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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식탁에 TV 모니터, 충전기? 삼겹살 혼밥집 '화제'

조회수 2018. 11. 5. 14:0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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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 보지 말고 굽자…1인 삼겹살 식당
혼자서도 든든한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곳
‘1인 고깃집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손님도

1인석 열두 자리, 2인석 네 자리. 모니터와 핸드폰 충전기, 거치대 설치’ 독서실이 아니다. 혼자 밥 먹는 이른바 ‘혼밥족’을 위한 1인 식당이다. 업소명도 ‘독고진 1인 식당(이하 독고진)’이다.

출처: jobsN
독고진 내부

부천시청 근처에 있는 독고진은 혼자서도 부담 없이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는 1인 삼겹살 식당이다. 식당 문을 열자 양쪽으로 1인 전용 테이블이 길게 놓여있다. 모르는 사람의 눈길을 막을 칸막이가 테이블마다 있다. 핸드폰 충전기와 거치대도 있다. 테이블마다 뮤직비디오가 나오는 모니터까지 있어 혼밥족에게 안성맞춤이다.


한진수(34) 사장은 “식당 주인이나 종업원 눈치도 보지 않고 혼자서도 부담 없이 고기를 구워 드실 수 있는 공간”이라고 했다. 지난해 1인 가구 수는 약 520만 명으로 2010년보다 약 100만 명 늘었다. 해가 갈수록 증가하는 나 홀로 가구는 밥과 술, 여가 생활을 혼자 즐기는 ‘혼족’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사회 흐름에 맞춰 1인 식당을 연 한 사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하루 최대 손님 50명, 국내 유일 1인 삼겹살 식당

독고진은 2017년 1월 24일 개업했다. ‘혼자 고기 구워 먹을 수 있는 곳‘으로 인터넷에서도 입소문을 타고 있다. 주메뉴는 삼겹살로 제육볶음, 오징어 볶음 등 철판 볶음 요리도 있다. 1인 식당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추가 주문이 반인 분부터 가능하다.


“딱 1인분만 드시고 가는 손님은 없습니다. 보통 1.5인분~2인분 정도 시키고 많이 드시는 분은 3인분까지 주문합니다.”

출처: jobs
독고진 1인 식당

개업 초라 아직 매출이 얼마라고 말하기는 힘든 상황이지만 첫 출발은 좋다. 하루에 40~50명이 독고진을 찾는다. “예상했던 것보다 2배 정도 많은 손님이 찾아옵니다. 혼자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는 곳이 유일해서 많이 찾는 게 아닐까요.” 그는 어떤 계기로 전에 없던 1인 삼겹살 식당을 열게 됐을까.

다양한 경험에서 시작된 1인 전용 식당, 독고진

독고진을 개업하기 전 한 사장은 도시락 가게를 운영했었다. 혼자 와서 도시락을 주문해가거나 매장에서 혼자 먹는 손님이 많았다. 그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며 혼자 밥을 먹던 자신의 모습과 ‘혼자 먹어도 도시락보다 든든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없을까’라는 생각이 함께 들었다고 한다.

출처: 한 씨 제공
한진수 사장

“저도 수험생활을 오래 해봐서 혼밥 경험이 많은데, 혼자 밥을 먹을 때는 맛있는 음식을 찾기보다는 ‘대충 때우지 뭐’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분들한테 고기류나 볶음요리를 눈치 보지 않고 먹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예전 3년 동안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제2금융권에서 일했지만, 직장 생활이 맞지 않아 3개월 만에 그만두고 공시 준비를 했다. 불행히도 결과는 좋지 않았다. 공무원 시험을 포기하자 막막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워킹 홀리데이다.


호주로 워킹 홀리데이를 떠난 그는 1년 동안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 “태국 음식점, 레스토랑, 대학교, 회사 구내식당에서 일했습니다. 낮에는 주방에서 일하고 저녁에는 음식 배달을 했죠.” 식당에서 일하면서 운영의 전반적인 모습과 주방 일을 자세하게 알게 됐다. 그때 경험을 바탕으로 1인 식당을 차렸다. 

출처: 한 씨 제공
저녁엔 전기 스쿠터를 타고 시드니 곳곳을 누비며 음식 배달을 했다. 칼질이 서툴러 항상 반창고가 붙어있던 한 사장의 손

1인 가구 증가의 트렌드를 읽다

혼밥족을 위한 식당을 열기 전 시장조사부터 했다. 2016년 봄, 도시락 가게를 접고 1인 가구 시장 조사를 시작했다. 언론에서는 매해 나 홀로 가구 수가 증가한다는 기사가 많이 나왔지만 독립된 1인 식사공간을 제공하는 식당은 거의 없었다. 국내보다 1인 문화가 일찍 자리 잡은 일본에 직접 가서 식당의 모습을 살피기로 했다.


하지만 정작 일본은 일반 식당에서도 혼자 밥 먹는 것이 자연스러워서 1인 전용 식당이 많지 않았다. 일본에서 소득 없이 돌아온 뒤 부천 중동에 1인 가구 8000세대가 거주한다는 정보를 얻었다. 서울에 살던 한 사장은 곧바로 부천에 자리를 마련했다.

손님 대부분이 직장인…“1인 고깃집 만들어줘서 고맙다”

식당 근처에 위치한 시청과 은행, 나 홀로 가구가 거주하는 오피스텔 덕분에 가게 손님의 대부분은 직장인이다. 여자보다는 남자 손님이 많이 찾는다. 일곱 번째 방문했다는 손님은 “일반 고깃집에서 혼자 고기 구워 먹기가 힘든데 여기는 부담 없이 와서 한 끼 든든하게 먹을 수 있다”고 했다.


“처음엔 서성거리다가 그냥 가는 사람, 문을 열고 들어왔다가 다시 나가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이제는 단골도 제법 생겼고 힐끔 보고 그냥 가는 사람보다 들어와서 식사하고 가시는 손님들이 많습니다.” 처음 혼자 먹기는 힘든데 한 번 왔던 손님은 두 번이고 세 번이고 식당을 다시 찾아온다고 한다.

출처: jobsN
혼자 고기를 구워 먹는 손님들

‘일반 식당에서는 혼자 오는 손님을 받지 않아서 고기를 못 먹고 있었는데, 여기서 정말 편하게 먹었다. 1인 고깃집이 생겨서 너무 좋고 고맙다’고 인사까지 하고 간 손님도 있다고 한다.


“그분은 이제 단골입니다. 지금까지 혼족이 증가하고 1인 식당을 찾는 사람은 많은데 정작 그들 입맛에 맞는 식당이 없었습니다. 다시 말해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없는 것이죠. 이제 시작이지만 자리를 잘 잡는다면 국내 시장에서 크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 jobsN 이승아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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