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 태권도 유망주에서 지점 100개 거느리는 중소기업 대표로

조회수 2018. 11. 5. 14: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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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태권도 유망주에서 지점 100개 거느리는 중소기업 대표로
태권도 국가대표 꿈꾸던 소년
부상당한 후 고등학교 자퇴하고 상경
'막노동'으로 취급받는 이사업을 서비스로

태권도 국가대표 선수를 꿈꾸던 소년이 있었다. 1991년 부산 시장기 대회에서 우승했던 태권도 유망주였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운동을  시작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체육 특기생으로 입학했다. 하지만 고2 때 훈련을 하다 무릎을 다쳐 꿈을 접었다. 운동으로 성공하겠다는 꿈이 깨지자 학교를 자퇴했다. 다시 공부를 할 생각도 있었지만 집이 풍족하지 않아 학원 갈 돈도 없었다. 중졸인 그는 지금 연매출 30억원, 가맹점 100개를 자랑하는 기업 대표다. 옐로우캡이사 김동균(40) 대표가 이 흙수저의 도전과 성공기의 주인공.  

후진적이었던 이사 서비스 

김 대표는 1994년 17만원을 들고 서울로 올라왔다. 약국 수납 업무, 뮤지컬·공연회사 영업·기획, 여행사 지점 운영 등 다양한 일을 했다. 남 아래서 일을 하면서 늘 내 사업을 꿈꿨다.  


사업 아이템을 찾다가 2006년 비교적 적은 돈으로 시작할 수 있는 ‘이사업’을 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5톤 트럭과 인부 서너 명만 있으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더군요. 또 붙박이 가구를 많이 쓰는 서양과 달리 우리나라는 가구를 들고 다니는 문화입니다. 어음이 아니라 현금으로 결제하고 대기업이 선점하지 않은 분야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어요. 기회가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일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한달 동안 남양주에 있는 이사업체에서 일을 했다. 그동안 번 돈 2000만원을 투자해 2007년 2월 ‘옐로우캡 하남지점’을 열었다. 이사 프랜차이즈 지점을 연 것이다. 당시 이사 서비스는 ‘막노동’에 가까웠다. 프랜차이즈였지만 개인 용달 이사 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출처: 김동균 대표 제공
태권도 선수 시절 김동균 대표.

“요령 없이 힘쓰다 물건이 깨지고 부서지는 일이 부지기수였어요. 집주인도 물건에 흠집 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습니다. 재산을 옮기는 중대한 일인데 왜 이렇게 서비스가 후진적일까 싶었습니다.” 


1년 정도가 지난 2008년 1월. KG그룹이 옐로우캡을 인수했다. 이후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 KG가 옐로우캡을 인수한 이유는 택배사업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옐로우캡은 택배 사업과 이사 사업을 했다. 본사에서는 이사사업부에 신경 쓰지 않았다. 사실상 자영업자인 지점장들 사이에서 ‘KG옐로우캡의 이사사업부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지점장을 맡고 나서 1년이 지나자 한달 100여건 들어오던 주문이 10~20건으로 줄었습니다. 이사업은 트럭과 인부 서너 명만 구하면 할 수 있어서 경쟁자가 많아요.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밀립니다. 전단지만 돌리니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힘들었습니다.”

"학벌 좋은 사람과 반대로 생각하겠다"

본사를 찾아가 지점 운영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읍소했지만 달라지는 게 없었다.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정리해 본부장 앞에서 발표까지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KG그룹 곽재선 회장을 ‘한번만 만나게 해달라’고 애원했다. 일주일 후 연락이 왔다. 회장 앞에서 미흡한 콜센터 시스템, 본사와 지점 간에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점, 후진적인 홍보방법을 지적했다. 


15분 정도 듣고 있던 곽 회장이 껄껄거리며 웃었다. 김 대표를 바라보며 말했다. “30대 시절 내 모습을 보는 거 같네. 김 사장이 한번 해봐.”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했다. 곽 회장은 “김사장이 한번 마음대로 해봐. 망해도 좋다”고 했다. 회사 대표를 맡으라는 이야기였다. 

출처: 김동균 대표 제공
태권도 선수 시절 김동균 대표

“학벌이 좋은 것도 아니고 나이도 어렸어요. 제가 제안했던 해결방안은 기본을 지키자는 것이었습니다. 콜센터 시스템을 만들고, 지점을 찾아가 현장 이야기를 듣고, 직원 교육을 하고, 적극적으로 홍보하자고 했습니다. 곽 회장님은 제 실행력 하나 믿고 회사를 맡겨주셨습니다.” 


2008년 6월부터 새 독립 법인을 만들기 위한 준비를 했다. ‘옐로우캡’ 상표권을 김 대표가 가져가고 기존 지점을 넘겨받기로 했다. 상표 사용비 1억원을 포함해 자본금 2억5000만원이 들었다. 월 3000만원씩 적자가 났기 때문에 공짜나 다름없는 가격에 회사를 살 수 있었다. 그해 11월 1일 ‘KG옐로우캡이사’를 설립해 대표로 취임했다. 


먼저 서비스를 재정비했다. 전국 137개 지점을 돌며 차량 도색상태, 사무실 정리정돈, 지점장의 사업관을 평가했다.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곳을 없앴다. 지점 숫자가 거의 절반인 70개로 줄었다. 


지점장의 마음을 여는 게 두 번째 과제였다. 31세 최연소 지점장에서 하루아침에 대표가 된 그를 50~60대 지점장들은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지점에 콜센터 장비를 직접 설치하러 다녔다. 지점장들은 맨바닥에 누워 먼지 쌓인 전기선을 만지는 대표를 보며 마음을 열었다.

출처: 옐로우캡이사 제공
분기마다 호텔에서 회식을 하는 옐로우캡이사 직원들

막노동을 고급 서비스로 만든 원칙  

2009년 회사의 매출은 8억원, 2016년엔 30억원이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3억원에서 10억원으로 늘었다. 


불황 때문에 이사를 하는 사람이 줄고 있다. 통계청이 1월 발표한 통계 자료를 보면 2016년 인구 이동 수은 작년 737만8000명으로 전년 대비 4.9%(37만7000명) 감소했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세 가지를 차별화한 덕분에 회사는 계속 성장했다.

첫째, 서비스를 전문화했다. 이사업은 ‘입소문’이 중요하다. 이사 전 최소 3~4곳에서 견적을 내보면 비용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결국 인터넷에 올라온 후기나 지인의 말을 듣고 회사를 고르는 경우가 많다. 


옐로우캡이사는 두 달에 한번 지점장과 팀장에게 고객 만족 교육을 한다. 집에 들어갈 때는 신발에 덧신을 신고, 피아노나 냉장고 같은 무거운 물건을 옮길 때는 바퀴가 달린 장비를 이용한다. 밥값 혹은 팁도 요구하지도 않는다. 지점마다 서비스를 평가해 점수가 좋지 않은 곳의 지점장과 팀장은 집중 교육을 받아야 한다. 


조립식 가구를 해체하고 다시 조립하기 위해 따로 사람을 부를 필요도 없다. 전문 교육을 받은 직원이 있기 때문이다. 또 옐로우캡이사에는 ‘이사 기준표’가 없다. 보통 이사 견적을 낼 때 ‘5톤에 얼마’하는 식의 기준이 있다. 옐로우캡이사는 가구 종류와 인력 수를 따져 탄력적으로 견적을 낸다.


“100만원짜리 장롱도 있지만 1억, 2억짜리 옷장도 있죠. 비싼 물건은 고객도 신경 써서 포장해주길 원합니다. 두 번, 세 번 포장하면 시간이 더 걸려요. 정해진 시간 안에 이사를 해야 하니 인력이 더 필요합니다. 비싼 물건이 있을 때는 다른 집보다 이사비용이 더 들긴 합니다. 하지만 ‘견적을 일부러 비싸게 냈다’는 불만을 받아본 적은 없습니다. 재이용률은 35%입니다. 한번 저희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 100명 중 35명은 다시 찾는다는 뜻이죠.” 


둘째, 지점명을 ‘행정구역’을 기준으로 했다. 지점이 살아야 본사도 산다는 의미다. 사람이 많은 경기 일부 지역을 빼고 한 구에 지점이 하나다. 서울 25개구에는 25개 지점만 있다. 가맹점 수도 지금 100개에서 크게 늘릴 생각이 없다. 이사 물량이 적은 비수기에도 먹고 살 수 있도록 상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비수기에도 한 지점 당 하루에 3~4건씩 일이 있습니다. 지점에서 수익이 나지 않으면 결국 본사가 망합니다. 좁은 지역에서 무리하게 경쟁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셋째, 신기술에 투자했다. 옐로우캡이사가 자체 개발한 콜센터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마우스 왼쪽 버튼을 클릭해 전화를 받으면 컴퓨터 화면에 고객 정보가 뜬다. 기존 고객은 클릭 한 번으로, 신규 고객은 금액과 주소만 입력해 가장 가까운 지점으로 주문 내용을 보낸다.


“다른 곳은 상담원이 30~40명인데 저희는 4명이 처리해요. 대기업 통신사에서도 저희 시스템을 가져다 쓰고 싶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이사업이지만 기술 개발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죠.”


작년에는 꽃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꽃배달 업계 처음으로 실시간 배송 추적 시스템을 만들었다. 다른 업체 시스템에서는 ‘배송 입고, 출하’ 정도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옐로우캡은 배송기사가 출발할 때부터 끝까지 어디에 있는지 지도로 보여준다.


“요즘 청년들은 현장에 나가려고 하지 않는 거 같습니다. 애플리케이션이나 소셜미디어 같은 온라인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아요. 사업을 하려면 현장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맛집 추천 앱도 직접 맛집을 다녀보면서 미식가들이 어떤 점을 불편해하는지 알아보는 게 먼저 아닐까요.”

글 jobsN 이연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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