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봉 6500만원에 30대 대리가 억대 연봉..서울 종로의 '신의 직장'

조회수 2018. 11. 5. 13:5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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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325명이 매출 6조6845억 원
30대 대리도 억대 연봉 받는다
"금융이나 경제 전공 하지 않아도 붙을 수 있다"

“도대체 어딜 붙었길래 안 온다는 거예요?”


에너지업계에서 ‘꿈의 직장’으로 불리는 A기업 인사담당자는 최근 당황했다. 지난해 말 이 기업 신입사원으로 붙은 최종운(29)씨가 “다른 회사를 가겠다”며 입사를 거절했기 때문이다.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A사는 지난 1월 전 직원에게 기본급의 1000%(연봉의 약 50%)를 성과급으로 준 회사였다. 최씨는 “A사보다 더 좋은 회사를 붙었기에 안 갔다”고 했다.


최씨가 A사를 포기하고 간 기업은 국내 주요 기업 가운데 초봉이 제일 높은 업체다. 평균연봉도 사실상 국내 1위다. 서울 종로에 본사를 둔 재보험사 '코리안리'가 그 주인공이다. 직원은 325명뿐인데 지난해 매출 6조6845억원. 영업이익 2072억원(당기순이익 1600억원)을 낸 초우량 회사다.


재보험이란 삼성생명이나 동부화재같은 일반 보험사들이 보험 손실을 분담하기 위해 드는 상품을 말한다. 예를 들어 보험에 가입한 선박·항공기·공장·발전소가 불에 타버리면 보험처리를 해줘야 한다. 그런데 보험사가 보험손실을 모두 떠안기엔 규모가 너무 커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래서 보험사는 돈을 떼일 위험이 높은 보험 계약을 두고 재보험사와 재보험 계약을 맺어 위험을 공동 부담한다. 말하자면 보험사가 가입하는 보험상품을 파는 회사다.


국내 재보험 시장 시장점유율 60%인 코리안리의 평균연봉은 2015년 기준 1억 700만원. 국내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 가운데 3위(1위는 NH투자증권으로 1억 2000만원)에 해당한다. 매년 기업 평균 연봉 기사가 나올 때 코리안리가 1등인 경우가 많지만 2015년엔 NH투자증권에 1위 자리를 내줬다.


남녀 임금 격차도 다른 기업에 비해 크지 않다. 남성 평균 임금은 1억1800만원, 여성은 8100만원이다. 비정규직 없이 100% 정규직만 채용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신입사원 16명을 뽑는데 1406명이 몰려 경쟁률 88대1을 기록했다(2015년은 100대1). ‘신의 직장’이라는 코리안리의 연봉과 복지, 기업문화와 전형과정을 알아봤다. 

출처: jobsN, 코리안리 제공
코리안리 로고와 사옥 모습

30대 대리가 억대 연봉 받는 회사

“1인당 생산성으로 대한민국 최고 아닐까요?”


양영진 코리안리 총무부 차장의 말이다. 코리안리의 1인당 매출액은 205억원, 순이익은 4억9230만원이다. 일반 대기업에서 보기 어려운 실적이다. 2015년 삼성전자 직원(전체 9만6898명) 1인당 매출액은 13억원, 순이익은 1억2384만원이었다.


코리안리는 지난 10년간 꾸준히 실적이 오르면서 연봉도 덩달아 올랐다. 2010년 1인당 평균연봉은 8100만원이었다. 정광식 코리안리 총무팀장은 “재보험 비즈니스는 불황이나 호황 같은 경제 변화를 크게 타지 않으면서 꾸준히 성장하는 장점을 갖고 있다"고 했다.


신입 초임 연봉은 6500만원이다. 현대차(6000만원)보다 높다. 경영성과급을 연봉과 별도로 지급하는데, 올해 초 기본급의 500%(연봉의 약 30%)를 전 직원에게 지급했다. 정 팀장은 “30대 초반 대리 정도가 되면 성과급을 합쳐 1억원 정도의 연봉은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체 직원 325명 가운데 관리자급이 94명이다. 나머지는 대리급 또는 그 이하 직원들이다. 평균 연령은 37살이다.


사원으로 입사해 2~3년이면 주임을 달고, 다시 4~5년 후에 대리가 된다. 대리에서 과장으로 4~5년, 과장에서 차장으로 5년 가량 걸린다. 차장에서 부장으로 승진하려면 5~6년 이상 걸린다.


다른 보험회사에 비해 직급별 승진이 1~2년 늦다는 평가다. 그러나 코리안리측은 ”기본 연봉이 높기 때문에 승진이 어렵다고 불만을 가진 직원들이 다른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고 했다.  

출처: jobN
지난해 말에 합격한 코리안리 신입사원들. 신입사원들은 "꼭 금융과 경제를 전공하지 않아도 합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업무 강도는 센 편‥그러나 이직자는 적다

복지제도도 웬만한 대기업 못지 않다. 법정연차 휴가(15일)를 보장한다. 소진하지 못한 연차는 돈으로 보상해준다.


질병에 걸렸을 때 의료비 혜택은 본인과 배우자(2000만원 한도), 자녀(500만원)를 보상해준다. 고등학교·대학교 등록금도 대준다. 3년간 유치원비(월 35만원씩) 지원한다. 직원들에게 복지카드(한도 100만원)를 지급한다.


업무 강도는 비교적 센 편이다. 잡플래닛에 올라온 직원들 후기를 보면 “최고 수준의 연봉을 자랑하지만 그만큼 '워크앤라이프 밸런스' 희생이 있다” “별보고 출근, 별보고 퇴근한다”는 지적이 있다. 공식 출퇴근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그러나 일이 몰리는 재보험 가입 갱신기간(연말과 연초)에는 밤 10시, 11시에 퇴근하기도 한다. 야근으로 늦게 퇴근하는 직원에겐 택시비를 지원한다.


양 차장은 “근무 비효율을 줄이기 위해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 퇴근하는 유연 근무제를 도입해 현재 50여명이 사용 중이다”며 “해외 업무를 하는 부서의 경우 일의 특성상 밤에 불가피하게 일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출처: 코리안리 제공
최근 코리안리는 공기 정화식물을 사무실 곳곳에 배치하는 '그린 힐링 프로젝트'를 하고 있디

그럼에도 매년 이직하는 직원은 3~4명에 그친다. “국내 다른 기업을 가겠다며 이직하는 직원은 없다. 대부분 개인 사유나 해외 현지 글로벌 기업에 이직하는 직원들”이라고 한다. 오히려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곳에서 직원들이 이직해 온다. 국민연금공단·군인연금 같은 연기금, 글로벌 금융회사에서 매년 3~4명이 경력직으로 온다.


이직률이 낮은 또 다른 이유는 해외 근무 메리트다. 회사는 런던·싱가포르·두바이·북경·도쿄 등 해외 8개 도시에 법인과 사무소를 두고 있다. 현재 15명의 주재원이 회사의 사택·생활비 지원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 대리를 달면 주재원에 도전할 수 있다. 올해도 주재원과 단기 연수생을 포함해 31명을 해외로 보낸다.


코리안리 관계자는 “매년 전체 직원 대비 10%를 해외로 보내는데 글로벌 커리어를 쌓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실제 코리안리는 금융회사 가운데 해외 매출 비중이 높다. 지난해 매출의 22%는 해외에서 발생했다. 내수시장에 의존하는 다른 금융회사와 비교하면 좋은 실적이다. 보험사들의 해외 매출 비중은 대부분 한 자리 숫자고, 은행 중에 그나마 신한은행(12%)이 높은 수준이다.

재보험에 대해서 몰라도 합격할 수 있다

지난해 토론면접 주제는 ‘김영란법’ ‘병역세 논란’ ‘기업 법인세 논란’이었다. 인성 면접은 주임·대리급 직원들과 신입사원들이 원탁 테이블에 둘러 앉아 편안하게 진행한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신입사원 안지원(24)씨는 “‘가장 좋아하는 교수님이 누구냐’ ‘본인의 장점이 무엇이냐’같은 질문이 나온다”고 했다.  

출처: 코리안리 제공
신입사원들이 태국 아유타야 홍수피해 현장에서 집짓기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어떻게 합격할 수 있을까. 매년 9월쯤 시작하는 신입사원 공채 과정은 서류→인적성 검사→1차 전형(영작 번역 및 말하기 시험,인성·PT·토론면접)→ 2차 면접 순으로 진행한다. 지원자격은 토익 860점 이상, 학점 3.0 이상이다.


‘재보험’회사지만 재보험에 대해 전혀 묻지 않는다. 코리안리 관계자는 “재보험을 회사가 아니고는 배울 곳이 없기 때문에 전형 과정에서 재보험의 ’재‘자도 꺼내지 않는다”고 했다. 영어 번역은 영어 뉴스 기사를 번역하는 문제가 나오며, 영어 면접에서는 '지원 이유' '최근 본 영화'같은 질문을 받는다.


지난해 토론면접 주제는 ‘김영란법’ ‘병역세 논란’ ‘기업 법인세 논란’이었다. 인성 면접은 주임·대리급 직원들과 신입사원들이 원탁 테이블에 둘러 앉아 편안하게 진행한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신입사원 안지원(24)씨는 “‘가장 좋아하는 교수님이 누구냐’ ‘본인의 장점이 무엇이냐’같은 질문이 나온다”고 했다.  

출처: 코리안리 제공
코리안리 홍콩(왼쪽)과 싱가포르 법인 직원들 모습

지난해는 제2외국어와 보험계리·IT·재경 직군을 뽑았다. 중국어·스페인어·포르투갈어 등 다양한 2외국어를 사용할 줄 아는 직원들을 우대한다.


합격 분포를 보면 경제 분야 전공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난해 신입사원 16명의 전공은 경영·경제학과(6명), 통계학(1명), 에너지 자원공학(1명),금융·회계(2명), 건설환경공학(2명), 컴퓨터학(2명), 중어중문(1명), 국제통상(1명)이다. 대졸 신입과 석사, 박사과정 전공자도 섞여 있다. 합격자들은 주로 서울권의 4년제 대학 출신들이다.


신입사원들은 “금융이나 경제 전공을 하지 않았어도 내 전공을 회사의 미래에 연결한다면 충분히 합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신은정(27·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박사과정)씨는 “대부분의 동기생이 건설회사를 갔지만, 보험회사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건설 공법 지식을 바탕으로 보험계약 대상이 되는 빌딩이나 공장의 보험료를 적절하게 산정할 수 있다고 어필한 끝에 합격했다.


입사하면 상품개발·해상·생명·자동차·재물보험팀 등에서 보험 심사·분석·영업 활동을 병행한다. 신입사원부터 대형 보험사 고객 여러 곳을 심사하고 관리한다. 정우현(28·성균관대 통계학과 졸업)씨는 “일반 손해보험사에 합격했지만 코리안리를 선택했다”며 “대기업과 달리 신입사원이 ‘일당백’이 되어 책임을 질 수 있는 것이 강점”고 했다. 

글 jobsN 이신영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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