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승무원 면접 갔다 덜컥 합격..1만 시간 비행한 여성 기장

조회수 2020. 9. 18. 13:58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하늘을 나는 럭셔리 호텔 A380' 모는 여성 기장
A380 모는 대항항공 유일의 여성 기장
승무원 인턴에서 조종훈련생으로
편견보다는 응원을 더 많이 받아

"대한항공은 사내 및 일반 공개모집을 통해 국내 최초로 여성조종훈련생 3명을 최종선발, 11일 비행훈련원에서 입교식을 가졌다고 밝혔다. 필기시험, 기능적성검사, 심리적성 검사, 신체검사, 영어구술시험, 면접의 까다로운 시험과 10대1의 경쟁을 물리치고..."


1995년 12월 11일 자 조선일보에 실린, 국내 최초 여성조종훈련생의 입교를 알리는 기사다. 3명 중 가장 어렸던 황연정 훈련생은 훈련생, 부기장을 거쳐 2008년, 국내 세 번째 여성 기장이 됐다. 당시 입사 동기였던 남편과 함께 기장으로 승격해 국내 최초 민항기 부부 기장으로도 불렸다.

출처: 대한항공 제공
황연정 기장

기장 승진 후 6년간 에어버스 A330을 조종한 그는 2014년, 세계에서 가장 큰 비행기 에어버스 A380 조종석에 앉았다. 대한항공에서 A380 기종을 모는 유일한 여성 기장이다. 비행 21년 차, 1만 시간 이상 비행을 한 황 기장은 여전히 비행기 소리에 가슴이 설렌다고 한다. 이런 그가 맨 처음 조종실에 발을 디딘 건 객실 승무원 인턴으로 근무할 때였다.

승무원에서 조종훈련생으로

1995년, 경기대학교 4학년이었던 황연정 학생은 친구 따라서 대한항공 객실 승무원 면접을 보러 갔다가 덜컥 합격했다. 한 달 동안 인턴으로 근무하던 그는 당시 기장님이 구경시켜준 조종실에 매료됐다.


-어떤 부분에서 매력을 느꼈나요.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그냥 조종실에 들어가자마자 ‘비행기 조종이 내가 꼭 해야 하는 일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승무원 인턴이 끝나고 신문에 올라온 조종훈련생모집 공고를 보고 꼭 지원해야겠다고 다짐했죠."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나요.

"아버지께서 반대는 안 하셨지만 ‘여자가 조종사 한다는 말은 처음 들어봤다’고 하셨어요. 어머니는 ‘여자라고 못할 게 뭐가 있어, 엄마는 네가 조종사 할 수 있을 것 같아’라고 응원해주셨습니다. 어머니 말씀 듣고 바로 지원했죠." 

출처: 조선DB
여성조종훈련생 입교 동기(왼쪽에서 두번째가 황연정 기장, 한 명은 입교 후 건강 문제로 그만 두었다)

10대1의 경쟁률 뚫고 조종훈련생 합격

당시, 조종훈련생으로 합격하려면 1차 필기시험과 2차 비행실기, 적성‧신체검사, 항공기 시뮬레이터 테스트 등을 치러야 했다. 약 3개월간의 시험과 면접 끝에 훈련생으로 선발되면, 미국과 제주도에서 총 2년여간 교육을 받았다.


-훈련생으로 합격했을 때 기분은 어땠나요.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좋았습니다. 인생에 딱 3번의 기회가 찾아온다고 하는데, 그때가 그 3번 중 한번 이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시뮬레이터 평가를 받으러 갔을 때, 시뮬레이터를 난생처음 보는 거였습니다. 그때 시험 보러 간 곳에 있던 조종훈련생들이 여자가 왔다고 다들 구경을 나오더군요. 그중 몇 명이 직접 그림을 그려가며 가르쳐줬습니다. 아무것도 몰랐다가 덕분에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것 같아요."

출처: 대한항공 제공
미국에서 훈련 중인 황연정 훈련생

-미국과 제주도에서 어떤 훈련을 받았나요.

"미국에선 시계 비행(직접 지형을 보고 조종하는 비행방법), 계기 비행(계기에 의존해 조종하는 비행방법), 상업용 비행 훈련을 받았어요. 훈련을 마칠 때마다 해당 자격증을 취득해야 합니다. 미국에서 300시간의 비행을 채우면 제주 비행훈련원에서 훈련을 시작합니다. 이때는 실제 항공사에서 실시하는 절차를 똑같이 교육받습니다. 사업용 및 운송용 조종사 면허증과 무선 통신사 자격증 취득 후 운항본부로 돌아옵니다."


-운항본부에서는 어떤 교육을 받나요.

"부조종사 교육과정을 이수합니다. 각자 항공기종을 배치받고 기종에 따른 교육을 따로 받습니다. 저는 중‧대형기인 에어버스 A330을 배치받았습니다. 시뮬레이션 훈련과 실비행기 훈련을 마치면 부기장으로 임명받습니다."

‘하늘을 나는 럭셔리 호텔 A380’ 모는 대한항공 첫 여성 기장

2008년, 당시 황연정 부기장은 최소 4000시간 이상의 비행 경력과 350회 이상의 착륙 경험 등을 충족해 기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대한항공은 2011년부터 세계에서 가장 큰 비행기 에어버스 A380을 도입해 운항을 시작했다.

출처: 조선DB
에어버스 A380

황 기장은 꿈의 비행기로 불리던 A380을 운전하고 싶었지만, 항공사에서 조종석을 여성에게 내어줄지 반신반의했다. 주변에서도 처음엔 ‘너는 못 할 거다’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같은 에어버스사의 A330을 조종하던 그에게도 똑같이 기회가 찾아왔다. 훈련- A380 기종한정면허 취득-자격 심사를 거쳐 2014년 6월, A380으로 첫 운항을 시작했다.


"에어버스 A380은 세계에서 가장 큰 비행기일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 기종을 모는 여성 기장이 드물어요. A380을 몰고 외국에 나가면 외항기 기장들이 A380 기장이 맞냐고 다들 물어봅니다. 조종한 지 3년 됐지만, 아직도 뿌듯합니다."


-비행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나요.

"기장 승격 후 얼마 안 돼, 제주-김포 간 비행했을 때였습니다. 비행을 마치고 내리니 공군사관학교 여생도가 저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기장방송을 듣고 여자 기장인 것이 너무 자랑스럽다고 나중에 기장님과 같은 조종사가 되겠다면서 사인을 요청했죠. 사인을 해주면서 나중에 선후배로 보자고 격려도 해줬습니다."

출처: 대한항공 제공
황연정 기장

"여자 조종사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2004년, 쌍둥이의 엄마가 된 황 기장이 지금까지 일할 수 있었던 이유는 대한항공의 여성 친화적 기업문화 덕분이었다고 한다. 전체 직원 1만8700여 명 중 약 42% 이상이 여직원인 대한항공은 대표적인 여성 친화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황연정 기장은 임신으로 1년 6개월 정도 휴직을 했다. 대한항공은 육아휴직, 산전후휴가 등 법적 모성보호제도 사용을 적극 권장한다. 한국 고용정보원이 발표한 2015년 육아휴직 사용률은 59.2%인 것에 비해 대한항공 내 육아휴직 평균 사용률은 95%로 100%에 가까운 수준이다.


휴가 후 복직도 수월하다. 조종사는 재자격 훈련을 받으면 복귀할 수 있다. 훈련은 지상학술과 비행 절차 및 기술적 사항 등에 대한 이론 교육 훈련, 항공기 시뮬레이터에서 모의 비행훈련으로 이뤄져 있다. 훈련을 마치고 실제 비행으로 심사를 받아 적격평가를 받으면 다시 조종사로 활동 가능하다.

-여자 조종사로서 차별받았던 적도 있나요.

“직장 내에서 편견이나 차별을 받았던 적은 없습니다. 다만 편견의 시선을 피하고자 더 열심히 했어요. 여성 조종사 입사 동기 2명과 함께 ‘아무리 힘들어도 끝까지 버텨야 후배를 위한 길이 생긴다’면서 뭐든 열심히 했죠. 후배들에게도 ‘우린 소수기 때문에 중간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 안 된다. 중간보다 잘해야 중간이 되고, 잘해야지 중간 이상으로 보인다’고 얘기해요.


승객들은 여자라서 편견을 갖기보단 더 응원해주십니다. 한 승객이 자신도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인데 너무 자랑스럽다며 편지와 선물을 주셨죠. 한 꼬마 승객은 색종이에 '기장님, 정말 고맙습니다'라고 써줬어요. 지금도 간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정년까지 건강하고 안전하게 비행하는 것입니다. 한 가지 더 바라는 게 있다면, 여자 조종사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여자도 조종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모르거나, 안될 것 같다는 생각에 지원자가 적은 것 같아요. 하고 싶으면 일단 도전하세요. ‘나는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다 보면 반드시 이룰 수 있을 겁니다."

글 jobsN 이승아 인턴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