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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출신 아재들의 '문신 역발상' 통했다

조회수 2020. 9. 24. 01:3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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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울 수 있고 안 아픈 타투,여기에 있습니다
피부에 문지르면 원하는 문신 뚝딱
현재 B2B 사업 집중…차후 B2C도
IT·헬스케어 분야까지 진출 목표

자기 개성을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로 ‘타투’를 꼽는다.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은 도전해보고 싶어 하지만 모두가 용기를 내진 못한다. 아파서 또는 한 번 하면 지우기가 어려워서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거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잉크젯 프린터와 같은 방식으로 몸에 ‘타투’를 그릴 수 있는 도구가 개발됐다. 바로 ‘스케치온’이 선보인 스킨 프린터 ‘프링커(Prinker)’ 다. 

출처: 스케치온 제공
스케치온은 피부에 문신을 프린트 할 수 있는 스킨 프린터 '프링커(Prinker)'를 선보였다.

스킨 프린터는 전 세계를 통틀어 ‘프링커’가 유일하다. 프링커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프링커를 개발한 장본인들은 삼성전자 엔지니어 출신의 30·40 아재들이다. 이종인(47) 대표와 윤태식(37)·이규석(39) 이사가 뭉쳐 지난 2015년 스케치온을 설립했다. ‘스케치온’은 삼성전자 사내벤처인 C랩을 거쳐 분사(스핀오프)한 스타트업이다. 문신을 몸에 새기지 않고 피부에 프린트하는 형식을 가장 먼저 생각해낸 스케치온 윤태식 이사를 만나 프링커 개발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재들이 만든 문신 프린터 ‘프링커’


-‘문신’에 별 관심이 없을 것 같은 아재들이 ‘스킨 프린터’를 만들어 화제다


“개발자들의 개인적 취향보다는 대중이 무엇을 매력 있다고 느끼고 좋아하는지를 생각해보니 ‘타투’가 딱 떠올랐다. 사실 한 번도 ‘문신’이란 걸 해본 적은 없다. 신체발부(身體髮膚)는 수지부모(受之父母)라고들 하지 않나. 동북아시아권 나라들은 문신에 대해 부정적인 선입견이 강하다. 그럼에도 요즘 젊은 친구들이 계속해서 문신을 하고 싶어 하고, 실제로 길거리에서 다양한 문신을 한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어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문신을 하고는 싶은데 ‘아파서’ 혹은 ‘한 번 하면 지우기가 어려워서’ 꺼리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스킨 프린터’ 프링커가 만들어졌다. 실제 문신은 바늘을 이용해서 피부 진피층에 색소를 넣어 그림이나 글씨를 새기는 방식이다. 하지만 프링커는 잉크젯 프린터와 비슷한 원리로 작동한다. 화장품 원료를 이용한 잉크로 사용자가 원하는 이미지를 피부 위에 ‘출력’해준다. 블루투스 연결을 통해 원하는 이미지나 텍스트를 스마트폰 앱에서 직접 그리거나 업로드할 수 있다. 잉크가 마르면 타투는 대략 24시간 정도 지속된다. 화장을 지우는 클렌징 제품으로 언제든 쉽게 지울 수도 있다.”

출처: 스케치온 제공
스케치온 직원들 모습. 앞줄 가운데 위치한 남성이 윤태식(37)이사. 뒷줄 오른쪽에 위치한 남성이 각각 이종인(47) 대표, 이규석(39) 이사다.

-현재는 기업만 상대하는 B2B 사업에 주력하고 있던데


“B2C(기업 대 소비자) 영역도 당연히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는 B2B(기업 간 거래) 사업만 하고 있어서 개인 소비자는 프링커를 구매하지 못한다. ‘일회용 문신 프린터’라는 개념은 전 세계적으로 ‘프링커’가 유일하기 때문에 바로 소비자들에게 내놓게 되면 낯설 수밖에 없다. 그래서 B2B 거래를 통해 먼저 제품을 알리고 인지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


기업에서는 주로 제품 론칭 행사를 할 때 프링커를 적극 활용한다. 행사 현장에 부스를 차려 놓고 제품이나 브랜드를 홍보하는 이미지로 소비자들에게 일회용 문신을 해주는 거다. 이번 시즌에 ‘타투 틴트 라인’을 선보인 입생로랑이 홍콩에서 론칭 행사를 열 때 프링커를 사용했다. 소비자 반응이 좋아 태국에서도 동일한 행사가 열릴 때 프링커 부스를 만들 예정이라고 한다. 저희는 따로 매체 광고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프링커 본체를 보면 영문으로 ‘prinker’라고 대문짝만 하게 적혀 있어서 기업 행사 시 덩달아 우리 제품도 홍보가 된다. 해외 바이어들로부터 많은 연락을 받는 비결이기도 하다. B2B 거래만 하고 있어서 매출과 판매량을 공개하기 어렵지만 꾸준히 바이어들의 컨택을 받고 있다.”


세계는 넓고 ‘스킨 프린터’ 시장도 넓다


-국내보단 해외 시장을 더 주력으로 삼고 있다고 들었다


“그렇다. 문화적인 요인을 고려해서 국내 시장보다는 해외 시장 쪽 판로를 뚫으려고 더 노력한다. 현재는 ‘남미’에 가장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당시 프로모션 기업으로 참여해 2만여명을 대상으로 프링커 시연을 했다. 그때 남미 소비자들이 보여준 폭발적인 반응을 보고 ‘스킨 프린터’ 개념이 잘 안착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도 바이어들의 연락을 받곤 한다. 이란, 시리아에서도 연락이 온다. 이슬람 문화권은 ‘타투’와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우리들의 착각이었다. 팔 오금부터 어깨까지의 피부는 문신을 해도 괜찮다는 거다. 대신 무생물만 새겨 넣을 수 있고, 매일 드리는 저녁 예배 시간엔 타투를 말끔히 지워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프링커를 이용하면 타투를 쉽게 지울 수 있어서 관심을 보이는 기업이 많은 듯하다.  

출처: 스케치온 제공
스케치온은 2016 리우올림픽에 프로모션 기업으로 참여해 2만여명을 상대로 프링커 시연을 했다.

구소련 연방 쪽에서도 연락이 온다. 되레 우리 쪽에서 ‘날씨가 추워서 옷을 두껍게 입을 테니 타투가 별 소용이 없지 않냐’는 질문을 하면 ‘당신들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 지역들은 난방이 잘 돼서 두터운 외투는 입되 안쪽에는 최대한 노출이 많은 옷을 입는다는 거다. 홈 파티 등을 즐길 땐 외투를 벗으니까, ‘타투’를 활용해 자기 개성을 마음껏 드러낸다. 세계는 넓고 잠재적인 스킨 프린터 시장도 넓더라.”


-앞으로 IT와 헬스케어 분야에도 진출할 계획이라던데


“현재는 셀프 데커레이션용으로 프링커를 활용하지만 차차 정보기술이나 헬스케어 분야로도 활동 범위를 넓혀 가고자 한다. ‘미아 방지·치매 노인 보호’를 위해 사람이 많은 놀이동산 등에서 피부에 연락처를 프린트하는 방법이 거론되고 있다. 뮤직 페스티벌이나 대형 행사장에서 피부에 출력된 바코드나 QR코드로 입장객을 관리하면 팔찌형 이용권이나 티켓 분실로 인한 문제들을 막을 수 있다.


감온 잉크(온도를 감지하는 잉크)를 활용해서 신체 온도 변화를 시각적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특히 표현을 잘 하지 못하는 영아의 몸에 뽀로로 같은 캐릭터 문신을 프린트해서 수시로 열을 재지 않아도 온도 변화를 가늠할 수 있게 하려고 연구 중이다.”


글 jobsN 박가영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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