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1122만원' 40년 근속한 초등교사의 월급명세서

조회수 2018. 11. 5. 15:0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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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교사 월급에 대한 오해와 진실

요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초등학교 선생님의 월급 명세서'가 화제다. 디시인사이드 MLB파크 등 많은 유저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곳곳에 돌아다니는 한 장의 사진 때문이다.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인터넷을 강타한 교사 월급표

사진을 보면 2013년 1월치 월급분이 무려 1122만6320원에 달한다. 신상정보는 가려져 있어 누군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1974년 임용' '40년 근속' '국공립 초등학교 교사' '담임 교사' '근속 9호봉'이라는 중요한 정보가 담겨 있다.


이를 두고 네티즌 사이에서는 "교사가 박봉이라더니 너무 많이 버는 것 아니냐" "40년을 일했는데 저 정도는 받아야 되는 것 아니냐"는 공방이 오가고 있다. 인터넷 키보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논란은 사진의 진위여부. 사진 속에 담긴 '월급 1122만원'이 실제로 가능한지 궁금하다는 사람이 많다.


jobsN이 직접 사진의 진위 여부를 알아봤다. 특정 직업과 월급에 대한 논란을 조금이나마 불식시키기 위함이다. 공인 기관에 문의했다. 국가직 공무원인 교사는 지역을 막론하고 어느 곳에서나 같은 직급과 연봉 체계를 갖는다. A씨가 어느 지역 초등학교에서 근무했는지는 상관이 없다는 얘기다. 서울시교육청에 취지를 설명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출처: jobsN
서울시교육청에 직접 보낸 이메일을 일부 캡처한 모습

답장 대신 이메일에 남긴 연락처로 전화가 걸려왔다. 서울시교육청 교육재정과였다. 이 부서의 실무 관계자는 교육재정과에 대해 "회계관리와 계약, 재산관리, 그리고 봉급 관리가 주업무"라며 "일반 기업으로 치면 재무팀"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이 진짜가 맞느냐'고 물었다. 다음과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현재 쓰이고 있는 교사 봉급표 양식과 사진 속의 봉급표 양식이 동일합니다.  세부내역을 하나하나 살펴봤을 때 실제로 지급하는 내용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만큼의 월급을 받는 것도 가능합니다.진짜가 맞습니다."


결론은 진짜라는 것. 그러나 이런 간단한 답변으로 끝낼 수는 없다. 봉급 내역이 맞는지 항목별로 낱낱이 검증했다. 


◇명절·정근수당으로 인한 착시효과…평소엔 월 600


국공립 초등교사, 40년 근속, 그리고 근속 9호봉. 2013년 1월에 1122만원을 받은 월급의 주인공. 편의상 사진 속 봉급표의 주인공을 A씨로 지칭한다. 2017년에는 수당 종류와 금액 등이 조금씩 변했다.  2013년 당시의 기준으로 검증했다. 


다음은 봉급 내역과 서울시교육청 교육재정과의 답변 내용이다. 


①본봉(490만9200원)

기본급과 호봉에 따른 추가급여를 합친 것이 본봉입니다. 매년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조금씩 높아집니다. 호봉은 기본적으로 1호봉부터 40호봉까지 있습니다. 40호봉을 넘어가면 '근속 1호봉' '근속 2호봉'과 같은 식으로 근속이라는을 말을 붙여 호봉이 올라갑니다. 가장 높게 올라갈 수 있는 호봉은 '근속 10호봉'입니다.

A씨는 근속9호봉. 2013년 당시 근속 9호봉인 초등학교 교사의 본봉은 실제로 490만9200원이었다. 사진과 일치했다.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40호봉을 넘어가면 '근속 호봉'으로 명칭이 바뀐다. 왼쪽 사진은 2013년 1호봉부터 40호봉까지의 본봉. 오른쪽은 근속1호봉부터 10호봉까지의 본봉

②명절휴가비&정근수당(294만5520원&245만4600원)

명절휴가비와 정근수당은 각각 1년에 두번씩 지급됩니다. 다른 항목은 모두 매달 지급됩니다. 명절휴가비는 설날과 추석이 포함된 달에 각각 나옵니다. 본봉의 60%를 지급합니다. 정근수당은 본봉의 최대 50%로 1월과 7월에 각각 지급됩니다. 10년차 이상이면 50%를 받습니다.

여기서 '1122만원 월급'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일단 해결됐다. 공교롭게도 정근수당이 나오는 1월에 명절휴가비까지 겹쳐 월급이 껑충뛴 것이다. A씨의 본봉(490만9200원)의 60%는 294만5520원. 사진의 명절 휴가비와 일치한다. 본봉의 50%를 받는 정근수당도 계산을 하면 245만4600원이 나온다. 실제와 같았다. 이 명절휴가비와 정근수당을 제외하면 월급이 582만6200원이 된다. 명절이 끼어있지 않거나 정근수당이 나오지 않는 평소엔 월급이 이 정도 수준이란 얘기. 물론 각종 세금이나 연금 공제 등을 제하지 않은 '세전' 금액이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A씨의 월급표 사진에 세금 공제 내역은 가려져 있었다. 


그러나 2013년의 설 명절은 실제로 2월 9~11일이었다. 2월이 아닌 1월에 명절휴가비가 지급된 점이 의아할 법하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명절 휴가비는 보통 명절 전에 지급한다"고 했다.


교사의 월급 지급일은 '특별한 사정'이 없을 경우 매달 17일이다. 2013년 2월 17일에 명절휴가비를 지급할 경우 설 명절이 지나간 다음에 휴가비를 지급하는 꼴이 된다. 그래서 1월 월급에 명절휴가비를 넣은 것이다. 

출처: jobsN
왼쪽은 A씨의 공개된 월급내역을 직접 입력한 모습. 오른쪽은 명절 휴가비와 정근수당을 제외한 평소 월급을 추정한 것이다

③기타 수당


-정근수당가산금(13만원)

정근수당과 달리 매달 나갑니다. 연차에 따라 달라집니다. 가장 높은 금액을 받을 수 있는 것은 25년차 이상입니다. 매달 13만원씩 받습니다.

A씨는 40년 근속이기 때문에 '25년차 이상'의 조건을 충족했다. 사진 봉급표에 나온 13만원과 일치한다. 


-정액급식비(13만원)

연차에 관계없이 모두 월 13만원으로 통일돼 있습니다.

-보전수당&보전수당 가산금(8000원&4만7000원)

보전수당과 보전수당 가산금은 2015년 이후 사라진 수당입니다. 대신 교원연구비라는 항목을 지급합니다. 2013년 기준으로 보면 5년차 이상에게 8000원의 보전수당을 지급했습니다. 연차 관계없이 보전수당 가산금이 4만7000원이었습니다.

-교직수당&교직수당 가산금1&교직수당 가산금4(25만원&5만원&11만원)

교직수당도 연차와 관계없이 월 25만원을 받습니다. 교직수당 가산금 1은 '원로 교사'에게 주는 수당으로 월 5만원입니다. 원로 교사는 30년 이상의 경력, 55세 이상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합니다. 교직수당 가산금 4는 이른바 '담임수당'입니다. 담임교사를 맡게되면 매달 13만원을 추가로 받습니다."

다른 부분은 일치했으나 교직수당 가산금4는 실제와 2만원 차이가 났다. 드디어 위조일 수도 있다는 증거를 발견한걸까? 하지만 아니었다. "2016년부터 담임수당이 기존의 11만원에서 13만원으로 인상됐습니다. 2013년 시점에서는 11만원이었으므로 틀린 내용이 아닙니다.

-시간외근무수당 정액분&초과분(10만8000원&5만4000원)

별도의 시간외근무, 이른바 '초과근무'를 하지 않았더라도 매달 10시간의 '시간외근무수당 정액분'이 제공됩니다. 현실적으로 법정 근무시간보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일일이 계산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도입했습니다. 조금씩 더 많은 근무를 하게 되는 것을 고려해 기본적으로 10시간분의 초과수당을 지급하는 것입니다. 이를 시간외근무수당 정액분이라고 합니다. 시간외근무수당 초과분은 따로 시간외근무수당을 청구한 경우에 추가로 발생합니다.

2013년 당시 단가는 30호봉 이상의 경우 시간당 1만800원. 사진 주인공은 정액분으로 108000원을 실제로 챙겼다. 또한 시간외근무수당 초과분으로 5만4000원을 추가로 받았으니 신고 초과근무 시간은 5시간인 셈이다. 


-가족수당(3만원)

부양가족에 대한 수당입니다. 존속과 비속에 대해 각각 수당을 줍니다. 같은 세대여야 한다는 요건을 충족해야합니다. 연령 제한도 있습니다. 자녀가 결혼 등으로 분가, 세대가 분리될 경우 가족 수당을 받을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2013년 1월 당시 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

2013년 당시 배우자가 있는 경우 가족수당을 월 4만원 줬다. 첫째와 둘째는 자녀는 1인당 2만원. 셋째 이후 자녀부터는 8만원을 더해 월 10만원씩을 더 줬다. 다만 셋째 이후의 자녀라도 2011년 12월 31일 이전 출생은 월 3만원의 가산금이 붙어 월 5만원을 줬다.


A씨가 받은 가족수당은 3만원. 당시 규정을 보면 아무리봐도 3만원이 나올 수가 없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당시 사정을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추정만 가능하다"며 "관계당국의 행정 착오가 있었을 수 있다"고 했다. "직전 연도인 2012년에 가족 수당을 잘못 지급했을 수 있습니다. 2013년 1월에 다시 정산을 하면서 가족수당이 3만원이 나왔다는 추정이 가능합니다."


◇알고보니 상위 '0.16%' 초등교사


A씨는 근무연수가 워낙 높아 대부분의 수당을 최고 수준으로 받았다. 다만 나이와 근무지는 봉급표에 나와 있지 않다. 다만 임용연도가 1974년임을 감안할 때 정년(만 62세)과 가까울 것이라는 추측 정도만 가능하다.


하지만 납득이 되지 않는 점이 있었다. 40년을 근무했는데 단계상 49호봉에 해당하는 근속 9호봉인걸까. 1호봉부터 시작했다면 도저히 계산이 서질 않는다.


의문을 풀기 위해 호봉제도를 잘 알만한 현직자를 찾았다. 30년째 교편을 잡고 있는 서울 삼각산 초등학교 심영면(53) 교장이다. 그는 "모르시는 분들이 많은데 초등학교 교사의 경우 여자는 보통 9호봉, 남자는 11호봉부터 시작한다"고 했다. 

출처: 조선DB·삼각산초 홈페이지
왼쪽은 2010년 당시 신규 임용된 초등교사들이 교육을 받는 모습. 오른쪽은 서울 삼각산초 심영면 교장

교사 등 공무원의 호봉 계산을 '호봉 획정'이라고 한다. 공식이 있다. 일단 초중고대학교 등을 다닌기간, 이른바 '학령 기간'에서 16을 뺀다. 여기에 대학교를 사범대학 혹은 교육대학을 다녔다면 1을 더한다. 임용 후 취득하는 정교사 2급 자격증에는 8호봉이 가산된다. 군대를 다녀왔다면 그 기간도 추가한다. 여기에 근무연수를 더하면 최종 호봉이다.


가령 4년제 교대 출신의 신입 여교사를 가정해보자. 초등학교 6학년에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3학년 대학교 4년을 모두 더하면 16이다. 여기서 16을 빼면 0이 된다. 교육대학 출신이므로 1을 더한다. 2급 자격증 취득에 따라 8을 더하고, 근무연수는 '0'이다. 이를 다 더한 값은 9가 된다.


또한 교육경력이 3년 이상이면 정교사 1급 자격증을 취득할 자격이 부여된다. 심 교장은 "임용 이후 근무연수를 제외하고 호봉이 승급하는 유일한 방법은 정교사 2급에서 1급이 되는 것"이라며 "1급이 되면 1호봉이 올라간다"고 했다.  이런 호봉 계산 공식을 따라가면 A씨가 호봉의 49단계에 해당하는 근속 9호봉이 되는 것이 드디어 납득이 간다.


다만 A씨가 2013년 1월에 월급 1122만원을 수령할 당시 나이와 성별은 여전히 미스터리. 심 교장은 "일단은 2013년이 정년이 되는 해였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본다"면서도 "하지만 굉장히 이른 나이에 교편을 잡았다면 정년이 아닐 수도 있다"고 했다.  

1970년대만 하더라도 교대가 2년제였습니다. 1980년대 이후 4년제로 바뀌었죠. 게다가 '교사 양성소'라는 것도 있었습니다. 교대나 사범대를 나오지 않았더라도, 혹은 고졸이라도 교사 양성소에서 단기 교육만 거치면 교편을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있던 시대였습니다. 1974년에 임용된 A씨가 살던 시대엔 20대 초반에 교사를 하는게 그리 드문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선배 중엔 호봉이 더 이상 올라가지 않는 '근속 10호봉'인 분들도 많았어요.
출처: 병무청 홈페이지
과거 존재했던 '교대 예비역 하사' 제도에 대한 설명
교원 숫자는 적은데 학생수는 많았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지금 시대에 상상도 못할 파격적인 병역 특례도 한때 있었어요. 교육 대학을 다니면서 방학 등에 군사훈련을 받으면 졸업과 동시에 예비역 하사로 편입됐습니다. 그후에 일정기간 동안 교사로 일하면 병역 의무가 끝나는거죠.

격세지감이라고 할만하다. 과거엔 인기가 조금 없었다지만 강산이 서너번은 변한 현재는 많은 이들이 꿈꾸는 선망의 직종이 됐다. 수도권 교대의 경우 주요 명문대 못지 않은 입학 커트라인 때문에 화제가 되기도 한다. 

출처: 2016년 교육통계연보
2016년 초등학교 교원 현황. 국공립으로 좁혀 살펴보면 근속9호봉과 10호봉을 합쳐 295명에 불과하다

A씨처럼 '근속 9호봉' 교사는 얼마나 될까. 교육부가 발표한 '2016년 교육 통계연보'. 이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전체 국공립 초등학교 교사는 18만1677명. 이 가운데 근속 9호봉은 237명, 최고호봉인 근속 10호봉은 58명이다. 9호봉과 10호봉을 합치면 295명으로 전체의 0.16%에 불과하다. 봉급표로 화제가 된 A씨가 교사로 있던 시절인 2013년 통계도 비슷하다. 그만큼 받는 이는 드물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희귀 아이템'이 인터넷상에 돌아다니고 있었던 셈이다.


글 jobsN 오유교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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