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엄마 나 견적 1800만원 나왔어" 취업 성형 르포

조회수 2018. 11. 5. 14:31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외모도 스펙입니까?
취준생 70만명 시대…외모도 스펙(SPEC)으로
병원에 따라 50만~1800만원으로 천차만별
"2015년에 왔던 분이 성형하고 가서 합격했어요"

강남구 압구정동 A성형외과. "다 하시면 1800만원정도 나오겠네요." 상담실장이 말했다. 놀란 내 눈을 보고 그녀가 건넨 다음 말. "카드가가 1800만원이고요. 현금으로 계산하면 1200만원에 해드릴게요."

출처: jobsN
압구정 A 성형외과

취업 준비생이 역대 최다인 70만명에 육박하면서 저마다 스펙 쌓기에 혈안이다. 요즘 '외모'도 중요한 스펙이란 이야기까지 돈다. 이왕이면 호감 가는 인상이 면접 등에서 유리하다는 생각이다.


'취업 성형'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취준생부터 이직을 노리는 젊은 직장인들까지 성형외과를 찾는다. jobsN 인턴기자가 성형외과 밀집 지대인 서울 신사역과 압구정역 인근에 위치한 성형외과를 찾아 일명 '취업 성형' 상담을 받아봤다.


◇ 수술비 부담된다 하자 시술 권유…1회 시술 당 25만원

첫 번째로 방문한 곳은 강남구 신사동 B성형외과. 먼저 진료 기록부에 간단한 인적 사항을 기록했다. 이름,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신상 정보부터 원하는 수술 부위, 성형수술 경험까지 진료에 필요한 것들을 물었다. 다음 성형 코디네이터(의사를 만나기 전에 환자와 상담해 '성형 견적'을 뽑는 사람들)를 따라 대기실로 향했다. 

출처: jobsN
상담하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성형외과

대기 인원이 많아 예약한 시간보다 30분 늦게 상담을 받았다. 그 시간 동안 눈에 띈 건 대기실 책상 위에 놓인 잡지들. 여기서 수술한 사람들의 Before&After를 정리해 놓은 책이었다.


안내해주는 직원을 따라 상담실로 들어가니 연예인 뺨칠 외모의 상담실장이 반겼다. "취준생인데 면접에서 자꾸 떨어져서요. 외모 문제가 있나요." 상담실장은 성형 후 취업 성공 사례를 들려줬다. "2015년부터 안면윤곽 수술을 고민하던 취준생이 1년 동안 고민한 뒤 결국 수술을 했습니다. 올해 초 취업했다고 감사하다는 전화를 했어요." 

출처: jobsN
인적 사항 기록자와 고객들의 성형 후 사진을 모아 놓은 잡지

이어 "수술을 하고 부기를 가라앉히는 기간이 있어 채용 비시즌인 1-2월이 최적기"라고 했다. "실제로 어머니와 같이 오는 취준생들이 많다. 대부분 고민하다가 결국 하더라. 할 거면 일찍 하는 게 낫다"라는 말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성형 견적'을 내기 시작했다. "턱이 둥글어 둔해 보인다. 쌍꺼풀이 있지만 너무 희미해서 한 번 더 집어주면 좋을 것 같다." 상담 도중 상자를 열어 실제 사람의 턱뼈 조각을 꺼내 보여주기도 했다. "턱에서 이 정도가 빠져나가는 거예요. 사람들은 살 빠진 줄 알 겁니다."


B성형외과에서 받은 '취업성형' 견적 비용은 383만 9000원. 눈 성형 비용 53만 9000원에 안면 윤곽 성형 비용 330만원을 더한 값이다. 비용이 너무 부담스럽다고 하니 "그럼 우선 시술을 해보는 게 어떠냐"고 했다. 턱 쪽의 근육을 줄여주는 보톡스 시술이었다. "1회당 25만원으로 저렴하다"며 "취업해서 돈을 모으면 수술을 하라"고 했다.


◇ 383만 9000원 → 1800만원으로… 천차만별 취업 성형 실태

두 번째로 찾아간 병원은 강남구 압구정동 A성형외과. 마찬가지로 기본 인적 사항을 적은 후 대기했다. 직원이 다가와 3D-CT촬영을 권유했다. "얼굴뼈 모양과 두께 그리고 신경선이 지나가는 위치까지 알 수 있어 더 자세한 상담이 가능하다"고 했다. 가격은 1만원이었다.   

출처: jobsN
상담실과 CT촬영실

그렇게 직원을 따라 들어가 커다란 기계에 얼굴을 끼워 넣고 3D-CT 촬영을 했다. 팔을 허리에 대고 고개를 뒤로 젖혀 찍는 등 다양한 자세로 3번 촬영을 했다. 촬영 이후 대기 시간은 한 시간. 이후 성형 코디네이터와 약 15분 정도 상담했다.


A성형외과 코디네이터는 앞서 상담했던 B성형외과와 달리 "눈은 할 필요 없다"라고 진단했다. 대신 '광대'와'턱' 그리고 '턱 끝'을 고쳐야 한다고 했다. "광대 쪽을 좀 줄이고 턱 끝을 조금 뒤로 넣어야 할 거 같아요. 양쪽 턱도 좀 깎아야 할 거 같고요."


취준생이어서 비용이 부담스럽다는 말하자 단호하게 대답했다. "지금은 부담스럽게 느껴지지만 길게 보면 투자의 일종입니다. 취업 잘해서 부모님께 효도하면 되죠." 실제로 외모가 채용시 호감도에 많은 영향을 끼칠지를 물어보니 "내가 채용 담당자는 아니지만 이왕이면 예쁜 게 좋지 않냐"며 "담당자도 사람이기에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출처: jobsN
실제 상담 장면

상담 후 담당 의사를 만났다. 진료실에 들어가니 앞서 '3D-CT 기계'로 촬영한 얼굴 사진이 있었다. 성형 코디네이터가 진료 기록부에 적어둔 내용을 바탕으로 상담했다. 견적을 내고 비용을 알려주는 성형 코디네이터와는 달리 담당 의사는 주로 수술 방법에 대해 이야기했다. "턱 수술은 이 병원에서 하는 수술 중 가장 기본적인 수술"이라며"큰 수술도 아니고 잠깐 한두 달 부기만 빼면 아무도 수술한 지 모른다"고 말했다.


B성형외과에서 받은 견적 비용은 1800만원. 광대 500만원, 턱라인 500만원, 턱 끝 500만원, 긴곡선 턱 축소(턱뼈를 다듬거나 절골해 브이라인으로 만들어 주는 것) 300만원이었다. 현금가는 1200만원. 앞서 다녀왔던 병원보다 3배 이상 비쌌다.

출처: jobsN
압구정 3번 출구에서 나오면 보이는 성형외과들

집에 오는 길에 부모님께 전화를 했다. "엄마 나 오늘 성형외과 상담받으러 갔는데 견적 1800만원 나왔어." 부모님이 깔깔대며 웃는 소리가 들렸다. "1800만원 줘도 안 한다고 해라" 전화를 끊고 지하철로 향했다. 지하철에 비친 내 모습에서 '턱'밖에 안 보였다. '이게 없어야 취업이 잘 되는 걸까.' 괜스레 슬퍼졌다.


글 jobsN 블로그팀

jobarajob@naver.com

잡아라잡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