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생이 연봉 3천받고 일본 취업, 왜?

조회수 2020. 9. 18. 14:0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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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회사들 일할 사람 못구해 난리라는데, 지원해볼까?..日채용 전문가가 말하는 일본 '취뽀' 전략
취업률 사상 최고치에 '인재 찾기' 애먹는 日기업들
국내 취업난에 일본 취업 도전하는 취준생 늘어
일본 취업 성공하려면, 일본어·영어는 필수

일본 기업들이 ‘인재 찾기’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일본 취업에 관심을 갖는 국내 취업준비생이 늘고 있다. 올해 4월 기준 대졸자 취업률은 97.6%. 1997년 문부과학성과 후생노동성이 대졸자 취업률을 조사한 이래 최고치다.


최근 취업 포털 사람인이 구직자 5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0명 중 8명(78.5%)은 “해외 취업할 마음이 있다”고 답했다. 취업 희망 지역으로는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권이 56.8%(복수응답)로 가장 많았다. 

출처: 마이나비코리아 제공
일본취업 설명회장을 가득 메운 취준생들

사람이 부족하다고 하니, 일본어를 조금만 할 수 있다면 일본 취업은 수월할까. 일본에서 일하면 얼마를 벌 수 있을까. 잡앤(JOB&)이 일본 취업과 관련한 다양한 궁금증을 전문가에게 꼼꼼히 물었다. 국내 취준생을 일본 기업에 연결해주는 ‘마이나비코리아’ 김보경 부사장이 답했다.


일본은 요즘 구인난에 시달린다는데 어느 정도인가.

“일본은 10년 넘게 사람이 모자란 상태였다. 일본의 지난해 구인(求人) 배율이 1.74배다. 구직자 1명당 1.74개의 회사에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2~3년 전부터 구인난이 심각하다.”


최근 구인난이 일어나는 이유는 인구 구조 때문일까.

“젊은 사람이 부족하고, 고령층이 늘어나는 것이 주요인이다. 거기에 더해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도 큰 영향을 준다. 올림픽에 대비해 다양한 사업을 준비하고 행사와 공사를 진행해야 하니 사람이 부족하다. 2020년을 기점으로 새롭게 도약할 것이란 공감대가 일본 기업에 퍼져있는 것 같다. 예컨대 ‘2020년 몇 만 명의 사원을 만든다’는 목표를 세운 곳들이 제법 많다.”

마이나비코리아 김보경 부사장

한국 취준생도 일본 기업에 들어가기 쉬운 상황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인은 일본 기업 입사에 전혀 메리트가 없다. 일본 기업들이 한국 시장 진출에 소극적이기 때문에 한국인 직원 수요는 거의 없다. 외국인 중 한국인 구직자와 자주 경쟁 상대가 되는 건 중국인이다. 중국인은 한국인과 반대로 국적이 ‘플러스’가 된다. 일본 기업들이 중국에 많이 진출한데다, 중국 정부가 해외 기업에 투자 비율을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일본 기업이 한국인을 뽑는 이유는 무엇인가.

“일본 기업들은 한국 취준생이 일본어와 영어에 능통하고, 일본 정착률이 높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한국 취준생들은 일본 취준생보다 토익 점수가 평균 200점 이상 높다. 일본에서는 토익 700점만 받아도 ‘영어 잘한다’는 말을 듣는다. 또 해외 직원들 중 한국인과 성향이 가장 잘 맞는다고 본다. 한국 직원들이 직장에서 가르치기도 쉽고, 잘 배운다고 생각한다.


중국인의 경우, 외동 아들·딸이 많아서 회사를 다니다가 쉽게 포기하고 중국으로 돌아가는 일이 많다. 중국인은 일본에서 경력을 쌓고 돌아가면 고국에서 얼마든지 재취업이 가능하다. 게다가 월급도 더 받는다. 중국 직원의 일본 정착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반면 한국인은 돌아와도 일본 기업에서의 경력을 살려 입사할 만한 곳이 마땅치 않다.


일본은 취업 전문 업체들이 기업들과 협의해 구체적인 직원 선발 계획을 세우는 등 채용 문화를 주도한다. 기업 인사팀이 모든 채용 계획과 전략을 세우고, 취업 전문 업체들이 단순히 홍보하는 역할에 그치는 한국 방식과는 다르다. 일본의 취업 전문 업체들은 최근 트렌드를 고려해 기업에 입사 전략을 제안하기도 하는데, 요즘 한국인을 추천하는 분위기가 있다. 추천의 근거는 한국인이 일본어는 물론 영어도 잘하고, 성실하고, 정착률도 높다는 것이다. 일본 기업들도 한국인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

출처: 김보경 부사장 제공
김보경 부사장이 일본 직장 동료들과 함께한 모습

일본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기본적으로 일본어는 거의 유창하게 한다. 일하면서 일본어로 소통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을 수준이 돼야 한다. 영어도 일본어하는만큼 하는 지원자가 많다. 단, IT 등 기술직이면 일본어를 잘 못하더라도 영어를 잘하면 입사가 가능할 수 있다. 일본 기업이 학벌을 보지는 않지만, 지원자 중 명문대 출신이 많다. 결과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학벌은 채용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일본 기업의 연봉은 어느 정도되나.

“당연히 회사마다 차이가 크다. 라쿠텐(楽天)이나 하쿠호도(博報堂)처럼 큰 기업은 세금을 포함해 연 4000만~5000만원 정도된다. 전일본공수(ANA)를 비롯해 대부분의 기업은 3500만~4000만원 사이다. 작은 기업들은 3000만원 정도 준다. 대신 교통비와 주거비가 나온다. 대부분의 회사가 교통비는 100% 주고, 주거비는 상당 부분 지원해준다. 주거비 지원 비율은 회사마다 다른데, 보통 절반 이상은 준다. 기숙사가 있는 회사도 많은데, 이 경우 한 달에 1만엔 정도만 내면 살 수 있다.”

일본 기업 면접을 보기 위해 대기중인 한국 취준생들

연봉이 한국 대기업들보다 오히려 적은 것 같다. 영어·일본어에 능통하고, 학벌도 좋은 한국 취준생들이 돈을 많이 주는 것도 아닌데 일본으로 가려는 이유는 뭘까.

“지원자들 보면 한국을 ‘헬조선’이라고 부르며 떠나고 싶어한다. 일본 기업은 직원을 가족처럼 생각한다. 직원을 키워주려는 분위기가 있다. 입사하자마자 ‘실적 내라’는 식으로 절대 압박하지 않는다. 입사 후 3년까지는 신입이라고 생각하고 키워 주고, 우리 사람으로 성장시켜주려는 교육제도가 잘 갖춰져 있다. 팀워크가 많고, 절대 잘리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은 대기업 들어가도 돈은 많이 주지만 빠르면 30대 후반부터 떠나기 시작하고, 경쟁도 너무 심하지 않나. 이러한 한국의 현실을 싫어하는 것이다. 


일본 취업한 사람들 말을 들어보면 ‘일본 기업은 사람을 쓰고 버리는듯한 느낌이 아니고 오래 일할 수 있는 사람을 뽑는 것 같다’고 한다. 이러한 문화를 인간적이라고 본다. 예컨대 일본은 무역회사에 들어갔는데 영어를 못하면, 월급을 주면서 1년간 영어 연수를 보내준다. 한국 회사에서는 어려운 일일 것이다.


여기에 더해 사귀는 사람이 일본인이어서 일본 기업에 취업하려는 경우도 많다. 지원자의 절반 가까이가 이 경우에 해당한다. 그리고 한국보다 기업 문화가 좋고, 해외에서 더 인정받는 일본 기업에서 3~5년 가량 경력을 쌓고, 미국 등 더 큰 글로벌 기업으로 옮기고 싶어하는 지원자도 많다.”   

출처: 마이나비코리아 제공
일본 회사인 '마이나비'의 평소 사무실 풍경

한국인과 일본 기업이 잘 안 맞는 부분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일본에서 일하는 많은 한국인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부분은 일본인의 속마음과 겉마음 다르다는 것이다. 일본인은 남 앞에서 나쁜 말 절대 안 한다. 이를 ‘솔직하지 않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 어떤 게 진실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또 일본 기업에서는 아무리 좋은 성과를 내고, 노력해도 상여금을 듬뿍 받거나 초고속 승진하거나 이런 경우가 거의 없다. 평등성을 유지하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일한만큼, 성과를 낸 만큼 인정을 받고 싶다면 일본에 있는 외국계 기업에 들어가는 것을 추천한다. 한국인이라고 해서 차별 받는 것은 전혀 없다. 반대로 말하면 외국인 직원이라고 해서 봐주는 것도 전혀 없다. 일본인 직원과 똑같이 대우한다.”


일본 기업에 가고 싶다면 어떤 ‘스펙’을 준비해야할까.

“일본 기업은 채용할 때 ‘스펙’을 거의 고려하지 않는다. 지원할 때 학점도 적지 않는다. 공모전 수상이나 인턴 경력은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언급할 수는 있겠지만, 참고 사항일 뿐이다. 일본 기업이 신입직원을 뽑을 때 고려하는 것은 첫째도 잠재성, 둘째도 잠재성이다. 이 사람을 채용해서 우리가 교육을 시키면 얼마나 조직에 잘 융화되고, 나중에 우수한 직원이 돼서 회사에 기여할 수 있을까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따라서 결과물보다는 그 결과에 도달한 과정을 집중적으로 묻는다. 실패를 했어도 그 이유를 더 궁금해하고, 어떻게 대처했는지를 묻는다. 면접을 볼 때도 자기소개서를 바탕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의 질문을 많이 한다. 한국 기업들처럼 갑자기 사회 문제에 대해 묻거나 지원자를 곤란하게 만드는 압박 질문을 하는 일은 없다. 한국의 취준생들은 자격증도 많이 따는데, 그런 것도 필요없다. 일본 기업 문화 자체가 ‘회사에서 일할 때 필요한 것은 모두 입사 후 회사에서 가르쳐준다’는 것이다.”

출처: 김보경씨 제공
김보경씨가 일본 직장 동료와 함께(왼쪽), 일본 취업에 성공한 한국 학생들(오른쪽)

일본 기업에 취업하는 한국 취준생들의 특성은 어떠한가.

“남자보다는 여자가 많다. 전체의 65% 정도가 여자다. 전공을 보면 문과생이 70%다. 일본어를 할 수 있는 이공계생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공계생이 일본어를 잘하면 아주 좋은 회사에 들어갈 수 있다.”


글 jobsN 김지섭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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