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간 기다려도 못들어가..강남 대박 명소 만든 남자는?

조회수 2018. 11. 5. 14:2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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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주리 주(州) 세인트루이스에 살던 한 소년은 어릴 때부터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다니는 것이 제일 좋았다. 집에서 키우는 개 이름도 ‘라타투이’(프랑스 프로방스 지역 음식)였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대를 이어 프린스턴 대학을 졸업한 엘리트였지만, 이 소년은 어린 시절 친구들과 함께 동네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이 낙이었다. 그래서인지 프린스턴대는 낙방했다. 대신 코네티컷 주 트리니티칼리지를 졸업한 후 도난 방지 장치를 만드는 중소기업에 취직해 영업사원으로 일했다.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던 그는 영업사원으로 승승장구해 20대 중반의 나이에 억대 연봉을 받게 됐다. 그러나 월급을 많이 받아도 이 일이 자신에게 맞는지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사표를 내고 로스쿨을 가기로 했다. 로스쿨 입학시험 전날, 함께 저녁을 먹던 외삼촌이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왜 로스쿨 시험을 치려고 하니? 너는 어릴 때부터 입만 열면 음식과 식당 얘기뿐이었잖니? 레스토랑 개업은 어떠냐?”


창업 원동력은 여행, 음식, 와인에 대한 열정

‘뉴욕 외식업계 황제’로 불리는 대니 마이어(Danny Meyer·59) 유니언스퀘어호스피탈리티그룹(USHG) 회장 이야기다. 그는 로스쿨 시험을 포기한 후 1985년 첫 식당 ‘유니언스퀘어카페’를 차려 대성공을 거뒀다. 2015년 미국 타임지(誌)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되기도 한 마이어 회장은 미국 유니언스퀘어카페와 미슐랭가이드 1스타인 그래머시태번, 쉐이크쉑 버거 등 10여 개의 외식업체 브랜드를 갖고있다. 이들 중 일부는 영국, 일본 등 해외에도 진출했다.


지난 2월 27일 방한(訪韓)한 마이어 회장을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그는 “당시 외삼촌의 말을 듣고 내게 ‘사업가 기질’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여행과 음식과 와인에 대한 열정이 지금 하고 있는 사업으로 나를 이끌었다”고 말했다. 마이어 회장은 “내 성공의 비결은 ‘직원에 대한 배려(hospitality)’”라며 “손님과 투자자를 중시했던 기존 방식과 다르다. 회사가 직원을 배려하면, 직원은 손님을 배려하고, 손님은 지역사회를, 그 지역사회는 투자자를 존중하는 선순환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직원을 배려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어느 해 여름 마이어가 운영하는 뉴욕의 한 고급 레스토랑에서 에어컨이 고장 났을 때다. 예약 손님은 100여 명에 달했고 실내 온도는 30도를 넘어섰다. 레스토랑 매니저는 밖으로 뛰어나가 예약담당 직원들을 위한 선풍기부터 두 대를 샀다. 그다음에는 근처의 쇼핑센터로 달려가서 건전지로 작동하는 미니 선풍기를 몽땅 사 가지고 와서 손님 모두에게 선물했다. 손님들보다 비좁은 사무실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전화를 받는 직원들을 먼저 배려한 것이다. 그들이 친절하게 전화를 받아야 예약하는 손님들도 기분이 좋을 것이 분명했다. 현장에 있던 손님들도 미니 선풍기를 선물 받고는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됐다”며 짜증을 내기보다 즐거워했다. 마이어 회장은 “손님을 먼저 챙기는 게 당연할 것 같지만, 직원을 손님보다 우선 배려하는 것이 우리 기업의 확고한 경영 원칙”이라고 말했다. 

두바이에 있는 쉐이크쉑 매장 전경.

마이어 회장의 식당들은 시급이 뉴욕 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2015년 쉐이크쉑의 기업공개(IPO) 당시엔 전 직원에게 스톡옵션을 나눠준 것이 화제였다. 그는 “직원들이 행복하고 주인의식을 가지면 매뉴얼 없이도 좋은 환대가 가능하다”며 “몇 년 전 한 할아버지가 손자와 함께 쉐이크쉑을 방문했을 때 핫도그가 매진돼 못 먹었는데, 그가 편지로 아쉬움을 표하자, 직원들이 그 손자의 학교를 방문해 핫도그를 만들어 준 사건은 뉴욕에서 큰 화제가 됐다”고 말했다. 최근 이 할아버지는 마이어의 또 다른 식당인 ‘더 모던’에서 큰 파티를 열어 USHG의 매출을 올려주기도 했다.


이런 사례도 있다. 한 부부가 여름휴가를 맞아 뉴욕으로 USHG 소속 식당들을 다 둘러보는 ‘대니 마이어 투어’를 하러 왔다. 이 부부는 마지막 투어 일정을 공항터미널에 있는 ‘쉐이크쉑’을 먹으며 마무리하기 위해 비행기편도 모두 예약을 해놨다. 그런데 타기로 한 델타항공이 터미널을 바꿔버리는 바람에 결국 쉐이크쉑만 못 먹은 것이다. 이것이 아쉽다고 트위터에 올렸는데, 그 메시지를 보고 쉐이크쉑 공항점 직원이 버거를 들고 이 부부에게 뛰어가 품에 안겨줬다. 감동을 받은 부부가 이 소식을 트위터에 올려 화제가 됐음은 물론이다.


마이어 회장은 “외식업에서 음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즐거운 경험과 인간관계를 갖도록 도와주는 일”이라며 “손님들이 어떤 순간에 무엇을 느끼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그것은 간단한 것 같지만 아주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직원들은 모든 행동을 할 때 위에 결재를 받거나 보고하는 것이 없다”며 “서비스라는 것은 즉흥적인 요소를 갖고 있기 때문에 어디에도 눈치 보지 않고 손님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쉐이크쉑 매장, 전 세계 매출 1위

출처: 조선DB
2016년 7월 22일 ‘쉐이크쉑’ 국내 1호점 개장 당시 시민들이 줄을 선 모습과 ‘쉑버거’ 등 대표 메뉴

2008년 월가발(發) 금융위기로 뉴욕 외식업계가 휘청거리는 상황에서도 살아남은 비결에 대해 마이어 회장은 “고급 식당과 대중식당의 중간 개념인 ‘파인 캐주얼(fine casual)’을 도입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불황일수록 사람들은 세련된 공간에서 좋은 품질의 음식을 싼 가격에 먹고 싶어한다”며 “우리는 (가장 저렴한) 쉐이크쉑에도 고급 레스토랑과 같은 업체에서 고기, 초콜릿, 맥주 등을 공급받는다”고 말했다.


마이어의 식당들은 모두 각자 성격이 다르다. 한 가지 종목에서 성공한 뒤 분점을 여러 개 내는 방식이 아니라 매번 새로운 도전을 했다. 동네 식당에 이어 프랑스 식당을 내고, 프랑스 식당에 이어 인도 요릿집을 내고, 미국 중서부식 바비큐 전문점과 미술관 카페를 여는 식이다.


이런 그에게도 실패는 있었다. 2010년 문을 닫은 인도 음식점 ‘타블라’다. 미국 뉴욕 중심가 매디슨스퀘어파크 근처 234석 규모의 대형 레스토랑이었지만, 13년 만에 경기 침체로 문을 닫아야 했다. 이 실패에 대해 마이어 회장은 “인도 음식점이라는 콘셉트는 좋았지만 뉴욕에는 바쁜 점심시간에 느긋하게 인도 음식을 먹을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사업가에게는 음식에 대한 열정뿐 아니라 부동산 매입과 예산, 마케팅 등 모든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이 발휘돼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USHG가 지난해 7월 한국에 문을 연 쉐이크쉑 매장은 전 세계 120개 매장 중 매출 1위를 기록했다. 그는 해외 진출을 할 때 고려하는 점으로 “현지 파트너사가 우리와 같은 신념을 갖고 있는지를 본다”고 말했다.


브랜드의 현지화로 뉴욕 본점의 맛을 잃어간다는 지적에 대해 마이어 회장은 “현지의 장점을 흡수해 더욱 높은 수준의 맛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터키와 런던에서는 현지에서 공급받은 질 좋은 쇠고기로 햄버거를 만든다”며 “한국에서 쉐이크쉑 번(햄버거빵)은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11년 동안 개발한 토종 천연 효모 빵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 쉐이크쉑 매장에서 핫도그부터 감자튀김까지 다 먹어봤는데 뉴욕 현지와 맛이 같았다. 아주 훌륭하게 일관성이 유지되고 있었다”고도 덧붙였다.


이번이 첫 방한인 마이어 회장은 3일 동안 곱창, 냉면 등 한식들을 맛보았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맵고 신맛, 향신료, 발효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한식의 세계화는 긍정적”이라며 “이미 한국식 ‘치맥(치킨과 맥주)’은 뉴욕에서 유행하고 있고, 한국식 팬케이크인 빈대떡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글 jobsN 이혜운 객원기자, 사진 장련성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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