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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90%가 외국인이라는 '두바이'에 간호사로 취업하기

조회수 2020. 9. 22. 11:4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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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취업의 모든 것
선·후배간 지나친 위계질서 없고 외국인에 관대
거주비용·술값 비싸지만 소득세 없어
비자 자격요건 까다롭지 않아 도전해볼만

사상 최악의 실업난 속에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해외 취업지로 급부상한 곳은 '중동'이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섞여있어 외국인에 관대하고 비자 자격조건이 까다롭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의 해외취업지원사업인 '케이무브(K-Move)'를 통해 중동에 취업한 청년은 2013년 116명에서 2016년 415명으로 3년 사이 3.5배 넘게 늘었다.


중동지역 취업 직군 중에서는 '의료' 분야가 가장 유망한 분야로 꼽힌다. 아랍에미레이트(UAE) 등 중동 국가들은 높은 소득 수준 대비 의료 시설이 잘 갖춰져 있지 않다. 하지만 막상 의료 분야 중동 취업을 알아보면 어려운 일들이 많다. "현지 정보를 구하기 어려워 이상한 곳에 취업했다가 스트레스만 받다 귀국했다"다는 등 취업 후기가 해외 취업 커뮤니티에 종종 올라온다.


잡스엔이 두바이에서 간호사로 일한 경험이 있는 차미나(27)씨를 만났다.

차씨는 2015년 아랍에미리트 아메리칸병원두바이(UAE American Hospital Dubai) 중환자실에 간호사로 취업했다. 병상 수 130개로 규모는 크지 않지만 두바이를 대표하는 사립병원이다. 국내에서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우수 해외 취업처로 꼽는 곳이다.


차씨는 이화여대 간호학과 졸업 후 국내 한 대학병원에서 일하다 두바이로 이직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블로그(cmn0422.blog.me)에 ‘간호사 해외 취업’에 관한 정보를 올리고 있다. 

출처: 차미나씨 제공

두바이에서 일하는 이유 ①

차씨는 두바이에서 하루 12시간씩 2교대로 일했다. 계약서에 명시한 근로시간은 주 4일 48시간. 하루 8시간씩 3교대로 주 5일 40시간 근무했던 한국보다 공식적인 근로시간은 길다. 하지만 실제로 일하는 시간은 두바이가 훨씬 짧다.


“한국에서는 2시간 빨리 출근하고 3시간 늦게 퇴근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반면 두바이에서는 근로시간을 정확히 지켰어요. 긴급상황일 때는 추가 근무를 하는 날도 있었지만, 대체휴일을 준다든지 보상이 있었습니다. 의사들도 과도한 추가 근무를 하지 않아요. ‘의료진의 건강이 곧 환자의 건강’이라는 철학이 있습니다.” 

출처: 차미나씨 제공
(왼쪽부터) 병원 전경과 두바이 시내 모습

간호사 선·후배 간 엄격한 서열을 따지는 ‘태움 문화’도 두바이에는 없다. 중환자실에서는 간호사 1명이 환자 1명을 돌본다. 일반병동이라도 동시에 돌봐야하는 환자수가 5명을 넘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이에 비해 간호사가 3~4배 더 많은 환자를 돌봐야 한다. ‘낮은 의료수가’ 때문이다. “두바이도 의료 인력이 부족한 편이라 일할 때 힘들었어요. 하지만 정신적, 심적 스트레스는 없었습니다.”


급여는 한달 1만5400유람(약 460만~470만원). 월세 지원금 100만원을 포함한 금액이다. 대부분의 두바이 병원은 해외에서 온 의료 인력에게 기숙사를 제공한다. 차씨는 남편이 있었기 때문에 월세 지원금을 받아 따로 살았다. 1년에 휴가는 30일이고 대부분 다 쓴다. 1회 왕복 항공권을 주기도 한다. 

출처: 차미나씨 제공
두바이 간호사 면허

두바이에서 일하는 이유 ②

외국인에게 여러모로 ‘열려있는’ 나라다. 거주자의 80~90%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섞여 있다. 아랍어가 모국어이지만 영어를 더 많이 쓴다. “외국인이 워낙 많아서 영어를 좀 못해도 개의치 않아요. 아랍권이기 때문에 ‘보수적’이라는 편견이 있는데 두바이는 그렇지 않아요. 여성이나 옷차림에 대한 차별도 없고 그 사람의 문화와 관습을 존중합니다.”


보통 해외 취업을 준비할 때 ‘취업비자’ 때문에 골치 아픈 경우가 많다. 자격 요건이 까다롭고 외국인에게 쉽게 비자를 내주지 않는 나라가 많다. 다른 지역에 비해 두바이는 비자 받기가 쉽다. 월급이나 학력 제한이 없고 근로계약을 맺은 회사가 ‘스폰서’로 나서면 그만이다. 이 스폰서가 취업자 대신 비자를 신청한다. '18세 이상 60세 미만'이라는 나이 제한 정도가 있을 뿐이다.


“단, 두바이는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내주지 않습니다. 근로계약기간이 끝나면 2개월 내에 두바이를 떠나야 해요. 하지만 문화가 개방적이고 급여수준은 한국과 비슷해 여러모로 첫 해외 취업을 하기에는 두바이만한 곳이 없습니다.” 

출처: 차미나씨 제공
차씨가 병원을 그만둘 때 동료 직원들이 모여 '고별 파티(farewell party)'를 했다.

두바이에서 일하는 이유 ③

두바이는 살인적인 물가로 유명하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따져보면 한국보다 물가가 낮다. 한국도 세계적으로 물가가 높은 곳이기 때문이다. 2017년 1월 기준 빅맥지수에서 아랍에미레이트가 20위, 한국이 17위다.


두바이는 거주비용이 높다. 차씨는 남편과 함께 월세 200만원짜리 원룸에서 살았다. 보증금은 1년치 월세에서 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부동산 중개료도 내야하는데 금액은 보증금과 같다. 대부분 가구가 갖춰져 있고 수도·전기세도 들어가 있다. "월급의 절반 이상이 주거비용으로 떨어져 나가지만 잘 생각해보면 저렴한 편"이라는 게 차씨의 설명이다.


“주거비가 만만치 않아서 대부분 회사 기숙사에 삽니다. 학생이라면 ‘셰어하우스’에 사는 경우가 많아요. 맥주 한잔에 2만원일 정도로 술값이 비싸서 술을 좋아한다면 두바이에서 살기 힘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반면 유류비나 과일·채소 같은 식재료는 한국보다 쌉니다.”


의료비도 만만치 않다. 사립병원에선 혈당 한번 확인하는 데 2만원이 넘게 든다. 회사에서 보험을 들어주지만 보험 혜택을 받기 위한 과정이 까다롭다. “보험 혜택을 받으려면 보험 회사가 승인을 해줘야 해요. 그런데 이 승인을 받는 데 하루, 이틀이 걸립니다.”


대신 두바이에는 개인 소득세와 소비세가 없다. 세전 연봉과 세후 연봉에 큰 차이가 없는 것이다.  

출처: 차미나씨 제공
(왼쪽부터) 리조트에 있는 수영장, 낙타를 타는 모습, 두바이 아경. “관광도시답게 즐길 거리가 많습니다. 차를 타고 5분만 달려가면 어디든 푸른 해변이 있어요. 호텔이나 리조트에 입장료만 내고 ‘프라이비트 비치(private beach)’에서 수영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호텔에서 ‘금요일 브런치(Friday brunch)’를 열어서 자주 파티를 즐겨요. 사막에서 낙타를 타거나 자동차를 타고 달리는 ‘사막투어(desert safari)’도 빼놓을 수 없어요.”

두바이 간호사로 취업하기 ①면허 발급과 이력서 제출

차씨는 해외 취업을 준비할 당시 정보 얻을 곳이 마땅치 않아서 답답했다.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 간호사 취업 정보는 많았지만 중동에 대한 정보는 부족했다. 그가 정보를 얻는 방법이라고는 ‘구글링(구글로 검색하기)’뿐이었다.


그는 두바이에 있는 모든 병원 웹사이트를 돌아다녔다. ‘find job’, ‘career’라고 쓰여있는 메뉴에 들어가 간호사 채용여부와 요구 조건을 살폈다.


두바이로 이직하기 위한 첫 관문은 ‘간호 면허’였다. 두바이의 간호사 면허를 따기 위해서는 '두바이 보건 당국(Dubai Health Authority)'에서 진행하는 간호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자격 조건은 3년 이상의 간호학 교육을 받고 최소 2년의 임상경력을 가진 사람이다.


“한국에서 간호대를 나왔고 병원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면 무리 없습니다. 저는 한국 병원에서 근무한 경력이 1년 4개월인데, 면허 발급기관(DHA)에 편지를 써서 제가 왜 두바이 병원에서 일하고 싶고 어떤 능력을 갖고 있는지 어필해서 자격 조건을 얻었습니다.”


현지 병원에 지원서를 직접 내거나 해외취업을 중개하는 에이전시에 이력서를 낼 수도 있다. 이력서와 ‘추천서(reference)’를 함께 낸다. 대학교수를 포함해 이전에 일했던 병원의 책임 간호사, 수간호사의 추천서가 필요하다.

출처: 차미나씨 제공
해외 취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차씨가 직접 만든 이력서 예시.

차씨는 에이전시를 통해 취업했다. 당장 적합한 채용 공고가 없더라도 계속해서 일자리를 알아봐 준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두바이에서는 에이전시가 중개료 혹은 수수료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는 건 불법입니다. 간혹 400만원, 1000만원씩 돈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주의해야 합니다.”


이력서에는 ‘해당 병원에 지원하는 이유’부터 적었다. ‘열심히 하겠다’는 등의 추상적인 말은 되도록 넣지 않았다. 그보다 어떤 장비를 다룰 수 있는지, 간호지식은 어느 수준인지 ‘할 수 있는 일’ 위주로 적었다.


“해외에서는 한국인의 ‘성실함’을 높이 사는 편입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지각하지 않고 출근했다는 점을 적었어요. 역설적이게도 한국 중환자실에서 환자 서너명을 동시에 돌봤다는 점을 좋게 봤던 것 같습니다. 개인 블로그에 간호학 지식이나 정보를 올린다는 점도 적었어요. 간호직에 얼마나 열정적인지를 보여준 것 같습니다.”

출처: 차미나씨 제공
(왼쪽부터) 리조트 수영장, 두바이 비즈니스 베이

두바이 간호사로 취업하기 ②면접

차씨는 2015년 2월 초 이력서를 냈지만 바로 연락을 받지는 못했다. 6개월이 지난 후 ‘이틀 후 면접을 볼 수 있느냐’는 전화를 받았다. 유튜브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말하는 법을 연습했고 예상 질문지도 만들었다. “대부분 예상 질문을 비껴갔어요. 하지만 질문을 예상해보고 답변을 연습하는 과정 자체가 면접을 준비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전화로 1시간 정도 면접을 봤다. 지원한 부서의 수간호사(unit manager), 인사부 팀장, 책임 간호사(charge manager)가 면접관이었다. 자기소개, 이전 병원에서 그만둔 이유와 해당 병원으로 이직하려는 이유, 장단점 등 기본적인 사항을 물었다. 그는 병원 웹사이트에 들어가 비전과 미션을 읽어보고 이와 관련한 경험담을 정리해두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특정 상황을 가정해보고 어떤 간호 진단을 내려 행동할지’를 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단순히 간호 지식을 물어보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가령 ‘중환자실에서 환자의 혈압이 떨어졌다. 환자의 최고혈압, 맥박, 호흡, 체온은 이렇다.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상황을 줍니다. 여기에 알맞은 간호진단을 내리고 행동 계획을 말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예상치 못해서 당황했지만, 면접관이 ‘다시 한번 잘 생각해보라’고 해서 무사히 답변할 수 있었습니다.” 

출처: 차미나씨 제공

두바이는 해외취업 도약처 

“많은 분들이 병원 규모와 네임밸류, 부서를 고민하세요. 어디서 경력을 쌓았느냐보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냐’가 중요합니다. 심전도를 읽을 수 있는지, 인공호흡기를 어떻게 다루는지, 의사소통 실력을 어느 정도 되고 환자와 갈등이 있을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을 정리하는 게 좋습니다.”


차씨는 올 9월부터 영국에 있는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niversity College London)’에서 건강정보학 석사과정을 공부할 계획이다. 두바이에서 대학원 진학을 생각해봤지만 마땅히 공부할 곳을 찾지 못했다. 1년 동안 공부를 마친 후 내년 말에는 미국으로 갈 예정이다. 플로리다 병원 올란도(Florida Hospital Orlando)에 최종 합격 통보를 받은 상태다.


“두바이에서 일한 경험 덕분에 대학원 진학도 미국으로의 이직도 수월했던 것 같아요. 한국에서 면허를 필요로 하는 직군 종사자이고, 경력까지 있다면 해외 취업이 어렵지 않습니다. 전세계적으로 간호직 인력이 부족합니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간호 환경이 나아져서 우수한 인력이 남아있어야 하겠죠. 다만 제가 한국에서 좌절했던 경험이 있는 간호사로서 해외 이직을 원하는 분들이 있다면 어렵지 않으니 도전해보라고 하고 싶습니다.”


글 jobsN 이연주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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