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하나로 월 수입 5천..축구에 미친 남자 셋

조회수 2020. 9. 18. 10:4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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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도동 말디니, 공릉동 무리뉴, 장안동 토레스
다니던 직장 그만두고 시작한 고알레
드론 촬영 업체에서 콘텐츠 서비스 회사로

“십자인대가 끊어졌습니다. 앞으로 축구 하시면 안 됩니다.”


2015년 2월, 윤현중 씨는 그토록 좋아하던 축구를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친구들과 축구를 하다가 십자인대가 끊어진 것이다. 아마추어 축구광이었던 그는 아예 다니던 회사도 때려치우고 축구로 먹고살겠다고 결심한다. 그래서 만든 것이 아마추어 축구 동영상을 찍어주는 회사다. 촬영에 요즘 한창 뜨는 드론을 이용한다. 윤씨 못지않게 축구에 미쳤던 친구들까지 끌어들여 공동 창업을 했다.


2015년 12월, 영상 편집을 맡은 이병욱 대표, 촬영과 홍보를 맡은 박진형 대표와 함께 아마추어 축구경기 촬영 업체 ‘고고고알레알레알레(이하 고알레)’를 만들었다. 고알레는 드론으로 아마추어 축구 경기를 촬영해 2시간짜리 풀 영상과 5분 남짓의 하이라이트 편집 영상을 제공한다. 아마추어 선수들이 축구 감독에게 축구를 배울 수 있는 트레이닝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촬영과 트레이닝 프로그램, 광고를 통한 매출은 월 5000만원. “아직 성장에 집중하고 있어 대부분 재투자한다”는 고알레 공동대표 세 명을 만났다.

출처: 고알레 제공
이병욱, 윤현중, 박진형 공동대표

◇축구로 뭉친 박진형, 윤현중, 이병욱 대표


고등학교, 대학교 친구였던 박진형, 윤현중, 이병욱 대표는 축구라는 공통 관심사 하나로 모였다. 이 대표는 외국계 광고 대행사를 다니다가 그만뒀다. 박 대표는 영국에서 석사 과정을 이수하던 중 고알레 창업을 위해 한국으로 들어왔다.


이 대표는 부모님께 ‘어렵게 취업해놓고 왜 이런 무모한 선택을 했냐’는 말을 들었지만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에너지가 있을 때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곧 부모님도 그의 열정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2016년 3월, 50~60대 아저씨들의 조기축구 경기를 촬영해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대박이 났어요.” 고알레가 만든 ‘아재 축구, 그 아름다운 예’ 영상은 누적 58만 조회 수를 기록했다. “입소문을 타 인터뷰를 하고 TV에 얼굴이 나오자 부모님이 인정해주셨습니다. 지금은 누구보다 열심히 응원해주십니다.”

◇드론 문외한에서 촬영 노하우 쌓기까지

물론 처음부터 순탄하지는 않았다. 세 대표는 과거드론을 만져본 적도 없었다. “6개월 동안 조종 연습을 했어요. 축구 중계와 게임 속 카메라 앵글을 연구하고 직접 실험하면서 노하우를 쌓았죠. 드론을 조종할 수 있다고 바로 촬영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항공법 시행규칙 중 초경량비행장치 조종자의 준수사항을 숙지하고 비행 및 촬영 승인을 받는 방법도 배웠습니다.”

출처: jobsN

드론을 날리려면 항공안전법 시행규칙 제310조 ‘초경량비행장치 조종자의 준수사항’을 숙지해야 한다. 특히 서울은 청와대를 중심으로 반경 7.3km 이내에서 비행할 수 없고, 비행 제한공역이 많다. 제한공역에서 드론을 띄우려면 최소 4일 전에 수도방위사령부에 사전신고 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촬영은 비행과 별도로 국방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드론 조종에 익숙해질 무렵 이병욱 대표는 샘플 영상을 편집해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이 서비스 꼭 이용하고 싶다’, ‘우리도 찍어주면 좋겠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고 2015년 12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드론 촬영 업체에서 콘텐츠 서비스 회사로

사전 반응은 좋았지만, 막상 시작해보니 수요가 없었다. 실제 낯선 서비스를 선뜻 이용하려는 사람은 소수다. 축구장을 찾아가 무료로 촬영을 해줬다. 메일로 영상을 보내, 서비스를 소개했다. 영상 속 주인공들에겐 유명선수 이름을 붙였다. ’마장동 루니의 쾌속 질주’ ‘망원동 베컴의 실력’ 등의 영상이 SNS에서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대표 세 명도 ‘상도동 말디니(박진형), 공릉동 무리뉴(윤현중), 장안동 토레스(이병욱)’란 별명을 쓴다. 

출처: 고알레 유튜브 캡처

촬영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콘텐츠를 기획했다. 2016년 겨울, 축구 감독에게 배울 수 있는 ‘트레인 위드 알레(train with Ale)’와 경기장을 대여해 같이 축구할 사람을 모집하는 ‘게릴라 풋볼’을 만들었다. 올 2월엔 트레인 위드 알레와 같은 형식의 ‘풋살 위드 알레’도 시작했다.


트레인 위드 알레와 풋살 위드 알레 참가비는 1인당 25만원, 각각 한 달에 4번 주말 동안 4시간씩 진행한다. 게릴라 풋볼은 회차당 2만 5000원으로 한 달에 4회 진행한다. 트레이닝이 끝나면 그동안 촬영한 영상을 편집해 나눠준다.

출처: 고알레 제공, 유튜브 캡처
트레인 위드 알레 단체 사진과 유튜브에 업로드 한 영상

“30명 정원에 300명이 지원했습니다. 급하게 정원을 60명으로 늘렸어요. 거제도에서 비행기 타고 온 사람을 보며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했죠. 창업 초기 ‘아마추어 축구 촬영 업체’였다면 이제는 ‘콘텐츠 서비스 회사’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전 세계 아마추어 축구인들을 위한 온라인 스타디움


드론이 상용화되며 고알레와 같은 촬영 업체들이 생기고 있다. 윤 대표는 “시장이 커지고 있어서 좋다. 하지만 법적 규제는 꼭 지켰으면 한다”고 말한다. 

출처: jobsN

국내 아마추어 축구를 겨냥한 시장을 만든 고알레는 해외 진출을 꿈꾸고 있다. “고알레를 통해 전 세계 아마추어 축구인들이 모일 수 있는 온라인 스타디움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는 박 대표는 마지막으로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한다.


“창업은 놀이가 아닙니다. 좋아서 시작한 일도 하루에 열두 번은 그만두고 싶을 만큼 수많은 위기를 만나요. 그걸 이겨낼 수 있어야 합니다.”


글 jobsN 이승아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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