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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전국 3위 찍는 카페에 있는 특이한 테이블

조회수 2020. 9. 24. 00:1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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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한복판 185평 커피전문점을 도서관처럼 꾸민 회사
할리스커피, 점포 입지 선정 때 역발상
부동산에 대한 관심과 인내 필요한 직무
드라이브쓰루 등 새로운 도전 가능

서울 지하철 강남역 11번 출구 앞. 골목길을 낀 코너에 너비 2m의 빨간색 문이 있다. 할리스커피 강남역점. 밖에서는 내부가 잘 안보인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매장 규모가 611㎡(약 185평)로 넓다. 1층 입구부터 반층 아래까지 넓게 펼쳐진 모양이다.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한다는 의미)을 위한 1~2인 좌석을 50개 이상 준비했다. 벽을 보고 앉는 테이블은 독서실 같은 느낌도 준다. '공부하기 좋은 카페'로 학생들 사이에선 입소문을 타고 있다.


하루 방문객은 1000명. 재방문 고객이 많아 전국 할리스 매장 중 매출 3위다. 여러 커피 브랜드가 1~2년 주기로 들고 나는 강남역에서 3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카공족이 많으면 매출이 안 나온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카공족을 위한 공간을 만든 게 비결이었다.

출처: jobsN
할리스 강남역점 입구와 매장 내부. 코너를 낀 정문은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매장 내부에는 카공족을 위한 1인 책상, 콘센트가 있는 큰 테이블 등이 있다.

처음 이 자리에 점포를 낸다고 했을 때 사내에서도 의아해하는 직원들이 있었다. 전통적으로 좋은 입지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강남역 상권은 임대료가 비싸지만 유동 인구가 많다. 수익을 내기보다는 브랜드를 알리는 플래그십 매장이 주로 들어오는 지역이다. 걷거나 버스, 자동차 등을 타고 지나가면서 볼 수 있게 주로 대로변에 가게를 낸다. 내부가 보이도록 통유리로 큰 창을 만든다. 보통 1층부터 2~3층으로 올라가는 데 반해 할리스 강남역 매장은 지하를 연결한 것도 이색적이다.


강남역점 입지를 개발한 백남국 할리스커피 점포개발본부장은 "직접 세어본 학원만 강남역 인근에 80여개였도 주로 학생이 많았다"며 "쉬는 시간이나 수업 전후에 와서 공부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수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대로변에 비해 임대료도 훨씬 저렴했다.


할리스커피는 2016년 매출 1286억원, 영업이익 127억원을 냈다. 전년보다 19% 늘었다. 2002년부터 14년째 두자릿수 성장을 이어왔다. 백 본부장은 "임대료가 비싼 상권에서도 틈새 시장을 찾는 등 임대료를 줄이면서 고객이 원하는 공간을 만든 게 주효했다"라고 말했다.

출처: jobsN
백남국 할리스커피 점포개발본부장

유동인구·상권을 보라


프랜차이즈 점포 개발은 '잔여지'를 찾는 게 시작이다. 전국 상권 중 매장이 들어가 있지 않은 지역을 말한다. 다음 단계에서는 유동 인구를 살핀다. 숫자 세는 기계를 들고 다니며 시간대별, 요일별 유동 인구를 센다. 숫자 뿐 아니라 연령, 직업, 교통 수단, 차종까지 본다. 아파트가 있는 지역에서는 평수, 가구 구성원을 기본으로 공원 등 사람들이 들고 날 수 있는 요소를 꼼꼼하게 본다. 직장인이 많은 지역이라면 아침·점심에 고객이 많다.


"10년 전 한국 커피점은 주로 저녁 시간대 매출이 높았습니다. 한국보다 커피 시장이 컸던 미국, 캐나다 등은 아침 시간에 매출이 잘 나왔죠. 지금 한국은 점심 시간 매출이 가장 큽니다. 아침 매출은 저녁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높아졌습니다."


예를 들어 2012년 문을 연 할리스 합정역점은 원래 마트가 있던 자리였다. 당시 합정역 근처는 5층 이하의 낮은 빌라가 많았다. 거주 지역이면서 재래시장, 빵집 등을 낀 상권이었다. 가격이 다소 높은 프리미엄 커피 브랜드가 들어가기 적합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할리스커피 합정역점 내부.

하지만 백 본부장은 ① 합정역 인근 홍대입구 임대료가 높아지면서 점점 상권이 넓어지고 ② 2·6호선 환승역인 합정역 유동인구가 많았고 ③ 근처 빵집 등 식음료 상점 매출이 높다는 이유로 점포를 내기 적합하다고 봤다.


문화 시설이 다소 부족했던 지역 특성을 감안해 '도서관' 콘셉트를 잡았다. 교보문고와 협업해 한쪽 벽을 책장으로 꾸몄다. 전자책 리더기 등을 만져볼 수 있는 공간도 만들었다. 현재 합정역점은 랜드마크가 됐다. 합정역 인근 직장인 뿐 아니라 동네 주민도 즐겨 찾는다. 낮은 월세를 찾아 온 학생들도 주 고객이다. 환승역이라 합정역 이외 지역에 근무하는 직장인도 만남의 장소로 활용한다.


"커피점을 할 계획이라면 대형 쇼핑몰 근처는 피하는 게 좋습니다. 쇼핑, 외식 등 모든 활동을 쇼핑몰에서 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쇼핑몰 외부 유동 인구는 적습니다."


5년 앞을 보는 안목과 인내 필요


보통 상권 분석이 끝나면 후보 건물 10곳을 정한다. 건물 주인을 만나 일일이 설득해야 한다. 이미 임대중이라면 계약 기간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는 "프랜차이즈 점포는 한 번 계약하면 최소 5년은 영업하기 때문에 인내를 갖고 신중히 골라야 한다"라고 말했다.


할리스커피 이태원역점도 '인내'로 얻은 열매다. 2012년 처음 영업을 시작해 5년이 지난 올 8월 리모델링했다. 노란색 벽돌로 돼 있던 외벽을 하얀색으로 바꿨다.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손님은 41%, 매출은 59% 상승했다. "처음에는 주변 경관과 조화를 중시했던 건물주 의견을 반영했습니다. 하지만 5년간 영업하면서 신뢰가 쌓여 리모델링 허락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할리스 이태원역점 리모델링 전후 모습.

그는 점포 개발 직무를 하려면 "사업 전략 뿐 아니라 매장 운영을 잘 알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백 본부장은 2002년 마케팅 직무로 입사해 가맹점을 관리하는 영업직을 거쳤다. "매장 업무가 단순해 보이지만 고객 반응 등 다양한 변수가 있어 안내 멘트 한 줄 추가하기도 어려웠습니다." 상권, 경쟁 매장 등 외부 요인도 매출에 영향을 줬다. 자연스레 점포 개발 업무로 옮겼다.


부동산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도 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입지가 정해지면 용적률은 어느 정도인지, 상업 시설로 허가받을 수 있는지 등 법이나 제도도 알아야 한다. "평소 신문, 책 등 부동산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그 지역을 자주 방문해야 합니다. 점포개발을 하다보면 공인중개사와 건물 주인을 가장 많이 만납니다."


커피와 공간에 대한 니즈 항상 있어


일반 매장을 600개 가까이 낸 최근에는 '드라이브 쓰루(drive-through)' 매장을 개발한다. 자동차를 타고 가면서 커피를 사가는 방식이다. "아침에 자동차로 출근하거나 1~2시간 거리에 있는 지역으로 자동차 여행하는 사람의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출처: 할리스커피 제공
대전 도안동에 있는 할리스커피 드라이브 쓰루 매장

드라이브쓰루 매장을 낼 때는 세 가지를 살핀다. 차량 통행량, 인구 분포 등 상권 정보, 공원·주차장 등 차량 유입 요인. 할리스커피의 첫 번째 드라이브 쓰루 매장은 대전광역시 도안동에 있다. 새로 개발된 지역이라 대형 아파트 단지가 많이 들어왔다. 거주민이 2만명에서 4만명으로, 통행량은 4만대에서 6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이라 낙점됐다.


백 본부장은 "주유소가 있던 자리를 허물고 직접 건물을 지어 입점한 매장이 있을 정도로 점포 개발 영역은 다양하다"며 "커피 시장이 레드오션이라지만 커피와 공간을 찾는 고객이 있는 만큼 수요와 욕구를 잘 찾는다면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글 jobsN 감혜림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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