미소를 짓고, 정성을 다해 사람을 대한다. 쇼호스트와 닮은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2010년 8월 대한항공 승무원에 합격했다. 대체로 만족하며 일했다. 여러 나라를 다닐 수 있고, 급여도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두 번의 교통사고를 당했다. 2011년 4월 4중 추돌, 2012년 5월 조수석에 타고 있다가 정면충돌사고를 당했다. “목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았죠. 허리 통증도 심했고요. 두 번의 사고로 총 두 달 정도 병가를 냈어요.”  

승무원 시절의 이은형씨

강한 체력이 필수인 업무 특성상, 복직 후 어려움을 겪었다. 대상포진에 걸리기도 했다. 퇴사를 결심했다. 입사 2년 만이었다. 재취업할 곳을 알아볼 때 기준은 ‘내가 좋아하는 일’이었다. 승무원으로 일하면서 관심이 생긴 와인을 공부해보기로 했다. 와인나라 아카데미에서 소믈리에 과정을 수료하고, 2013년 2월 와인회사 ‘아영FBC’에 브랜드 매니저로 들어갔다. 와인 브랜드를 맡아서 홍보, 마케팅, 판매 등을 기획, 관리하는 일을 맡았다. 와인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급여는 줄었지만 즐겁게 일했다.


하지만 또 건강이 발목을 잡았다. “어느 날 외부 미팅을 마치고 퇴근하는데 갑자기 다리에 전기 콘센트를 꽂은 것처럼 감전되는 느낌이 들면서 힘이 풀렸어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죠. 허리디스크 진단을 받았어요. 오래전부터 진행돼 왔다고 하더라고요. 교통사고도 나쁜 영향을 줬고요.” 한 자리에 오래 앉아있거나 무리하지 말고,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처방을 받았다. 

필라테스 강사 이은형씨

필라테스 강사라는 천직을 찾기까지


와인회사를 6개월 만에 퇴사했다. 이후 쇼호스트 준비 경험과 승무원 경력을 살려 승무원 아카데미 등에서 강사로 일했다. 강사를 하며 몸을 고치기 위해 평소 가끔씩 하던 필라테스를 열심히 했다. 물리치료도 병행했다. 필라테스로 몸이 조금씩 좋아지자, 이씨는 또 한 번의 결단을 내렸다. 필라테스 전문가가 되기로 한 것. 캐나다 공인 ‘스탓(STOTT) 필라테스 강사 자격증’ 코스를 밟았다.


돈을 벌면서 준비하느라 1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자격증 취득에만 1000만원 넘게 들었다. “일하며 번 돈으로 자격증 취득 비용을 충당했어요. 값싸고, 비교적 쉽게 딸 수 있는 기관에서 발급하는 자격증 코스도 있었지만 제대로 배우고 싶었어요.” 2014년 9월 필라테스 강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스튜디오에 들어가 강사로 2년 넘게 일했다. 올해 2월 결혼하고, 6월 남편과 서울 강남구청 근처에 필라테스 스튜디오를 차렸다. 남편이 운영을, 이씨가 교육을 맡는다.

이씨는 “짧은 기간 여러 가지 일을 했지만, 헛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고 말한다. 거쳐간 직업들이 지금 하는 일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승무원으로 일하며 몸에 밴 서비스 정신, 와인회사 브랜드 매니저로 일하며 경험한 마케팅 노하우와 영업, 강사로 활동하며 쌓은 교수법 등을 모두 활용하고 있다. 

필라테스 강사 이은형씨

“저는 기본적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그 앞에서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지금 하는 일이 적성에 잘 맞아요. 저로 인해 건강을 회복하는 분들을 보면 뿌듯합니다. 요즘은 평생 직장, 평생 직업은 찾기 힘든 것 같아요. 인생의 변화나 굴곡에 현명하게 대처하면서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해야 할 것 같아요. 하나에 얽매이지 않는 제 삶을 사랑합니다.”


글 jobsN 김지섭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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