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기만 하면 의무고용, '5급' 특채로 가는 '신의 자격증'은?

조회수 2018. 11. 5. 14:2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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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자격증 환경측정분석사의 세계
2020년부터 전국 1000개 기관에 의무고용
"자격증 취득자 900여명 모자라"
수질, 대기 오염도 측정하는 전문가

따기만 하면 100% 좋은 직장에 취업하는 자격증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국가자격증이 실제로 등장했다. 바로 환경측정분석사다.


환경측정분석사는 우리 주변의 대기와 수질을 정확하게 측정ㆍ분석하는 국가공인 전문인력이다. 수돗물을 식수로 사용할 수 있는지, 기업이 폐수시설을 만들 때 폐수 처리 전후의 오염 농도는 어떻게 되는지, 정수기가 식수의 기준에 맞게 물을 정화하는지 검증한다. 기업 공장에서 나오는 연기가 배출 기준에 맞는지 분석하는 것도 환경측정분석사의 몫이다.  

정부는 2020년 7월부터 전국 모든 검사기관이 환경측정분석사 자격증 소지자를 의무고용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전국 검사 시설마다 대기ㆍ수질 분야 1명 이상씩을 고용해야 한다. 각 검사기관에 일이 넘쳐나지만, 전문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전국의 대기와 수질오염을 분석하는 기관의 검사 시설 숫자는 정부 기관인 환경청과 국립환경과학원, 민간 검사기관을 포함해 약 1000여곳에 이른다. 2020년까지 정부가 각 검사기관을 통해 확보하려는 환경측정분석사 인력은 약 1100여명에 달한다.

 

그러나 2009년부터 매년 1회 시행한 환경측정분석사 시험을 통과해 자격증을 딴 사람은 지난해까지 190여명에 불과하다. 정부 관계자는 “환경측정분석사를 고용하지 않는 검사기관들은 기업이나 개인으로부터 의뢰받은 수질ㆍ대기 검사를 할 수 없다"며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라고 했다. 국립환경인력개발원 김선영 팀장, ‘한국 먹는 물 안전연구원’ 곽순철 연구원에게 환경측정분석사 자격증에 대해 들었다.  

국립환경인력개발원 영상 캡처

◇ 앞으로 골든타임은 3년...환경 전공자들은 도전하라 

환경측정분석사는 미국과 일본에서는 인기 직업이다. 그러나 과거 우리나라엔 환경측정분석사 자격증이 없어 수질ㆍ대기 분야의 산업기사 자격증을 가진 검사기관 직원들이 환경분석 업무를 했다.


그러나 관련 분야 상위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가 새롭게 인력을 늘리려는 환경측정분석사는 산업기사보다 상위의 자격증이다. 곽순철 연구원은 “예를 들어 낙동강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1조원을 투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자칫 잘못 수질을 분석하면 엄청난 헛돈을 쓸 수 있다”고 했다.


환경측정분석사 자격증 시험은 국립환경인력개발원이 주관한다. 시험을 보기 위해서는 대학교에서 환경 관련 전공을 이수해야 한다. 환경공학, 환경과학, 생물, 식품공학, 농학 같은 분야다. 대학생 신분으로 수질ㆍ대기환경기사, 화학분석기사를 따면 환경측정분석사 시험에 바로 도전할 수 있다. 김선영 팀장은 “환경 관련 전공을 한 대학생이라면 기사 자격증을 어렵지 않게 딸 수 있다"며 "의무고용 시점이 3년 남았으므로 그 기간 동안 착실하게 자격증 취득 준비를 하면 된다"고 했다. 환경 관련 전공으로 석사 이상 학위를 가진 사람은 기사 자격증을 따지 않고도 바로 도전할 수 있다. 고졸자도 만약 5년 이상 검사기관에서 실무 경력을 쌓았다면 응시가 가능하다.


시험은 1차 필기시험(객관식ㆍ주관식)과 2차 실기시험(실습형과 면접)으로 나뉜다. 대기나 수질 환경 분야를 선택해 시험을 본다.  

출처: 국립환경인력개발원 홈페이지
제8회 환경측정분석사 필기시험 기출 예시

필기에서는 환경오염 기준, 먹는 물과 대기 기준에 대한 다양한 이론이 나온다. 시료를 채취하고 관리하는 실험실 관리준칙도 묻는다. 


실기시험도 있다. 이틀에 거쳐 3번의 실습을 해 보고서를 작성한다. 실기시험에 앞서 필기 합격자들에게 3일간 국립환경인력개발원에서 실습교육을 실시한다. 예를 들어 ‘기체크로마토그래프 질량분석기’ ‘원자흡수 분광광도계’ ‘유도결합 플라자 분광분석기’ 같은 전문 장비를 이용해 중금속, 유기물질 시료를 분석한다. 표준 농도 기준을 초과했는지 등을 검사하는 것이다. 


지난해의 경우 350명이 지원해 최종 44명 합격했다.  매년 4월에 원서접수를 시작한다. 5월에 필기시험, 하반기 실기시험 일정을 거쳐 연말에 최종 합격자를 발표한다. 

◇5급부터 7급까지 특별채용‥안정적 직장만 100여곳 

환경측정분석사 자격증을 소지자들은 어디서 일할까? 가장 인기 있는 직장은 국가기관인 환경부와 환경청, 국립환경과학원을 비롯해 각 시도에 있는 보건환경연구원이다. 각 지자체와 대학별로 두고 있는 수질연구소에서 일할 수도 있다. 김선영 팀장은 “청년들이 구직에 도전해볼 수 있는 국가기관만 100여곳 정도”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경력에 따라 일반직 공무원 7급부터 5급까지 다양한 특별채용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직 공무원의 경우, 연구사 또는 연구관으로 7급 대우로 특별채용할 예정이다.


다만 영세한 일반 민간 검사기관의 연봉과 복지수준은 좋지 않다. 대졸 신입의 초봉은 통상 2000만원 선이다. 5년~10년은 일해야 연봉이 3000~4000만원을 넘는다. 아직 환경관련 산업이 선진국만큼 성장해있지 못해 환경 검사 대가로 받는 수수료가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사 의뢰는 많다. 대규모 인프라나 건설관련 사업을 진행하는 기업이나 국가기관, 음식을 만드는 식품회사부터 폐수처리에 민감한 제조업체, 저수조를 관리하는 아파트 주민들도 고객이다. 

국립환경인력개발원 영상 캡처

곽 연구원은 “가령 집 앞에 지하수가 먹을 수 있는지 검사를 해달라는 의뢰도 많다”고 말했다. “단순 지하수 검사 같은 경우는 검사료를 30만원쯤 받는다"고 한다. 민간 검사기관은 야근과 주말근무도 꽤 있다. 약품을 다루는 직업이다 보니 건강을 해치는 3D업종이라는 인식도 있다.


그러나 환경측정분석사의 미래는 밝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이종석 연구원은 “전 세계 8억 400만명가량은 깨끗한 물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환경시험 분석 시장도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 연구원은 “품질 좋은 환경 분석 데이터를 많이 축적해 경쟁력이 높아지면 해외 진출도 노려볼 수 있다”며 “자격증 의무고용 제도 시행, 서비스 시장 성장에 따라 민간 검사업체들의 복지혜택도 좋아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글 jobsN 이신영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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