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크로아티아로 떠나 게스트하우스 차린 30대 부부

조회수 2020. 9. 22. 14:5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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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누나'로 한국인 인기 관광지된 크로아티아, 사업 이민 떠나보니
증권사 2년 만에 퇴사한 김인환氏
아무 연고없는 크로아티아로 무작정 이민
게스트하우스 운영, 가이드 투어하며 생활

김인환(32)씨는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Zagreb)에 정착해 한국인 대상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가이드 투어도 한다.


2011년 말 대형 증권사에 들어갔지만, 2년 만에 퇴사하고 2014년 5월 지금의 아내와 함께 무작정 크로아티아로 떠났다. 잘 모르는 나라에 현지어도 전혀 못하는 상태로 이민을 가서 많은 고생을 했다. 

크로아티아에서 김인환씨

“아무 연고도 없이 사업 이민을 고민 중인 분은 떠나는 것을 결정하기 전, 어학 비자라도 받아서 6개월 이상 현지 체류해 보시는 것을 권합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있는데, 제가 딱 그랬어요. 제가 겪게 될 어려움을 미리 알았더라면 크로아티아 이민을 쉽게 결정하지 못했을 겁니다.” 

구조조정 몰아치던 금융권 박차고 나와

이민 전, 퇴사를 결심한 것은 구조조정 바람이 불던 금융권에 대한 희의감 때문이었다. 김씨가 다니던 증권사도 인력 감축을 위해 직원들의 자발적 퇴직을 부추기는 분위기였다.


“저(低)연차였기 때문에 퇴직 압박을 받는 상황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증권사를 오래 다닐 수는 없겠다 생각했고,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이 낫겠다 싶어서 퇴사를 결심했습니다. 아직 젊으니까 실패해도 재기 가능하다고 생각했어요.”


다소 충동적인 퇴사였다. 할 일이 정해져 있지 않았다. 한 달여간 사람들을 만나고, 책을 읽으면서 다소 막연하게 ‘한국을 떠나 완전히 새로운 삶을 살아보자’는 생각을 했다. 영국 어학연수, 루마니아에서의 인턴 생활을 거치며 해외 생활을 꿈꿨던 대학 시절이 떠올랐다. 거주 경험이 있는 유럽으로 가는 것이 편할 것 같았다. 

출처: tvN 방송화면 캡처
tvN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누나'에 나와 한국인 사이에서 유명해진 크로아티아

“당시 크로아티아가 EU(유럽연합)에 가입하면서 향후 관광업 등에서의 발전 가능성이 커 보였어요. 크로아티아에 아는 사람이 산다거나 나라 정보를 잘 아는 것은 전혀 아니었습니다. 정말 단순하게 ‘크로아티아가 변해가는 상황 속에서 뭔가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제가 크로아티아어를 할 수 있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현지에 가서 한국인 대상 사업을 하고 싶었어요. TV 예능 프로그램인 ‘꽃보다 누나’를 통해서 크로아티아가 한국 관광객들에게 막 알려지던 시점이기도 했고요.”

출처: tvN 방송화면 캡처
꽃보다 누나에서의 크로아티아

8000만원 들여 크로아티아에 게스트하우스, 한국 식료품점 열어

2014년 1~5월까지 세 차례 현지 조사를 하고 ‘이민 가방’을 꾸렸다. 크로아티아 관련 책들이 거의 없어서 현지 방문을 통해 직접 부딪히며 정보를 얻었다.


당시 의류 회사에 다니던 여자친구도 설득해서 함께 떠났다. 두 사람은 9월 잠시 한국으로 나와 결혼식을 올렸다. 현지 정착 후, 게스트하우스 오픈까지 4개월 정도가 걸렸다.


외국인이 현지에서 사업을 하기 위한 관공서 등록 등 절차 진행을 위해 변호사, 통역사를 고용했다.


자그레브 중심가에 거주지 겸 게스트하우스로 쓸 곳을 월세 1000유로(약 134만원)에 구했다. 집이 낡아서 리모델링을 했다. 방은 총 4개로, 2개는 김씨 부부가 쓰고 2개는 게스트가 쓴다. 게스트 최대 수용 인원은 6명이다. 

크로아티아에서 김인환씨

게스트하우스 운영만으로는 소득이 충분하지 않을 것 같아서 한국 식료품점도 열었다. 한국 과자, 라면, 조미료, 김치, 냉장·냉동식품 등을 판매했다. 게스트하우스와 한국 식료품점의 창업 비용 총액은 8000만원 정도였다.


“퇴직금까지 합해서 1억원 정도를 들고 회사를 나왔어요. 이민과 창업 준비하면서 거의 모든 돈을 썼습니다. 한국인 게스트하우스의 경우 당시만해도 자그레브에서 보기 어려웠고, 한국 식료품점은 따로 없었기 때문에 곧 자리를 잡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크로아티아 사업, 난관 봉착 

순조롭게 진행되리라 생각했던 크로아티아 이민 생활은 어려움이 컸다. 주로 나라 간 문화 차이에서 비롯됐거나 이방인이어서 겪게 된 불이익이 많았다. 잘 운영되던 식료품점을 2016년 8월 갑자기 문 닫게 된 이유가 대표적인 황당 사례다. 

김인환씨가 자그레브에서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

“식료품점 건물주가 딸에게 건물을 증여하고서 캐나다로 이민을 가버렸어요. 그런데 딸이 계약 기간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나가라고 했어요. 공증(公證)을 받았는데도요. 항의를 했더니 ‘당신과 내가 거래한 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하더군요. 그래서 보증금으로 낸 200만원이라도 달라고 했더니 그것도 못 주겠다고 했어요.


너무 황당했지만, 경찰서에서도 ‘너희들끼리 민사로 해결하라’고 하는 게 전부였어요. 크로아티아어도 잘 못하는 외국인이 현지인 상대로 변호사 고용해서 법정 소송을 벌이면 돈도 어마어마하게 깨지고, 시간도 많이 뺏기기 때문에 그냥 포기하고 나왔습니다.”


외국인이 크로아티아에서 사업을 하려면 무조건 현지인을 3명 이상 고용해야하는 것도 부담이었다. 인력이 그만큼 필요하지 않은 일을 하더라도 예외가 없다. 게스트하우스 청소 인력 1명, 식료품점 점원 2명을 채용해 조건을 맞췄지만 식료품을 접었는데도 2명에게 월급을 줘야 했다. 

크로아티아에서 김인환씨 부부

게스트하우스 운영과 가이드 업무에라도 인력을 활용하려 했지만, 고객이 대부분 한국인이라 쉽지 않았다. 현지인 3명 중 2명은 현재 출근을 하지 않으면서 월급을 받는 상황이다. 현지인 3명 인건비로 월 300만원이 나간다.


“사업 비자 연장을 위해서 현지인 3명을 계속 고용해야 합니다. 게스트하우스 운영은 1명이면 충분하고, 가이드 투어도 소수의 한국인 대상으로 저 혼자 하기 때문에 인력이 전혀 필요하지 않아요. 불필요한 인건비가 연간 수천만원이 새고 있는거죠. 이 문제 때문에 옆 나라인 슬로베니아로 옮기는 문제를 고민중입니다.” 

“크로아티아 등 해외 이민, 신중해야”

김씨가 크로아티아에서 큰 돈을 벌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 회사를 다닐 때, 김씨 부부의 연봉은 총 6000만~7000만원(세후)이었다. 크로아티아에서는 한국보다 많이 벌지는 못한다.


반면 일은 더 많아졌다. 4~11월에는 거의 주6일을 한다. 하루 평균 근무 시간은 약 12시간이다. 김씨가 가이드 투어를 맡고, 아내가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한다.   

출처: 김인환씨 제공
크로아티아의 자연 경관

“이민 온 것에 후회는 없습니다. 근무 시간이 길다고 해도 한국에서 회사 출근하며 받는 스트레스와 비교하면 훨씬 낫거든요. 아내와 함께 있는 시간도 많습니다. 가이드 투어는 제가 여행을 하는 것이기도 해서 일이라고 생각 안 할 때가 많습니다.


가이드하면서 의사, 작가, 교수, 중소기업 대표 등 다양한 직종의 분들을 많이 만나 견문도 넓어졌습니다. 이곳 공기가 맑아서 훨씬 건강해진 기분도 들고요.”


김씨는 “요즘 크로아티아가 한국인들 사이에서 천혜의 자연경관을 가진 살기 좋은 나라로 알려지면서 이민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신중히 결정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출처: 김인환씨 제공
대체로 만족하는 크로아티아에서의 삶

“은퇴하시고 크로아티아에서 제2의 삶을 살고자 하는 분들이 가끔 연락을 주세요. 직장 나와 국민연금 받기 전 단계에 있는 분들이죠. 제가 그 분들 거의 대부분 한국으로 돌려 보냈어요.


크로아티아라는 나라가 솔직히 쉽지 않아요. 꼭 신중하게 접근하셨으면 좋겠어요. 또 아무리 헬조선, 헬조선해도 유럽은 더 힘들어요. 한국은 좋은 일자리가 없는 것이지, 어떤 일이라도 하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일자리 찾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데 유럽은 그런 일자리도 구하기 힘들거든요. 꼼꼼히 체크하고 오시는 것이 좋습니다. 유럽 생활에 대한 장밋빛 꿈에 너무 젖어들지 않으셨으면 해요.”


글 jobsN 김지섭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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