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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무제한, 정년 100세..美친 복지 만든 사장님

조회수 2020. 9. 17. 17:1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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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한 휴가·5년 근무하면 30일 휴가 따로 주는 한국판 넷플릭스 '휴넷'
무제한 휴가, 5년 일하면 30일 휴가
자율과 믿음으로 경영…책임은 필수
매년 50명 채용, 신입 비중 늘릴 계획

‘필요할 때 누구나 원하는 만큼 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그래도 과연 회사가 잘 굴러갈 수 있을까. 직원들이 다 쉬려고 하면 회사 실적이 나빠질까 걱정이 앞선다. 경영자라면 망설이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조영탁 휴넷 대표다. “쉴 때 잘 쉰 사람이 좋은 결과를 냅니다. 직원들에게 ‘자유’를 준다면 그만큼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적어도 IT와 관련한 업무에서는 근무시간이 길다고 꼭 회사에 득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올해부터 무제한 휴가 제도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출처: 휴넷 제공
조영탁 휴넷 대표.

무제한 휴가, 5년 일하면 30일 유급휴가 주는 회사

1999년 설립한 휴넷은 직원 복지가 좋은 것으로 유명한 기업이다. 올해 직원이 원하는 만큼 휴가를 낼 수 있는 무제한 휴가제를 도입했다. 선례도 있다. 세계적인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 넷플릭스가 2004년부터 무제한 휴가제도를 시행했다. 또 휴넷은 5년 근무한 직원에게 한 달의 유급휴가를 준다. 입사 5년, 10년, 15년, 20년 매 5년에 한 번씩 30일의 휴가를 준다. 일종이 의무 휴가다.


2014년 8월부터는 탄력 근무 제도를 시행했다. 직원들은 하루 8시간만 근무하면 된다. 오전 8시~10시에 출근해 오후 5~7시에 퇴근할 수 있다. 임산부의 경우 1년간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다.


매주 금요일에는 외부강사를 초청해 강의를 듣는 ‘혁신 아카데미’ 행사를 진행한다. 지금까지 약 400회를 진행했다. ‘시골의사 박경철’, ‘유홍준 교수’, ‘김정운 교수’ 등이 강사로 나왔다.


매년 전 직원이 2박 3일 또는 3박 4일 일정으로 해외 워크숍도 간다. 지난 3년 동안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일본 도쿄를 다녀왔다. 올해는 중국 시안으로 갈 예정이다.


연봉은 중소기업 평균 수준이다. 국민연금 납부액을 바탕으로 연봉을 계산하는 크레딧잡은 휴넷의 평균 연봉 예상액을 3641만원이라 했다. 지난해 중소기업 평균 연봉 3363만원보다 10%가량 높다.


휴넷은 온라인 평생교육 전문 기업이다. 각종 직무 교육을 비롯해 리더십, 비즈니스 스킬 등 회사 생활에 필요한 온라인 강의를 유·무료로 서비스한다. 여러 분야의 자격증이나 어학, 인문·사회·교양 강의 서비스도 있다.


삼성, 현대차 그룹 등 국내 1000여개 기업이 직원 교육을 위해 휴넷의 강의 서비스를 이용한다. 2016년 매출액은 301억원, 영업이익은 8억6000만원을 기록했다. 

출처: 휴넷 제공
휴넷 명사특강 프로그램(왼쪽), 책 1만여권이 쌓인 서고.

대기업 11년 다니다 창업 "회사원 교육 필요해"

조영탁(52) 휴넷 대표는 창업하기 전 금호그룹에서 11년 일했다. 1988년에 입사해 1999년 퇴사했다. 구매, 회계, 영업, 기획 부서를 비롯해 회장부속실을 거치면서 회사원 교육에 관심이 생겼다.


“경영이나 회계를 알면 일을 훨씬 잘 할 수 있는 인재들이 많은데 안타까웠습니다.”


인터넷 보급이 한창일 때 ‘직장인을 위한 온라인 교육’ 사업을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교수, 전문가를 초청해 동영상 강의를 만들고 인터넷으로 볼 수 있게 하는 방식이었다.


특히 경영·회계·마케팅·인사·전략 5과목을 패키지로 하는 ‘학위 없는 MBA’ 강의가 인기를 끌었다. 대학원에서 배우면 석사학위를 받을 수 있지만, 휴넷에서는 항위 없이 실무 지식만 배울 수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한 과목에 20시간씩 100시간 강의였다. 5개월 코스인 이 강의를 지금까지 4만여명이 들었다.


초기 수강료는 200만원으로 저렴한 편은 아니다. 휴넷 직원들도 서비스를 반대했다. “등록금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진짜 지식을 배울 수 있다는게 장점이라고 믿고 시작했습니다.” 조 대표는 “이제 학위 없는 MBA 서비스가 휴넷의 주력사업 중 하나”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수강료를 120만원으로 낮췄다.

출처: 휴넷 제공
인터넷 강의를 제작하는 모습(왼쪽), 직원들의 회의 모습.

"직원·소비자 먼저 만족시켜야 회사도 성장" 

2000년대 초 회사가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 조 대표는 ‘휴넷’만의 경영철학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단지 이윤을 남기기 위한 경영 방식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믿었다.

세계적인 제약 기업 머크(Merck)사의 조지 윌리엄 머크 회장, 버진(Virgin) 그룹의 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 경영 컨설턴트 캔 블랜차드 등 여러 기업가나 컨설턴트의 생각을 빌려왔다. 특히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 JAL 회장에게 본받을 점이 많다고 했다.


“기업의 목표는 이윤 극대화보다 사회 구성원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면 이윤은 따라오게 돼 있다는 겁니다.”

조 대표는 자신의 경영 스타일에 ‘행복경영’이라고 이름 지었다. 그리고 먼저 회사 직원을 행복하게 하는 일을 시작했다. “직원이 즐겁지 않은데 고객에게 친절하게 대하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그 피해는 결국 회사로 돌아옵니다. ‘회사→직원→고객→회사’로 행복이 선순환하는 과정을 만드는 일은 직원을 대우하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합니다.”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 회장의 생각도 비슷하다. 슐츠 회장은 ‘회사의 최우선 순위가 직원’이라고 말한다. 두 번째가 고객 만족이다. 두 가지를 충족해야 회사가 오랫동안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5년 근무하면 한 달 휴가 제공 정책을 만든 것도 행복경영의 연장선에 있다. 이 정책은 2004년에 도입했다.


무제한 휴가제는 시행 초기인 만큼 회사 직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직원들이 마음대로 휴가를 가면 일을 어떻게 하느냐’는 의견과 ‘쉴 때 쉬면 능률이 올라갈 것 같다’는 견해가 있다. 김영아 커뮤니케이션팀 책임은 “업무에 피해가 없는 수준에서 휴가를 사용하는 것으로 직원들 스스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휴넷 제공
조영탁 대표.

자율과 믿음 없으면 경영 못해…책임은 필수

휴넷 복지를 설명하는 키워드는 ‘자율’과 ‘믿음’이다.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쉬고, 출·퇴근하고, 공부하도록 만든다. 이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회사는 직원을 믿어야 한다.

가령 휴넷 직원들은 보고 싶은 책을 얼마든지 살 수 있다. 비용은 모두 회사 경비로 처리한다. 직원 자기계발은 장기적으로 회사에 도움을 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렇게 쌓인 책은 약 1만권에 달한다. 직원이 책을 샀으면 최소한 독후감을 쓰도록 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물었더니 조 대표는 “읽는다고 믿어요, 그 정도 믿음도 없으면 안 됩니다"라고 했다.


그렇다고 자율만 있는 것은 아니다. ‘책임’이 뒤따른다. 휴가를 내기 전에는 자신이 맡은 일에 차질이 없도록 일정을 조정하는 일이 필요하다. 만약 회사에 해가 된다는 평가를 받는 직원이 있다면 내보내기도 한다.


“이런 직원은 6개월간 재교육 하고 조직에 융화시킬 수 있도록 기회를 줍니다. 그런데도 발전이 없다면 다른 직장을 찾도록 하고 있습니다.”


조 대표는 “다른 곳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 휴넷에서 구성원들의 성장을 방해한다면 전체적으로 큰 손실”이라며 “직원이나 회사 모두를 위해서라도 내보내는 게 맞는다"고 했다. 평가 방식은 절대평가로 진행한다. 팀장, 부서장, 본부장 등 여러 사람이 직원을 하나하나 평가하고, 점수를 매긴다. “상대평가는 동료와 경쟁해야 하지만 절대 평가는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누구를 누르지 않아도 됩니다.” 그는 자세한 평가 방식을 공개하지 않았다. 

매년 50명 채용, 신입 비중 늘릴 계획

휴넷은 신입보다 경력직원을 많이 채용한다. 매년 50여명을 뽑는데 이중 90%가 경력직이다. 올해부터는 신입 직원을 20%(10명) 수준으로 늘리고 ‘학력’은 보지 않기로 했다. 이력서에서 학력란을 없앴다. 면접관이 지원자의 학력을 먼저 보면 직원을 뽑는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명문 대학을 졸업했다고 하면 좋게 보는 일이 많습니다. 하지만 학벌과 업무 능력은 별개라고 봅니다. 에세이와 면접을 통해서 더 열심히 질문해 인재를 뽑을 생각입니다.”

조 대표는 “현재 중국에서 교육사업을 진행하고, 베트남 진출도 계획 중"이라며 해외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궁극적인 목표는 행복경영”이다.


글 jobsN 이병희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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