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3번 망한 뒤 벼랑끝에서..4000억 대박 반전

조회수 2020. 9. 24. 01:1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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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하나로 반년만에 4000억 벌고 CEO된 PD
김창한 배틀그라운드 총괄 PD
15년간 세번 실패 뒤 배틀그라운드 개발
최근 배틀그라운드 전권 쥔 CEO로 승진

카이스트(KAIST)에 다니던 시절 게임 창업에 뛰어들어, 15년간 게임 세 편을 만들었다. 모두 망했다. 신용불량자는 면했지만, 동창들만큼 넉넉히 살진 못했다. 가족들마저 슬슬 기대를 접을 때 즈음, 한 번만 더 해 보자는 심정으로 기획서를 냈다.


그렇게 만든 김창한(43) 프로듀서(PD)의 네 번째 작품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는, 지난 9일 기준 동시 접속자 수 199만, PC방 점유율 22.4%(2위)를 기록했다. 배틀 그라운드의 인기는 세계적이다. 해외 판매량이 1300만장을 훌쩍 넘겼다. 공식 발표는 아직 없지만, 업계에선 누적 매출액이 4000억원은 가뿐히 넘겼으리라 추산한다. 정식 출시도 아닌, 얼리 액세스(미리해보기) 단계에서 거둔 성과다.

출처: 블루홀 제공
게임 '배틀그라운드' 포스터(왼쪽)와 김창한 PD.

그는 어떻게 배틀그라운드를 만들었나


-예전에 만드셨던 게임들이 거듭 흥행 실패를 겪었는데, 이번만큼은 잘 될 거란 확신이 있으셨는지.


확신을 갖고 게임을 만든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성공 실패는 제가 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사실 배틀그라운드 첫 기획안을 낼 때만 해도, 돈은 못 벌어도 손해는 안 볼 정도로 운영하겠다 말했을 정도였습니다. 회사(블루홀)도 큰 기대까진 않고, 그저 북미에 게임을 서비스한 경험을 쌓는 정도에서 만족한다는 분위기였으니까요.


-배틀그라운드는 예전에 만들었던 게임과 어떤 점이 달랐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보시나요?


사람들이 좋아할 게임을 만들려고 해 성공한 것 같습니다. 대학 시절 게임으로 창업하려고 마음 먹은 이유는 연구 주제던 ‘서버’를 가장 다루기 좋은 산업 분야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재미보다는 편의, 실리 측면에서 접근했던 거죠. 그래서 널리 사랑받는 게임을 만드는 능력이 부족했던 듯합니다. 하지만 이번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를 영입해 이 결점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출처: 배틀그라운드 홈페이지

-어떤 철학으로 배틀그라운드 팀을 이끄셨나요.


실무자 우선주의였습니다. 제 입장이나 의견을 누르고, 개발자 의견을 최대한 존중했습니다. 배틀그라운드 개발팀엔 FPS 게임에 배틀로얄 룰을 최초 도입한 브렌든 그린(Brendan Greene)을 비롯해, 명작 FPS 게임 ‘콜 오브 듀티’ 제작진, 건플레이(총싸움) 매니아, 서버관리 전문가, 언리얼 엔진 베테랑 등 각 분야 최고 능력자들이 있습니다. 그분들을 믿고 제작 방향과 프로젝트 기일만 제시했을 뿐, 디테일은 몽땅 일임했습니다. 이건 회사 방침이기도 합니다. 한 번 맡긴 프로젝트를 중간에 흔들지 않고 결과 나올 때까지 지켜보는 게 블루홀 스타일이거든요.


총괄 PD로서 제가 한 주요 업무는, 팀원 간 이견 조율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는 아바타 움직임을 최대한 실제 사람에 가깝게 구현하길 원합니다. 하지만 진짜 사람처럼 뛰고 나서 숨차하거나 총구가 떨릴 정도로 현실적인 아바타를 만들면, 게임의 재미가 떨어진다 생각하는 이도 있습니다. 그래서 최소 1주일에 한 번은 팀원 모두 함께하는 플레이 테스트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실제 게임을 해보며 입장 차를 조절하기 위한 모임입니다. 같이 직접 해보니 충돌이 많이 줄더군요.

출처: 블루홀 제공
배틀그라운드 개발팀원들.

때론 지시도 하긴 했죠. 과도한 스펙은 빼자, 일정을 서두르자 등등이요. 하지만 팀원들이 장인정신으로 버티면, 가급적 한발 물러나 양보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분들 고집 덕에 게이머들에게 사랑받는 게임을 만들 수 있던 게 아닌가 싶지만요.


-아무튼 적어도 현재까진 대성공을 거두고 있는데, PD님을 비롯한 배틀그라운드 팀은 어떤 포상을 받았는지요?


회사 방침상 게임 런칭 후 1년이 지난 시점 실적으로 포상합니다. 얼리 액세스도 런칭으로 치긴 하니, 내년 4월때지요. 그때까지 쭉 잘해 나가야 포상을 기대할 수 있을 듯합니다. 포상과는 무관하게 이번 성공은 제게 매우 뜻깊었습니다. 간만에 주변인들로부터 축하를 굉장히 많이 받게 된 건 물론, 오랜 세월 맘 졸이며 지켜보던 가족도 드디어 한시름 놓게 됐으니까요. 특히 2000년 창업 시절부터 17년을 함께해 온 후배가 배틀그라운드 팀에 있는데, 이제서야 간신히 은혜를 갚은 듯해 기쁩니다. 그간 좋은 곳에서 제의를 많이 받았는데도 끝까지 믿고 버텨준 친구거든요.


사실 포기 직전에 대반전이 온 거라 더 벅차기도 하고요. 좋아하는 걸 계속 파다 보면 빛 보는 날이 있구나 싶네요.


-여담입니다만, 엘린이 배틀그라운드의 엄마라 말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데, PD님이나 회사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시는지요?


어쨌든 배틀그라운드 이전엔 블루홀 성공작이 사실상 테라(TERA) 뿐이었고, 그러니 배틀그라운드 개발 비용에 자연히 테라에서 번 돈이 들어갔고, 테라를 상징하는 인기 캐릭터가 엘린이니, 맞는 말 같습니다.

출처: 인벤 캡처
게임 '테라'의 마스코트 캐릭터 엘린(오른쪽).

PD에서 CEO로


블루홀은 지난달 29일 배틀그라운드를 개발한 자회사 ‘블루홀지노게임즈’ 사명을 ‘펍지주식회사’로 바꾸고, 김 PD를 CEO로 임명했다. 사실상 김 PD에게 배틀그라운드와 관련된 모든 권한을 맡긴 셈이다.


그의 역작(力作) 배틀그라운드는 올해 연말 얼리 액세스 단계를 벗어나 정식 출시될 전망이다. 김 PD는 “지금까진 최적화 미흡, 서버 불안정, 버그 등 문제를 ‘미완성’ 명분으로 버텨낼 수 있었지만, 정식 출시 이후엔 통하지 않을 변명임을 안다. 최선을 다해 게임 완성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글 jobsN 문현웅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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