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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놓은 '정신줄'..오히려 그게 약이 된 스타 약대생

조회수 2020. 9. 24. 01:3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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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 스트레스에 정신줄 놓았다가 스타 된 약대생
인터넷 스타 고퇴경씨
페이스북 팔로워 113만, 유튜브 구독자 93만
약사시험 합격했지만 앞으로도 영상 제작 예정

지난 2014년 대구광역시. 약학을 공부하던 한 청년이 있었다. 그는 어릴 적부터 약사를 꿈꿨다. 하지만 좋아서 하는 공부라도 스트레스는 쌓이기 마련이다. 돈도 시간도 없는 학생 신세였는지라, 달리 스트레스 풀 방법도 딱히 없어 자취방에서 음악을 틀고 춤을 추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혹시 남들도 그 모습을 보면 속이 좀 풀릴까 싶어,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리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유튜브에 올린 춤 동영상에 갑자기 댓글이 붙기 시작했다. 한 주 만에 조회수 60만을 찍고, 두 주 만에 100만을 돌파했다. 영상이 알려지며 입소문을 탄 덕인지 SNS 구독자와 팔로워 수도 매일 가파르게 치솟았다. 만든 지 1년이 되도록 100여명 안팎이던 유튜브 구독자 수가, 단숨에 만 단위를 뚫고 넘어가 버렸다.

평범한 약대생이던 고퇴경(27)씨는 그렇게 인터넷 스타로 다시 태어났다. 고씨 페이스북은 팔로워가 약 113만 명에 달한다. 유튜브 채널 '퇴경아 약먹자' 구독자 수는 93만여명이다. 유튜버 랭킹 사이트 랭큐(RankQ)에 따르면, 고씨 유튜브 순위는 구독자수 기준 국내 29위다.


과묵한 퇴경씨


-원래부터 인터넷 스타가 될 뜻을 품고 있었는지요?

아닙니다. 원래는 약사 가운을 입는 것만이 꿈이었습니다. 공부가 너무 힘들 때 좀 웃어보려고 친구들과 정신줄 놓고 찍던 건데, 일이 커져 버렸습니다. 유튜브 채널도 본디 저희끼리 놀려고 만든 거라 딱히 홍보도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 자고 일어나니 뜬금없이 유명해져 있더군요.


-약사 자격증을 얻고도 영상을 계속 찍으시는 이유는요?

저도 영상 찍기에 재미가 붙어버려서요. 많이 부족한 콘텐츠인데도 아껴주시는 분이 많으니, 기대에 부응하고 싶기도 하고요.


-약사 코앞까지 간 아들이 돌연 엔터테이너가 됐는데, 부모님께선 별말씀 없으신지요?

오히려 기뻐하세요. 제가 워낙 말이 없고 과묵해서 걱정이 많았는데, 영상 찍고선 많이 활달해지고 사회성이 좋아진 듯해 마음이 놓인다 하시더군요.

출처: 유튜브 채널 '퇴경아 약먹자'
과묵한 고퇴경씨가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1인 미디어


-영상에 쓰는 노래, 선곡 기준은 있나요?

요즘 유행하는 걸로 고릅니다. 사람들이 다 알만한 노래로요. 그래서 K-POP을 많이 택하죠.


-춤은 연습해서 추시는 건가요?

아이디어 구상은 오래 깊이 하는데, 실제 연습은 그리 많지 않아요.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하는 정도입니다.


-옷이나 가발 등 소품은 어떻게 장만하셨나요?

처음엔 있는 것만 썼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컨셉 따라 의상을 장만해 보니, 영상 퀄리티도 좋아지고 재미있어지길래요. 지금은 소품 마련에 돈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영상 편집은 직접 하시나요?

유튜브 영상으로 편집법을 독학해, 직접 하고 있습니다. 영상 찍는데 관련된 모든 업무는 제 손으로 합니다. 1인 미디어인 셈이죠. 다만 광고 섭외나 행사 참여, 일정 조율 등 콘텐츠 만드는 일 빼고 나머지는 소속사인 '비디오빌리지'에서 맡아 주고 있습니다. 저는 영상 만들기에 집중하고요.


광고계 라이징 스타


-인기 덕에 광고도 찍으셨다면서요.

넥슨, 롯데주류, 배달의민족, 롯데카드, 동부증권 등 10여 군데 정도 출연했습니다. 

-그렇다면 돈을 꽤 버셨을 것 같은데요.

사실 영상에서 다루는 곡 중 저작권이 있는 것은 저 대신 저작권자에게 수입이 갑니다. 게다가 소품비 지출도 있고 해서 실제 버는 돈은 그리 많지 않아요. 개업한 약사 분들과 거의 비슷하게 버는 정도입니다.

출처: 고퇴경씨 페이스북
블락비 박경과 함께 찍은 사진.

-그래도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어서 좋으실 것 같아요.

그렇죠. 바로 약사가 됐다면 못할 경험을 하고 있으니까요. 연예인도 만나보고, 가수와 함께 뮤직비디오도 찍어보고요. 세계 각국에서 팬 레터도 받고 있으니까요. 제 SNS를 찾는 분 중 40% 정도는 외국인이에요.

출처: 고퇴경씨 페이스북
한 외국인 여성이 보낸 사진 팬레터.

-곁다리 질문인데, '고퇴경'이 본명인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네, 본명입니다. 할아버지께서 지어주셨습니다. '퇴'가 항렬자는 아니라 저만 쓰는데, 이름에 넣어주신 사연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Just do it


고씨는 제66회 약사시험에 합격해 2015년 3월 약사 면허증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약국에서 일하지 않고 있다. 대신 자신이 출연하는 영상 콘텐츠를 종일 만든다. 아이디어가 고갈되고 흥미를 잃을 때까지는, 이 일을 쭉 해보고 싶어서라 한다. 물론 약사의 길을 포기한 건 아니다. 실제로 그는 일반인에게 약 관련 상식을 알려주는 콘텐츠 또한 꾸준히 만들어 올리고 있다.

그는 갈 길을 고민 중인 젊은이와 취업 준비생에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건 모두 해보길 권했다. "전 약사 말고 다른 꿈도 없었고, 약사 일이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정말 우연히 영상을 찍었다가, 제 적성은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 있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출처: 고퇴경씨 페이스북

"틈날 때마다 할 수 있는 건 몽땅 도전해 보세요. 정말 엉뚱한 분야에서 본인조차 몰랐던 재능이 드러날지도 모르니까요. 전 저보다 재밌는 영상 잘 만들 수 있는 분도 많을 거라 생각해요. 시도해 보지 않아, 그 잠재력을 본인조차 모르고 있을 뿐이죠."


글 jobsN 문현웅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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