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찍으면 '대박'난다는데..이 남자의 직업은?

조회수 2018. 11. 5. 14:4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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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렉트 다이닝' 전문가
OTD 손창현 대표
지역 유명 맛집 찾아 큰 무대 데뷔시키는 전문가
그가 손대는 음식점마다 인기몰이
미국·홍콩에서도 '러브콜' OTD 손창현 대표

"그가 찍으면 성공한다"


'셀렉트 다이닝(Select dining)' 전문 업체 손창현(40) OTD 대표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말이다. '셀렉트 다이닝(Select dining)'은 손님들이 취향에 맞는 음식을 고를 수 있도록 한 공간에 여러 음식점이나 카페를 모아 놓은 것을 말한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전시를 기획하고 작품을 수집·관리하는 큐레이터처럼 전국의 숨은 맛집을 찾아 한 공간에 모아 이 음식점들을 관리하는 것이 OTD의 역할이다. 

출처: 손창현 대표 제공, 오버더디쉬 페이스북
오버더 디쉬(OVER THE DISH)

◇ 유명 대기업 다니다 셀렉트 다이닝 전문가로

손 대표는 자신이 "국내 최초로 셀렉트 다이닝 사업을 했다"고 얘기했다. 유명 컨설팅 회사 딜로이트를 거쳐 AM PLUS에 재직하다 삼성물산에 프로젝트팀장으로 스카웃된 손 대표는 2013년 회사 사정으로 맡은 프로젝트가 중단되자 미련 없이 회사를 떠났다. 그 후 셀렉트 다이닝 사업을 시작했다.


이 일을 하게 된 계기는요.

지인으로부터 건대 스타시티 3층에 760㎡(230평)의 공간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비싼 임대료 때문에 3년간 비어있는 상태였어요. 그때 여기에 '셀렉트 다이닝'을 하면 되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건대에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고, 그들의 취향을 만족시킬만한 음식점을 내면 돈이 되겠다 싶었죠.

처음엔 조언 정도만 할 생각이었는데, 제가 직접 이 공간을 바꿔주길 원하시더라고요. 고민 끝에 모아 두었던 돈 10억원과 돈을 더 빌려 2014년에 오버더디쉬 건대점을 만들었습니다. 모두 시설 투자에 사용했어요. 이 공간엔 젊은이들이 좋아할만한 수제버거, 스시, 떡볶이, 돈가스를 파는 업체들로 채워 넣었습니다. 입점한 업체에겐 매출 수수료로 전체 매출의 30%를 받았습니다. 이 돈으로 건물 임대료를 지급했고요.

오버더디쉬 건대점이 꽤 인기를 끌자 한 건물주가 '서울시청 근처에 있는 내 건물도 비어있는데, 채워줄 수 없겠느냐'고 하더군요. 여기에 오버더디쉬 시청점을 만들었죠. 건대점과 시청점이 연달아 성공하면서 아예 회사를 만들어 셀렉트 다이닝을 전문적으로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 주변 반응은 어땠어요. 

처음엔 미친놈 소리도 들었죠. 목 좋은 곳에서 사업 시작해도 실패하는 경우가 부지기순데, 비어있는 공간에서 뭘 하겠다고 나섰으니까요. 그런데 전 자신있었어요. 실패할거란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직장인이었을 때도 ‘나는 최고다’라는 자신감을 갖고 일해 남들보다 빨리 승진할 수 있었어요. 사업을 시작했을 때도 성공할 거란 생각은 늘 가지고 있었죠. 다만 지금까지 모았던 돈을 다 투자해야 한다는 부담은 있었습니다.
출처: 손창현 대표 제공
광화문 D타워에 입점한 파워플랜트

◇ 연이은 사업 성공…새로운 업체 발굴로 손님들 발길 이끌어

오버더디쉬 건대점과 시청점이 성공하자, 곳곳에서 요청이 들어왔다. 그는 2014년 4월 아예 'OTD'라는 이름의 회사를 세웠다. 오버더디쉬(OVER THE DISH)의 앞글자를 딴 것이다.


뒤에도 손대는 곳마다 성공했다고 하던데요.

회사 설립 후 첫 신규 프로젝트가 광화문 D타워 3층에 있는 '파워플랜트'였습니다. 수제버거, 피자, 바비큐, 타코 등 젊은 직장인들이 퇴근 후 맥주와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음식들로 채워 넣었습니다. 오버더디쉬와 동일하게 매출 수수료로 전체 매출의 30%를 받습니다. 광화문 D타워는 도심 한 가운데 있어 직장인이 쉬는 주말엔 유동인구가 많지 않아요. 하지만 파워플랜트는 주말 매출이 평일의 3배나 됩니다.
작년엔 하남 신세계 스타필드에 있는 ‘마켓 로거스’, ‘헤븐온 탑’ 광화문점·문정점, 글래드 호텔 라이브 ‘플린트’ 등도 열었습니다. 작년에 사업을 많이 확장해 연매출 18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올해 예상 매출은 600억원 정도에요.

기억에 남는 성과가 있다면요. 

하남 스타필드에 있는 마켓로거스요. 당시 신세계 측이 지역상인과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주면 좋겠다고 했어요. 고민한 끝에 시장 상인을 스타필드에 입점하는 방법을 생각했습니다. 하남에선 유명한 '내고향 빈대떡'집이 떠올랐어요. 처음 입점 제안을 했을 땐 저를 쳐다보지도 않으셨어요. 사기꾼으로 생각하셨다고 해요. 삼고초려 끝에 ‘내고향 빈대떡’ 사장님 설득에 성공했죠.

결과요? 지금 하남 스타필드에서 가장 핫한 곳이 빈대떡 집이에요. 매일 아침마다 사장님이 만든 반죽을 받아 판매하는 방식입니다. 반응이 너무 좋아 다른 지역에도 내고향 빈대떡을 입점시켰죠. 이외에도 '하남 쭈구미', '동동 국수집' 모두 인근에서 찾아내 스타필드에 넣었어요. 신세계도 의외라는 반응이에요. 애초 마켓로거스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예상 매출보다 4배나 더 벌어들이고 있으니까요.
출처: 손창현 대표 제공
하남 스타필드에 위치한 마켓 로거스(MARKET LOCUS)

입점할 음식점을 고르는 비결은요.

OTD는 사람들에게 뛰어난 맛으로 그 지역에선 알려졌지만, 그 지역 외의 사람들은 잘 모르는 음식점을 찾아내죠. 여행하든 출장을 가든 그 지방 음식점을 주의 깊게 살피는 습관이 있어요. SNS와 블로그도 매일 체크하며 새로운 음식점을 발견하기위해 노력하고요.

광화문 파워플랜트 '랍스타쉑', '길버트버거' 등은 이태원 맛집으로 알려졌지만, 저희가 '큰 무대'로 데뷔시켰죠. 맛은 이미 검증됐으니, 소비자들은 새로운 음식점이 주는 신선함에 끌려 이곳에 오게 되는 거죠.

성장단계인 음식점 입장에서도 적은 비용으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어 좋은 기회죠. 대기업이 자본과 마케팅을 앞세워 셀렉트 다이닝 사업에 뛰어들고 있지만, 저희가 계속 사업을 확장할 수 있던 것은 이런 전략이 바탕이 됐기 때문입니다.
출처: 플리커 제공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페리터미널

외국에는 비슷한 모델이 있습니다

서울시립대 도시건축학과를 졸업한 뒤 샌프란시스코 건축설계사무소에서 인턴생활을 했어요. 그때 페리 터미널에서 시간을 자주 보냈습니다. 주민들에게 인기가 많은 카페·음식점·마켓 등을 한곳에 모아놓은 곳이에요. 거기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 다양한 물건을 살 수 있단 점에 큰 매력을 느꼈어요. 그때 '한국에도 이런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업을 시작할 때 참고했습니다.

사업하면서 어려웠던 적은 없나요.

광화문 D타워에 ‘파워플랜트’를 열기 전 오버더디쉬 홍대점을 열었었어요. 건대에서도 잘됐으니 당연히 잘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면 오만한 생각이었죠. 건대점에 있는 맛집들을 그대로 갖다가 홍대에 넣은 것이 패인이었어요. 각 상권마다 이용하는 사람의 연령층과 취향이 다른데 그 부분을 미처 생각하지 못한 거죠. 홍대점이 문을 닫은 이후엔 상권분석을 더 철저히 했어요. SNS도 적극적으로 하면서 각 연령층의 트랜드 변화도 꼼꼼히 살폈고요.
출처: 손창현 대표 제공
헤븐 온 탑 (HEAVEN ON TOP) 문정역점 (왼쪽)과 광화문점 (오른쪽)

◇ 대기업 등 후발주자 등장에도 '자신감'…해외에선 입점 요청 들어와

OTD를 따라 셀렉트 다이닝 업계에 발을 들여놓는 후발주자들도 많아졌다. 최근 문을 연 '식탁愛행복', '킵유어포크', '빌앤쿡' 등이 대표적이다. 대기업들도 서둘러 셀렉트 다이닝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최근 CJ, SPC, 이랜드 등은 자기 브랜드의 음식점을 한 곳에서 즐 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후발주자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상황에 긴장할 법도 하지만, 손 대표는 "OTD를 따라오기는 힘들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누구나 셀렉트 다이닝 공간을 만들 수 있지만 OTD만큼 운영하기는 힘들거라고 봅니다. 예를 들어 대기업은 자기 브랜드들을 모아 셀렉트 다이닝 업계에 진출해요. 이미 전국에 많은 지점을 갖고 있는 브랜드들인데, 소비자가 굳이 그곳까지 찾아가 먹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출처: jobsN
오버더피쉬, 파워플랜트 등 운영하는 매장만 17개인 OTD 손창현 대표

앞으로의 계획은요.

올해 5월 여의도 KT타워에 생기는 ‘디스트릭트 와이’ 준비에 몰두할 생각입니다. 지하2층~지상2층의 무려 4900㎡(약 1500평)에 달하는 공간을 채우는 큰 프로젝트에요. 미국, 홍콩에서도 파워플랜트를 만들어 달라는 제안이 들어와 준비하고 있습니다. 홍콩 IFC몰은 이미 자리까지 마련해 놨다고 해요. 해외진출로 한국만의 '셀렉트다이닝'을 선보이고 싶습니다.

또 직원들에겐 좋은 회사를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이직을 많이 하면서 다양한 기업문화를 겪어왔어요. 각 회사의 좋은 점들을 모아 직원들이 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요.

자신을 믿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내가 흔들리면 직원들도 흔들린다’ 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투자 없이 제 돈으로 다 하려다 보니 처음엔 힘에 부치기도 했습니다. 중간에 회사를 옮긴 직원들도 있고요. 그래도 전 제 선택을 믿고 끝까지 해내려고 노력했습니다. 이젠 회사 다닐 때 보다 돈도 더 벌고, 직원에게도 안정적인 근무환경을 제공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글 jobsN 이민지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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