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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7년만에 매출 500억..'골리앗' 삼성전자를 철수시킨 30대 '다윗'

조회수 2018. 11. 5. 13:4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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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북스 배기식 대표
7년만에 매출 500억 만든 '전자책방' 리디북스
삼성 나와 창업, 중견·대기업들을 무너뜨리다
"대기업의 견제를 가장 적게 받는 아이템 선정해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삼성전자를 나와 창업한 청년이 있다. 전자책(e-book)을 파는 온라인·모바일 플랫폼을 2009년 말 시작해 2010년 매출 4억원을 기록했다. 이듬해 매출 11억을 넘더니 2015년 317억, 2016년 505억원으로 폭풍 성장했다. 지금은 직원 160명을 둔 기업이다. 회사를 만든 사람은 배기식(38) 리디북스(ridibooks) 대표다. 


리디북스는 종이책보다 30~40% 싼 가격으로 전자책을 사고 읽을 수 있는 ‘전자책방’이다. 215개국에 225만명 회원을 두고 있다. 누적 다운로드 수는 지난해 1억건을 돌파했다. 국내 출판사 2000곳과 제휴해 70만권에 달하는 전자책을 보유하고 있다. 이익으로 전자책 단말기 'PAPER' 사업 에 투자해 왔으며 올해 흑자전환을 예상하고 있다.


벤처업계에서는 배 대표를 ‘다윗과 골리앗’ 일화에서 다윗에 비유한다. 창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창립 36주년 교보문고를 비롯해 웅진, 북큐브의 전자책 분야를 제친 데 이어 후발주자로 뛰어든 삼성전자도 시장에서 몰아냈다. 현재 1000억원 규모의 단행본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50%을 점유하며 1위를 달리고 있다. 최근엔 ‘리디스토리’란 이름의 웹소설 플랫폼을 출시하며 웹소설 연재시장에도 뛰어들었다.


“창업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대기업을 어떻게 넘어설 수 있느냐는 겁니다. 두 가지를 잘하면 됩니다. 자기 업(業)의 핵심을 이해하는 것, 둘째 과도할 정도로 고객의 요구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골리앗을 이긴 ‘다윗’ 배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출처: 리디북스 제공
배기식 리디북스 창업자

◇ 종이책보다 읽기 편안한 전자책으로 성공

‘전자책은 돈이 안 된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이런 성장을 예상했습니까. 

창업 첫날부터 ‘돈이 안 된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어떤 투자자는 ‘리디북스가 매출 100억 넘기면 손에 장을 지진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100억을 넘었습니다. 그랬더니 또 누군가에게 ‘죽을 때까지 매출 500억을 못 넘길 것이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넘었습니다.

고객에게 정말 좋은 서비스를 잘 만들면 전자책에서도 돈을 벌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국내 시장만 매출이 2000억~3000억원까지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격 경쟁력과 접근성, 보관 편리성이 전자책의 장점입니다. 그 장점을 뛰어 넘는 서비스를 만들면 됩니다.

리디북스는 ‘종이책 읽는 느낌이 드는 편안한 전자책’을 지향한다. 볼펜을 들고 줄을 치며 책을 읽는 것처럼, 스마트폰으로 책을 읽다 다양한 색깔로 줄을 칠 수 있다. 좋은 문구는 책을 읽는 도중에 드래그해 자기 메모장에 저장할 수 있고, 카카오톡·라인·페이스북 친구와 공유할 수 있다.


음성으로 들을 수도 있으며, 원하는 목차와 페이지로 바로 건너뛸 수 있다. 다양한 글꼴과 글자 크기, 줄 간격으로 보는 장점도 있다. 책을 읽는 도중 그 책에 대해 사용자들이 남긴 리뷰를 바로 보거나 남길 수 있다.

비즈니스 모델은 어떻게 됩니까

출판사와 판매 수익의 7대3을 나누는 형태로 계약합니다. 리디북스가 3을, 출판사와 작가가 7을 가져가는 구조입니다. 최근에는 전자책 대여도 시작했습니다. 길게 10년, 50년을 대여할 수 있습니다. 어차피 책을 한번 보기 때문에 대여도 수요가 높습니다.

예를 들어 24권 시리즈인 A소설은 전권을 구매하면 8만원을 써야 하지만 대여하면 1만6000원(72일 기준)에 빌린다.

출처: 리디북스 서비스 캡처
리디북스 모바일 첫 화면 모습(왼쪽)과 책 읽는 화면,최근에 오픈한 리디스토리

◇ 위기 때 베팅해라


경기고와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나온 배 대표는 2006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대학 경영학회에 시절 삼성에 꽂혀 있었습니다. ‘저 큰 규모의 회사가 왜 잘 될까’ 연구했습니다. 다른 회사에도 붙었지만 삼성에 갔습니다.” 삼성에서 벤처투자팀 소속으로 일했다. 삼성벤처아메리카로 옮겨 미국 실리콘밸리 회사들을 경험했다. 


“소프트웨어에 큰 물결이 일고 있었습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회사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전자책 ‘킨들’을 출시한 아마존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소프트웨어와 인터넷을 결합하면 뭔가 새로운 걸 만들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2008년 변변한 아이템 없이 삼성을 뛰쳐나왔다. 소셜 커머스, 전자책, 웹툰처럼 장래가 밝은 분야에서 고르자는 두루뭉술한 생각이 전부였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됐는데 대책 없는 것 아닙니까

돌이켜보면 무식했습니다. 다만 제 지론은 ‘위기일 때 베팅하라’는 것입니다. 실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는 과거 미국 석유파동 시절 생겼습니다.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는 ‘새로운 도전과 혁신을 꺼린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불황이야말로 새 시도를 할 기회입니다.

공동창업자 2명과 모은 돈 5000만원으로 2008년 서울 시내 작은 오피스텔에서 아이템 구상에 매달렸다. 

투자자를 만났는데 ‘당신 사업을 대기업에서 베껴서 시작하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묻더군요. 큰 대기업은 저마다 신사업 팀이 있고 작은 회사를 내버려두지 않거든요. 그래서 대기업이 따라올 경우를 감안해 사업 계획을 짜야 합니다. 커머스 분야는 이미 신세계, 롯데, 지마켓이란 장벽이 있었습니다. 유통분야는 경쟁이 격화할수록 돈 싸움으로 치달아요. 어려워 보였습니다.”
출처: 플리커, 핀터레스트 캡처
다윗과 골리앗 삽화

정답이 전자책이었나요

사실 2008년 ‘아이팟 터치’가 인기를 끌 때 앱 스토어로 만화 앱을 팔았습니다. 일명 ‘앱북’이란 건데, 만화책 한권을 앱 하나로 만든 겁니다. 앱북당 1000원~2000원에 팔았는데 한 달 매출이 수백만원 나왔어요. 그러나 ‘이대로 가다가 끝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대로 유료 만화를 팔려면 플랫폼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미 주요 포털 사이트가 웹툰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전자책 단행본 시장은 대기업이 없었습니다. 중견기업인 교보와 웅진이 선두업체였지만 막대한 현금과 자원을 가진 대기업은 아니었습니다. 무엇보다 전자책 모바일 기반 서비스가 없었습니다

출판사 영업을 뛰었다. 

가는 곳마다 거절당했습니다. 삼성 시절에는 영어를 못했는데도 명함만 내밀면 다 만나줬습니다. 그런데 삼성 딱지 떼고 출판사를 가니 사람 취급을 받지 못했습니다

뭐라고 설득했습니까

‘이대로 가면 안 됩니다. 미래가 없습니다. 종이책 콘텐츠를 디지털화해야 합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출판사 사장님들은 대부분 50대~60대입니다. 이미 벌만큼 벌어 자식 결혼을 시킨 분에게 ‘미래가 바뀐다’는 말은 통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30~40대 젊은 사장님이 있는 출판사부터 집중적으로 만났습니다. 2~3년간 매일 4~5개 업체를 만나 200개 회사를 제휴했습니다. 그래도 영업에서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어떤 업종이든 10~20%는 깨어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겁니다. 그 10~20%부터 잡는 것이 시작입니다.
출처: 리디북스 제공
리디북스가 2015년 출시한 전자책 단말기 PAPER

◇ 삼성전자가 전자책 사업에서 철수한 이유

2010년 들어 아이폰 열풍이 불었고 리디북스도 순항해 수년 만에 시장점유율 1위로 치고 올라갔다. 그러다 2012~2013년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대기업들이 전자책 시장에 뛰어들었다. 

어떤 일들이 벌어졌습니까

대기업에서 우리 회사 직원을 스카우트 하려고 했습니다. 기존의 대형 서점들도 무슨 일인지 ‘리디북스에 책을 공급하면 종이책을 안 팔아주겠다'며 출판사들에 으름장을 놓기도 했습니다. 창업 초기 투자자가 말했던 대기업이 뒤에서 따라오는 그 상황이 온 겁니다.

어떻게 했습니까

머리는 복잡했지만 해결방법은 간단하더군요. ‘회사를 잘 되게 하는 것은 경쟁사가 아니라 고객이다’는 것입니다. 고객 입장에서 회사 서비스를 밑바닥부터 까보자고 했습니다. 매일 9시 전 직원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전날 회사에 들어온 각종 고객의 요구와 건의사항, 욕설까지 면밀하게 검토하고 회의했어요. 회의 이후에 모든 직원이 나서서 해결하기 시작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고객이 왜 그런 민원을 넣는지 이면을 살피는 거에요. 예를 들면 ’왜 휴대폰 결제가 되지 않으냐‘는 건의사항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신용카드로 결제할 형편이 안 된다‘는 뜻일 수 있거든요.

필요하면 고객들을 직접 연락해 만났습니다. 누구도 따라올 수 없게 서비스를 단단하게 만들었습니다. 지금도 매일 전 직원들이 고객들의 목소리를 이메일로 받고 있습니다.

전자책에 밑줄을 그을 수 있도록 만들고 친구와 문구를 공유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선했다. 맥북용 서비스도 출시했다. 경쟁에서 밀린 삼성전자는 2014년 12월 전자책 서비스인 ’삼성북스‘를 완전히 철수한다고 밝혔다. 다른 기업들도 전자책 사업을 없애거나 축소했다.

전직 삼성맨이 친정 기업의 도전을 무너뜨린 셈이군요

대기업이 태스크포스만 만든다고 무엇이든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고객과 플랫폼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고 실시간으로 해결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조언한다면

종종 ‘큰 기업들이 있는 시장에서 어떻게 자리 잡느냐’는 질문을 받습니다. 사실 작은 스타트업은 투입할 자원이 적어 총알이 1~2발밖에 없습니다. 총알을 많이 가진 대기업을 이기려면 적은 자원으로 무엇에 집중하느냐가 중요합니다. 리디북스는 집중대상이 고객이었습니다. 둘째 대기업의 견제를 받아도 살아남을 사업계획을 처음부터 짜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부분 청년 창업자들이 이런 큰 그림 없이 창업에 뛰어듭니다. 무엇보다 불나방처럼 유행을 좇으면 안 됩니다. 대신 아무리 사소한 거라도 고객이 존재한 상태에서 제품만 제대로만 만들면 성공할 수 있습니다.

목표가 무엇입니까

그동안 유료 디지털 콘텐츠를 팔아 성장한 회사는 게임사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전자책도 가능하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장기적인 경쟁자는 아마존입니다. 아마존이 못하는 것을 만들어 해외로 진출할 겁니다. 지금은 제 사업 목표의 5~10%밖에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글 jobsN 이신영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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