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의 꽃' 되기 위해 주6일 하루 16시간 일하는 그녀의 직업은?

조회수 2020. 9. 17. 17:1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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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강도, 급여가 일의 전부는 아니에요
애널리스트 되기 위한 필수 관문 RA
日16시간 근무, 주6일 등 업무강도 높아
시장전문가 된다는 뿌듯함은 커

애널리스트(시장·기업 분석가)는 ‘증권가의 꽃’이라 불린다. 자본시장을 대표하는 직업 중 하나란 의미다. 애널리스트가 작성한 보고서는 개인 투자자는 물론 펀드매니저와 같은 전문가들에게까지 투자 방향을 제시해준다. 애널리스트 보고서 하나에 하루 수조원의 돈이 움직이기도 한다.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큰 만큼 애널리스트는 10여년 전까지만해도 펀드매니저와 함께 성공한 ‘여의도 금융맨’을 상징했다. 잘 나가는 애널리스트의 평균 연봉이 3억~4억원에 달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증시가 수년간 박스권 장세(코스피지수가 1800~2100에 갇힌 상태)를 보이며 활력을 잃자 애널리스트의 위상도 많이 떨어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연봉도 많이 줄었고, 증권사 애널리스트 수도 감소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젊은 억대 연봉자’였던 애널리스트의 몸 값이 예전만 못하다는 의미다. 현재 가장 몸값이 높은 애널리스트의 연봉은 2억원대 후반 수준이다. 경력이 짧은 애널리스트의 연봉은 평균 7000만~8000만원 정도다. 요즘에는 억대 연봉의 애널리스트들이 많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증권사 신입사원들에게 희망 부서를 받아보면 지금도 애널리스트 시대는 끝나지 않았다. 애널리스트가 속한 ‘리서치센터’가 최다 1지망을 기록하는 것이다. 시대가 변했어도 증권사에 들어오고 싶어하던 이들에게 ‘애널리스트’는 여전히 매력적인 직업인 셈이다. 

출처: jobsN
여의도 한 증권사의 리서치센터 회의 모습

하지만 증권사에 들어갔다고 바로 애널리스트가 될 수는 없다. 보통 리서치센터에서 애널리스트를 돕는 RA(보조 연구원·Research Assistant) 생활을 평균 3~5년 거친다. 거기서 살아남아야 애널리스트라 불릴 수 있다.


RA 직무에 대해선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래서 ‘별 보고 출근해서, 별 보고 퇴근한다’더라, ‘업무량에 비하면 연봉은 편의점 아르바이트 시급 수준’이라더라 등 RA에 대한 ‘카더라 통신’이 시중에 많이 나돈다.


그래서 잡앤(JOB&)이 여의도 증권가에서 일하는 RA를 직접 만나봤다. 주인공은 입사 3년차의 KTB투자증권 RA 이재선(25)씨다. 이화여대 국제학부를 졸업한 이씨는 2015년 8월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 RA로 입사했다. KTB투자증권 입사 전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2014년12월~2015년6월), 대신증권(2015년 6~8월) 인턴을 거쳤다. 

출처: 본인 제공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서 일하는 RA 이재선씨

소수 인원, 수시 채용하는 증권사 RA

RA는 이미 말한대로 증권사 신입사원 중 리서치센터에 발령 받은 직원을 말한다. 하지만 중소형사에서는 신입사원 공채를 자주 실시하지 않고, 뽑아도 적게 뽑기 때문에 결원이 생길 때마다 1~2명씩 RA를 뽑는 경우가 많다. 주로 업계에서 인재를 추천받거나 금융권 취업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채용 공고를 올리는 식으로 RA를 뽑는다.


이씨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에서 인턴으로 일한 덕분에 추천을 받아 현 직장에 입사했다. 이씨는 “추천을 받았지만, 자기소개서 제출, 면접 등 일반적인 채용 과정을 밟았다”며 “추천받는 것은 RA 입사 기회를 얻는 것일 뿐, 입사를 보장해주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씨는 팀장, 센터장, 사장 면접을 모두 거쳤다.


한 해 50~60명 가량 대졸 신입공채를 진행하는 3~4군데 대형 증권사를 제외하면, 증권사 한 곳당 RA 채용 인원은 연간 4~5명 수준이다. 많이 뽑아도 대부분 한 해 10명을 넘지 않는다. 모든 곳이 한꺼번에 뽑지 않고 결원이 생길 때마다 수시로 충원한다.


증권사 관계자는 “기껏해야 1~2명 뽑는데 따로 채용 공고내고, 수백명의 지원자를 검토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홍보를 대대적으로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씨가 다니는 KTB투자증권의 경우 2014~2016년까지 최근 3년간 연평균 6명의 RA를 뽑았다. 올해는 아직까지 RA를 1명도 뽑지 않았다.


현재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직원은 총 33명(애널리스트 18명)이다. 이씨는 “RA로 일하고 싶은 사람은 대형 증권사 신입 공채를 노리는 것도 좋겠지만, 경험도 쌓을 겸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인턴에 적극 도전해보는 것을 추천한다”며 “인턴 생활을 통해 업무 감각도 익힐 수 있고, 열심히 해서 성과를 낼 경우 비교적 쉽게 취업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KTB투자증권 제공
지난 3월 이재선씨(왼쪽에서 둘째)가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SET코리아로드쇼'에서 통역 및 행사 지원을 하는 모습

애널리스트 보조가 RA의 주요 업무

RA의 주된 업무는 애널리스트 보조다. 애널리스트 보통 일주일에 3~4개 이상 자기가 맡은 분야의 보고서를 쓴다. 보고서 분량은 10~20페이지(A4 용지 기준)를 넘는 경우가 많고, 깊이 있는 분석이 이뤄지기 때문에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애널리스트가 자주 밤을 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RA는 애널리스트가 요청하는 자료와 통계를 찾아주고, 수시로 해외 증시 시황 등을 보고한다. 애널리스트는 RA를 통해 비교적 쉽게 다양한 데이터를 받을 수 있어서 분석과 보고서 작성에 집중할 수 있다.


글로벌·거시경제 분야 애널리스트 밑에서 RA를 하고 있는 이씨는 “RA 초반에는 블룸버그 단말기 등을 활용해 해외 시황 관련 차트 찾는 일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과거 증시 업황이 좋아서 리서치센터 인력이 많았을 때는 애널리스트 1명당 RA가 1명씩 붙어있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보통 애널리스트 2명당 RA 1명 정도 비율로 배치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RA없이 혼자 일하는 애널리스트들도 있다.


그 밖에 RA가 하는 일은 애널리스트의 스케줄 관리, 국민연금이나 우정사업본부 등 증권사 주요 고객인 기관 투자자들을 상대로 세미나 제안서 작성 및 발송, 기관이 요청하는 월간 시황·전망 관련 코멘트 작성 등이다. 이씨는 “기관들에서 수시로 월간 전망이나 리뷰와 같은 코멘트 요청이 들어오는데, 마감이 촉박해서 일과가 눈코 뜰새없이 돌아간다”고 말했다. 

출처: jobsN·KTB투자증권 제공
이재선씨가 RA의 근무 환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왼쪽은 서울 여의도 KTB투자증권 사옥

업무 강도 센 RA…시급으로 치면 1만원 미만 수준

일이 많다보니 RA의 업무 강도는 셀 수밖에 없다. 이씨는 보통 오전 5시30분까지 나와서 오후 9시쯤 퇴근한다. 하루 16시간 가량 근무하는 셈이다. 자정 넘어서 퇴근하는 날도 한 달에 5~6일은 된다. 주말에도 회사에 나올 때가 많다. 이씨는 토요일은 쉬고, 주로 일요일에 나온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주7일’을 한다. 이씨는 “주말 근무는 의무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출근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평일에 일을 다 끝내지 못할 때가 많아서 거의 매주 일요일 출근 한다”고 말했다.


RA의 연봉은 얼마나 될까. 회사에 따라 모두 다르지만, RA의 연봉은 일하는 것에 비하면 적은 편이다. 평균적으로 4000만~5000만원 수준이다. 대형사의 경우, 5000만~6000만원까지 주는 곳도 있다. 시급으로 계산하면 1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중소형사는 RA가 계약직인 경우가 많다. 대형사는 대졸 신입공채로 뽑은 직원 중 RA가 되기 때문에 고용 형태가 정규직이다.


하는 일에 비해 돈을 적게 받는 것이 RA들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일까. 일반 직장인의 관점에서는 그런 생각을 할 만하다. 하지만 이씨는 “급여나 업무량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씨는 “RA때도 그렇고 애널리스트가 돼서도 초반에는 일하는 것에 비해서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며 “그보다는 가끔씩 내 이름으로 나가는 자료를 쓰고 있는데 그 자료를 잘 쓰려다보니 계속 공부도 해야하고, 글을 잘 쓰려는데서 오는 스트레스가 훨씬 크다”고 말했다. 이씨는 “리서치센터 RA들은 대부분 이 일이 좋아서 다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퇴사율도 높지 않다”며 “내가 연구하는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어가고 있다는 뿌듯함이 크다”고 덧붙였다.


RA들은 어떤 꿈을 갖고 바쁜 일상을 버티고 있을까. 애널리스트로 활약하다가 펀드매니저로도 일해보고 나중에는 리서치센터장이 되고 싶다거나 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직장인들이 ‘임원’이 되는 것을 목표로 야근과 회식을 불사하며 젊음을 불태우듯이 말이다. 사람마다 모두 다르겠지만, 이씨는 큰 그림보다는 단기적인 목표에 집중하고 있다. “일단 애널리스트가 되자”는 것이다. 이씨는 “사실 일이 너무 바쁘다보니 5년 뒤, 10년 뒤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릴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 같다”며 “한 계단, 한 계단 차근차근 올라가서 최고의 애널리스트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취준생들이 궁금해할 이재선씨의 ‘스펙’

-출신대학: 이화여대 국제학부 졸업(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 금융 전공 다니다 2013년 편입)

-학점: 4.5 만점에 3.6

-영어 성적: 토익 970점, 오픽(OPIC) AL 등급

-동아리 활동: 학내 가치투자 분석회(시험 때도 밤 새워 본 적이 없는데, 대회 준비할 때는 2주간 도서관에서 밤을 새울 만큼 열정적으로 했다고)

-입사 전 자격증 취득: 금융 3종(파생상품·증권·펀드투자상담사☞지금은 모두 폐지), 투자자산운용사

-우울한 입사 전 취업 성적표: 4학년 2학기(2014년 하반기)때 대기업과 금융회사 공채 40여곳 지원했다가 전부 불합격한 취업 재수생


글 jobsN 김지섭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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