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3천만원 못 받지만 행복해요" 애견용품 사업가 고경민씨

조회수 2018. 11. 5. 14:36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의료기기 회사 아시아 영업 에이스 출신
강아지도 가족, 목줄 만들려 가죽 공부
버려지는 유기견 입양 캠페인, 월급 적어도 행복

“앞으론 성과급 3000만원 못 받겠지만 후회는 안 합니다.”


2016년 3월, 고경민(33) 씨는 5년째 잘 다니던 의료기기 업체를 그만두고 나왔다. 대리였던 그는 연봉 4000만원 초반에 성과급 3000만원을 받던 해외 영업부 에이스였다. 해당 회사는 코스닥 상장사로 우수직원에게 연봉만큼의 성과급을 줬다.


이런 회사를 나와 시작한 사업이 강아지 목줄을 만들어 파는 일이다. “회사 일이 싫지는 않았지만 제 사업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가 시작한 일은 반려견 용품 판매와 동물보호 사업. 강아지용 목줄이나 몸줄 만들어 판매하면서 유기견 입양가정에 애견 액세서리를 제공한다. “저도 강아지를 키우는데 아직 우리나라에는 반려견 문화가 제대로 자리 잡은 것 같지 않았습니다. 자유롭게 강아지를 데리고 다닐 수 있는 유럽 같은 문화가 정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사업으로 돈도 벌 수 있으면 더 좋은 일이죠.”

출처: 고경민 대표 제공
고경민 헬로젤로 대표

강아지 용품업체 ‘헬로젤로’를 차렸다. 젤로는 고씨의 강아지 이름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친구였던 김선웅(33)씨도 영입했다. 저축은행 7년차 직원인 김씨가 재무를 맡았다.


사업 10개월째, 대리에서 사장이 됐지만 변변한 월급은 못 받고 있다. 세 사람은 지난달 처음 받은 200만원가량의 월급도 사업 자금으로 다시 투자했다. 그래도 강아지와 애견 사업이 좋단다.

의료기기 회사 아시아 영업 에이스 출신 

원래하던 일이 뭡니까

전 직장에서 아시아 지역 해외 사업부 아시아팀에 있었습니다. 제가 아시아를 맡고, 알렉스는 유럽 쪽을 맡았습니다.(그는 알렉산더 홍씨를 알렉스라고 불렀다.) 아직 의료기기 시장이 크지 않은 나라에 대리점을 만들거나 현지 거래처를 늘리는 게 주 업무였습니다. 출장은 한 달에 한번 꼴로 대만이나 홍콩, 싱가포르를 다녔습니다. 가끔은 유럽도 나갔습니다

그는 해외 병원이나 의료기기 판매상들을 직접 만나 제품을 홍보하고 판매했다.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의료기기를 팔려면 의사를 만나야 했는데, 해외 의사들이 저한테 '의사도 아니면서', '나이도 어리면서'라면서 무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차근차근 설명했다. 국내에 있을 때도 해외에서 문의를 받으면 왓츠앱(페이스북이 운영하는 메신저)로 응대했다. “5억원 정도 수출하던 거래 규모를 10억원까지 늘리기도 했습니다.” 이런 실적으로 받은 성과급은 연 3000만원 가량이었다.


해외에 물건을 판매하려면 관련 산업을 포함해 해당 국가의 문화 전반을 알아야 했다. “의료기기를 수출한다고 해서 의료 쪽만 알아서는 안됩니다” 헬스케어, 실버계층, 1인 가구 문화를 조사하면서 노인들이나 1인 가구가 함께 생활하는 반려동물도 공부했다. 


“의료기기 시장을 공부하다가, 반려동물 시장이 급속히 커지고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2016년 기준 한국의 반려동물 시장은 1조 8000억원 수준, 농림부는 이 시장이 2020년까지 6조원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저도 강아지를 키우고 있었고 이 분야에 관심 많았습니다. 회사원 말고 제 사업을 해보고 싶었는데,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에 반려동물 문화가 성숙해질 때까지 이 사업을 해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덜 성숙했다는 게 무슨 의미입니까

프랑스나 독일은 사람들이 백화점에 갈 때도 강아지를 데리고 갑니다. 주변 사람들도 그걸 꺼려하지 않습니다. 이런 문화가 가능한 건 견주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짧은 목줄이나 가슴줄을 개에게 착용하고 주인에게서 떨어지지 않게 만듭니다.

또 강아지가 불편해할 수도 있으니 목줄을 더 부드럽고 편안한 것을 채웁니다. 한국에서는 사람이 개와 함게 밖에 나오는 일이 적고, 데리고 나와도 긴 목줄을 사용하는 것과 대비됐습니다.
출처: 고경민 대표 제공
고경민 대표(왼쪽)와 목줄을 착용한 그의 반려견 '젤로'(오른쪽) 모습

강아지도 가족, 목줄 만들려 가죽 공부 

그는 어렸을 때 할머니 댁에서 길렀다는 진돗개를 언급하기도 했다. “예전에는 철물점에서 파는 플라스틱 끈 같은 목줄을 강아지한테 채우는 일이 많았습니다. 긴 쇠사슬을 연결해 집에 묶어두면 낯선 이가 왔을 때 위협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가족처럼 지내잖아요.” 강아지가 ‘경비’ 역할에서 벗어나 집안으로 들어오면서 ‘반려’동물 자리를 잡았지만, 자연스럽게 함께 다니는 문화는 자리 잡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람이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려면 강아지에게 편안한 목줄부터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러 가지 샘플을 확인했는데 한국에 가죽으로 만든 제품은 거의 없었습니다.” 가죽이 고급스러우면서도 강아지에게 편안한 느낌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가죽에 대해 잘 알았습니까

저는 아는 게 별로 없었습니다. 가죽이 괜찮을 것 같다고만 생각했습니다. 아버지께 많은 조언을 듣고 공부했습니다. 아버지가 가죽 무역업을 하셨거든요. ‘가죽’ 이라고 하면 루이비통 가방 손잡이에 딱딱한 노란색 가죽을 떠올리시는 분이 많아요. 딱딱하지만 손에도 착 감기고 편안합니다. 하지만 물에 닿으면 굳거나 갈라집니다. 햇볕을 받으면 색이 변할 수도 있고요. 이런 것까지 공부해야 했습니다.

가죽 공장을 찾아 뛰어다니고, 디자인을 고안하고 자신의 강아지에게 채워보면서 목줄과 하네스를 만들었다. 하네스는 강아지를 제어할 때 사용하는 '몸줄'이다. “하네스는 디자인 분야 특허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의료기기나 IT를 결합한 제품도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홍콩이나 유럽에서는 목줄에 GPS나 만보계를 넣기도 합니다. 거기에 강아지 심박수나 이동거리를 알 수 있는 기능을 넣는 것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쉽지 않아 보입니다

만보계나 GPS를 다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심박수나, 강아지 건강 상황까지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개발하는 일은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가능하게 만들려면 강아지 전용 알고리즘을 만들고, 임상실험을 계속해야 합니다. 지금 당장 시도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출처: 케어 홈페이지 캡처
핼로젤로가 동물권보호단체 '케어'에 후원한 반려동물용 펜던트

버려지는 유기견 위해 입양 캠페인, 월급 적어도 행복

동물보호 사업은 어떻습니까

한국에서는 예쁜 모습만 보고 강아지를 입양했다가 키울 능력이 부족해 버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게 안타까워서 동물보호단체 ‘케어’와 입양 캠페인을 하고 있습니다. 케어에서 보호하는 유기견을 입양하면 이름과 연락처를 새긴 인식표를 따로 선물하고 있습니다. 강아지들이 새로운 가족을 찾고, 다시 버려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다른 어려운 일은 없습니까

시작부터 모든 일이 어렵습니다. 사무실을 얻는 일, 홈페이지를 바꾸는 일, 디자인, 영업, 모든 일을 제가 다 해야 하니까요. 회사에 다닐 때는 여러 전문 부서에서 나서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습니까. 자료조사, 실험, 영업 같은 것들이요. 해달라고 부탁하면 뚝딱 나오는 게 당연했는데, 이 모든 걸 한두 사람이 하려니 전문성이 떨어지고 효율이 잘 나지 않습니다. 퇴근시간이 따로 없다는 것도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도 이 사업이 좋다고 했다. “아직 월급은 제대로 받지도 못하고, 전 직장처럼 많은 성과급을 기대할 수도 없지만 반려동물과 함께한다는 의미를 찾고 있습니다. 하고 싶어 시작한 일이고요. 열심히 할 겁니다.”

글 jobsN 이병희 

jobarajob@naver.com

잡아라잡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