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카폴리 나와!"..'소방로봇'으로 애니판 흔든 스타트업, 스튜디오버튼

조회수 2020. 9. 22. 11:4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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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하고 사라지기보다 오래가는 회사 만드는 게 꿈
만화 좋아하던 소년→애니 제작자로
그림 반복 작업에 지쳐…애니메이션 기획에 흥미
'1분 영상' 6개월동안 만들어, EBS 방영 계약

‘강철 소방대 파이어로보’는 4~9세 아이들이 열광하는 애니메이션이다. 주인공은 로봇으로 변신하는 소방차와 특수구조대다. 위기에 빠진 사람들을 구한다는 내용이다. 2016년 8월 EBS에서 방영을 시작해 26부작으로 종영했지만, 재방송이 계속 전파를 타고 있다. 방영 당시 EBS 프로그램 중 8주 연속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이 작품을 만든 회사는 직원수 12명의 스타트업 ‘스튜디오버튼’. 2013년 회사를 설립해 1년 만에 첫 작품으로 EBS를 뚫었다. 당시 EBS와 국내 최대 완구회사 영실업이 스튜디오버튼에 각각 10억원, 5억원을 투자했다. 김호락(37) 스튜디오버튼 대표는 “EBS가 직접 투자한 애니메이션 중에선 투자 금액이 가장 큰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스튜디오버튼은 최근 변신 공룡 로봇 애니메이션 ‘쥬라기캅스’도 제작 중이다. 이 작품은 2018년 하반기 KBS에서 방영될 예정이다. 

출처: jobsN
김호락 스튜디오버튼 대표가 애니메이션 파이어로보 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모습.

만화 좋아하던 소년→애니 제작자로 

애니메이션 업계에서는 스튜디오버튼의 성공이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한다. 생긴지 얼마 안 된 회사에 EBS나 영실업 같은 큰 손이 투자하는 일이 드물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시대 흐름과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했다. 스튜디오버튼은 2013년부터 ‘강철소방대 파이어로보’를 기획하며 재난과 안전 문제에 집중했는데 이듬해 세월호 참사가 빚어졌다. “안전 문제가 부각되면서 애니메이션 쪽에서도 관련 이슈가 주목받게 된 것 같아요.”


서울 마곡동 스튜디오버튼 사무실에는 소방로봇 장난감이 벽마다 전시돼 있다. 김 대표의 방 역시 여러 종류의 로봇 장난감이 한쪽 벽을 채우고 있다.


“원래 애니메이션을 좋아했습니다. 틈나는 대로 2시간 정도는 꼭 애니를 봅니다. 드래곤볼, 슬램덩크 같은 만화 보는 게 취미라면 로보카폴리, 슈퍼윙스 같은 애니를 보는 건 일이죠.”


그는 어려서 만화와 낙서를 좋아하던 평범한 소년이었다. “TV에서 만화 끝나면 만든 사람 이름 쭉 올라가잖아요. 거기에 제 이름 올리는 게 꿈이었습니다.”


한서대학교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하며 만화를 배웠다. 하지만 미래가 불안했다. 당시 애니메이션은 컴퓨터 그래픽이 아니라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그려야했다. 1분짜리 애니메이션을 만드는데 그림 수백장이 필요했다. 그림 한 장 그리면 몇 백원을 받았다.   

출처: 스튜디오버튼 제공
스튜디오버튼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 파이어로보, EBS에서 8주 연속 시청률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림 반복작업에 지쳐…애니메이션 기획에 흥미

대학 졸업을 앞두고 영화 스토리보드 제작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새로운 적성을 찾았다. 스토리보드란 영화나 드라마 등을 이해하기 쉽게 주요 장면만 그림으로 정리하는 계획표를 말한다. 영화 촬영 전에 어떤 등장인물이 어느 장면에서 어떻게 움직일지 그림으로 간단하게 표현한다.


만화를 포기할 수 없었던 그는 애니메이션 스토리보드 작가가 되기로 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3D 애니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컴퓨터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일만 많이 하고 보수는 형편 없이 적게 주는 문화가 점점 사라졌습니다.”


27세에 처음 스토리보드 작가로 활동하며 약 100편의 애니메이션 작업에 참여했다. 로보카폴리, 코코몽, 뽀로로의 스토리보드를 만드는 일도 거들었다.


“제가 스토리보드 제작에 참여했던 작품들이 EBS에서 일주일에 2~3개는 방영됐습니다.” 애니메이션이 끝나면 참여자 이름이 자막으로 나오는데, 김 대표의 이름도 매번 나왔다. 어릴 적 꿈을 이룬 셈이다.


-회사를 차린 계기가 있나요


“반복되는 삶에 지쳤습니다. 4~5년동안 하루 10시간씩 그림을 그렸어요. 주어진 그림만 계속 그리다 보니 성취감도 떨어지고 허무했어요.”


당시 월수입 은 약 400만원, “먹고 살기에 무리가 없었지만, 더 이상 발전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출처: jobsN
김호락 스튜디오버튼 대표의 모습.

아이디어만으로 1억원 후원, 1년 만에 EBS 방영 계약도

애니메이션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회사를 차려보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돈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창작 애니메이션에 지원하는 제도가 있는지 인터넷을 샅샅이 뒤졌다. 광주 정보문화산업진흥원에서 '문화콘텐츠 기획창작 스튜디오 운영지원사업’을 한다는 공고를 발견했다. 독창적이고 상품성 있는 작품을 기획하는 제작자에게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는 자금·공간을 지원하는 사업이었다.


“곧바로 지원했습니다. 아이디어 기획서만 내면 됐고 선정되면 창업 자금 1억원, 사무실 공간도 대여해준다는 조건이었습니다. 기회라고 생각했죠.”


-그때 낸 아이디어가 소방 로봇입니까


“맞습니다. 소방관은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직업인데, 우리나라에서 소방 로봇이 주인공인 애니메이션은 나온 적이 없어요. 미국에서는 이런 내용의 애니메이션이 제법 인기가 있었습니다.” 이 아이디어로 그는 1억원을 지원받았다.

아이디어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기 위해선 더 많은 자금이 필요했다. EBS에 제출하기 위한 '1분' 영상을 6개월간 만들었다. 2014년 가을 EBS에서 애니메이션을 공동 제작하자는 연락을 받았다. “잊을 수 없습니다. ‘EBS 방영 및 공동제작을 축하드립니다’하고 문자가 왔어요.” 그는 다음날 광주에서 서울로 직행했다. EBS 담당PD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보이스피싱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거든요. 그날로 방송 확정서를 공문으로 받았습니다.” 한편에 11분, 26편을 만드는 계약을 마쳤다.


-작업은 혼자 했습니까


“광주에서 1억원을 받았을때 1명, EBS와 계약을 마쳤을때 2명을 더 모았습니다. 그동안 만났던 애니 전문가 가운데 가장 믿을만한 사람들을 골라서 연락했습니다. ‘광주에서 살 곳도 마련해주겠다. 책임질 테니 함께 애니를 만들어보자.’고 설득했죠.”


김 대표까지 4명이 광주로 모였다. 이들이 현재 스튜디오버튼 임원이다. 12명 직원인데 대표까지 4명이 임원이다. “사실 야근하고, 급할 땐 주말에도 일하는 동료들이에요. 일반 직원들한테 주말 근무를 시킬 수는 없었습니다.”

출처: 스튜디오버튼 제공
스튜디오버튼이 제작중인 애니메이션 차기작 '쥬라기캅스', 2018년 하반기 KBS에서 방영 예정이다.

반짝하고 사라지기보다 오래가는 회사 만드는 게 꿈 

-어려운 일은 없었습니까.


“자금이 부족했습니다. 1억5000만원 정도만 작품에 투자하면 될 것 같았는데 그 2배가 필요했습니다."


파이어로보의 총제작비는 24억원, 투자·지원받은 돈을 모두 합쳐봐야 21억원 정도였다. 부족한 돈을 메우려고 중소기업진흥원과 기술보증에서 대출을 받았다.


-적자 아닙니까


“그렇게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은 수익이 뒤늦게 나는 구조에요. 해외에 배급할 수도 있고, 완구로 캐릭터를 만들어 팔 수도 있습니다. 판권을 다른 회사에 판매할 수도 있습니다. 단기 수익보다는 중장기 수익을 봅니다. 이 때 벌어들이는 돈은 투자사의 지분에 따라 나눕니다.”


스튜디오버튼은 애니메이션 TV 방영 이외에 다른 회사가 의뢰하는 애니메이션 기획·제작으로 고정 수익을 내고 있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20억원 정도다.


-다음 작품은 어떤 내용입니까


“공룡 로봇이 변신하는 내용입니다. 파이어로보를 만들때부터 기획한 작품입니다. 자세한 내용이나 이미지는 아직 공개하기 어렵습니다."


2018년 하반기에 KBS에서 방영 예정인 쥬라기컵스는 52부작이다. 한편 당 방영시간은 11분.


"파이어로보의 2배 분량입니다. 제작비는 50억원 가까이 들지만 80%는 이미 투자를 받았습니다." 그는 방영 시작 전까지 절반가량의 제작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했다.


-애니메이션 기획 노하우가 있다면


"사람들에게 친숙한 소재이거나 인기가 있는데 애니메이션으로는 다뤄지지 않았던 캐릭터를 잡아서 스토리를 만듭니다. 소방차와 로봇, 공룡과 로봇을 결합한 것도 그런 사례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은요?


“오래 가는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회사 직원들 평균 나이가 35세입니다. 회사가 금방 없어지면 안 되잖아요. 한 번 성공했다고 반짝하고 사라지는 회사가 아니라, 직원들과 함께 즐기는 일을 오래 할 수 있는 회사. 꾸준하고 내실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게 꿈입니다.”


글 jobsN 이병희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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