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깔창으로 CES 혁신상 수상한 한국 스타트업
바른 자세 알려주는 신기한 방석
한국의 스타트업 쓰리엘랩스(3L Labs)는 신발에 들어가는 깔창으로 세계 최대 전자 쇼 CES 2015에서 혁신상을 받았습니다. 당시 국내 50여 개의 중소기업이 CES에 출품했지만, 수상에 성공한 건 두께가 1cm도 되지 않는 얇은 무선 공유기를 내놓은 브로콜리(Brocoli)와 쓰리엘랩스 밖에 없었습니다.
갖가지 최신 기술로 무장한 전자제품이 널리고 널린 CES에서 신발 깔창으로 혁신상을 수상했다니, 보통 깔창은 아니겠죠.
쓰리엘랩스가 내놓은 깔창은 족적(足跡)을 분석해는 스마트한 깔창, '풋로거(footlogger)'입니다. 풋로거엔 압력센서가 들어 있어 운동량과 걸음걸이 습관을 분석해줍니다. 이를 통해 자세를 교정하거나 척추 질환을 조기에 진단할 수도 있는 똑똑한 깔창입니다.
쓰리엘랩스의 이진욱(52) 대표는 서울대 언어학과를 졸업한 '문과생'입니다. 소위 '문돌이'인 그가 기술 기반 스타트업을 시작할 수 있었던 배경은 전 직장에서의 경험입니다.
이 대표는 쓰리엘랩스를 창업하기 전, 삼성 SDS에서 신규 사업을 지원하는 일을 했다고 합니다. 10년간 이 일을 하다 보니, 웨어러블(wearable)이나 사물인터넷(IoT) 관련 분야가 각광을 받을 것이란 걸 직감했다고 합니다.
삼성SDS를 퇴사한 그는 2010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센서 개발에 나서, 2013년에 쓰리엘랩스를 창업했습니다.
하지만 쓰리엘랩스가 올해 초 대중에 판매하는 제품으로 내놓은 것은 CES 2015 혁신상을 수상한 풋로거가 아닌, 스마트 방석 '싯로거(seatlogger)' 입니다.
이 대표는 풋로거가 아닌 싯로거가 쓰리엘랩스의 첫 번째 제품이 된 이유에 대해 "스마트 방석 싯로거는 스마트 깔창 풋로거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자체 발명한 압력센서를 이용한 것으로, 풋로거보다 용도가 한정적이며 명확하고 사용법이 쉬워 먼저 출시했다"고 밝혔습니다.
풋로거의 기술이 녹아 있는 스마트 방석, 싯로거를 살펴봤습니다.
싯로거 패키지입니다. 앞면엔 싯로거의 구조가 나와있고, 뒷면엔 싯로거의 특징이 빼곡히 적혀있습니다.
바른 자세로 앉아있지 않으면 진동으로 알려주고, 너무 오래 앉아 있어도 진동으로 알려준다고 합니다. 앉은 자세에 대한 데이터를 모아 분석할 수도 있습니다.
싯로거 본체입니다. 이렇게 봐선 그냥 방석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외관에서 유일하게 그냥 방석이 아님을 알아챌 수 있는 부분입니다. 마이크로 USB 충전 단자입니다. 이 부분을 앞쪽으로 두고 앉으면 됩니다.
싯로거의 데이터를 받아 분석해 줄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합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는 '플레이스토어'에서, 아이폰 사용자는 '앱스토어'에서 'seat logger'를 검색하면 됩니다.
앱을 실행하면, 싯로거에 대한 설명이 우선 나옵니다. 첫 번째 화면은 싯로거의 구조입니다. 압력을 감지하는 센서가 총 8개 들어있습니다.
싯로거의 구조에 대한 설명 화면 다음엔 바른 자세로 앉는 법에 대해 설명해줍니다.
싯로거와 스마트폰을 연결하기 위해 앱의 설정화면으로 들어갑니다.
싯로거를 등록하기 위해서 우선 충전 케이블을 꽂았다 빼줍니다. 따로 페어링을 위한 버튼이 없기 때문에 페어링 모드 진입을 이런 방식으로 구성한 것 같습니다. 케이블을 꽂았다 빼면 1분간 페어링 모드가 유지된다고 합니다.
앱에서 '등록하기' 버튼을 누르고, 싯로거 충전 단자가 있는 쪽에 갖다 놓으면 연결이 끝납니다.
본격적으로 사용해 보겠습니다. 'seatlogger'라고 적힌 태그를 뒤쪽으로 놓고 앉습니다.
지금 현재 앉은 자세를 보여주는 화면입니다. 싯로거에 들어 있는 압력 센서에 어떻게 압력이 분배되는지를 보여줍니다.
앉은 자세가 나쁘면, '좌우 비대칭', '당겨 앉지 않음', '허벅지 압력' 등으로 알려줍니다. 스마트폰에서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싯로거에서 진동이 울립니다. 바로 앉지 않으면 엉덩이가 근질근질합니다.
진동 설정에서 보다 상세하게 설정할 수 있습니다. '휴식모드'에서 설정해 놓은 시간이 넘어도 일어나지 않으면 진동을 울려 자리에서 일어나도록 하는 기능도 있습니다.
다양한 통계도 볼 수 있습니다. 일별, 주별로 얼마나 앉아있었는지, 이 중 바른 자세로 앉아있었던 시간을 얼만지, 나쁜 자세로 앉아있었던 시간은 얼마인지 알려줍니다. 그리고 나쁜 자세 중에서도 좌우 비대칭, 당겨 앉지 않음, 허벅지 압력 등 어떤 유형의 자세가 지속됐는지도 알려줍니다.
싯로거엔 '허리 운동 기능'도 있습니다. 이 메뉴를 선택하면 자동차 게임이 뜹니다. 자동차 제어를 방석으로 하는 거죠. 허벅지 쪽에 힘을 실으면, 차의 속력이 빨라지고, 왼쪽에 힘을 실으면, 자동차가 왼쪽으로, 오른쪽에 힘을 실으면 자동차가 오른쪽으로 갑니다. 구불구불한 길을 가야 하기 때문에 전후좌우로 몸을 흔들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허리 운동이 됩니다.
스마트한 방석이지만, '엉덩이를 편하게 해준다'는 방석 본연의 기능도 갖추고 있습니다. 두껍진 않지만, 충분한 쿠션감을 선사합니다.
싯로거는 카카오메이커스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가격은 9만9000원으로 그냥 방석으로 쓰긴 꽤 비쌉니다. 하지만, 앉아 있는 시간이 긴 직장인이나 수험생의 허리 건강을 생각한다면,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요.
글 jobsN 안중현
jobarajob@naver.com
잡스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