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생 50명을 전부 정규직 전환한 훈훈한 30대 사장님

조회수 2018. 11. 5. 10:0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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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만족도가 높아진다면 알바생을 정규직으로 돌려주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용균(33) 알스퀘어 대표는 2016년 4월 아르바이트생 5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정규직만 50명이던 회사는 하룻새 정규직원이 두 배로 늘었다.  


알스퀘어(R·SQUARE)는 기업 대상으로 사무실 임대 중개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스타트업이다. 직원들이 전국을 돌며 건물정보를 직접 모으고 확인하는게 장점인 회사다. 

이렇게 약 10만개 건물, 3만2000여개 공실 정보를 축적했다. 창업 6년만인 지난해 매출은 100억원을 기록했다. 이익률도 두자리수다.  


이런 일을 주로 아르바이트생이 담당했는데, 회사에서 이들을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한 것이다. "창업에 뛰어든 6년 전만 해도 직원 100명을 거느린 회사로 성장할 줄 몰랐습니다. 제 꿈이 '직원을 대접하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거든요. 그 꿈에 다가가고 있습니다."

출처: jobsN
이용균 알스퀘어 대표

알스퀘어는 일반인에게 잘 알려진 기업은 아니다. ‘직방’, ‘다방’처럼 아파트같은 가정집 정보는 제공하지 않고 매매 서비스도 하지 않는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직방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 수가 약 1000만건, 알스퀘어는 5000여건인 것과 비교하면 일반인에게 인지도가 어느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알스퀘어에 열광한다. 네이버, 카카오, 국민연금, 미래에셋증권, 김앤장도 사무실을 구해달라고 요청한다. 연간 중개 임대건수는 500여건이나 된다.

  

수익의 원천은 임대 중개 수수료다. 서울시 부동산 중개수수료 규정을 보면, 오피스텔 임대 거래시 부동산 중개업자는 계약금액의 0.9%를 건물주와 세입자에게 각각 받을 수 있다. 알스퀘어는 세입자에게 받는 수수료를 0.3~0.4%로 낮췄다. 

그의 성공 비결을 알아봤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컨설턴트에서 무급 벤처로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이 대표는 잘나가는 컨설턴트였다. 2006년 글로벌 컨설팅 회사 부즈앨런앤드해밀터에 입사해 5년 간 일했다. 초봉은 5000만원, 3년차부터 연봉 1억원을 넘게 받았다. 하지만 이런 조건을 포기하고 월급도 못받는 벤처기업에 들어갔다.  


"원래는 MBA를 가려고 했습니다. 그때 하버드 MBA를 휴학하고 사무실 임대 중개업을 하던 선배가 있었어요. 저는 MBA 입학에 필요한 에세이 봐줄 사람을, 그 형은 일할 사람을 찾는 상황이었습니다." 자본금 100만원, 직원 두명이 전부인 회사였다. "자본잠식 상태였어요. 갑자기 선배가 그만두겠다고 하기에 제가 맡았습니다.” 이 회사가 지금의 알스퀘어다.  


"아르바이트생 10명을 고용해 강남지역부터 건물 정보를 모았습니다. 강남 데이터 모으는데 6개월, 서울 전역을 끝내는데 5년 가까이 걸렸습니다.”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할 자금이 떨어지면 사무실 임대 중개에 집중해 돈을 모으고 다시 건물 정보 모으기를 반복했다. “고기 굽기에 비유하면 초벌구이를 한 겁니다. 3~6개월마다 계속 업데이트하고 있습니다. 공실이 생길 수도 있고 주인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증축을 하거나 리모델링을 할 수도 있으니까 계속 확인해야합니다.”  


사업 초기, 유명하지도 않은 알스퀘어에 사무실을 구해달라는 먼저 요청하는 곳은 없었다. 이 대표는 아침마다 신문을 봤다. 투자를 받았다는 스타트업 기사가 나오면 전화를 걸었다. "이런 기업은 사람이 더 필요하고, 사람을 뽑으면 넓은 사무실로 이사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 연락했던 10곳 중 3곳은 이사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저도 스타트업 하는 사람입니다. 저한테 사무실을 소개할 기회를 주십시오.” 이렇게 요청하며 계약을 따냈다. 고객사가 ‘OK’ 할 때까지 사무실을 보여줬다. 지금은 대기업 고객 비중이 80%라고 했다. 기억에 남는 고객으로는 김앤장을 꼽았다. 김앤장은 국내 최대 로펌이다. “계약서 검토만 6개월을 하더군요, 진이 다 빠질 지경이었습니다.”  


자본잠식 상태였던 회사는 5년 만에 연 매출 100억원의 회사로 성장했다. “월매출은 들쑥날쑥 합니다. 전용면적 2000평이 넘는 사무실 계약을 따내면 월 매출이 평소보다 수억원 더 나오기도 합니다. 작은 사무실 거래만 성사시키면 매출이 적을 때도 있습니다.” 이 대표는 “매출 대부분이 임대 거래 수수료이기 때문에 영업이익은 일반 제조업 회사나 유통사보다 많다”고 했다. 

온라인에서 지역, 건물별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전국 돌며 건물·공실 정보 직접 모으고 수수료 확 낮췄다

이 회사의 특징은 직원들이 전국을 돌며 건물을 방문하고 정보를 모은다는 점이다. 건물주에게 설명을 듣기도 하지만 마지막에는 결국 찾아가서 확인한다. ‘A건물은 몇층, 층별 전용면적 몇평, 사무실 크기는 얼마, 1층부터 10층까지 화장실은 몇개, 주차는 몇대까지 가능’ 최대한 자세히 모은다. 다른 부동산이나 건물주가 정보를 올리지 못하게 했다. 그래서 허위·과장매물이 없는게 장점이라고 했다.


이렇게 약 10만개 건물, 3만2000여개 공실 정보를 축적했다. 기존 부동산이 서울의 '종로'나 '중구', '강남'처럼 일부 지역만 정보를 취급한 것과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이나 미래에셋증권처럼 전국에 지점이 있는 회사들이 주로 알스퀘어를 이용한다.  소프트뱅크벤처스와 야후재팬의 벤처 투자회사 YJ캐피탈은 이 회사에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2016년에 두 회사가 투자한 금액은 총 40억원이다.   


이용균 대표는 건물 정보를 직접 모으는 이유에 대해 “기존의 부동산시장은 정보가 투명하지 않아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일부 부동산들은 허위 매물을 올려놓기도 합니다. 진짜 좋은 사무실은 숨겨놓고 공개하지 않는 일도 있습니다. 결국 애먼 소비자만 피해를 보는 일이 벌어집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직접 확인해야 했습니다.”   


다른 이유도 있었다. 건물주는 대부분 50대 이상인데, IT기기에 친숙하지 않은 사람이 많다고 했다. 거짓 정보를 제공하는 건물주도 있었다. “1~3층까지는 남녀 분리형 화장실, 4~5층은 공용화장실이 있는 건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건물주는 끝까지 자기 건물에 분리형 화장실만 있다고 우기기도 했습니다.”  


현장 직원이 1~2층만 살펴본 뒤 건물주의 말을 믿었다가, 임대 손님을 데리고 확인차 방문했을 때 속은 것을 알았다. 세입자는 분리형 화장실이 있

는 건물을 선호한다. 이런 건물이 임대료를 더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안 건물주

가 거짓말을 한 것이다. 이때부터 모든 층을 꼼꼼하게 살펴본다고 했다.


건물 DB를 어느 정도 수집한 이 대표는 비즈니스 모델을 짰다. 기존의 부동산 임대 중개 수수료(월세×100+보증금×0.9%)를 건물주와 세입자에게 각이중으로 받는 구조다. 이 대표는 건물주에게는 현행대로 수수료를 받지만, 세입자에게는 수수료의 40%만 받기로 했다.  월세를 받는 건물주는 덜 하지만 세입자에게는 부담스러운 수준으로 봤기 때문이다. 세입자에게 받는 수수료를 낮춰도 충분히 회사를 경영할 만큼의 마진을 확보할 수 있는데다, 훨씬 많은 기업 고객들을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정보가 많고 허위 매물이 없으니 가능한 일입니다. 손님이 원하는 형태의 건물을 쉽게 찾을 수 있어 품이 덜 듭니다.  다른 부동산에서 사무실 10곳을 보여주고 거래를 성사시킬 때 저희는 3~4개만 보여드려도 되는 일이 많습니다.” 일반 부동산은 서울이라고 해도 ‘강남’, ‘강북’ 같은 좁은 지역 정보만 가지고 있는 반면 알스퀘어는 전국 부동산 정보를 축적해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수수료를 낮추니 부동산 업자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수수료 경쟁이 심해지면 수익이 줄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왜 200만원만 받느냐', '다같이 죽자는거냐'며 항의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일부 부동산 업자들의 영업방식이 잘못됐다고 했다. “지나치게 마진이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마케팅에서 최선은 좋은 제품을 만들어서 소문이 나게 하는 겁니다. 그런데 제품을 좋게 만들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불평만 하면 되겠습니까.” 그는 좋은 매물을 찾아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을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에 비유했다.

출처: 알스퀘어 제공

"좋은 제품 만들려면 직원 대우해야" 알바생 50명 정규직 전환

그는 좋은 제품을 만들려면 직원들이 대접 받아야 한다고 했다. 아르바이트생이었던 현장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회사의 주축은 발로 뛰면서 건물 정보를 모으는 현장 직원들 입니다. 이분들이 능력을 발휘해야 회사가 성장할 수 있습니다." 


현장직원 50명의 평균 월급은 250만원이다. 업무나 성과에 따라 성과급은 따로 준다. 겨울에는 방한복과 핫팩을 지급한다.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했을때도 월급은 비슷했습니다. 정규직으로 전환해도 회사는 1인당 20만~30만원만 더 쓰면 됩니다. 굳이 비정규직으로 둘 이유가 없습니다." 그는 회사가 성장하더라도 계속 정규직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 자신의 월급은 세전 300만원이라고 했다. 현장직원보다 50만원 정도를 더 받는다. 적지 않느냐는 물음에 "괜찮다"고 했다. 사업초기 3년 동안은 무급, 그 뒤 2년간은 월급이 100만원이었다. 300만원을 받기 시작한 것도 2016년부터다. 사무직원들 중에는 자신보다 월급을 더 받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회사가 안정되지도 않았는데 대표라는 이유만으로 월급을 많이 받는건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지분이 있으니 월급을 적게 받아도 회사 가치를 키우면 더 큰 이익이 됩니다." 

출처: jobsN·알스퀘어 홈페이지 캡처
이용균 알스퀘어 대표(왼쪽)와 알스퀘어를 이용해 사무실을 구한 기업(오른쪽)
출처: jobsN
MECE의 예, 서로 겹치지 않는 항목들이 모여 하나의 원을 채우고 있다.

창업할 때 주의점을 묻자 경영학 용어인 '미씨'(MECE·Mutually Exclusive Collectively Exhaustive)를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여러 항목이 모여서 하나의 완전한 형태를 이루는 것을 말합니다. 이때 각각의 항목이 겹치지 않아야 합니다. 친하다는 이유만으로 동업하거나 사람을 채용하면 사람들끼리 능력이 겹치는 부분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인력 낭비거든요. 


꼭 필요한 분야에 사람을 뽑아야 합니다. 사무실에서 일할 사람이 있어야 하지만, 밖에서 발로 뛰는 직원도 필요한 법입니다. 고스펙 직원이 많다고 반드시 좋은 회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글 jobsN 이병희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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