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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 사흘간 직접 편의점 '대타 알바'뛰고 받은 돈은..

조회수 2020. 9. 24. 00:4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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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취준생의 편의점 추석 대타 알바기

#추석이다. 나는 취준생. 연휴지만 평소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토익 특강을 듣고, 곧 있을 중간고사 공부를 할 것이다. 할 수 있다면, 단기 알바도. 대학 졸업을 코앞에 둔 4학년 2학기. 용돈을 부모님께 손 벌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 학교 아르바이트 게시판에 올라오는 대타 알바를 알아봤다.

추석 연휴인 지난 10월 3일, 나는 학교 근처 편의점에서 대타 알바를 시작했다.

#지난달 25일. 학교 근처 편의점에서 추석 연휴인 10월 3~5일 대타 알바를 구한다는 글을 읽었다. 글 올린 사람과 연락이 됐다.


  “안녕하세요, 알바대타 글 쓴 사람인데요, 편의점은 학교에서 걸어서 15분 걸려요. 시간은 오후 4~10시. 시급은 최저시급인 6470원입니다. 추석에 해주시는 대신 제가 하루 만원씩 더 드릴게요.”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편의점 알바야 스무살 때부터 2년간 지겹게 했던 일이니 익숙하다. 사상 최장의 명절 연휴. 공부만 하는 것도 힘에 부친다.


  #지난 3일. 대타 알바 첫 날. 편의점으로 향했다. 365일, 24시간. 1초도 불을 꺼선 안 되는 곳. 네모난 투명 상자 안에서의 시간은 언제나 평평하게 흘러간다. 세상을 굴리는 톱니바퀴가 멈춰 서더라도 편의점만큼은 부지런히 페달을 밟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편의점 사장님의 눈빛엔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편의점에서 2년 일해봤다고? 그런데 다른 회사 편의점에서 일했던 거라 바로 투입이 어려울 수도 있겠네.” 대타를 구한 알바생과 이야기가 제대로 안된 탓인가. 멋쩍은 웃음만 짓게 된다.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전화하고, 학생증 문자로 좀 보내줘요” 내가 미덥지 않아서인지, 기존 알바생과 같이 일했다. 주말 아르바이트생이지만 추석 대타를 나왔다는 S씨. 평소에 비해 물건이 적게 들어왔다고 한다.


  “추석이라 그런지 우유, 빵 발주량이 적어요, 주로 도시락이나 술 특히, 막걸리가 제일 잘 나가는 편이에요."


  추석 때 일하기 힘들지 않냐고 묻자 그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일할 사람이 없으니까. 그래도 추석 때 잠깐 시간 내서 용돈 벌어 좋아요”

유통기한은 조금 지났지만 먹을 수 있는 음식, 폐기 음식이라 불리는 것들이 내 저녁이 됐다.

#연휴라고 해서 편의점 일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 오후 7시가 되면 우유, 커피 같은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식품들이 들어오고, 8시에는 폐기 음식을 체크해서 빼면 된다. 남은 폐기 음식은 내 저녁이 된다. 3일간 저녁으로 도시락, 치킨강정, 햄버거를 먹었다. 

혼추족을 위해 특별 제작된 도시락과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이 매장 한구석을 가득 채웠다.

평소와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나처럼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이들을 위해 특별 제작된 도시락들이 매장 한 구석을 가득 채운다. 도시락 하나에 1만원 가까이하지만 명절 음식이 푸짐히 담겨있어 인기다. 추석선물세트도 눈에 띈다. 참기름, 참치, 햄 통조림과 같은 대표적인 명절 선물세트가 주를 이룬다. 가격은 1만원대 후반에서 3만 원대 초반까지 다양하다. 아이들을 위한 알 모양 장난감, 인형놀이세트도 진열돼 있다.


  #4일인 추석 당일. 나름 긴장했지만 편의점은 평소보다 더 조용하다. 추석이라서 오히려 큰일이 없다. 하지만 소주나 맥주를 사러 온 사람만큼은 매우 많았다. 냉장고를 채워도, 채워도 끝이 없다.


  네 캔에 1만 원 하는 해외 맥주가 가장 인기다. 친척끼리 모여 맥주파티라도 하는가 싶다. 평소보다 소화제 찾는 사람이 많았다. 일이 끝나는 오후 10시쯤, ‘부채표 소화제’가 동났다. 명절이어서 제사 음식을 배부르게 먹는 사람이 많았으리라.


  #“가수나 아나운서 할 상이네”


  4일 밤 술 냄새가 코를 찌르는 할아버지가 편의점에 들어와 말을 건넨다. “관상을 볼 줄 안다"라며 10분 넘게 편의점을 떠나지 않는다. 어쩔 줄 몰라서 웃고만 있는데 옆에서 다른 아저씨가 끼어든다.


  “할아버지 제 관상도 좀 봐주세요” 건장한 아저씨가 무서웠던지 할아버지는 어물거리다 편의점을 떠난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저런 사람들 신경 쓰지 말아요, 연휴인데 일해요? 힘들겠네.” 

알바를 하면서 잠시 여유가 생겼을 땐 좋아하는 책도 읽고 초콜렛도 먹었다

#알바하면서 시간 날 때면, 짬짬이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었다. 영화나 책을 보다가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면 인사를 하고, 계산을 했다. 물건이 빠지면 채워 넣고, 재고를 파악했다. 편의점에서 일을 했다기보다는 편의점에 몸을 맡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취업 준비로 몸과 마음이 지쳐있었다. 확신보다는 불안이 앞섰다. 잘 할 수 있을까, 곧 졸업인데 바로 취직해서 돈 벌 수 있을까. 답답하고, 초조했다. 추석 연휴 3일간의 대타 알바는 그런 의미에서 조금은 “유익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잠시나마 머리를 텅 비우게 해 준 시간이었다.


  #3일간 총 17시간을 알바하며 손에 쥔 돈은 14만500원. 작지만 소중한 돈이다. 10만원은 추석이니까 부모님께 드리고, 남은 돈으로는 평소 읽고 싶던 소설책을 살 계획이다. 2017년의 추석. 열흘간의 연휴. 사람들은 저마다의 모습으로 추석을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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