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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지도 만든' 20대 청년, 두 번 창업 실패 겪고도 개발자로 재도전

조회수 2017. 2. 1. 09:0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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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학으로 컴퓨터 공부, 우주공학 공부하는게 꿈
메르스 지도는 일회용
우주공학 소프트웨어 개발자 꿈
고2 부터 고시원 생활, 독학으로 컴퓨터 공부
대학 3학년 때 첫 창업, 직원 횡령으로 고생도
단순 IT 분야 벗어나 우주공학 공부하는게 꿈

2015년 5월, 메르스(중동 호흡기 증후군·MERS) 공포가 한국을 뒤흔들었다. 종결되기까지 3개월 동안 확진 환자 186명, 사망자 36명이 나왔다. 확진 환자는 병원이나 집안에 격리됐다.


‘밖에서 양치질하면 안 된다’, ‘○○병원에서 메르스 환자가 나왔다더라’는 루머도 근거 없이 나돌았다. 일부 시민들은 주변 사람의 기침소리에도 놀라는 등 혼란을 겪었다.


“정확한 정보가 부족해서 혼란이 생긴 것 같았습니다. 어떤 게 사실인지도 궁금했습니다.” 박순영(29)씨는 ‘메르스 확산 지도’를 만들었다. ‘한눈에 제대로 된 정보를 파악할 수 없을까’ 생각하다 내린 결론이었다.

출처: jobsN
2015년 메르스 확산지도를 만든 박순영씨 모습.

온라인 지도에 메르스 발병 지역을 표시하고 그곳에 마우스를 올리면 발병 환자가 있는 병원 이름이 뜨도록 했다. 언론에서 보도한 믿을만한 내용만 올렸다. 루머라는 지적을 5번 이상 받으면 자동으로 정보를 삭제하는 기능도 추가했다. 일주일 만에 동시 접속자 수 2만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교육부가 주최하고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관한 ‘2016 대한민국 인재상’ 시상식에서 교육부 장관상을 받았다. 전국이 '메르스 광풍'에 빠졌을 때 메르스 확산방지에 적지 잖은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씨는 두 번 IT 벤처 기업을 세워 실패를 맛본 뒤, 현재는 출퇴근 근무관리 시스템 개발 업체 '푸른밤'에서 연구개발팀장(CTO)로 일하고 있다. 

고2 부터 고시원 생활, 독학으로 컴퓨터 공부

병으로 부모님을 모두 잃고,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고시원에서 혼자 살았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고시원비와 생활비를 마련하는 생활을 2년 가까이 했다. 


“2007년, 수학능력시험을 보고 나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처음 접했습니다. 혼자서도 공부할 수 있고 실력만 있으면 (회사원) 월급만큼 벌 수 있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친구와 게임을 개발해보며 프로그래밍 기술을 익혔다. 재밌다고 느꼈다. 대학도 컴퓨터 관련 학과를 선택했다. 수능 성적은 458점. 아주대 미디어학부에 입학했다. 성균관대, 서울시립대학교에도 장학생으로 합격했지만, 혜택이 더 많았던 아주대학교에 들어갔다. “4년 장학금, 기숙사 무료 제공에 용돈도 받았습니다. 해외 교환학생을 보내주는 제도도 좋았습니다.”


2학년 2학기, 대학에서 애플의 아이폰용 프로그램 개발교육을 진행했다. “애플이 아시아태평양지역 일부 대학들과 협약을 맺은 프로그램으로 알고 있습니다. 집중 교육을 받았습니다.” 그때 ‘리스키 블록’이란 게임을 만들어 1000만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한국·일본·영국 애플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 순위 10위안에 들었다. 

출처: 박순영씨 제공
2015년 박순영씨가 만든 메르스 확산 지도 화면.

대학 3학년 때 첫 창업, 직원 횡령으로 고생도

2010년부터 다른 회사 홈페이지나 쇼핑몰 사이트를 만들어주는 일을 했다. 연 2700만원 정도를 벌었다. 용돈 수준을 넘어섰다. 사업자 등록을 내고 세금을 정산했다. 


2011년, 브라이트웍스를 세웠다. 홈페이지 제작, 앱 개발 전문 업체였다. 고등학교 친구와 대학 선후배 4명이 모였다. 처음엔 잘 나갔다. “모바일 앱 한 개 제작하면 1600만~4000만원까지 받았습니다.” 빙그레에서도 앱 제작을 의뢰받았다. 


그는 자신이 개발한 소프트웨어 중 기업용 모바일 메시지 서비스가 있다고 했다.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단체 메시지를 보내거나 알림을 공지하는 '기업용 대화 메신저'로 볼 수 있다. "당시 카카오톡이 한창 뜨던 때였습니다. 카카오톡과 비슷한 기능의 메신저를 기업용으로만 쓸 수 있게 개발해달라고 하루 30통씩 전화를 받았습니다.” 월 매출 3000만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어려운 일은 없었습니까 

 

회사가 갑자기 커지니까 혼란스러웠습니다. 제일 큰 문제는 사람이었습니다. 직원이 13명까지 늘었는데 투자 자문 역할을 하던 사람이 거래처 자금을 횡령했습니다. 사업을 계속할 수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거래처에 피해 금액을 물어주고 회사를 정리했다. “사람을 잘못 뽑은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7명이 남았다. 

출처: jobsN
2015년 메르스 확산 지도 만든 박순영씨.

서울시내 버스기사 1만 4000명 쓰는 모바일 앱 개발

회사는 망했지만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드는 기술과 기술자는 그대로였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관리하는 IT 회사 '데이터스퀘어'를 만들었습니다. 피해를 봤던 거래처들이 사정을 이해한다며 다시 일을 맡기기도 했습니다.”


개인 소비자보다 기업을 상대로 하는 비즈니스에 주력했다. 운수회사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앱 'Mobile 스마트 ERP'를 만들었다. 버스 운전기사들끼리 배차시간을 확인하는 단체 기능부터 개개인이 자신의 급여 내역을 확인하고 정산할 수 있는 기능까지 담았다. 현재 서울시 1만 4000명의 버스 기사들이 이 앱을 사용하고 있다. 2014년 매출은 3억원을 기록했다. 


이 즈음 IT 비영리 코딩 교육 단체 ‘멋쟁이 사자처럼’에서도 일했다. 코딩 교육과 관련한 커리큘럼을 만들고 강의 내용을 정리했다. 메르스 지도를 만든 것도 이 때다. 유명세를 치렀다. 하지만 회사 내부에 문제가 생겼다. 직원 6명이 모두 대학생이었던 탓에 회사 일에만 몰두할 수 없었다. “군대 가야 하는 친구도 있었고, 학업을 계속하고 싶다고 했던 후배도 있었습니다.” 

-다시 회사를 정리한 겁니까

직원들에게는 줘야할 퇴직금보다 좀 더 많은 돈을 줬습니다. 투자자들에게는 투자금을 돌려줬습니다. 1억 8000만원쯤 번 것 같았는데, 대부분 정리했습니다. 다음에 다시 만나도 웃으며 볼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2016년, 혼자 몸이 되자 여러 벤처 기업에서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그가 선택한 곳은 ‘푸른밤’. 회사원의 출퇴근 시간을 실시간으로 기록하고 급여를 시간 단위로 쪼갤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했다. 7000여개 회사가 이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회사 주식을 일부를 받고 연구개발팀장(CTO)으로 입사했다. 


연수입은 7000만~8000만원 정도라고 했다. "제가 개발한 소프트웨어 사용자들로부터 이용료가 매달 몇 백만원씩 들어옵니다. 연금처럼요. 푸른밤에서 받는 연봉을 합하면 그쯤 됩니다."  

출처: 박순영씨 페이스북 캡처
박순영씨가 컴퓨터 프로그래밍 하는 작업 모습.

단순 IT 분야 벗어나 우주공학 공부하는게 꿈

-월급을 받아보니 어떤가요

사업을 할 때와는 많이 다릅니다. 직원 관리를 하지 않고, 제가 맡은 일만 하면 된다는 게 장점입니다. 다만 출퇴근 시간을 지켜야 한다는 건 답답한 면이 있습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습니까

우선 지금 맡은 사업을 키우는데 힘쓸 계획입니다. 2~3년 후에는 우주공학을 공부하고 싶습니다. 우주 사업과 관련해 민간사업자도 늘어나고, 앞으로 이쪽 관련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파트너사가 중요해질겁니다. 단순 IT와 달리 우주공학은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으면 사업하기 어려운 분야여서 유학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창업하려는 사람에게 조언한다면

‘꼭 필요한 일’이라고 갈증을 느꼈던 분야에 도전했으면 합니다. 그래야 잘 안돼도 사업을 계속할 끈기가 생깁니다. 사업의 근본적인 문제도 고민했으면 합니다.

어떤 사업을 하든 내가 만든 제품을 많이 알리고 잘 팔아야 합니다. 내가 쓴 돈의 몇 배를 벌어야 하는 게 사업입니다. 지원이나 투자를 많이 받았다고 꼭 성공하는 건 아닙니다. 이런 점을 염두에 뒀으면 좋겠습니다.

글 jobsN 이병희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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