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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2017.10.08. 작성

2시간만에 사과 3억5천만원어치 팔고 억대연봉 받는 남자

2시간에 3억5000만원어치 사과 팔아치우는 과일경매사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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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차 과일경매사 이영신 전무
경매사는 마케팅 기획능력 갖춰야

이영신(61)씨는 서울 가락시장에서 일하는 과일경매사다. 34년차 베테랑으로 억대 연봉을 받는다. 과일 경매사는 전국에서 출하된 청과의 품질을 확인해 경매 우선순위를 정하고 마이크를 잡고 경매를 진행한다.


국내 최대 농수산물 시장인 가락시장(54만 3451㎡)에서 하루 거래되는 청과물은 8000여톤. 이 중 이씨가 550여톤을 '중앙청과'에서 경매한다. 중앙청과는 가락시장 내 6대 도매법인 중 하나다. 이씨는 중앙청과 전무로 근무중이다. 과일경매사로서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아 임원 자리까지 올랐다. 잡스엔(jobsN)이 이 전무를 만나 과일경매사의 세계에 대해 들었다.  

중앙청과 이영신 전무

출처 : jobsN

-과일 경매는 언제 시작하나

"새벽 2시부터 과일(참외·포도·감귤·메론·복숭아) 경매를 시작합니다. 사과, 배는 아침 8시 반부터 경매를 진행해요. 경매 전 상품을 꼼꼼히 체크하죠. 색, 크기에 따라 선별이 잘 됐는지 우선 봅니다. 다음으로 기형, 미숙, 상처 유무를 봅니다. 맛은 기본입니다."


가락시장 청과물 공판장에는 사과 박스가 탑처럼 쌓여 있었다. 전광판이 설치된 경매대가 들어오자 중도매인들은 단말기를 들고 모여들었다. 중도매인은 농수산물 경매를 통해 소매상에 중개하는 사람이다. 중개 수수료로 경매가의 4%를 받는다.


기록수가 미리 작성한 판매 원표대로 사과 품명, 생산자, 중량, 등급이 전광판에 떴다. 기록수는 경매를 실질적으로 하지 않지만 출하주를 관리하고 경매결과를 산지에 보고하는 일을 한다. 기록수가 앞에서 호창(呼唱·큰 소리로 부름)했다. 경매 물건은 홍로(紅露). 8~9월에 출하하는 여름사과다.


이날 시세는 5㎏ 기준(11~13개)에 1만8000~2만5000원이었다. 두 시간만에 3억5000만원치 사과가 팔렸다. 원래 예상 가격보다 낙찰가가 떨어지면 생산자에게 팔 것인지 확인 전화를 한다. 

경매에 앞서 사과 상태를 체크하는 중도매인

출처 : 본인 제공

-경매사 역할은

"시장을 가면 상인들이 흥을 돋우기 위해 ‘골라 골라’ 호객행위를 하죠. 경매를 진행할 때도 추임새를 넣습니다. 목소리가 크고 체력이 좋으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었죠. 예전에는 수지식(手指式)으로 경매를 진행했어요. 손으로 숫자 표시를 하며 입찰가격을 제시하는 거죠. 보통 100여명 중·도매인들이 경매에 참여합니다. 호가해서 불과 10초 안에 높은 가격을 제시한 사람이 최종 낙찰돼요. 사전에 물량조사를 하기 때문에 최고가와 최저가를 어떻게 정할 지 예측합니다. 80%는 맞아 떨어지죠.


갑자기 상품이 소진되거나, 주문량이 쇄도하면 가격이 폭등합니다. 이 경우 시세를 어떻게 유지할지 판단해요. 낙찰가는 농산물 표준가격이 돼요."


-과거와 어떻게 달라졌나

"중앙청과는 1999년 전자경매를 도입했어요. 전자식 무선 단말기로 엔터만 치면 돼요. 경매사가 상품을 소개하면 중도매인들은 단말기 숫자판에 응찰가격을 입력해요. 경매사는 노트북으로 실시간 확인하며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중도매인을 낙찰자로 선정해요.


낙찰정보(출하자·생산지·차량번호·품질·수량·중량)는 대형 전광판과 농협공판장 홈페이지에 등록돼요. 과거 수지식 경매와 비교했을 때보다 경매 과정이 투명해졌습니다."


-전자식 경매도입으로 경매사의 권한이 축소되지 않았나

"경매 외에도 경매사들은 최초가격발견과 동시에 그 지역의 농산물 가치를 평가합니다. 더 나아가 소비자들이 만족하는 최상품을 생산하도록 컨설팅해줘요. 산지의 상품을 기획하고 소비자를 분석하는 포괄적인 업무를 합니다"

사과 경매를 진행하는 모습

출처 : 본인 제공

이 전무는 1983년 노량진 수산청과에 입사했다. 경매사 1기 교육을 받아 1986년 경매사로 첫 발을 뗐다. 이후 실력을 인정받아 1998년 가락시장 도매법인 중앙청과로 스카웃됐다. 입사 2년 만에 부장을 달고 2001년 전무로 고속 승진했다.


-경매사 출신으로 드물게 임원이 됐다

"당시 가락시장에 중앙청과를 포함한 5개 법인이 있었어요. 4등이었던 중앙청과 매출을 2007년 이후 1위로 끌어올렸죠. 조직관리, 인력관리, 출하관리를 도맡아서 했어요. 현장에서 동료 경매사들을 통솔하는 리더십을 좋게 봐준 것 같아요. 연봉은 약 1억입니다. 2016년 회사 매출이 7314억원입니다. 올해 매출은 75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어떤 루트로 경매사가 되나

"청과회사에 입사하면 생산지 출장을 동행하는 등 3~4년간 도매시장을 경험하죠. 경매사 시험에 합격하면 보조경매사로 5년간 실무 경험을 쌓게 됩니다. 경매기록보조나 경매장 관리가 주업무입니다. 경매사 자격증을 취득해도 경매 업무를 바로 할 수 없습니다.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직업이기 때문이죠."


농수산물유통공사에서 주관하는 경매사 자격시험은 2년에  한 번 시행된다. 필기에서 유통상식, 경매실무, 도매시장 관계법령, 상품성평가를 본다. 평균 60점 이상 점수를 받으면 합격한다.


실기는 5분 내외로 모의 경매를 진행한다. 전자식, 수지식을 포함한 4문제로 상품확인, 경락자 결정능력, 호창 및 성량 등 경매태도를 평가한다. 70점 이상 점수를 받으면 경매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근무 환경은

"격주로 토요일에 근무합니다. 일요일은 원칙적으로 휴일입니다. 하지만 일이 많아서 근무할 때가 많습니다. 일이 적은 시기에 몰아서 쉬곤 합니다. 청과회사 신입 기준으로 초봉이 3000만원입니다. 연말에 매출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습니다. 2016년에 경매사들에게 280%를 지급했어요.


-경매사에게 필요한 역량은

"경매사는 전국의 농민들, 중·도매인 등 많은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직업입니다. 농심(農心)을 이해하는 공감능력은 필수입니다. 과일경매사가 되려면 과일 전문가가 돼야 합니다. 예컨대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탄저병이 생기는 과일 작물이 있어요. 농민들을 교육할 때 산지 환경에 맞는 과일품종을 추천해줘야 합니다. 과일 경매사는 농산물을 업으로 하기 때문에 인내심과 희생정신이 제일 중요합니다."


-경매사로서 고충은 없나

"보통 직장인과 생활 리듬이 달라요. 오후 6시 출근하면, 새벽 2시에 퇴근합니다. 새벽 2시 출근하면 아침 10시 퇴근, 새벽 6시 출근하면 오후 4시 퇴근입니다. 36시간 연속으로 일한 적도 있어요.


경매를 진행할 때 목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자주 쉽니다. 빠른 속도로 말해야 하기 때문에 발음이 뭉개지죠. 자연재해로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면 가슴이 아픕니다. 일년 농사로 사시는 분들인데 고생한 보람이 있도록 합리적인 가격을 받게 하고 싶어요."


-언제 가장 보람을 느끼나

"산지 교육때문에 외근이 잦은 편입니다. 농민들에게 소비자 동향, 품목별 출하시기, 출하지역 특성, 가격전망을 교육합니다. 유통환경이 변화됐기 때문에 경매사들도 2000년부터 한국생산성본부에서 마케팅 교육을 받고 있어요. 경매사도 경매에 앞서 소비자가 원하는 트렌드를 파악해야 산지교육을 할 수 있습니다. 농민들이 고수익을 올릴 때 뿌듯해요."

산지교육을 진행하는 이영신 전무

출처 : 본인 제공

-1인 가구 시대다. 과일시장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소비자들은 신선한 과일을 먹고 싶어합니다. 양보다 질로 승부해야죠. 소포장으로 가격을 올리는 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 나아요. 생산지에서 소포장을 꺼려하는 이유는 생산비용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시대에 대량으로 포장 판매하면 소비가 둔화돼요. 과일을 다 먹지 못하고 버리면 재구매로 이어지지 않죠."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취업난이 최대라고 하지만 시골은 상황이 다릅니다. 인구 고령화로 구인난이 심각해요. 젊은이들이 농촌으로 온다면 농작물을 재배해 직거래나 인터넷 상거래를 할 수 있죠. 청년 농부가 많아지면 농촌경제는 훨씬 좋아질 겁니다. 남들이 가는 길을 다 따라갈 필요는 없어요.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일할 자리는 많아요. 대학을 나왔다고 해서 일을 가려서 하는건 안일한 생각입니다. 농민들은 주 5일제, 하루 8시간 근무가 없어요. 땀을 흘린만큼 얻는 정직한 노동이죠."


글 jobsN 박성윤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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