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월세 15만원 고시원→실패한 개그맨→연봉3억 MC딩동

조회수 2018. 11. 5. 09:03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딩동'하고 부르면 어디든 달려갑니다
월세 15만원 고시원→연봉 3억원대
국내 첫 전업 사전 MC
한 우물 팠더니 인정받더라

MC딩동(38·본명 허용운)은 ‘사전MC’ 하면 첫번째로 떠오르는 인물이다. 시청자는 그를 볼 수 없지만 방송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녹화를 시작하기 전 관객과 출연자 간에 ‘아이스 브레이킹(분위기를 부드럽게 품)’을 돕는다. 휴대폰을 끄라고 주의를 주고 ‘화재 발생 시 비상구’를 가르쳐주기도 한다. 녹화 중간 쉬는 시간에 무대 위로 올라가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도록 돕기도 한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사전 MC를 직업으로 인정해주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MC딩동은 사전 MC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전업’으로 삼았다. 지금은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 '불후의 명곡', tvN 'SNL'에서 사전 MC를, '노래가 좋아'와 라디오 '황정민의 FM대행진'에서는 고정 패널을 맡고 있다. 


‘누르면 어디든지 달려간다’는 뜻으로 예명 'MC 딩동'이란 말을 지었다. 이름 그대로 안 찾아가는 곳이 없다. 행사의 여왕으로 불리는 트로트 가수 장윤정과 홍진영이 “MC딩동 없는 행사장은 없다”고 했을 정도. 각종 지역축제, 기업행사, 제작 발표회에서도 활약한다. 가수들의 앨범 발매 쇼케이스, 콘서트, 팬미팅 열의 여덟은 그가 진행한다.


지금까지 만난 관객 수만 1800만명. 한 달에 40개가량의 일정을 소화한다. 불과 6~7년 전만 해도 한해 60만원을 벌었던 그는 이제 연간 3억원 이상을 번다. 직장인 평균 소득의 상위 0.5%에 해당하는 수입이다. 작년에는 ‘딩동해피컴퍼니’라는 회사를 차려 전문 MC를 양성하고 있다. 

출처: jobsN
MC딩동

3~4수를 앞서 봐야 하는 직업

“불후의 명곡 같은 경우 4시간을 녹화하는 데  그중 제가 2시간 30분 정도 이야기합니다. 녹화 전에 30분, 다음 무대를 세팅하거나 쉬는 시간마다 20~30분 무대를 맡습니다. 물론 리허설이 늦게 끝나거나 녹화가 늦어지면 3분만 말하다가 내려오는 경우도 있어요.” 


방송과 무대 위에서 보이지 않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쉬고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녹화 내내 무대 근처에 붙어있으면서 긴장해야 한다.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바로 무대 위로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처음 2년 동안은 사전MC를 위해 따로 마련된 대기실도 없었다. 


“불후의 명곡에서 LED에 점수가 뜹니다. 그런데 LED가 갑자기 고장이 나면 신동엽 형님이 ‘딩동’하고 부르면서 눈빛을 보내줍니다. 그러면 바로 제가 올라가야 해요. 기타줄이 끊어지거나, 출연자가 배가 아플 때도 제가 올라갑니다. 돌발 상황이 터지면 저도 당황하기는 하지만 제가 당황하면 출연자와 관객도 당황하지 않겠어요. 그 상황을 마무리하는 게 제 직업입니다.”

출처: 딩동해피컴퍼니 제공
(왼쪽) 가수 홍진영과 MC딩동, 아이유와 MC딩동.

사전 MC는 대본이 없다. 즉흥적으로 입에서 이야기를 수도 없이 꺼내야 한다. 처음 사전 MC를 맡는 사람들은 ‘말

이 끊기면 안 된다’는 부담감에 실수를 저지를 때도 있다. MC딩동도 처음에는 그랬다. “관객 반응이 없으면 심장이 쿵쿵거리면서 떨리고 그렇거든요. 웃기겠다는 일념 때문에 관객의 외모나 몸무게로 개그를 한 적이 많았죠. 준비한 개그가 안 터지면 자꾸 그 개그를 어떻게든 살리려고 붙잡고 있느라 분위기가 더 가라앉을 때도 있었습니다. 지금도 아예 실수를 안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실수를 적게 하는 요령은 생겼어요.” 


돌발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도구만 100가지가 넘는다. 그의 바지 주머니에는 꽃가루가 항상 들어있다. 출연자나 관객을 만날 때 꽃가루를 뿌리면서 상대를 기분 좋게 만든다. 녹화 중 NG가 났을 때 종이가 불에 타는 마술을 하며 “방금 그건 잊어버리세요”라고 능청스럽게 무대 분위기를 녹인다. 장시간 녹화에 지친 관객과 출연자들의 기분을 푸는 것이 임무 중 하나다.


MC는 'Master of Ceremonies’의 준말이다. 행사를 주관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MC는 방송이나 무대 위에서 주연보다는 조연이다. ‘MC’ 하면 말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출연자가 말을 잘 하도록 돕는 사람이다. 


"진행을 앞두고 3~4수를 앞서 예측해야 해요. 순발력과 재치만 있다고 잘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관객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사전에 해야 할 공부가 많아요."


출연자 의상을 미리 확인해 옷이 튀지 않도록 맞춘다. 기업이나 대학 행사에서는 근처 맛집, 자주 가는 회식 장소를 공부한다. 마치 회사 직원인 것처럼 ‘00맛집을 가려면 몇 번 출구에서 나와 몇 분쯤 걸어야 한다는’것까지 알고 무대에 오른다. 진행을 맡기로 한 녹화장이나 공연장의 무대 구조, 조명 위치, 스크린이 내려오는 시간까지 파악한다. 무대 구성을 바꿀 때도 있다. 

출처: 딩동해피컴퍼니 제공
(왼쪽) 아이돌 그룹 여자친구와 함께, 아이돌 그룹 하이라이트와 함께.

“얼마 전 공민지양의 솔로 데뷔 쇼케이스 MC를 봤어요. 원래 구성이 댄스곡 무대-토크-뮤직비디오 영상-발라드 무대 순이었거든요. 그런데 민지양이 첫 솔로 데뷔니까 얼마나 떨리고 숨이 차겠어요. 바로 토크를 진행하면 무리가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제작진과 협의해 댄스곡 시간 이후에 바로 뮤직비디오를 틀어 달라고 했어요. 민지양이 숨을 고르고 긴장을 풀 시간을 준 겁니다. 무대 주인공을 배려하는 것이 MC의 임무이기도 합니다." 


가수의 팬미팅이나 콘서트에서는 신경 쓸 게 많다. 팬클럽 이름, 취미와 특기, 잘하는 개인기를 미리 알아 둔다. 그것도 모자라 공연 시작 1시간 전에 도착해 팬들과 수다를 떤다.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잘 나오지 않는 가수와 팬 만의 정보를 얻기 위해서다. "아이돌 그룹 하이라이트의 멤버 이기광씨 별명이 뭔 줄 아세요? '기광청'입니다. 다음날 날씨를 잘 맞춘다고 해서 '기광+기상청'을 합쳐 부르는 별명이죠."


덕분에 그는 가수들이 믿고 맡기는 MC로 소문났다. 이제는 막 데뷔하는 신인 가수들에게 조언을 하기도 한다. 


“보통 쇼케이스에서는 관객석에 기자단이 있어요. 그런데 기자분들은 기사를 써야 하니까 노래에 반응을 보이지 않아요. 신인 가수들이 당황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신인 가수들이 무대에 오르기 전에 ‘기자분들이 타자를 빨리 칠수록 반응이 좋다는 뜻이에요’라고 말해주기도 해요. 개인기도 자신 있게 하라고 해요. 당황스러워할 때는 '나를 봐라. 내가 어떻게든 살려주겠다'라고 확신을 줍니다. 기자분들이 좋은 제목과 사진 뽑을 수 있도록 신경 많이 씁니다. 가수들에게 1위 공약을 묻고 개인기를 시키는 이유도 그래요. 가수도, 기자에게도 좋은 거니까.”

출처: 딩동해피컴퍼니 제공
KBS불후의 명곡 MC들과 함께.

어릴 때부터 MC를 꿈꿨다

그는 인천에서 태어났다.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고 집안은 넉넉하지 못했다. 수원과학대학 방송연예과에 진학 후 돌잔치, 기업행사에서 MC 아르바이트를 했다. 김국진, 김용만, 신동엽 같은 당대 최고 MC를 분석해보니 모두 개그맨 출신이었다. 명 MC가 되기 위한 과정을 차근차근 밟기 위해 개그맨이 되기로 했다. 2006년 대학로를 주름 잡던 갈갈이 패밀리에 들어가 포스터를 붙이고 극장 청소를 했다. 월세 15만원짜리 고시원에서 근근이 생활했고 어머니가 뒷바라지를 했다. 


1년 만에 SBS 신인 개그맨 선발대회에서 대상을 타면서 화려하게 데뷔했다. 하지만 개그맨으로 빛을 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개그판에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가진 선배와 동료가 널려있었다. 게다가 당시 출연한 SBS 웃찾사는 시청률이 10%대 아래로 뚝 떨어지면서 ‘폐지 위기’에 몰렸다. 데뷔 4개월 만에 개그 코너가 사라지면서 MC딩동도 일자리를 잃었다.


2008년 10월 우연히 기회가 왔다. 사전MC로 이름을 날리던 개그맨 변기수 대타로 ‘윤도현의 러브레터’ 사전 MC를 맡은 것. 이후 1대100·나는 남자다·맘마미아·유희열의 스케치북까지 KBS의 예능 사전 MC를 맡았다. 그래도  생활이 크게 나아지진 않았다.

출처: 딩동해피컴퍼니 제공
MC딩동과 그의 쌍둥이 아들 준호와 준수.

“아내랑 마트 돌면서 데이트했어요. 물고기 파는 코너가 '아쿠아리움'이고, 장난감 코너가 '롯데월드', 책 코너는 대형 서점이었어요. 그런데도 아내가 전혀 내색하지 않고 따라줬습니다. 제 일을 존중합니다. 요즘 유행하는 드라마나 프로그램, 운동 같은 걸 알려주면서 흐름을 놓치지 않도록 도와줍니다."


2011년부터 외부 행사에서 섭외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한번 찾았던 기업, 가수와 연예계 관계자들이 다음 번 행사에서 그를 또 찾기 시작했다. 그는 "인맥이 금맥이다"고 했다. 카카오톡 메신저에 등록된 친구 수만 2613명이다. “가장 잘하는 일로 한 우물을 팠더니 많은 분들이 인정해주는 것 같습니다.”


한 달에 3000만원 넘게 벌기도 한다. 이렇게 벌기 시작한 것은 2년이 되지 않았다. 또  큰 사건이나 이슈가 터질 때 수입에 타격을 입는다. “2014년에는 행사가 거의 다 취소됐어요. 2015년 메르스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달마다 변동이 큽니다.” 

출처: jobsN
MC배, MC딩동, MC준

부딪혀서 깨져봐라 

2015년 딩동해피컴퍼니를 차려 제자를 키우고 있다. MC배와 MC준은 그의 수제자다. MC배는 800대1을 뚫고 입사한 CJ E&M을 그만뒀다. MC준은 동국대 영상대학원 석사학위를 받았지만 안정적인 길 대신 MC딩동과 함께 새로운 길을 걷기로 했다.


“제가 사전 MC를 처음 할 때 어디에 물어볼 때가 없었어요. 한 번은 유명MC분을 찾아갔는데 제가 그분의 멘트나 진행 스킬을 훔치러 온 줄 알고 제 명함을 찢더군요. 그때부터 ‘ 나는 저렇게 하지 말자’고 다짐했습니다. 워낙 돌발 상황이 많아서 현장에서 보고 느끼는 수밖에 없어요. 또 ‘이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래’하는 질문을 던지고 함께 이야기를 해봐요.” 


“저희 같은 프리랜서는 실력이 없으면 찾아주는 사람이 없어요. 실력이 있다 해도 유명 MC가 될 수도, 안될 수도 있죠. 확률 게임입니다. ‘남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꿈을 먹고사는 직업이에요.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힐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도 하고 싶으면 일단 해보세요. 도전해보는 것이 우선이에요. 그래야 이 일을 계속할지, 다른 일을 할지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어요.”


향후 꿈은 그동안 무대 진행을 맡았던 가수들을 모두 모아 'MC딩동 쇼케이스'를 여는 것이다. "이대로 한 10년 더 하면 전 국민을 관객으로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요. 생각만 해도 떨립니다."


글 jobsN 이연주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