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할 때 제일 필요없는 스펙 '어학연수' 제일 필요한 스펙 '나이'

조회수 2018. 11. 5. 14:3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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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하고 취업준비를 하는 게 유리할까, 졸업을 미뤄 학생 신분을 유지한 상태에서 하는 게 나을까?" 


취업준비생들은 흔한 고민이다. '기업이 채용할 때 졸업생을 선호하지 않는다'라는 게 풍문이었다. 누구도 명확한 답을 내려주는 사람은 없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직능원)이 최근 '졸업한 지 3년이 넘으면 평점이 4점을 넘어도 서류 통과 확률이 10%가 안된다'라는 조사를 내놨다. 졸업 후 1년 이내인 지원자는 평점 3.0~3.5점으로 상대적으로 낮더라도 서류 통과 가능성이 38.5%였다. ('한국의 청년 채용 시장' 보고서) 


국내 500대 기업 중 100곳의 인사담당자를 심층면접해 한국 상황을 반영했다. 유럽연합(EU) 9개국에서 실시한 비슷한 연구도 담겼다. 연구에 참여한 채창균 직능원 선임연구위원에게 뒷이야기를 들었다. 채 선임연구위원은 2001년 직능원에 입사해 청년 노동시장 분야를 연구해오고 있다.  

출처: jobsN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채창균 선임연구위원

서류 전형: 졸업 시점이 가장 중요 


서류와 면접 전형을 나눠 조사했다. 


서류 전형에서 검증한 스펙은 ① 최종학교 졸업시점 ② 졸업평점 ③ 전공의 직무적합성 ④ 출신학교 ⑤ 어학능력 ⑥ 자격증 ⑦ 경력 ⑧ 해외취업·어학연수였다. 


서류전형에서는 최종학교 졸업시점, 졸업평점, 전공의 직무적합도, 출신학교 순으로 중요했다. 나머지 스펙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면접에서는 도덕성·인성, 팀워크, 문제해결능력, 인내력 등을 중요하게 봤다. 반면 도전정신·열정 등은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낮았다. 

출처: 조선 DB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500대 기업 중 100곳의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문, 심층조사 등을 실시해 서류와 면접 전형에서 필요한 스펙을 조사했다. 서류전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졸업시점이었고,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떨어지는 것은 어학연수 등 해외경험이었다. 면접에서는 도덕성과 인성에 대한 점수가 높았고, 도전정신·열정에 대한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취업준비생 사이에서 '카더라'로 돌던 정보 4가지가 확인됐다. ① 졸업한 지 3년이 넘으면 다른 스펙이 높더라도 서류통과율이 낮다. ② 출신학교에 대한 선호도 차이가 분명했다. ③ 석사 학위 소지자에 대한 선호도가 낮았다. ④ 면접에서 튀는 사람을 선호하지 않는다. 

졸업시점은 왜 중요한가?

인사담당자 심층면접 결과 두 가지 이유였다. 첫째는 나이. 상사보다 나이가 많으면 조직 융화가 어렵다는 것이다.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한국 문화가 반영된 결과였다. 둘째는 '낙인효과'였다. 공백기간이 길면 '문제가 있으니 취업을 못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기업의 평가 방식은 어떤가?  

한 가지 스펙 안에서도 기준을 세워 점수를 분류해놨다. 예를 들어 졸업예정자부터 졸업 1년차, 2년차, 3년차 등으로 기간을 나눠 점수를 따로 매기는 회사도 있다. 예외적으로 자기소개서를 꼼꼼하게 보는 기업은 공백 기간 활동 내용에 따라 합격 여부를 가리는 경우도 있었다.

EU 연구결과도 비슷한가? 

EU 조사에는 아예 졸업시점 관련 내용이 없었다. 졸업시점은 나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유럽은 연공서열을 안 따지는 문화라 채용에 있어 졸업시점이나 나이는 중요한 사항이 아니었다.

출신학교는 왜 보는 것인가? 학교에 따라 업무 능력이 달라서인가, 혹은 관행적인 것인가? 

학교 선호도는 '상위10개대학→서울 소재 대학→지방공립대' 순이었다. 한국은 수능 점수대로 대학 서열이 명확한 편이다. 편입생에 대해 편입 전후 학교에 점수를 따로 매기는 기업도 있었다. 기업이 볼 때 상대적으로 수능점수와 업무 상관관계가 높다는 것이다. 수능 점수가 낮은 대학에도 충분히 인재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찾아내기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든다.
출처: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서류전형에서는 지원자의 졸업 시점이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기업의 선호도가 높은 학교(상위 10개 대학→서울소재 대학→지방국립대→지방사립대)를 나왔더라도 졸업한 지 오래되면 선발될 확률이 떨어졌다. 기업에서 가장 선호하는 대학 출신이어도 졸업한 지 3년이 넘어가는 지원자의 선발 확률(9.1%)은 기업이 가장 선호하지 않는 지방사립대를 나왔지만 졸업예정자인 지원자 선발 확률(11%)에 비해 적었다.

최근 '취업이 안돼 대학원에 간다'는 학생이 꽤 많다. 대졸 공채에서 석사 학위자에 대한 선호도가 낮은 이유는 무엇인가? 

연구직이나 개발직을 빼면 석사 학위에 높은 점수를 주지 않았다. 우선 한국 고등 교육에 대한 불신이 깊었다. 취업이 안된 상황에서 소속을 찾기 위한 도피성 진학이 많다고 봤다. 입사한 후 특별 대우를 바라거나 처우에 불만을 가져 이직이 잦다는 점도 기피하는 이유였다. 또 대학원에서 2년 더 배운다고 회사에서 필요한 역량이 키워지지 않는다고 했다. 학문 연구가 목표가 아니라면 대학원 진학은 권하지 않는다.

한국과 비교해 해외는 어떤가?

EU 조사는 정반대였다. 학사보다 석사 학위를 가진 사람을 더 선호했다. 미국이나 유럽은 규정이 엄격해 대학 졸업하기도 어렵다. 대학원에서 학위 받기는 더 까다롭다. 그래서 석박사 학위를 받으면 인정해준다.

실무를 배울 수 있는 인턴 경험은 왜 선호도가 낮은가? 

구직자와 기업 간 온도차가 컸다. 구직자는 인턴경험을 이력서에 한 줄 채울 스펙으로 생각한다. 기업은 인턴으로서 한 업무 내용, 지원자의 성품 등을 알고 싶어한다. 지원하는 회사의 인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은 중요하다. 해당 기업이 지원자의 활동을 직접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회사나 기관에서 한 인턴은 검증하기가 어려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출처: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제공
면접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항은 도덕성·인성이었다. 예를 들어 도덕성·인성이 하위 25%인 지원자는 다른 속성이 상위권이라 할지라도 선발확률이 13.4%였다. 도덕성·인성 외 팀워크, 인내력, 문제해결능력이 하위 25%일지라도 다른 능력이 상위권이면 선발확률이 20% 이상으로 높아졌다. 기업은 직원을 채용할 때 "일은 가르치면 되지만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라는 입장인 것으로 풀이된다.

면접에서는 중요하게 보는 것이 무엇인가?

도덕성과 인성(23.5점)이었다.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하고, 조직에 잘 융화할 수 있는지 판단한다. 대부분 기업이 면접 전 '인적성검사'를 실시하는 이유다. 면접에서는 지원자가 자신에 대해 꾸며서 말할 수도 있기 때문에, 여러 차례 검증하는 것이다. 대부분 인적성검사는 일정 점수를 넘기면 통과하는 방식이었다. 면접대기실에서 하는 행동을 평가하는 기업도 있었다.

반면 도전정신이나 열정에 대한 선호도가 낮은 이유는 무엇인가? 구직자들은 패기 있는 모습을 보여야 높은 점수를 받는다고 생각한다. 

도덕성·인성의 절반 수준(10.3점)이었다. 조직을 우선시하는 한국 특성상 튀는 사람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큰 기업일수록 매뉴얼이 있고,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고 생각한다. 직원이 매뉴얼을 따르면 일이 잘 된다고 본다. 이번 조사 결과에서 이 부분이 가장 충격이었다.

이유가 뭔가? 

EU 조사는 9개국을 대상으로 했다. 나라별로 노동시장 환경이나 경제 규모가 확연이 다르다. 그럼에도 '기업가적 정신' '혁신성' '창조성' 같은 항목에 높은 점수를 줬다. 다른 나라 조사를 봐도 비슷하다. 창의적이고 혁신적 인재를 찾는 것은 '글로벌 스탠다드'다. 그런데 한국은 정반대였다. 과연 앞으로 한국이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걱정스럽다.

연구 결과를 보면 입사 전형에서 졸업 시점, 평점, 전공, 출신 대학 등이 중요하다. 4가지를 잘 갖추지 못한 구직자는 절망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 점이 가장 염려스럽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회사는 대부분 대기업이다. 해당 항목이 부족하면 대기업 입사는 어렵다. 사람마다 상황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4가지 중 하나라도 현격하게 낮은 구직자가 대기업에 '올인'하는 것은 전략상 좋지 않다. 한국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격차가 워낙 커서 무조건 눈높이를 낮추라고 말하기 어렵다. 중소기업도 장점은 있다. 체계적으로 짜여진 조직에서 특정 업무만 하는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은 다양한 업무를 배울 수 있다. 창업하기 좋은 역량이다. 중소기업에서 두루 일을 익히고 아이템을 잘 찾아 창업하는 것도 생각해볼만하다.

대부분 인사(HR) 업무는 기밀이라 연구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연구 취지를 말하며 설득했다. 특정 기업이 드러나지 않는 조사방식이라 부담이 적기도 했다. 기획과 자료 해석 단계에서 인사담당자를 만나 면담했다. 연구 결과에 현실이 잘 반영돼 인사담당자들도 상당히 흥미로워했다.

연구를 하면서 느낀 한국 취업 시장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대학에서 취업교육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불안감에 구직자들은 스펙 몇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스펙쌓기를 하고 있다. 학점(3.0)이나 영어점수는 일정 수준만 넘기면 전형에 큰 영향을 안 준다고 한다. 자격증도 변호사나 노무사 등 전문 자격증이 아니면 합·불합격을 가르지 않는다. 대학은 기업에서 요구하는 역량을 교육시키지 못하고 있다.

학문을 연구하는 대학이 취업교육기관으로 전락한다는 우려도 있는데? 

이미 대학 진학률이 70~80%가 넘는다. 이런 논쟁은 무의미하다. 학생들이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을 갖게 하는 게 우선이다. 기업이 원하는 스펙은 토익이나 자격증 같은 '스킬(기술)'이 아니라 '문제 해결 능력'이다. 내용물이 아니라 그릇을 원한다. 예를 들어 영업 직군을 희망한다면 구체적인 마케팅 전략을 외울 게 아니라, 어떤 상황이 주어졌을 때 정보를 찾아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건 취업 기술이 아니라 평생 써먹을 수 있는 능력이다. 대학은 당연히 이런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

구체적인 방법이 있나? 

2004년 덴마크 올보르대학을 방문했다. 1학년 때 기업 전반에 대해 배우고, 2학년 때부터는 프로젝트 기반 수업을 하더라. 실제 기업에서 고민하는 문제를 나눠주고, 팀별로 한 학기 동안 해결책을 찾게 한다. 그 내용을 정리해서 발표하는 걸 평가한다. 교수 뿐 아니라 기업 관계자가 오기도 한다. 당시 덴마크 경제가 어려웠는데도 올보르대 출신들은 취업이 잘됐다. 취업과 대학 평가를 연계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글 jobsN 감혜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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