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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끝 25살 대학생..3년 실패 끝 임용고시 합격한 노트

조회수 2018. 11. 5. 14:1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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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운동밖에 몰랐다. 여자 프로농구 무대까지 진출한 그녀는 2010년 돌연 은퇴했다. 그리고 7년이 지난 현재 중학교 체육교사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함예슬(31)씨의 이야기다. 함씨는 지난 2월 2017학년도 서울시 중등교원임용경쟁시험(이하 임용시험)에 최종 합격, 3월부터 서울 영남중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다. 함씨가 지원한 체육 과목은 80명(일반)을 모집했다. 487명이 지원, 경쟁률이 6.09대1이었다. 

출처: 서울시교육청
2017학년도 서울시 중등 임용시험 과목별 경쟁률

중등 임용시험은 사범계열 학생들끼리의 경쟁이기 때문에 ‘허수 지원자’가 거의 없다. 반면 선발인원은 한정돼 있으므로 ‘장수생’이 양산되고 있으며 경쟁이 갈수록 격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과목별로 매년 TO가 다르기 때문에 선발인원이 발표될 때마다 임용시험 준비생 커뮤니티에서는 환호와 탄식이 엇갈리는 풍경도 연출된다.


난이도 역시 웬만한 공무원 시험을 능가한다. 여자 프로농구를 관장하는 WKBL(한국여자농구연맹) 관계자는 “정확한 검증은 어렵지만 여자 프로농구 선수 출신이 중등임용시험에 합격한 것은 처음일 것”이라고 했다. 여자가 아닌 남자 프로 선수 출신 중엔 이충암씨 등이 임용시험에 합격한 사례가 있다. 함씨를 만났다.

남들보다 늦은 출발선…25살에 대학 입학 

출처: WKBL 제공
프로농구 선수로 활약하던 시절의 함예슬씨

함씨는 ‘농구 집안’에서 태어났다. 어머니가 1978년 방콕아시안게임 여자농구 금메달리스트 정희숙씨다. 자연스레 어릴 적부터 농구를 접한 그녀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농구를 배웠다. 농구 명문 숭의여고를 졸업, 2005년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삼성생명에 입단했다.


그러나 부상이 그녀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함씨는 “주로 후보 선수로 뛰었다”며 “엎친데 덮친 격으로 수술을 두번 정도 하고 1년 정도 쉬다보니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언니들은 주전을 꽉 잡고있고, 어린 선수들은 계속 치고 올라왔어요. ‘샌드위치’ 신세였죠. 부상탓에 쉬면서 다른 진로를 찾았어요.” 

출처: 이화여대 블로그
이화여대 재학 시절 함예슬씨. 빨간원 안의 인물이 함씨다

일단 대학을 가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2010년 5월, 5년 가까운 프로농구 선수의 커리어에 마침표를 찍고 그녀는 수능 준비에 매달렸다. 여느 동년배 운동선수들처럼 중고등학교 시절 수업을 빼먹다시피했던 그녀는 기초 학력이 부족했다. 반년 가까이 노량진 학원을 오가며 입시를 준비했다.


“운동하던 시간에 맞춰서 공부를 해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선수때 오전·오후·야간에 총 8시간씩 규칙적으로 운동했거든요. 최소한 그것 이상은 공부시간을 확보하자는 생각이었습니다.” 남들보다 출발선은 늦었지만 배 이상의 노력을 기울였던 그녀는 2010년에 치른 수능 성적으로 이화여대 체육과학부에 정시로 입학했다. 25살 '늦깎이 11학번 신입생'이었다.

과 수석·임용시험 합격한 그녀의 비결 TOP5 

출처: 본인 제공
함예슬씨 '셀카' 사진

이대 체육과학부는 사범대학 소속은 아니다. 하지만 한 학번에서 상위 10% 이내에 들 경우 교직이수가 가능하다. 함씨는 4점 초반대(4.3점 만점)의 학점으로 교직이수를 했을 뿐만 아니라 체육과학부를 2015년 봄에 수석 졸업했다.


고졸 이후 경제적으로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했던 그녀가 학기 내내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 얻은 결과물이었다. 카페 알바나 유소년에게 농구를 가르치는 알바를 주로 했다. 이를 통해 생활비를 해결했으며 등록금은 학자금 대출을 받아 해결했다.


임용시험의 벽은 높았다. 교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졸업반 때 처음 치른 시험에서 떨어졌고, 졸업 후 또 치른 시험에서 낙방했다. 임용시험은 1년에 딱 한 번만 치른다. 기간제 교사와 병행하며 세번째 치른 시험에 삼수(三修) 끝에 합격했다. 본격적으로 임용시험에 뛰어든후 합격까지 3년 가까이 걸린 셈이다.


임용시험은 1차 필기에서 일반교육학(20점 만점)과 전공 과목(80점 만점)을 합산해 우열을 가린다. 2차 전형은 심층면접과 수업능력 평가 등으로 구성된다. 함씨의 경우 초시와 재시때는 필기 문턱을 넘지 못했고, 삼시에 1·2차 시험을 모두 통과해 최종 합격했다.


2018학년도 임용시험은 아직 공고가 나오진 않았다. 함씨가 합격한 2017학년도 시험은 2016년 11월 원서접수, 12월 1차 필기, 이듬해 1월 심층면접 등 2차전형을 거쳐 2월에 최종 합격자를 발표했다. 올해도 일정은 비슷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녀는 어떻게 합격할 수 있었을까. 오늘도 가슴 졸이며 임용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수천명의 응시생을 위해 함씨가 진심어린 조언 5가지를 공개했다.

①'단권화'로 나만의 책을 만들어라 

저만의 ‘서브노트’를 만들었습니다. 이 교재에는 있고 저 교재에는 없는게 있어요. 이런 내용을 모두 합친 새로운 노트를 만드는거죠. 일종의 ‘단권화’입니다. 그물망처럼 빠져나갈 수 없게 만드는 거예요. 대학 시절부터 애용했던 방법이에요. 두께로는 한뼘 정도 됐습니다.

일단 메인 교재를 정합니다. 그 다음엔 수십권 정도의 다른 교재 내용을 합쳤어요. 일부 내용만 넣을 때는 손으로 직접 작성해서 속지로 끼워놓습니다. 큰 제목을 쓴 다음 작은 제목을 쓰는 식으로 범주화합니다. 아예 다른 교재의 페이지를 통째로 넣어야할 때는 그 부분을 찢어서 추가합니다.
출처: 본인 제공
'단권화'한 함예슬씨의 노트

함씨는 삼시를 치를 당시 서브노트 1차본을 만드는데 3개월가량 걸렸다. 이후 노량진 학원에서 모의고사를 치르며 조금씩 보완했다. 오답노트도 끼워넣었다. 시험을 두달 앞두고는 서브노트만 집중적으로 공략하며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었다. 

출처: 함예슬씨 제공
서브노트 내용물

②‘절대 집중시간’을 유지해라 

기간제 교사로 일할 당시 퇴근 이후 오후 8시~새벽 2시가 ‘절대 집중시간’이었습니다. 아침에는 7시반에 출근을 했고요. 피곤한 날에도 꼭 이 6시간은 매일 공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내년에는 이런 생활을 반복할 수 없다’는 심정으로 죽기살기로 했습니다. 남보다 잘해야 붙는게 시험이니까요.

과목마다 시간을 배분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전공 세부과목이 7개 정도 되는데 처음엔 1~2과목에서 점차 하루에 공부하는 과목 개수를 늘려 나갔습니다. 이해가 안 되면 될때까지 공부했습니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두번 다시는 못할 것 같은 공부량이었습니다.
출처: 본인 제공
함예슬씨

③기회와 경험을 최대한 활용하라 

임용시험에선 최종 선발인원의 1.5배수가 필기를 통과한다. 필기 합격자의 30% 정도가 면접 등을 보는 2차시험에서 탈락한다는 얘기다. 면접 스터디를 구할 때 일부러 지인을 피했다. 아는 사람들끼리 하면 객관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삼시 때 처음으로 필기를 통과한 함씨는 2차 시험 경험이 당연히 없었다. 그녀는 “연습을 위해 사립학교 교사 채용에 실제로 지원했다”고 했다. “임용시험에 면접관이 보통 40~50대 남성입니다. 사립학교 역시 면접관 나이가 비슷합니다. 2차 시험 전에 2번 정도 사립학교 면접을 봤습니다. 덕분에 실전에서 당황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출처: 학교 홈페이지
함예슬씨의 첫 임용지인 서울 영남중학교 교정

④수업 시뮬레이션도 실전처럼

 

2차 시험의 또 다른 관문은 20분가량 진행되는 수업실연이다. 아이들이 앞에 있다고 가정하고 수업을 하는 것이다. 체육 과목의 경우 ‘배구 활동 과제 3가지를 계획, 수업을 해보라’는 식의 과제를 준다.


함씨는 “여성 교사 지망생의 경우 유치원생 다루듯이 수업실연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남자 교사 지망생 3명과 함께 수업 실연을 연습했다”고 했다. 여자농구단, 여대 출신인 탓에 여자들만 있는 환경에 익숙했던 그녀는 이를 통해 남성이 더욱 장점을 갖는 분야도 흡수할 수 있었다. “여자의 경우 유치원생 다루듯이 수업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절도있게 무게감 있게 수업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출처: 조선DB
많은 교사 지망생들이 임용시험에서 좌절을 맛본다

⑤언젠가는 합격한다는 믿음 가져라 

함씨는 혹시라도 시험에 떨어질 경우 낙담하지 말 것을 조언했다. “‘임용은 안 놓으면 붙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1년 내내 임용 시험에만 ‘올인’하는 것은 리스크가 큽니다. 굳이 돈을 당장 벌어도 되지 않는 경우에나 해당하는 겁니다. 다른 일도 병행하면서 준비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함씨에게 ‘다른 일’은 바로 기간제 교사였다.


자신만의 비법으로 치열한 경쟁을 뚫고 교편을 잡은 함씨는 마지막으로 “목표 의식을 잡아줄 수 있는 선생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요즘 의욕이 없는 학생이 많습니다. 염세적이라고 할까요. 공부를 못한다고 생각하면 그냥 포기해버려요. 하지만 공부를 못하는게 나쁜 게 아니잖아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하고, 성실히 할 수 있도록 가르칠 수 있는 선생이 되고 싶습니다. 인성이 바른 학생을 만들 수 있도록 열과 성의를 다하겠습니다.” 

글 jobsN 오유교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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