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직전→하루 6~7천명 몰려드는 한국의 명소

조회수 2020. 9. 24. 01:2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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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날리던 이곳을 사람들 줄서게 만든 비결은?
하루 방문객 200명 이하 망해가던 시장
재래시장서 '문화 관광지'로 탈바꿈
획일적인 현대화보다 점포 개성 살린 디자인

광주 송정역 ‘1913송정역시장’의 원래 이름은 송전역전매일시장. 1913년 호남선 개통 이후 생긴 재래시장이다. 과거 하루 방문객은 200명 이하, 점포는 저녁 6시 문을 닫았다. 이곳이 2016년 4월 재개장 후 활기를 되찾았다. 휴일에는 하루 약 7000명이 몰린다.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곳에서 벗어나 역사가 깃든 문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출처: 1913송정역 시장 인스타그램

죽어가던 재래시장을 살리는 데 ‘현대카드’가 핵심 역할을 했다. 현대차그룹은 광주시와 함께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를 만들고 ‘지역경제 활성화 사업’을 하고 있다. 그중 하나인 ‘송정역전매일시장 재단장 프로젝트’를 현대카드가 담당했다. 현대카드는 강릉 봉평장을 리모델링한 경험이 있다.


2015년 1월 김영관(44) 현대카드 창업지원센터장을 중심으로 ‘송정역전매일시장 재단장’ 태스크포스팀이 꾸려졌다. 그를 만나 ‘1913송정역시장’ 기획 과정을 들었다.

출처: jobsN
김영관 현대카드 창업지원센터장.

’시장’에서 벗어나 문화공간으로


송정역전매일시장은 곳곳이 낙후돼 보기 좋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점은 ‘시장의 기능을 상실했다는 점’이었다. 가까운 거리에 있는 송정매일시장과 송정5일장이 상설시장 역할을 했다.


“핵심은 시장의 ‘자활 경쟁력’을 만드는 거라 생각했습니다. 물건을 사고 파는 기능에만 집중하면 편리하고 현대적인 마트나 다른 상설시장과 경쟁할 수 없을 거라 봤어요. KTX 광주 송정역 하루 유동인구가 1만 4000명 정도입니다. 이들을 겨냥하기로 했습니다.”‘


‘가보고 싶은 명소’를 만들기로 했다. 낡고 오래된 외관부터 바꿨다. 현대적인 디자인만 강조하지 않았다. 송전역전매일시장은 1913년부터 이어온 ‘역사성’이 있다. 특색을 살리기 위해 ‘글자’를 이용했다. 

출처: 1913송정역 시장 인스타그램
단순하지만 각 점포 개성을 살린 간판과 디자인.

이름은 ‘1913송정역 시장’으로 바꿨다. 이 시장이 100년이 넘었음을 보여준다. 점포마다 인테리어 디자인을 달리 했다. 간판도 옛 점포 분위기를 풍기는 로고와 서체로 바꿨다. 점포 앞에는 장사를 시작한 ‘연도’를 동판에 새기고 옛 사진을 붙였다. 가게와 주인 이야기를 담은 게시판도 달았다.


“글자 하나로 획기적인 변화가 있다고 하긴 어렵지만, 시장의 역사성과 각 점포의 이야기를 직관적으로 보여줍니다. ‘한번 놀러 오라’고 했을 때 설명하는 것보다 사진을 보여주는 게 나으니까요.”


‘역전시장’이란 특징을 살리기 위해 큰 시계탑을 세우고 대합실을 만들었다. 대합실 안에는 실제 열차 시간표도 있다.


비바람을 막는 아치형 천장도 달지 않았다. ‘아케이드(acade)’라고 부르는 이 구조물은 시장을 획일적으로 만들어 매력을 떨어뜨린다. 대신 점포마다 천막을 설치했다. 방문객들은 하늘을 볼 수 있고 비가 오면 오는 대로 그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출처: 1913송정역 시장 인스타그램
시계탑과 대합실. 기차는 기간산업이라 열차 시간표를 설치하려면 코레일의 협조가 필요하다. 김 센터장은 3개월 동안 설득해 대합실 안에 열차 시간표를 달 수 있었다.

’내 일’이라는 소명의식 갖고 참여


김 팀장과 프로젝트팀은 기획 과정에서 국내·외 100여곳 시장을 돌아다녔다. 또 두달 동안 전통 상인을 인터뷰하며 그들의 고민을 듣고 점포 특색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회사 이름을 걸고 보여주기식 사업은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내 일’이라는 생각으로 소명을 갖고했습니다.”

출처: 김영관 센터장 제공
전통상인과 청년상인에게 '1913송정역 시장 재단장 프로젝트'에 관해 설명하는 모습.

전통상인에게 점포 시설 개선·경영 마케팅을 교육할 때는 ‘설명’이 아니라 ‘레크레이션’을 했다. “상인 평균 연령이 63세였어요. 저희도 가만히 앉아서 1~2시간 듣는 게 힘든데 어르신들은 더 힘드시죠. 단 한가지, ‘시장의 주인은 상인’이라는 점만 강조했습니다.”


상인들과 마찰도 있었다. “내 가게를 남이 마음대로 건든다면 기분 나쁘죠. 점포와 간판 디자인을 왜 이렇게 하는지 하나하나 설명드렸습니다. 전문가인 저희를 믿어달라고 말씀드렸어요.”


상인들 스스로 살아가는 공간


청년 상인을 모집할 때는 ‘먹거리’ 중심으로 뽑았다. 하지만 먹거리는 유행을 쉽게 타는 창업 아이템이다. “문화공간이 되려면 특색이 있어야 합니다. 이곳에서만 볼수 있는 먹거리로만 구성하기 위해 신경썼어요.” 김 팀장은 직접 설명회를 열고 청년상인들의 서류 심사·면접·상담까지 했다.


장사가 잘돼 임대료가 급격히 오르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도 걱정거리였다. “전통상인이자 건물주 분들에게 당분간은 월세를 급격히 올리지 말아달라고 설득했습니다.”


청년상인은 1년 동안 중소기업청에서 월세를 지원받게 했다. 1년 후에도 평당 2만원씩만 내도록 했다. 

출처: 1913송정역 시장 인스타그램
다른 곳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먹거리와 제품을 판다.

2016년 4월 17개 청년 점포와 기존 점포 30여곳이 문을 열었다. 상인들은 서로 도우며 1913송정역 시장의 자활경쟁력을 키웠다. 청년들은 양갱·호떡·식빵·수제맥주 등 개성 있는 먹거리 음식을 팔았다. 전통 상인들도 낮·밤 판매 전략을 바꾸는 식으로 변화에 동참했다. “과일 가게에 관광객이 놀러와도 쉽게 사갈 수가 없어요. 컵과일이나 생과일 음료를 함께 파는 식으로 변화를 줬습니다.”


이제 시장은 밤 9시까지 불을 밝힌다. 평일 방문 고객은 2000명 정도로 재개장 초기보다 다소 줄었다. 하지만 매출은 재개장 이전보다 높다. 기존 상인 매출은 2~3배 늘었고 청년들도 하루 평균 100만원을 판다. 오픈 초 55개였던 점포도 65개로 늘어 명소로 거듭났다.


글 jobsN 이연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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