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니 종현도 즐겨쓴다는 ○○○앱으로 대박

조회수 2020. 9. 24. 00:4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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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니 '종현'도 쓴다?..사진 못 올리고, 좋아요 못 누르는 심심한 앱으로 80만명 모은 공대생 둘
글쓰기 앱 '씀' 만든 이윤재·이지형씨
출시 1년9개월만에 80만명 내려받아
개인 출판서비스도 시작

‘씀’은 글쓰기 앱이다. 하루 두 번 글감이 스마트폰으로 온다. 오전 7시와 오후 7시. ‘일탈, 길들여진, 함부로, 돌아오지 않는, 떠오르다’처럼 글감은 짧고 다양하다. 씀 사용자들은 제시어를 보고 스마트폰에 관련 글을 쓴다. 다른 사람이 쓴 글도 볼 수 있다. 앱에서는 흰색과 검은색만 보인다. 사진과 영상은 물론 없다.

이 심심하기 짝이 없는 앱을 내려받은 사람이 80만명이 넘는다. 2015년 12월 앱 출시 이후, 1년9개월 여만에 거둔 성과다. 씀에는 지금까지 400만개 넘는 글이 올라왔다. 하루 1만6000여명이 접속한다. 앱을 만든 사람은 유니스트(UNIST·울산과학기술원)에 다니는 이윤재(26), 이지형(23)씨. 둘 다 공대생이다. 시험삼아 만든 앱이 대박을 치면서 두 사람은 4학기째 휴학 중이다. 총 2억5000만원 가량 투자도 받았다.


“1000명을 목표로 만든 앱이 800배로 커졌으니 저희도 처음에는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앱 다운로드 수가 1만을 넘으면 각자 분홍색으로 탈색하고, 삭발한다고 저희끼리 농담을 했는데 말이죠.” 페이스북·인스타그램·블로그 등 쓸 공간이 넘치는 소셜미디어 과잉시대. 두 공대생이 만든 이 싱거운 글쓰기 앱은 어떻게 성공했을까.   

씀을 만든 이윤재(안경 쓴 사람), 이지형씨

기존 소셜미디어의 염증에서 비롯된 ‘씀’

세 살 터울의 두 사람은 2013년 교내 창업동아리에서 선후배로 만났다. 여러 명이 팀을 꾸려 온갖 공모전에 나갔다. 주로 정부부처, 대학, 지자체에서 주최한 창업 경진대회였다. 1년 반 만에 10개 넘는 상을 받았다. 공허했다. 공모전은 공모전일 뿐, 실제 사업을 하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스펙을 쌓자고 한 일이 아니었어요. 새로운 것을 만들어보자는 순수한 열정에서 비롯된 활동인데 어느 순간 대회를 위한 대회가 돼버렸더라고요.”


이후 두 사람이 속한 팀은 대회 출전이 아닌 실제 사업화에 도전하기로 했다. 하지만 안 맞는 부분이 많아서 구상이 엎어질 때가 많았다. 서로를 위해 마음 맞는 사람끼리 갈라져 추진해보기로 했다. 기숙사 룸메이트였던 윤재씨와 지형씨는 자연스럽게 한 팀이 됐다. 두 사람은 독서와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글을 자주 쓰고 싶은데 제대로 된 여건이 갖춰져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개발할 때, 씀의 화면을 어떻게 할 지 종이에 그려가며 회의를 한 두 사람

“페이스북 등 기존 소셜미디어에 대한 회의감 같은 것이 있었어요. 이게 정말 ‘나를 위한 공간인가’ 싶은 거예요. 소통이라는 명분으로 별 생각없이 ‘좋아요’ 누르고, 댓글을 답니다. 게시물 올리면 사람들은 좋아요 수가 몇인지, 댓글이 몇 개나 달렸는지 같은 것들에 더 신경쓰죠. 원하는 글을 쓰지도 못해요. 사람들의 시선이 불편한거죠.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눈치 안 보고, 마음 편히 쓸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좋겠다 싶었어요.”


항상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을 글쓰기에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푸쉬(push) 알람으로 질문을 던져서 그에 대한 답을 하게 하고, 답들을 이어서 하나의 완결된 글을 만들어주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하지만 질문을 만드는 것은 번거로운 일이었다. 질문은 ‘글감’을 던져주는 것으로 바뀌었다. 글감만 던져주면 너무 가벼우니, 책에서 해당 글감이 들어간 인용문을 같이 제공해주기로 했다. 글을 공개해서 다른 사람들끼리 볼 수 있게 만들기로 했다. 첫 아이디어가 나오고 3개월여 만인 2015년 12월 앱이 완성됐다. 윤재씨가 디자인, 지형씨가 개발을 맡았다.

심플한 '씀'의 화면

’글쓰기’에 집중…제한된 소통이 특징


처음 ‘씀’을 만들 때만 해도 다양한 앱들을 대학 졸업 때까지 여러 개 만들어 보자는 생각 뿐이었다. 글쓰기 수요는 분명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적다고 봤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씀은 일주일 만에 2000명이 내려받았다. 한 달 뒤에는 다운로드 수가 1만을 넘었다. 생각지 못한 ‘흥행’이었다. 인기 아이돌그룹 '샤이니' 멤버 종현도 언론 인터뷰에서 '씀' 사용자임을 밝혔다. 

출처: 종현 인스타그램(jonghyun.948),공식사이트(http://jonghyun.smtown.com) 캡처
'씀' 사용자임을 밝힌 샤이니 종현

씀은 2016년 3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창업 지원 기관)로부터 3500만원을 투자받았다. 이후 두 사람은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서울에 올라와 작은 오피스텔을 구했다. 같이 먹고 자며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시켜나갔다. 그 해 9~10월에는 4개 기관으로부터 2억원 넘는 돈을 투자받았다.


씀은 기본적으로 사용자가 ‘잘 쓰게’ 하는데 집중한 앱이다. 앱의 부제(副題)는 ‘일상적 글쓰기’다. 접속하면 글감이 정중앙에 떠 있다. 글씨체는 ‘나눔명조체’다. 아래에 있는 만년필 모양을 터치하면 바로 글을 쓸 수 있다. 한 페이지를 넘기면 글감이 들어간 인용문이 보인다.


글은 공개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 다른 사람들의 글을 글감 별로 모아서 볼 수 있다. 마음에 드는 글은 담아갈 수 있다. ‘나의 글’이라는 페이지에 들어가면, 원하는 주제로 ‘파일’을 만들어 글을 파일 별로 모을 수 있다. ‘모음’ 기능이다. ‘읽기’라는 페이지에는 다른 사람이 공개한 ‘모음’들을 볼 수 있다.


씀은 ‘소통’에 조심스럽다. 기존 소셜미디어에서 느꼈던 염증이 재현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다른 사람 글에 ‘좋아요’나 ‘댓글’을 달 수 없게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른 사람이 글을 담아간 숫자도 표시되지 않는다. 글에 대한 감상은 ‘모음’에만 달 수 있다.  

두 사람이 서울에 올라와 사무실 겸 숙소로 활용한 오피스텔(왼쪽)

내가 쓴 글을 손쉽게 책으로 낼 수 있도록


여자 이용자가 남자보다 많다. 비율은 각각 65%, 35%다. 연령 분포를 보면 20대가 35~40%, 10대가 20%, 30대가 10% 정도다. “30대 중에는 쓰지는 않고 읽기만 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고, 10대 중에는 일기쓰듯이 글을 차곡차곡 쌓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외국인 이용자도 1000명 가까이는 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글감은 두 사람이 직접 찾는다. 책이나 인터넷에서 인상깊은 글귀를 발견하면 발췌해놓는다. 제보도 자주 받는다. 보통 2주치 글감을 저장해둔다. 최근 개인 출판서비스를 내놨다. 자신이 쓴 글을 모아 책으로 만들 수 있는 서비스다.


“책을 내고 싶은 분들이 많지만, 쉽지 않습니다. 출판사를 통하는 것은 소수에게 제한돼있고, 직접 출간하고 싶어도 기본 발행권수가 100~200권은 돼서 부담이죠. 씀이 1~20권 정도로 소량 발행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은 이유입니다. 자신이 쓴 글을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나눠줄 수 있는거죠. 글을 쓴다는 것, 책을 낸다는 것의 벽을 낮추고 싶어요.”


글 jobsN 김지섭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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