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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데스크 직원이 톱스타 손 모델로.. CF 속 손의 진짜 주인

조회수 2018. 11. 5. 14:5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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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대신 '손'으로 사로 잡는다
손 전문 모델 최현숙씨
2000년 시작한 17년차 베테랑
“감정 표현하는 연기 중요한 직업”

광고와 화보에 등장하는 여성 연예인의 손은 아름답다. 사람들은 손까지 섬섬옥수라며 열광한다. 하지만 알고 보면 그 손은 남의 손인 경우가 많다.


우리가 광고에서 본 대한민국 대표 여성 연예인의 손은 대부분 최현숙(37)씨의 손이다. 그는 '손 전문 모델'이다. 수많은 광고, 잡지, 제품 카탈로그에서 ‘손’ 출연을 했다. 여태껏 그의 손이 등장한 CF만 1000편이 넘는다. 김태희, 전지현, 이영애, 김희선, 이나영, 한가인, 박신혜, 김희애, 윤아, 현아···. 대신하지 않은 여자 연예인을 찾는 게 빠를 정도다.


2000년 080한국통신 광고를 시작으로 올해 17년차 베테랑이다. 한달에 광고, 잡지, 카탈로그를 합쳐 10~15건 촬영을 할 정도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출처: jobsN
최현숙씨

◇손의 감정 연기가 중요한 직업


대한민국 여성의 평균 손가락 길이는 8cm, 손바닥은 10cm다. 하지만 최씨는 각각 9.5cm, 8cm. 손가락은 길고 손바닥은 작다. 뼈마디도 얇다. 점 하나 없는 새하얀 피부에 손톱은 타원형으로 표면이 매끄럽다. “어릴 때부터 손이 예쁘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손으로 먹고살아야겠다'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우연한 계기로 손 모델을 시작했다. 일신여상 3학년 때 일찌감치 취업한 최씨는 제일기획 안내데스크에서 일했다. 업무 특성상 전화를 받거나 우편물을 전달해주면서 손을 내보일 때가 많았다. 그의 손을 눈여겨 본 제일기획 직원이 시안 촬영을 부탁했다. 시안 촬영이란 광고를 촬영하기 전 광고주에게 확인을 받기 위해 만드는 사진이나 동영상이다.

직원이 안내데스크로 내려와서 제가 핸드폰이나 음료수를 들고 있는 모습을 찍어갈 때가 많았어요. 실제 촬영도 아니고, 대충 찍는 거라서 돈을 받지는 않았죠. 어느날 ‘광고 촬영을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어요. 그게 픽스필름 박준원 감독님이 찍은 한국통신 CF였어요. 모형 건물 사이를 걸어가면서 건물마다 ‘080’ 글씨가 적힌 스티커를 붙이는 장면이었죠.

이때 ‘손 전문 모델’이라는 직업을 처음 알았다. 이후 세 달에 한두 번꼴로 광고가 들어왔다. 소문이 나면서 최씨를 부르는 곳이 많아졌다. 또 다른 광고대행사의 편집실로 이직하고, 퇴사 후 이미지메이킹 강사로 일할 때까지 병행했다. 수입이 불규칙해 모델만 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출처: 최현숙씨 제공
화장품 브랜드 '헤라' CF. 최씨는 "전지현씨가 등장하는 CF나 화보는 거의 다 해본 것 같다"고 했다.

언제부터 손 전문 모델로 나서기 시작했나요?

갑자기 전화가 와서 당장 다음날 광고 촬영을 해야 할 때가 많아요. 강사로 일할 때는 강의 시간을 미리 정해놓으니까 일정을 조정하는 데 애를 먹었죠. 결혼 후 2년 동안 고민하다 더 재밌는 일을 선택하자 싶었어요. 마침 임신을 해서 한 가지에만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부분 모델이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요?

CF에서는 손이 등장하는 장면의 비중을 따지면 10분의 1 정도일 겁니다. 손보다 연예인 얼굴과 제품에 더 눈이 가죠. 하지만 손이 등장하는 장면은 대부분 빅클로즈업이예요. 숨 쉴 때 손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도 다 보여요. 손 연기를 어떻게 할지 생각해보고 연습도 많이 해야 해요.

따로 연습도 하나요?

그럼요. 손 연기가 얼마나 중요한데요. 손으로 감정 표현을 할 수 있어요. 립스틱 뚜껑을 부드럽게 열 수도 있지만 한번에 확- 하고 잡아당기듯 뺄 수도 있죠. 느낌이 완전히 달라요. 연예인이나 모델이 기쁜지 화가 났는지 알아야 하죠. 앞뒤로 어떤 내용이 나오는지 알지 못하면 손 연기를 할 수 없어요. 사전에 전체 콘티를 보고 무슨 내용인지 파악해야 해요. 대기 시간에는 어떤 포즈를 취할지 연습합니다.

따로 챙겨야 할 것도 많아요. 카메라에는 손이 어떻게 잡히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손이 한쪽으로 치우칠 수 있으니까요. 만약 물건을 들어야 한다면 무게도 미리 확인해야 하죠. 무거워 보여서 힘을 주고 들었지만 생각보다 가벼워서 쑥- 들릴 수도 있어요. 이런 사소한 부분은 촬영 현장에서 누가 알려주지 않아요. 손 전문 모델이 알아서 챙겨야 합니다.
출처: jobsN

프로정신이 대단하네요.

많은 촬영 스태프들이 저 때문에 고생하면 안되니까요. 촬영 현장에 갈 때마다 ‘3컷 안에 끝내자’하고 다짐해요. 처음에는 NG를 많이 냈지만 이제는 경력이 쌓여서 한번에 ‘오케이’를 받을 때도 있어요.

촬영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모든 스태프가 모이는 시간에 저도 갑니다. 인물 촬영을 한 다음 부분 모델이 촬영을 해요. 오전 7시에 모여도 밤 12시에 촬영을 시작할 때가 있어요. 앞선 촬영도 있지만 세팅하는 데 시간이 2~3시간씩 걸리기도 해요. 테이블 밑에서 손만 등장하는 장면을 찍으려면 하루 종일 쪼그리고 앉아 있어야 합니다. 경력이 쌓이다 보니 요새는 프로덕션 측에서 제가 편한 시간에 촬영을 해주기도 합니다. 촬영 스튜디오가 수도권이나 지방에 있다 보니 하루에 남양주, 광주, 일산을 왔다 갔다 할 때도 있습니다.

해외 촬영을 갈 때도 있나요?

7년 전 스킨푸드 CF ‘연구소 편’을 찍을 때 싱가포르에 간 적이 있습니다. 보통 현지 모델을 많이 써요. 그런데 이 광고는 15초 내내 손이 등장했어요. 의사소통이 되지 않으면 섬세한 동작을 지시하기 어려우니 저를 데려가셨죠.
출처: 최현숙씨 제공
삼성페이 카탈로그

◇손에 사용하는 제품만 40~50가지


화장품, 전자 제품, 주얼리, 음식까지 모든 분야에서 활약했다. 국내 잡지는 모두 경험했다. 손만 나간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신체 일부가 함께 나갈 때가 많다. 이럴 때는 출연하는 연예인과 같은 옷을 입고 촬영을 해야 한다. “대부분 여자 연예인은 44~55사이즈이기 때문에 몸매에도 신경 써야 합니다.”



부분 모델은 상대적으로 주인공보다 주목을 덜 받습니다.


과거 광고업계에서도 손 전문 모델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냥 대역 쓰지 뭐’라는 생각을 했죠. 지금은 비교적 나아졌어요. 0.1초밖에 등장하지 않는 사소한 장면이라도 ‘손 전문 모델 쓰자’라고 생각하죠. 사실 지금도 손이 등장하는 장면은 일부이고 촬영이 일찍 끝나다 보니 ‘날로 먹는다’는 소리를 들을 때도 있어요. 하지만 NG를 내지 않기 위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을 많이 했기 때문이란 걸 알아줬으면 해요.
출처: 최현숙씨 제공
수지가 출연한 온더바디 CF.

손 모델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들도 늘었습니다.


꾸준히 하는 사람은 드물어요.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몇 컷 찍고 쉽게 돈 버는 알바’ 정도로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손만 등장하니까 광고가 어떤 내용인지 알지도 못하고 촬영 현장에 나타납니다. 미세한 손 떨림이나 동작 하나에도 NG가 나는데 내용을 모르니까 연기를 할 수 없죠.

수입은 어느 정도인가요?


CF 기준으로 회당 100만~150만원을 받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손이 등장하는 CF라면 200만~300만원을 받아요. 17년 전 첫 촬영 때 50만원을 받았으니까 많이 오른 편은 아니에요.

모 케이블 방송에서 손 감정가 5억~6억원이 나와 화제였습니다. 보험은 드셨나요?


알아본 적은 있는데 들 수 없었어요. 국내에 신체 부분 보험은 없습니다. 억대 다리 보험을 들었다는 연예인분들이 계신데, 그런 경우는 보험사 마케팅 중 하나예요. 해당 연예인을 위해서만 만든 상품입니다. 특히 손은 긁히고 베이는 게 일상이라 보험 들기 더 힘듭니다.
출처: 최현숙씨 제공
최씨가 촬영하는 모습(왼쪽)과 주얼리 카탈로그.

작년 11월에 미국 화장품 회사 레브론과 1년 전속 모델 계약을 맺었다. 화장품 업계에서 손 모델이 전속 계약을 맺은 건 최씨가 최초다. 레브론에서 손 관리 제품을 내놓을 때 최씨가 전담으로 촬영할 예정이다. 2014년부터 홍대, 압구정, 청담동에서 네일숍 ‘슈애(suuett)’를 운영하고 있다. 


설거지 할 때도 신경이 많이 쓰일 것 같습니다.

그렇죠. 일을 하니까 집안일은 친정어머니가 도맡아 해주십니다. 물을 만질 때는 꼭 장갑을 낍니다. 손에 묻은 물이 증발하면서 수분을 빼앗아가요. 또 수압 때문에 피부가 거칠어져요. 칼 대신 가위를 씁니다. 특히 신경 쓰일 때는 고기 구울 때입니다. 기름이 튀면 거뭇한 자국이 오래 남고 자칫 상처로 남을 수 있어요. 종이도 무심코 베일 때가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평소 손 관리는 어떻게 하시나요?

특별한 비법은 없습니다. 피부숍에서 따로 관리를 받지는 않고 혼자 관리합니다. 제품이 좋다면 5만원, 10만원짜리 핸드크림이라도 삽니다. 사용하는 제품만 40~50가지입니다. 얼굴과 똑같이 계절과 피부 상태에 따라 다르게 발라요. 손에 바르는 제품도 자세히 보면 로션, 세럼, 크림, 밤, 오일로 여러 형태가 있습니다.

여름에는 쉽게 끈적거리니까 제형이 묽은 로션이나 크림을 씁니다. 건조한 겨울에는 보습력이 높은 밤이나 오일을 발라요. 일주일에 한 번씩 팩을 합니다. 파라핀 팩이 특히 효과가 좋습니다. 파라핀을 구하기 어렵다면 핸드크림을 듬뿍 바르고 장갑을 낀 채 잠을 15분 정도 놔두면 좋습니다.

손에 땀이 나서 크림을 바르기 힘들거나 미끈거리는 느낌을 싫어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컴퓨터 자판이나 옷에 크림이 묻는 게 싫다면 흡수가 빠른 세럼이나 에센스를 쓰는 게 좋습니다. 이것도 안되면 팩을 해서 손을 보호해주세요.
출처: 최현숙씨 제공
백종원이 출연하는 LG디오스 CF. 김치를 말고 버튼을 누르는 손이 최현숙씨의 손이다.

◇손 모델,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어

 

손 전문 모델이 활동하는 분야는 생각보다 다양하다. 촬영을 직접 하지 않더라도 콘셉트에 맞게 연예인의 손을 꾸미고 예쁜 각도와 동작을 찾아준다. 손 관리법에 대해 강연을 하거나 화장품 평가위원으로 참여할 때도 있다. 그래도 최씨는 “촬영할 때가 제일 행복하다”며 "아직도 감독님의 ‘오케이’ 소리를 들을 때가 짜릿하다”고 했다. 


손 모델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배우나 모델과 달리 부분 모델은 오디션이 없어요. 프로필과 포트폴리오를 여러 에이전시에 보냅니다. 여기서 눈에 들면 손 모델 촬영이 있을 때 ‘카메라 테스트를 받으러 오라’고 할 겁니다. 요새는 포토샵으로 보정을 많이 하니까 ‘지금 바로 휴대폰으로 사진 찍어 보내달라’할 때도 있어요. 최종 3~4명의 모델 중 손 생김새, 금액, 경력을 따져서 적합한 사람에게 연락을 줄 겁니다.
출처: 최현숙씨 제공
이니스프리 카탈로그.

손 모델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연락을 많이 받을 거 같습니다.  

손 모델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메일을 많이 받아요. 처음에는 어떻게 에이전시에 지원해야 하는지, 손 모델 조건은 무엇인지, 업계는 어떤지 자세히 답장했어요. 지금은 안 해요. 무례하게 말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사실 제 기사나 책을 찾아보면 다 나와있는 이야기예요. 조금만 노력하면 정보를 얻을 수 있는데 에이전시까지 연결해 달라는 식으로 말하는 분들이 있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손 모델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는 없다’고 말해요. 운이 좋아 손 전문 모델을 하고 있지만 17년 동안 계속할 수 있었던 건 그만큼 노력해서 전문성을 쌓았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가볍게 보고 ‘알바나 해보지’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요? 



제 이름을 건 핸드크림, 네일 같은 손 관리 제품을 만들고 싶어요. 부분 모델에 대한 인식을 좋게 하기 위한 활동 중 하나입니다. 다른 신체 부분 모델이 좋은 환경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손 말고도 머리카락, 입술, 다리, 뒤태, 라이팅 모델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는 모델이 있다는 걸 알아주시면 좋겠어요.
출처: 최현숙씨 제공
박신혜가 출연한 마몽드 CF.

◇손 전문 모델 최현숙씨가 말하는 ‘놓치기 쉬운’ 손 관리법


①손톱에도 신경쓰자

손끝에도 크림을 꼼꼼히 발라주세요. 손톱이 건조하면 갈라지고 손톱 주변에 부스러기가 생깁니다. 부스러기가 생겨서 억지로 뜯어내면 손끝이 망가집니다. 너무 건조하면 오일이나 세럼을 바를 수도 있습니다.

②손도 각질 제거를 해주자.

손에 각질이 쌓이면 건조해지고 크림이 흡수되지 않아요. 그렇다고 때수건으로 박박 밀면 안됩니다. 꿀과 흑설탕을 섞어 만든 스크럽제를 이용해서 부드럽게 굴리면서 각질을 없애주세요.

③자외선 차단제를 바르자.

얼굴과 똑같습니다. 나이가 들면 멜라닌 색소가 태양빛을 받아 검버섯이 올라와요. 손은 자주 사용하니까 주름도 쉽게 생기죠.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면 피부 노화를 막을 수 있습니다.

글 jobsN 이연주

jobarajob@naver.com

잡아라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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