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없이 일하기 힘들다' 8만8000개 팀이 사용하는 아이템의 정체

조회수 2020. 9. 22. 15:1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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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용 메신저 아시아 최고 되겠다
업무용 메신저 잔디(JANDI)개발 토스랩
한국 및 대만에서 8만8000여개 기업 사용
자율과 책임을 강조하는 스타트업

“언제까지 카톡으로 업무를 볼 것인가”


메신저로 친구와 대화하다 상사의 지시를 받는 직장인이라면 한번쯤 해본 질문일 것이다. 사내에서 개발한 그룹웨어를 쓰고 있는 직장인이라면 "비효율적이고 디자인도 별로인 프로그램 대신 쓸만한 건 없을까"라고 의문을 품을 것이다.


잔디(JANDI)는 토스랩(Toss Lab)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이다. '회사에서 개발한 그룹웨어'와 '카카오톡'을 대체하기 위해 등장했다. 메시지를 주고받는 기능 외 파일을 공유하고 분류하는 기능이 강점이다. 2015년 5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김대현(34), 대니얼 챈(32) 공동대표가 운영 중이다. 김 대표는 창업 전 티켓몬스터에서 일했다. 김 대표가 창업을 준비할 때 티켓몬스터 신현성 대표가 대니얼 챈 대표를 소개했다. 대니얼 챈 대표와 신 대표는 펜실베니아 와튼스쿨 동문이다.


한국과 대만에서 8만8000개 기업 혹은 팀이 잔디를 쓴다. 대학 강의에서 팀프로젝트를 위해 잔디를 쓰는 경우도 포함한다. 티켓몬스터·NS홈쇼핑·피자알볼로·오가다·마리몬드·72초TV·와디즈 등 중견기업, 스타트업이 주로 사용한다. 공공기관 코트라도 잔디를 쓰고 있다. 잔디 사용자들은 “업무 효율성이 높아졌다”며 “잔디 없이 일하기 힘들 정도”라 평가한다.


해외에서도 주목받는 앱이다. 소프트뱅크벤처스·체루빅벤처스·퀄컴벤처스 등에서 70억원을 투자 받았다. 포브스에는 ‘슬랙이 아시아를 정복할 수 없지만 잔디는 할 수 있다(Slack Can't Conquer Asia, But This South Korean Startup Might)’라는 칼럼이 등장했다. 슬랙은 2013년 미국에서 개발한 업무용 기업 메신저다. 아마존이 90억 달러에 인수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기업가치가 10조원을 넘는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토스랩은 2016년 잔디를 유료화해 올해부터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매출은 밝히지 않았다. 2017년 3월에는 구글 플레이가 잔디를 ‘2017 대한민국 대표 앱’으로 뽑았다. 김대현 공동대표는 잔디를 ‘아시아 최고 업무용 메신저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전 세계가 아닌 아시아를 목표로 하는 이유를 묻자 “아직 문화가 수직적인 아시아 기업이 많다”며 “잔디를 이용해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기업 문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출처: 토스랩 제공
김대현 토스랩 공동대표.

경쟁이 치열한 메신저 시장,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김 대표는 서울대학교 대학원 도시공학 석사다. 2010년 한국스마트카드에 입사했고 2012년 티몬으로 이직했다. IT솔루션과 신규 비즈니스 사업을 담당한 IT 전문가다. 대니얼 챈 대표는 중국계 미국인이다. UBS투자은행과 사모펀드 텍사스퍼시픽그룹(TPG)에서 일했다.


사람들이 IT기술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아이템을 찾다 하루 중 가장 많이 머무르는 '직장', 그리고 가장 많이 쓰는 '메신저'를 떠올렸다. 한국에는 이미 ‘카카오톡’이라는 메신저가 자리 잡고 있다. 카카오톡의 라이벌 ‘라인’은 한국에선 카카오톡에 밀려 주춤하는 모양새이지만 일본·대만·태국에서는 ‘글로벌 메신저’로 통한다. 또 미국에는 ‘슬랙’이라는 업무용 메신저계 절대 강자가 있다.


또 잔디는 직장인의 익숙함 또는 게으름과 싸워야 한다. 이미 일상용 메신저를 업무용으로 쓰고 있거나, 사내에서 개발한 메신저를 쓰고 있는 회사가 많다. 이런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토스랩은 잔디가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자신한다. 김 대표는 "카카오톡과 라인은 업무용으로 비효율적이고 슬랙은 사용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출처: 토스랩 제공
토스랩 업무용 메신저 '잔디'.

잔디는 업무용 메신저이지만 누구나 빠르고 쉽게 쓸 수 있다. ‘오늘부터 잔디로 의사소통 하자’고 결정하면 당장 잔디를 깔아 이용하면 된다. 직관적인 디자인, 메시지를 주고받는 등 일상 메신저에서 쓸 수 있는 기능과 똑같다. 라인과 카카오톡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잔디를 이용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김 대표는 "잔디는 라인과 카카오톡이 갖추지 못한 점을 보완했다"며 “잔디를 ‘카카오톡·라인+알파’라고 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라 말했다.


파일을 쉽게 공유하고 의견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기존 일상 메신저도 파일을 공유할 수는 있다. 잔디는 첨부파일 밑에 댓글을 달 수 있게 만들었다. 가령 ‘기획서.doc’ 파일을 올렸을 때, 기획서에 대한 의견을 말하고 싶으면 ‘댓글 남기기’를 눌러 댓글을 남기면 된다.


일을 하다 보면 인터넷 브라우저, 메신저, 문서 파일 등 여러 개 창을 띄워놓는다. 잔디에서는 캘린더·메일·구글 드라이브·드롭박스와 같은 외부 프로그램을 연동할 수 있다. 메일에서 내려받은 다음 메신저를 켜고 올려야하는 번거로움이 없다. 인터넷 창을 여러개 띄워놓고 왔다갔다 하지 않아도 된다. ‘올인원(All-in-one)’ 프로그램이다.  

파일을 찾기도 쉽다. ‘doc, pdf, hwp’ 등 확장자명 별로 분류할 수 있다. 파일명, 대화명을 검색하면 3초 안에 찾을 수 있다. 또 기존 메신저는 채팅방을 나가거나 앱을 삭제하면 이전 메시지가 사라진다. 잔디는 채팅방을 나갔다 다시 들어와도 메시지가 그대로 남는다. 각종 프로그램과 앱을 연동할 수 있고, 메시지가 그대로 남기 때문에 ‘용량이 크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김 대표는 “잔디는 SAAS(software as a service) 앱으로 클라우드에 기반한다”며 “서버를 따로 만들지 않고 아마존 웹서비스를 빌려 쓰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앱을 관리하는 IT매니저가 필요없기 때문에 유지·보수 비용이 덜 든다. 김 대표는 “실제 사용해보면 모두 만족한다”며 “자잘하게 유용한 기능이 모여 시너지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출처: 토스랩 제공
(오른쪽) 퇴근후 알림기능 설정 화면.

수익화 성공이 관건

업무용 메신저이기 때문에 퇴근 후에는 일상에서 차단할 수 있다. 김 대표는 “가족이나 연인과 메시지를 주고받다 어쩔 수 없이 업무용 메시지도 확인하게 된다”며 “‘퇴근 후 알림 금지’ 기능을 설정해 공사를 구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휴가 때는 '휴가모드'로 설정할 수 있다.


2016년 2월 유료 버전을 내놓고 수익사업을 시작했다. 무료 앱은 최대 500명이 파일을 5GB까지만 저장할 수 있다. 유료 모델은 두개다. ‘프리미엄’은 한 사람 당 한달에 5000원을 내야한다. 인원 수 제한이 없고 한 사람 당 10GB를 저장할 수 있다. ‘엔터프라이즈’는 아무 제한이 없고 기업 전용 클라우드를 만들 수 있다. 이때는 한사람 당 한달에 9000원을 내야 한다.


토스랩은 기업을 대상으로 영업으로 하기 때문에 초기 어려움을 겪었다. 직접 써보지 않으면 앱의 장점을 경험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 인지도가 낮아 신뢰를 쌓기 어렵다. 토스랩의 유료 가입자 비율은 36%다. 미국의 업무용 메신저 ‘슬랙’도 유료 비율이 30%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와 직원들이 발로 뛰며 노력한 결과다.


입소문이 중요하기 때문에 토스랩은 일반 소비자 의견에 빠르게 반응한다. 김 대표는 “페이스북, 블로그를 운영하며 소비자가 잔디에 보내는 의견을 빠짐없이 확인한다”며 “사용자가 얼마나 만족하는지, 문제는 무엇인지 빠르게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토스랩 제공
잔디와 일상 메신저 차이점 비교표.

자율과 책임을 강조하는 문화

토스랩은 서울 선릉역 패스트파이브에 입주해 있다. 언제든 다양한 스타트업 직원을 만나 맥주를 마시며 의견을 나눈다.


토스랩은 자율과 책임을 강조한다. 직급이 없고 직원들은 서로 영어 이름으로 부른다. 출근시간은 공식적으로 오전10시~오후7시이지만 늦게 오거나 먼저 간다고 눈치 주는 사람은 없다. 미팅이 있거나 듣고 싶은 세미나가 있다면 잔디로 알린 후 나가면 된다. 

출처: jobsN
회의중인 개발팀.

홍보팀 여인욱 매니저는 “서핑 매니아인 한 직원은 3주 동안 발리에서 휴가를 보낸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타트업의 필수요건이자 장점은 ‘신뢰성’”이라며 “상사가 부하직원이 무슨 일을 하는지 감시한다거나 눈치를 주는 비합리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번에 완성품을 만들기보다 시제품을 만든 뒤 문제점을 발견해 보완해나가는 ‘애자일 프로세스(agile process)’로 일한다. 실리콘밸리에서 시작한 업무 방식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은 언제 어디서 문제가 발생할지 모른다. 작업량과 마감 기한을 예측하기 어렵다. 따라서 야근이 잦고 계획대로 일을 처리하지 못한다는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김 대표는 "업무를 작은 단위로 쪼개고 매일 아침 미팅을 해 서로 진행상황을 확인한다"며 "요즘 스타트업이 쓰는 개발방식"이라고 말했다. 

출처: jobsN
홍보팀 여인욱(Harry) 매니저.

토스랩에는 다양한 경력을 가진 직원이 많다. 인사팀 허윤경 매니저는 고등학교 국어 교사였다. 이후 마이다스아이티에서 6년 동안 일하다 작년 9월 이직했다. 마이다스아이티는 '복지 좋은 기업'으로 유명한 회사다. 그는 토스랩의 인사 체계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허윤경 매니저는 “제 능력이 조직에서 기여했다는 걸 느꼈을 때 행복하다”며 “스타트업처럼 크진 않지만 성장가능성이 높은 곳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부서별로 필요한 인력이 생길 때마다 수시로 직원을 뽑는다. 채용 사이트(https://script.google.com/macros/s/AKfycbyTC4wxoME7gu9H6L0Sb_wS0YdhOfbjcHKU9vtQ5ZvSobK1jC8/exec)를 자주 들러 공고를 확인하면 좋다.


현재 ‘웹개발자’, ‘IOS 개발자’, ‘영업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주로 경력직을 뽑지만 신입에게도 기회는 있다. 전 직원수는 35명, 이중 신입은 10명 정도다. 초봉은 2500만~2800만원이다. 경력직 연봉은 회사와 직원이 협의해 정한다. 인사팀 허윤경 매니저는 “이전 직장 최종 연봉 대비 3%를 인상한다는 방향은 있다”며 “스톡옵션 비율에 따라 처우는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jobsN
인사팀 허윤경(Amy) 매니저.

채용공고가 없는 직무라도 인사팀에 메일을 보내 일자리가 있는지 확인해도 좋다. 허 매니저도 메일을 보내 ‘인사직무를 채용할 생각이 있는지’ 알아봤다. 허 매니저는 “스타트업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며 언제든지 이런 방식이 열려있다”고 말했다.


서류는 자유양식이다. 실무진 면접과 임원 면접을 본다. 면접시간은 각각 40분~1시간이다. 2~3주에 한번 서너명의 지원자를 모아 면접을 같이 본다. 허 매니저는 “(지원자는) 서류를 낸 당일 면접 가능일자를 물어보는 전화를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면접관이 지원자에게 일방적으로 질문을 하는 방식이 아니다. 커피를 마시면서 편안히 이야기를 나눈다. 허 매니저는 “‘우리 회사에서 왜 일하고 싶은지’를 물으면 머뭇대는 지원자가 많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의 자유로운 근무환경에 환상을 품은 지원자가 많기 때문이다. 그는 “스타트업, 그 중에서도 토스랩에서 일하고 싶은 이유가 명확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 jobsN 이연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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