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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차 교도관' 9급 공무원 '다른 9급 비해 수당 많아,평일도 쉰다'

조회수 2018. 11. 5. 14:5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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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관에 대한 오해와 진실
교정직 근무여건 열악? 경우에 따라 달라 일반화 어려워
시설 확충 속도에 비해 인원은 부족…수년간 대규모 채용할 듯
현직 교도관 "남부럽지 않은 보람있는 직업"

인사혁신처는 14일 국가공무원 9급 공개채용시험 원서 접수결과를 발표했다. 역대 최다인 22만8368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교정직렬 지원자는 총 1만6305명. 교정직렬은 법무부 예하 교정본부 소속으로 구치소나 교도소에 근무하면서 범죄를 저지른 수용자를 관리하는 공무원 직렬을 뜻한다. 이른바 '교도관'이다.


올해 선발인원은 남자 910명, 여자 27명, 저소득층 20명 등 총 957명이다. 지난해 선발인원(437명)의 두배가 넘는다. 올해 9급 전체 선발인원(4910명)에서 교정직렬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에 달한다. 

출처: 사이버국가고시센터
2017년도 9급 공채 직렬별 지원 결과

다른 직렬은 예년과 비슷한 채용 규모를 유지했다. 그러나 유독 교정 직렬만 선발인원이 대폭 늘었다. 일부에선 “그만두는 사람이 속출한 결과”라는 추측이 나왔다. 논란에 기름을 부은 것은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공무원 갤러리’에 올라온 ‘현직 교도관 2년차 이직 준비’라는 제목의 글. 

출처: 디시인사이드 공무원갤러리 캡처
교도관의 근무여건이 열악하다고 폭로한 글

글쓴이는 “여가가 많다는 말에 낚여 합격 후 2년차 근무 중”이라며 “현실은 한달에 하루 이틀 휴무”라고 주장했다. 그는 “윤번 보장 거의 못 받고 비번에는 집에서 자고 일어나면 오후 6시”라며 “6개월 정도 누적되니 만성 피로에 허덕인다”고도 했다. ‘인증샷’으로 근무복 사진도 함께 올렸다. 수백개의 댓글이 달렸다. “교도관을 하느니 중소기업을 가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도관도 공무원이냐” 등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일부의 문제일뿐, 점차 개선되는 중”


이런 논란에 대해 1만6000여명의 교도관을 관리하는 교정본부에 문의했다. 교정본부 관계자는 “52개나 되는 전국의 교정시설(교도소·구치소)의 근무환경을 한마디로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며 “하지만 점차 개선되고 있다고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다”고 했다. “논란을 일으킨 글은 절대 일반화할 수 없는 사례”라는 말도 덧붙였다. 

출처: 교정본부 홈페이지
1만6000여명의 교도관을 관리하는 교정본부의 공식 마크

선발인원 대폭 증가에 대해선 “퇴직율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에 많이 그만둬서 선발 인원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수년 전부터 채용인원 확대를 인사혁신처에 요구해온 것이 올해 받아들여진 것입니다. 2010년 해남교도소 개청을 시작으로 영월교도소와 밀양구치소(이상 2011년 개청), 상주교도소(2014년 개청), 그리고 정읍교도소(2015년 개청)까지 시설이 대폭 늘어났습니다. 그러나 선발인원은 평년 수준으로 계속 유지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일부 시설에선 인력 부족 현상이 있었습니다." 교정직렬은 올해를 시작으로 향후 수년간 대규모 채용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출처: jobsN
최근 5개년간 9급 교정직렬 채용 규모

교정본부는 업무 환경 개선의 근거로 ‘4부제 근무’를 들었다. 2014년부터 모든 교정시설이 기존의 3부제에서 4부제로 근무형태를 전환했다. 3부제는 주근(오전 9시~오후 6시) 다음날 24시간 야근(오전 9시~익일 오전 9시)을 하고, 야근이 끝난 당일은 비번날이었다.


3일 주기로 순환되는 이 근무형태가 1년 내내 반복됐다. 온전하게 하루를 쉴 수 있는 경우는 주근날이 주말이나 공휴일과 겹치는 날이었다. 이럴 경우에만 출근하지 않았다. “반(半) 징역살이나 다름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4부제는 ‘주야비윤(주근-야근-비번-윤번)’이다. 4일 주기로 근무가 순환된다. 주근(오전 9시~오후6시)을 한 다음날 야근(오후 5시~익일 오전 9시)을 한다. 야근이 끝난 날이 비번날이다. 비번 다음날엔 윤번날에 해당하는 인원 1/2(A조)은 쉬고, 나머지 1/2(B조)은 일근(오전 9시~오후 6시)을 한다.


다음에 돌아오는 윤번날엔 B조가 휴무, A조가 근무를 한다. 윤번날이 주말이나 공휴일일 경우엔 A조와 B조 모두 쉰다. 토요일이 야근 끝나는 날 및 비번, 일요일이 윤번순서라면 월요일 주근 출근 전까지 48시간 연속 쉴 수 있다. 이런 경우 교도관들 사이에선 속된 말로 ‘쌍피가 터졌다’고 표현한다. 

출처: jobsN
4부제 근무 방식을 표로 정리한 것

◇실제 현직자에게 들어보니


물론 지금까지 나열한 것은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설명이다. 실제 근무환경을 알아보기 위해 교도관 3년차인 유해영(31)씨를 인터뷰했다. 유씨는 ‘삼수(三修)’ 끝에 2015년 9급 교정직렬 공채에 합격했다. 그해부터 청주여자교도소 보안과 교도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수용자에 관한 일반적인 업무를 총괄하는 보안과는 교정시설의 핵심부서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이미지의 교도관도 보안과 교도관이다. 청주여자교도소는 국내 유일의 여자 전용 교도소다. 수용자가 모두 여성인 교정시설은 전국에서 이곳 하나뿐이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교도관도 대부분 여성이다. 

출처: 교정본부 제공
3년차 교도관 유해영씨

유씨는 근무환경에 대해 “다른 공무원과 달리 주말이나 명절에도 출근하는 것은 단점이지만 전체적인 근무 강도를 놓고 보면 전혀 빡빡하지 않다”고 했다. “일반 기업에 다니는 친구들과 비교해도 나쁘지 않습니다. 오히려 평일에 쉬는 경우도 생기니 관공서를 가는 등 개인적인 업무를 보기도 편해요. 야간이나 주말 수당이 따로 나오다보니 다른 직렬 9급과 비교하면 40만~50만원가량 급여가 많은 것도 매력입니다. 다만 쉬는 날이 다르니까 가족·친구를 만나기가 어려운 점은 있어요.” 교도소 업무가 밀릴 경우 윤번 휴무가 보장되지 않는 경우는 있다. 유씨는 “1년3개월 근무기간 동안 그런 경우는 3~4번이었다”고 했다. 

출처: 조선DB
청주여자교도소 양육유아방. 교도소에서 태어났거나 아직 엄마품이 필요한 아기들이 생후 18개월까지 함께 지낼 수 있다. 오른쪽 사진은 교도소 강당에서 수용자들이 뮤지컬 공연을 하는 모습.

수용자가 움직일 땐 항상 교도관이 동행한다. 수용자가 거주하고 있는 수용동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할 때 불상사가 생기지는 않는지 관리하는 것이다. 주간에는 운동, 접견(면회), 내부 진료, 목욕, 모포털기 동행 등의 업무를 한다. 주야간으로 약을 지급하는 것도 주요업무.


야간에는 근무조를 둘로 나눠 한 조는 수용동에서 순찰 근무를 하고, 다른 조는 상황대기실에서 대기하며 휴식을 취한다. 보통 오후 10시~오전 2시, 오전 2시~6시로 순찰조를 나눈다. 유씨는 “상황대기실에는 침구가 마련돼 있어 잠깐 눈을 붙일 수도 있다”며 “충분히 쉬면서 야근을 해 몸에 무리가 간다고 느끼진 않는다”고 했다.


◇교도관이 직접 설명하는 오해와 진실


소지품 관리가 엄격한 것도 특징이다.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뿐만 아니라 담배나 라이터 등을 가지고 시설에 들어갈 수 없다. 출근할 때 직원 휴게소에 있는 휴대전화 보관함에 자신의 전화기를 넣는다. 중간에 휴식할 때나 퇴근할 때 휴대전화를 이용할 수 있다. 보통 업무시간엔 유선전화를 이용한다. 

출처: SBS 캡처
교도관은 영화나 드라마에도 자주 등장한다. 아래는 드라마 '피고인'에 등장하는 교도관 윤태수(강성민분). 위는 아내를 죽였다는 누명을 받아 교도소에 수감된 박정우(지성분)이다

교도관에 대한 편견에 대한 그녀의 생각은 어떨까. 교도관은 ‘간수’로 비하되는가 하면 “부끄럽기 때문에 바깥에선 법무부 직원이라고 소개한다” “중소기업만 못하다” “교도관이나 수용자나 모두 험악한 인상일 것 같다”는 등의 부정적인 글들이 온라인에 즐비하다. 영화나 드라마에 나온 교도관은 구타를 일삼는 존재인 경우가 많다.


유씨는 “저도 교도관이 되기 전에는 막연한 편견을 갖고 있었다”며 “하지만 막상 들어와보니 세간의 인식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대부분 수용자 인상은 어머니 같고 이모 같아요. ‘이런 분들이 죄를 짓나’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어요. 살인 등 강력범죄를 저질렀던 수용자도 교도관을 함부로 대하지 않습니다. 철저하게 서로 존댓말을 씁니다. 구타는 생각도 할 수 없어요.


다만 신입 교도관이 오면 마찰이 생기는 경우는 있습니다. 가령 규정에 따라 신체검사를 하는데 수용자들이 ‘원래 안 했는데 왜 하느냐’는 식으로 나오는거죠. 신입이 들어오면 으레 하는 일종의 관례일뿐 조금만 시간이 흐르면 존중해 줍니다.”

출처: 인사혁신처 블로그
교정 공무원에 대한 편견을 다룬 만화

◇교도관을 꿈꾸는 이들에게


교정직렬을 지원한 공시생은 어떤 점을 염두에 둬야할까. 같은 행정직군에 속한 다른 직렬과는 달리 필기 통과 후 실기시험(체력검사)을 본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아래 사진과 같은 기준을 통과해야한다. 

출처: 교정본부 제공
교정공무원 실기시험 종목 및 합격기준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유씨는 “필기 시험이 끝난 후 약 한달 정도의 여유가 있다”며 “저 같은 경우엔 실기를 전문적으로 대비하는 학원을 다녔다”고 했다. 굳이 학원이 아니더라도 공부를 하면서 건강도 챙길 겸 틈틈이 운동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필기시험 합격선은 다른 직렬보다 낮은 편이다. 남자의 경우 2016년 9급 공채 기준으로 합격선이 338.64점이었다. 일반행정 직렬은 합격선이 396.5점. 유씨는 “일종의 ‘보험’ ‘최후의 보루’로 생각하고 지원하는 분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에요. 그러나 별다른 각오없이 교도관을 하게 되면 힘들 수 있습니다. 적성에 맞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조금이라도 더 알아보고 지원하셨으면 좋겠어요.” 최종 합격 후에는 6주가량의 연수를 거쳐 공채 성적순으로 원하는 교정 시설에 지원한다. 연수 과정에서는 무술(유도,검도, 태권도)과 영상사격 등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교육도 이뤄진다.


유씨는 마지막으로 한 수용자와 얽힌 이야기를 꺼냈다. “교정 시설에선 기본적으로 번호로 수용자를 불러요. 그게 규정입니다. 다만 교화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 이름으로 불러도 된다는 단서조항이 있습니다.


20대 수용자였어요. 이름을 불러줬는데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예전엔 그런 분이 없었다면서. 친해진 뒤에는 오늘은 뭘 하며 보냈는지 다 얘기해주더군요. ‘선생님 덕분에 나가서 열심히 살고 싶은 의욕이 생겼다’는 편지를 받기도 했어요. 출소할 때는 고맙다면서 울더라고요. 죄를 지은 사람을 ‘교정’한다는게 어떤건지 조금이나마 깨달았습니다. 교도관도 충분히 보람있고 의미있는 직업이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글 jobsN 오유교

jobarajob@naver.com

잡아라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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