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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과 불륜관계' 여직원의 횡포에 직장 때려친 30대

조회수 2020. 9. 17. 17:2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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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에게 지시·대낮 퇴근' 상왕으로 군림하는 사장의 '그녀'

“사회는 저에게 질서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혹한 징벌을 내릴 겁니다. 그러나 매일 지옥 같은 삶을 사느니 차라리 모든걸 내려놓고 싶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뽐뿌’에서 화제가 된 31살의 남성 문현웅(가명)씨는 대뜸 이런 말을 꺼냈다. 

출처: 뽐뿌 캡처
문현웅(가명)씨가 뽐뿌에 올린 글. 첫 부분과 마지막 부분만 일부 발췌했다.

그는 최근 뽐뿌에 ‘퇴사하여 백수가 되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주인공이다. 이 글에는 순식간에 수십개의 댓글이 달렸다. ‘총 5년 정도의 직장 생활을 했지만 더 이상 직장 생활을 할 자신이 없다. (퇴사한 지금은) 돈은 없지만 별것도 아닌 인간들 얼굴 보며 스트레스 받는 일이 없어 행복하다’는 요지의 글이다. ‘더 이상 부당한 처사를 참을 수 없었다’ ‘하찮은 머슴 취급을 당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회사 스트레스에 자살 생각까지 한다, 동질감을 느낀다’ ‘내가 다니는 회사 얘기를 쓴 줄 알았다’ 같은 댓글이 줄줄이 붙었다 설득 끝에 문씨를 만나 자초지종을 들어봤다. 중소기업 3곳을 다녔던 문씨는 “내가 운이 없는지는 몰라도 다니는 회사마다 최순실 같은 사람이 가득했다”며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전근대적인 행태가 매일 같이 벌어졌다”고 했다. 

문씨는 지방의 한 특성화고에서 전자전기 분야를 전공했다. 그는 군복무를 마치고 2011년부터 한 제조업체(이하 A사)에서 3년간 일했다. 이후 자영업을 하는 부모님 일을 돕다 일본계 상사(이하 B사)에서 1년쯤 근무했고, 마지막으로 일본과 거래하는 무역회사(이하 C사)에서 6개월 동안 일한뒤 지난 2월 퇴사했다.


문씨는 “세 곳 모두 연봉(3000만원 이상)이 낮지는 않았다”며 “문제는 5~10년 후 미래가 보이지 않는 기업 문화였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사례가 극단적인 경우일 수 있으니 일반화하진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B사와 C사에서 겪은 경험담을 묻자 격앙된 반응을 보인 문씨는 A사에 대해선 “할말이 많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며 말을 아꼈다.   

휴가는 딴 나라 이야기

근로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근로기준법규는 대부분 5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다. 뒤집어보면 5인 미만 사업장은 법 적용 대상에서 빠져 있다. 정당한 사유없이 해고가 가능하다. 초과근무·휴일근무시 가산수당, 휴업수당, 유급휴가 등도 받지 못한다. 근로복지의 ‘사각지대’인 셈이다. 

출처: 근로기준법 참고
5인 이상 사업장과 미만 사업장의 차이

일본계 상사의 한국 지사였던 B사는 5인 미만 사업장이었다. 문씨는 영업 관리, 수출통관 업무 등을 맡았다. “사람을 쥐어짠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아시나요? 1년 내내 휴가 한 번 가본적이 없었습니다.” 5인 미만 사업장이라 유급 휴가는 꿈도 꾸지 못했다는 얘기였다.


황당한 것은 실제로는 B사가 5인 이상 사업장이었다는 것. “실제 직원은 5명이 넘었습니다. 그러나 일본인이나 중국인 등 외국인은 소속이 한국 지사가 아닌 일본 본사였습니다. 꼼수를 써서 법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겁니다.” 

출처: 뽐뿌 캡처
문씨의 글에 대한 댓글 반응

사업자등록상의 대표와 실제 대표도 달랐다. 실제로는 아무런 직함도 없는 사람이 경영 전권을 휘둘렀다고 한다. “일본인 직원이 ‘바지사장’이었습니다. 무늬만 대표였던 거죠. 실질적인 대표는 한국인이었습니다. 대표가 본사측과 협의해서 이면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뚜렷하게 이유를 알진 못하지만 그런 식으로 하면 뭔가 혜택이 있어서 그런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외국계 회사’라고 하면 유연한 기업 문화를 떠올리지만 현실은 달랐다. “간판만 외국 회사면 뭐합니까. 일하는 사람들이 거의 다 한국인이잖아요.” 결과적으로 문씨는 실질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하는 한국인 대표 때문에 트러블 때문에 퇴사했다. “아무런 직함도 없는 이가 절대 권력을 쥐고 직원을 부립니다. 처음엔 참았지만 나중엔 ‘이렇게는 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직원들도 경력만 쌓는다는 생각으로 매일같이 이직할 궁리만 하던 곳이었습니다. 그 조그만 회사에서 반년만에 세 명이나 퇴사했습니다.” 

비선실세 불륜녀

출처: jobsN
C사에선 부하와 상사의 관계가 역전되기도 했다

마지막 직장은 더 했다. 문씨는 “(B사는) 애교 수준이었다”며 “C사는 그야말로 최악이었다”고 했다. 입사하자마자 동료들로부터 “이런 곳에 왜 입사했느냐” “되도록 빨리 탈출하라”는 말을 들었다. 처음엔 이상했지만 시간이 흐르자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C사는 일본 회사의 물건을 판매대행하는 회사였다. 10명 남짓의 소규모 기업이었고, 가족이 운영을 하는 ‘가족 회사’였다. 대표를 제외한 가족들은 일도 하지 않고 급여만 받아가는 ‘유령 직원’이었다. “이사나 상무, 이런 직함을 달고 있는 분들인데 회사에는 아예 코빼기도 비추지 않아요. 그 정도까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대표 가족인데 뭐 어쩌겠느냐’고 생각했거든요.”


정작 회사에 정이 떨어진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30대 여성 차장과 대표가 불륜 관계였다. 둘다 기혼자. 문씨는 “우리끼리는 그녀를 여왕님, 최순실이라고 불렀다”고 했다. “두 사람 관계 때문에 대표가 편애를 했어요. 그 여자도 그런 상황을 적극적으로 이용했습니다. 직급 이상의 권한을 누렸습니다.”


문씨는 대표의 내연녀인 직원보다 10살은 나이가 많은 부장이 그녀 앞에서 고개를 숙이며 오히려 지시를 받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일도 열심히 하지 않고 퇴근 시각도 자기 마음대로였어요. 죽어라 야근하고 일감을 따온 사람들은 인정 받지 못하는데…." 아무리 열심히 해도 나아지리라는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나도 나중엔 부장님처럼 한참 어리고 경력도 짧은 직원에게 머리를 조아릴 수 있겠다는 생각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문씨는 그만 둘 수 있었던 자신이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했다. “부장님도 그런 회사 더 이상 다니고 싶어하진 않지만 처자식 생각에 못 그만둬요. 그나마 저는 미혼이라 쉽게 때려칠 수 있었습니다.” 

“평생 알바족으로 살 것”

문씨는 “이제는 아예 직장 생활은 단념했다”고 했다. C사를 그만둔 이후 10명이 넘는 헤드헌터로부터 제의를 받았으나 모두 거절했다. “경력도 제법 쌓았고 나이도 어린 편이니 회사에 다니려면 다닐 순 있어요. 그러나 그동안 겪었던 회사와 다를 것 같지 않습니다. ‘제왕적 경영’을 일삼는 중소기업, 그 구태적인 틀에 다시 갇히고 싶지 않아요.”


지방 출신인 문씨는 서울에서 홀로 자취하고 있다. 결혼도, 재취업도 포기한 그는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갈 작정이다. “월세만 수십만원이잖아요. 서울에서 숨만 쉬고 살아간다는 것도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실감합니다. 자기계발도 틈틈이 해서 프리랜서로 일할 수 있는 분야를 찾으려고 합니다.” 

문씨는 마지막으로 “주제가 넘은 얘기일 수 있지만 중소기업 환경을 바꾸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없다”고 했다.

 

“열심히 일하면 결혼하고 애 낳고 집 살 수 있는,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나라가 아니에요. ‘방 한 칸에서 7남매를 키웠다’는 식의 옛날 얘기는 요즘엔 전혀 현실과 맞지 않습니다.

 

이번 대선 토론회를 보니 ‘일자리’를 늘리자는 얘기가 많이 나오더라고요. 그러나 취업난이 심각한데도 중소기업 가고 싶은 사람은 없다는 현실을 똑바로 봐야 합니다. 실제로 일자리 자체는 많잖아요. 그러나 가서 저처럼 험한꼴 당할까봐 안 가는거죠. 독일처럼 중소기업도 취업하고 싶은 나라, 새 정부는 꼭 만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글 jobsN 오유교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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