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에 스벅 있어도 두렵지 않다" 요즘 난리난 카페

조회수 2020. 9. 24. 01:2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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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3천병 만들어도 없어서 못파는 밀크티..'카페 진정성' 김정온 대표
취향저격 밀크티로 대박 낸 '카페, 진정성'

“스타벅스, 폴바셋 옆에 가게를 내도 두렵지 않습니다.”

‘카페, 진정성’(이하 진정성)은 최근 가장 많이 사랑 받는 카페 중 하나다. 2016년 4월 경기도 김포에 처음 문을 열었다. 당시 일하는 사람은 김정온(33) 대표 한 명 뿐이었다.


금세 자리를 잡으면서 1년여 만에 점포는 4개가 됐다. 현재 직원 수는 32명이다. 월 평균 매출은 3억~4억원에 달한다. 가게 홍보에 한 푼도 쓰지 않고 일궈낸 성과다. 입소문과 소셜미디어만으로 급성장했다. “양질의 재료로 부끄럽지 않게 커피와 차를 만듭니다. 대형 프랜차이즈와 같은 상권에서 경쟁해도 지지 않을 자신 있습니다.”  

김정온 대표(왼쪽)와 '카페, 진정성'의 밀크티 병들

일등공신은 ‘밀크티’


매출의 상당 부분은 밀크티에서 나온다. 500ml 용량의 ‘로얄 밀크티’ 한 병 가격은 7000원. 하루 3000병을 만들 수 있다. 비싼 편이지만 없어서 못 판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주요 소셜미디어에는 진정성 밀크티 관련 게시물이 수천~수만 개씩 있다.


창업 초기에는 카페 옆 제조시설에서 8명의 직원들이 하루 1000병을 만들었다. 매일 조기 품절 사태가 벌어졌다. 카페를 8시간만 열면서 밀크티 제조에 집중했지만, 판매 속도를 따라갈 수 없었다. 수소문 끝에 2017년 초 대량 생산이 가능한 공장을 섭외했다. 손으로 만든 밀크티와 같은 맛을 유지하기 위해 3개월간 수 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대량 생산에 맞는 우유와 설탕, 찻잎 등의 비율, 보관 온도, 급속 냉침법 등을 다시 만들어야 했어요.”


밀크티는 보통 우유를 끓여 홍차 티백을 넣고 우려내거나 밀크티용 분말을 넣어서 만든다. 진정성은 찻잎을 차가운 우유에 넣고 우려낸다. 자르지 않은 찻잎부터 가루에 가까운 찻잎까지 크기는 다양하다. 맛을 단조롭게 하지 않고, 깊고 풍부하게 하기 위해서다. 홍차는 찻잎 크기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데, 잘게 분쇄할수록 떫은 맛을 낸다. 찻잎과 비정제 설탕을 넣은 밀크티는 적정 온도를 유지하며 계속 저어준다. 이후 찻잎을 걸러내고, 냉장 보관하며 발효시키는 과정을 거친다. 현재는 제조 과정이 전부 시스템화 돼 있다. 병에 담긴 밀크티가 나오기까지 정확히 24시간 걸린다. 밀크티 외에는 밀크쉐이크, 바닐라빈라떼, 티라미슈 등이 인기 메뉴들이다.  

카페, 진정성' 매장에 줄 선 사람들

첫 창업 실패…신념 꺾지 않아


김 대표도 실패를 맛본 적이 있다. 2015년 4월 서울 화곡동에 9000만원 들여 카페를 차렸다가 1년도 안돼서 문을 닫았다.


대학 시절, 바리스타 자격증을 딸 정도로 커피에 관심이 많았다. 군 제대 무렵 카페를 연 어머니 가게에서도 틈틈이 일했다. 대학 졸업 후, 1년 정도 회사를 다니다 카페를 열고 싶어서 2012년 퇴사했다. 어머니 일을 도우며 꼼꼼히 창업 준비를 했다. 하지만 카페를 열고, 한 달 후 옆 건물에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가 들어섰다. 할인 행사 등 대대적인 프로모션이 이뤄졌다. 월 매출 5000만원은 돼야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1000만~2000만원을 겨우 벌 만큼 어려웠다. 2016년 초 폐업했다.


“단골 손님은 꽤 됐어요. 커피나 차를 저렴하고 빠르게 만들기 위해 필요한 시럽과 분말은 쓰지 않았거든요. 메뉴 이름대로 재료를 넣었어요. 예를 들어 카라멜 마키아또라 하면, 공장에서 만든 카라멜 시럽을 펌프질 해서 넣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카라멜을 제조해서 넣는 식으로요. 밀크티를 비롯해 진정성 메뉴 대부분이 당시 판매했던 것들입니다.”


가게를 접고, 더는 장사를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단골들이 힘을 실어줬다. “충분히 맛있으니 다른 곳에서 해보라”는 응원이었다. 고민 끝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카페를 열기로 했다. 권리금 없고 월세가 저렴한 곳을 찾다 보니 김포 신도시 외곽의 장기동에 자리를 잡았다. 인적이 드문 곳이었다. 가게 앞을 지나가는 사람이 하루 서너 명 정도였다. 정직하게 좋은 재료로 정성껏 차와 커피를 만든다는 신념으로 카페 이름은 ‘진정성’이라고 지었다. 

경기도 김포에 있는 '카페, 진정성' 본점 전경

해외 진출도 계획중


개점 첫 날, 손님은 한 팀이었다. 둘째 날은 세 팀이 왔다. 초조했다. 하지만 부끄럽지 않은 차와 음료를 만든다는 자부심 하나로 불안감을 이겨냈다. 반응은 금세 나타났다. 맛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사람이 몰려들었다. 혼자 장사하다가 보름 만에 직원 2명을 뽑았다. 직원 수는 빠르게 늘었다. 한 달 지나자 일 매출이 70만원, 100만원, 150만원 식으로 뛰기 시작했다. 테이블 15개에 최대 40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카페였다. 매일 만석이었다.


2~3개월 지나면서부터는 ‘초대박’ 행진을 벌였다. 주말 하루 매출이 800만~1000만원을 기록했고 600~700팀이 방문했다. 2017년 6월 김포 본점을 ‘하성면’으로 옮긴 것도 사람이 너무 많이 와서 주변 이웃들에게 방해가 됐기 때문이다. 주말이면 주변 도로가 마비되고, 경찰까지 나와서 교통정리를 해야 했다. 카페 건물에는 20대만 주차할 수 있어서 근처에 불법 주차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김포 본점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진정성은 2016년 12월 서울 도곡점, 2017년 1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6월 여의도점을 열었다. 모두 직영점이다. 매장 직원 32명 중 28명이 정규직이다. 진정성은 중국이나 동남아, 일본 등 해외로의 밀크티 판매도 구상 중이다. 국내 매장은 여건이 되는대로 조금씩 늘려갈 생각이다. 품질과 서비스 관리를 위해 앞으로도 직영점 형태로만 운영할 계획이다.

“진정성은 카페인데 밀크티 때문에 주종목인 커피가 묻히는 것 같은 느낌이어서 고민입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커피도 정직하고 좋은 맛을 내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어요. 진정성이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게 차를 우려내고, 커피를 내리고 싶습니다.”


글 jobsN 김지섭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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