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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이 없는 게 기능!

자칭·타칭 'IT덕후'인 기자는 IT 기기 사용이 취미입니다. 기자가 직접 써본 기기 중 잡스엔 독자들이 업무 혹은 취업 준비, 머리 식히기에 활용하면 좋을 것 같은 기기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오늘은 수험생 자녀를 두고 있거나 스마트폰이 싫어서 '피처폰'을 찾아 헤매는 잡스엔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스마트폰(?) '공신폰'을 소개합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지난해 11월 공개한 '2016 한국 미디어 패널 조사' 결과 초등학교 저학년(1~3학년)의 31.7%, 고학년(4~6학년)의 68.2%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훨씬 많은 중학생(90%)과 고등학생(89.5%)도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어린이·청소년의 스마트폰 이용률이 높아져 부모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떼카'(떼로 카카오톡을 보내 괴롭히는 일)나 '카따'(카카오톡에서 왕따시키는 일) 등 새로운 유형의 폭력에 자녀들이 노출되지는 않을지, 스마트폰 중독으로 공부에 지장을 받지 않을지 전전긍긍합니다.

이런 부모를 위해 SK텔링크가 '공부의 신'이라는 별명으로 널리 알려진 강성태씨와 함께 신개념 스마트폰을 내놨습니다. 이른바 '공신폰'입니다. 강씨는 2001학년도 수능에서 400점 만점에 396점을 받아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에 들어갔고, 대학 입시, 각종 고시 등 어떤 시험이든 가리지 않고 빨리 합격하는 법을 알려주는 '공신닷컴'을 운영하고 있습니다.(잡스엔 강성태 인터뷰 보러가기)

WCDMA(3G)나 LTE를 이용한 데이터통신은 물론, 와이파이(Wifi) 기능도 삭제했습니다. 오로지 전화와 문자, 그리고 몇 가지 부가기능만 쓸 수 있어 스마트폰이라고 불러도 될지 고민될 정도입니다. 우선 강씨의 공신폰 소개 영상을 보시죠.

강씨가 감히 '역대 최악의 핸드폰'이라고 부르는 공신폰을 낱낱이 파헤쳐 봤습니다.

상자부터 무시무시합니다. 전면엔 '공부의 신(神)'이라는 글자가 쓰여있고, 아래쪽엔 SK텔링크와 공신이 협업했다는 의미의 '7mobile x gongsin'이라는 글귀도 눈에 띕니다. 7mobile은 SK텔링크의 알뜰폰 브랜드입니다.

상자를 열면 비닐에 싸여있는 공신폰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구성품입니다. 스마트폰 충전기, 충전 케이블, 이어폰은 물론 스마트폰 케이스와 액정보호 필름까지 싹 들어있습니다. 액세서리를 쉽게 구하기 힘들기 때문에 케이스나 액정보호 필름까지 챙겨준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 상 왼쪽 위에 있는 한 장짜리 종이의 정체도 짚고 넘어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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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신폰의 외관부터 살펴보겠습니다. 패키지 상자에 쓰여있는 '공부의 神'이라는 문구가 공신폰 본체 액정 위에도 떡하니 붙어있습니다.

공신폰을 정면으로 바라봤을 때 우측면엔 전원 버튼과 음량 조절 버튼이 있고, 상단엔 3.5파이 이어폰 단자가 있습니다. 아래쪽 측면엔 충전 및 데이터 이동을 위한 단자가 있습니다. 마이크로 USB 5핀 규격입니다. 옆에는 통화용 마이크가 있습니다. 후면 하단엔 스피커가 있습니다. 보급형 기기치고는 꽤 빵빵한 소리를 내줍니다.

후면 상단과 전면 우측에는 카메라가 달려있습니다. 후면의 메인 카메라는 800만 화소, '셀카'용 전면 카메라는 200만 화소입니다. 

요즘 나오는 최신형 스마트폰은 대부분 배터리 일체형이지만, 공신폰은 배터리 교체형입니다. 뒤 뚜껑을 열어 배터리를 넣어봤습니다.

전원을 켜니 실제 공신폰의 제조사, ZTE의 로고가 나옵니다. 공신폰은 사실 ZTE에서 2016년 4월에 출시한 보급형 스마트폰, Blade L5 Plus와 같은 제품입니다. 이것을 공신폰의 콘셉트에 맞게끔 펌웨어를 수정해 데이터통신 기능을 삭제해 올린 것입니다.

부팅이 완료됐습니다. 배경화면이 눈에 띕니다. 강성태씨가 쓴 책 '미쳐야 공부다'에 나오는 문구가 박힌 배경화면입니다.

공신폰에는 사용자의 공부 의욕을 자극할 12개의 배경화면이 들어있습니다. 공부하기 싫을 때쯤 "가능성은 믿어도 의지는 믿지마라. 자기를 제어할 장치를 곳곳에 마련해 두어라" 등 공신의 주옥같은 멘트가 담긴 배경화면을 바꿔가면서 의욕을 불태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화면 끝에서 내리면 나오는 노티바(notification bar)를 내려봤습니다. 보통 여기에 있어야 할 데이터통신·와이파이 온 오프 버튼이 없습니다. 진짜 데이터통신이 안 되나 봅니다.

설치된 애플리케이션 전부입니다. 보통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기 위한 마켓인 '구글 플레이 스토어'가 보이지 않습니다. 추가적인 애플리케이션 설치가 어렵다는 뜻이죠. 공부를 도와주는 스마트폰답게 '프라임 영한·한영사전'이 눈에 띕니다. 데이터통신이 되는 일반 스마트폰에선 보통 인터넷 검색을 통해 단어의 뜻을 찾겠지만, 데이터통신이 되질 않으니 아예 사전을 넣은 것 같습니다.

영한·한영사전 외에도 토익(TOEIC)에 나오는 주요 단어를 모아서 보여주고, 단어 암기를 도와주는 '암기모드'도 있습니다.

메모 기능이나 알람 기능은 당연히 쓸 수 있습니다.

당연히 기본 기능인 전화와 문자는 잘 됩니다.

MMS(멀티미디어메시지)를 주고받는 것도 가능합니다. 보통 스마트폰은 카카오톡이나 라인 등 메신저로 사진을 공유할 수 있지만, 공신폰은 MMS로 주고받아야 합니다. 물론, MMS로 사진을 보낼 땐 용량을 줄이기 위해 압축을 하기 때문에 사진의 화질이 떨어집니다.

이럴 땐 USB 케이블을 이용해 컴퓨터와 연결, 사진을 원본 그대로 빼낼 수 있습니다.

사진 얘기가 나온 김에 공신폰으로 찍은 사진을 보시죠. 빛이 충분한 낮에 찍어서 그런지 화질이 꽤 좋아 보입니다. 일상 기록용으로는 쓰기엔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컴퓨터에 연결한 김에 MP3 파일을 넣어봤습니다. 잘 재생됩니다. 스마트폰인데 컴퓨터와 유선으로 연결해 사진·음악 등을 넣고 빼니 마치 십수 년 전에 쓰던 피처폰이 생각납니다. 컴퓨터랑 연결한 김에 공신폰의 성능 테스트를 위해 다른 스마트폰에서 추출한 벤치마크 프로그램 geekbench4 apk 파일도 집어넣어 봤습니다. 확장자가 apk로 돼있는 파일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설치가 가능한 애플리케이션 파일입니다.

공신폰에 apk 파일을 넣고 설치를 시도해봤지만, '앱이 설치되지 않았습니다'라는 문구가 뜹니다. 철저히 막아놨네요. 강성태씨가 '역대 최악의 폰'이라고 부를 만합니다. 뚫어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공신폰의 원 기기인 블레이드 L5 PLUS의 펌웨어를 덮어쓰면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해보지 않기로 했습니다.

펌웨어 업데이트 작업은 '벽돌'의 위험을 동반합니다. 제대로 된 조건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펌웨어를 올렸다간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기기와 궁합이 안 맞아 아예 작동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거든요. 영어론 'bricked' 한국말로는 '벽돌이 됐다'고 하죠. 이러면 제조사 A/S도 받을 수 없습니다. 게다가 공신폰이 공부에 집중하려는 수험생을 위한 휴대전화인데, 이걸 우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게 적절한가 하는 의문도 들었고요.

공신폰의 출고가는 19만 8000원입니다. 하지만, 요금제 결합 가입 시 할부원금과 이자 비용 없이 무료로 구입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공짜폰입니다. SK텔링크 측은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월 2만 900원에 음성 100분, 문자메시지 1000건을 기본 제공하는 '공부의 신' 전용 요금제도 내놨습니다. 이 요금제는 청소년만 가입할 수 있습니다.

통신3사에서 음성 100~150분, 문자메시지 50~100건을 제공하는 요금제의 월 이용금액은 약정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지만, 대략 2만원대 초반입니다. 물론 기기값은 따로니까 공신 전용 요금제는 꽤 경쟁력이 있어 보입니다.

이상으로 '역대 최악의 스마트폰' 공신폰 간단 사용기를 마칩니다. 수험생은 물론, '불필요한 연결'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은데, 피처폰을 구하기 쉽지 않아 울며 겨자 먹기로 스마트폰을 쓰고 있는 성인에게도 꽤 괜찮은 선택이 될 것 같습니다.

글 jobsN 안중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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