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헤니 트레이너·교사..파란만장 20대 보낸 청년이 택한 직업
트레이너·체육교사 출신 스타트업 도전기
운동검사 솔루션 소프트웨어 '피트' 홍석재 대표
"지칠 때까지 많이 운동하는 것만이 능사 아냐"
피트(FITT·Frequency Intensity Time Type)는 운동검사 소프트웨어다. 개인의 건강·체력 정보를 알려준다. 나아가 무슨 운동을 어떻게 얼마나 해야 하는지도 알려준다.
“영어학원에서 레벨테스트하듯 운동도 마찬가지입니다. 선수가 아니라면, 운동은 지칠 때까지 하는 게 아닙니다. 건강·체력 상태에 따라 달릴 수 있는 속도, 시간이 달라요. 이전에는 ‘적당한 빠르기로 달리세요’라고 말했다면, '시속 7.5km로 20분 달리면 체지방을 효과적으로 태울 수 있다'고 더 정밀하게 알려줍니다.”
2016년 2월 첫 서비스를 시작했다. 2017년 9월 기준 매출은 1억5000만원. 전국 100여개 피트니스센터 가맹점과 서울대·영남대·중앙대, 일부 보건소에서 피트를 쓴다. 삼성 썬더스 농구단·우리카드 배구단도 피트 운동검사를 사용한다. 독일체육대학교 유소년 태권도 선수단도 고객이다.
피트를 만든 사람은 홍석재(34) 대표. ‘피트’는 그의 현장 경험과 연구 노력의 결과물이다. 2007년 중앙대학교 체육학과를 졸업하고, 교육대학원 체육학 석사를 받았다. 이후 서울대 스포츠과학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며 현재 초·중·고교에서 쓰는 체력검사법 개발에 참여했다. 호텔신라에서 트레이너로, 계원예술중학교에서 체육교사로 일했다. 기간제 교사로 일하다 정교사 시험에 합격해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과감히 포기하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신이 알고 있는 운동검사가 전부가 아니다
피트는 보건소나 피트니스 센터에서 체지방·근육량을 알려주는 ‘체성분 분석기’와는 다르다. “운동능력은 심폐지구력(호흡기관이 오랜 운동이나 일에도 견딜 수 있는 능력)·근력·근지구력·유연성·신체조성(체지방량·뼈·근육량 비율) 5가지로 구성됩니다. 지금까지는 '신체조성' 검사만 했습니다. 피트는 나머지 4가지 요소까지 검사합니다.”
각종 기기를 몸에 붙이고 달리는 검진 장비가 있지만 1억~2억원에 달하는 고가다. 반면 피트를 쓰면 정기 이용료만 내면 된다. 한달에 300명을 측정하기 위한 비용은 15만원. 전문가는 홈페이지에 로그인해 측정 검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일반 소비자는 측정 받을 수 있는 센터를 찾아 신청하면 된다.
예를 들어 ‘심폐지구력’을 측정한다면, 트레드밀에서 12분간 전속력으로 달려 나온 거리를 자신의 나이와 키, 몸무게와 함께 입력한다. 클릭 한번으로 운동능력이 어느 정도이며 앞으로 어떻게 운동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운동은 크게 3가지로 나뉩니다. 신체활동(physical activity), 운동(exercise), 훈련(training)입니다. 가령 심폐능력을 늘려야 한다고 해볼게요. 달리기보다 걷기가 좋다고 하지만 꼭 그렇지 않습니다. 걷기는 신체활동이라 3시간을 해도 심폐능력이 늘지 않아요. 달리기로 '훈련'해야 심폐능력이 좋아집니다.”
검사 알고리즘은 30년 전부터 세계 학술지에 등재된 SCI(Science Citation Index)급 논문에 근거한다. 데이터마다 신뢰도가 다른데 90% 넘는 것만 추렸다.
20대 때 여러 경험 쌓으며 사업 역량 다져
홍 대표는 "20대에 겪은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그가 대학에 입학했을 무렵 그의 아버지는 위암 진단을 받았다. 홍 대표는 이때부터 생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녹즙 판매 아르바이트, 집에 방문해 운동을 알려주는 홈트레이닝 과외를 했다. 동업으로 피트니스센터를 한 적도 있다. 제법 성과가 좋았다. 한달에 1000만원을 벌 때도 있고 입소문이 나 고수, 다니엘 헤니 같은 연예인도 담당했다. 그의 아버지는 8년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현장을 경험하며 보니 다이어트 경험이나 감으로 운동법을 알려주는 트레이너가 많았다. 운동 정보가 정확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동검사에 관한 수많은 논문이 있는데 아무도 활용을 안하더라구요. 엑셀로 나름 검사표와 처방법을 만들었어요. 반응이 좋았어요. 이걸 모든 트레이너가 쓰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야 했지만 지식이 전혀 없었다. A4용지에 직접 손으로 소프트웨어를 그려 개발자를 찾으러 다녔다. 하지만 사기를 당해 1억5000만원을 날리기도 했다. “갖고 있는 걸 잃더라도 계속하고 싶더라구요. ‘스타트업 성향’에 맞았던 것 같아요.”
2015년 9월 시험버전을 만들었다. 일반 소비자가 아닌 ‘트레이너’를 공략했다. “페이스북에 흔히 볼 수 없는 전문 자료를 올렸습니다. 칼럼도 썼어요. 사람들은 전문가를 신뢰하잖아요. 가령 의학지식을 얻으려면 포털보다는 ‘의사들만 이용하는 사이트’에서 제대로 된 정보를 얻을 거라 생각하죠. 트레이너에게 인정받으면 트레이너가 가르치는 수강생이 알게 되고 나아가 센터를 다니지 않는 사람도 관심을 가질 거라 봤습니다.”
홍 대표가 올리는 글은 트레이너 사이에서 공유되며 피트의 인지도를 올렸다. 2016년 2월 유료 서비스를 내놓자 마자 첫달에 500만원 매출이 났다. 대부분 소프트웨어가 인지도를 올리기 위해 무료로 시작하지만 피트는 이미 입소문이 났기 때문에 가능했다.
피트는 트레이너 대상으로 꾸준히 세미나를 열고 있다. ‘측정평가사’라는 자격증도 만들었다. 홍 대표와 초청강사들이 운동검사·해석 방법을 알려준다.
“트레이너라도 다시, 계속 공부해야 합니다. 전문적인 내용을 고객에게 쉽게 설명해야할 의무가 있어요. 요즘 트레이너는 ‘다이어트 경험 있고 몸 좋으면 한다’는 편견이 있어 아쉽습니다. 전문직이 아닌 생계형이 된 것 같아요. 시설과 외모로 영업하기 보다 앞으로는 ‘전문성’으로 경쟁했으면 합니다. 피트가 분명 도움을 줄 거라 봅니다.”
인간 출생부터 사망까지 건강을 관리하는 ‘헬스케어 타운’을 만드는 게 홍 대표의 목표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건강을 통해 행복한 인생을 살았으면 합니다. 우스갯소리로 ‘전국민이 호상을 누리길 바란다’고 말해요. 되도록 아프고 병드는 시간과 고통의 크기를 줄여주고 싶습니다.”
글 jobsN 이연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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