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알파고', 터키 출신 이 사람의 직업은?

조회수 2020. 9. 29. 17:3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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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알파고와 이름 같아..한국 온지 10년 넘어
인공지능 알파고 때문에 곤혹 겪어
지한통신 해산 후 1인 미디어로 변신
“한국 청년들 해외 취업 어떨까요?”

터키에서 온 ‘알파고 시나씨’(28).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름이 같다. 알파고씨 이름을 들은 사람들은 대부분 기계 알파고를 먼저 떠올린다. 

관공서에서 서류를 발급 받을 때 이름이 '알파고'라고 하면 '장난치지 말고 본명을 이야기하라'는 말을 들을 정도다.

그가 한국에 온 지는 10년이 넘었다. 이젠 한글로 책을 낼 정도로 한국어 실력은 수준급이다. 지난 9월엔 14개국 화폐 속 인물을 분석한 역사책 '누구를 기억할 것인가'를 한글로 출간했다.

터키의 작은 도시를 떠나 한국으로

그는 터키 동쪽 끝에 있는 인구 10만명(강원도 속초시 정도) 규모 으드르시 출신이다. 입학시험에서 으드르시 전체 1등을 하며 터키 제3의 도시 이즈미르에 있는 명문 야만라르과학고등학교에 입학했고,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오래된 기술대학인 이스탄불기술대학교(1773년 개교)에 합격했다.

-터키의 수재였네요. 어떻게 한국으로 유학오게 됐나요?

터키 고등학교 졸업생 30%이상이 해외유학을 가요. 북미나 유럽으로 많이 가죠.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2003년 당시엔 미국 분위기가 좋지 않았어요. 2001년에 9.11 테러가 있었거든요. 무슬림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았습니다. 하버드 대학교 장학생이던 한 선배는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이유없이 경찰 심문을 받아야 했어요. 하숙집에서 갑자기 쫓겨난 선배도 있습니다. 일본, 중국에서 공부하는 선배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곳은 무슬림에 대한 차별이 없었어요. 아시아로 가야겠다고 결심했죠. 진학하기로 한 이스탄불기술대학교가 마침 한국 카이스트와 자매 학교여서 한국으로 오게 됐습니다.

-한국에 오자마자 수업을 들었나요?

아뇨. 한국어를 하나도 모른 채로 왔어요. 한글을 배우려고 대전 한남대학교 어학당에 들어갔습니다.1년 3개월동안 다녔어요.

알파고씨는 어학당에서 미국, 베네수엘라, 터키 등 세계 각지 군인들과 함께 수업을 들었다. 국제정치에 관심이 생겼다.


터키 군인들은 ‘터키 학생들 대부분이 공대를 다니니까 너는 사회, 정치를 공부해보라’며 조언했다. 고민 끝에 알파고씨는 카이스트가 아닌 충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 진학했다. 지금은 서울대학교 대학원 외교학과에 다니고 있다.

알파고 시나씨 / 잡아라잡

지한 통신사 한국 특파원 발탁

충남대 재학 중이던 2010년 6월, 터키 대통령이 방한했다. 터키 내 최대 민영 통신사인 '지한'을 포함해 터키 주요 언론사도 함께 왔다. 알파고씨는 대사관 연락을 받고 통역을 맡았다. 이 일을 계기로 지한통신사 한국 특파원으로 발탁됐다.

-한국 특파원으로 일하는 동안 기억에 남는 취재가 있나요?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사건이요. 중국 특파원 1명과 함께 섬으로 갔습니다. 생중계로 포격 현장을 터키에 보도했어요. 다급했죠. 취재를 마치고 1시간이 지나 인천 시내에 도착했는데 거리는 조용했습니다. 전혀 다른 세상에 다녀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올 여름 쿠테타 이후, 지한통신이 해산하며 1인 미디어 기자로도 활동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유튜브 채널에 콘텐츠를 올리고 있어요.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종합 미디어 채널’을 만들려고 합니다. 10대이하 어린이를 위한 ‘게임 소개’ 방송, 20-30대 청년을 위한 ‘코미디 영상’, 40-50대를 위한 ‘시사 뉴스’ 등 다양한 분야 콘텐츠를 기획합니다. 한국어로 터키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하고, 터키어로 한국 관련 영상을 만들기도 해요. 양국 문화를 연결하는 역할도 하는 셈이죠.
출처: 본인 제공
2014년 인도네시아 출장에서 찍은 사진

◇ 고등학교 때부터 화폐 수집

-화폐를 수집하게 된 계기는 뭔가요?

고등학교 때였어요. 나이지리아 학생이 자기 나라 지폐를 선물로 주었죠. 그때부터 다른 나라에 여행을 갈 때마다 동전과 지폐를 모았어요.
출처: 본인 제공
2013년 방글라데시

-화폐를 수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책까지 쓰셨네요.

이란, 필리핀, 대만 등 다양한 국가 화폐를 보니 각 나라 역사와 문화가 담겨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책도 읽고 인터넷으로 자료도 조사하며 화폐 속 인물을 중심으로 글을 썼어요. 그 글을 모아서 아시아기자협회 회원이 만드는 온라인 매체 '아시아엔'(AsiaN)에 연재했습니다. 연재한 글이 출판사 대표 눈에 띄어 책까지 내게 된거죠.

-화폐 속 인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쿠르만잔 다트카’라는 이름의 여성입니다. 키르기스스탄 화폐 50솜(화폐단위) 앞면에 나오는 인물이에요. 19세기말 키르기스스탄은 30년 동안 러시아 통치를 받았어요. 장군이던 남편이 죽은 뒤 다트카는 직접 군대를 조직합니다. 알타이 계곡을 중심으로 요새를 만들죠. 결국 러시아 군대는 이 지역을 정복하지 못했습니다. ‘알타이 계곡을 침범하지 않겠다’라는 조약을 맺어요. 이슬람권 나라에서 여성이 이런 업적을 남겼다는 게 신기해서 기억에 남아요.
2014년 백령도 / 알파고 시나씨 제공

-터키에선 어떤 직업이 인기 있나요?

주로 대학은 공대로 진학하고, 졸업하면 건설업 분야로 많이 가요. 가까운 중동 지역 플랜트 건설 등을 터키 건설사들이 많이 하거든요. 일거리가 많다 보니 일자리도 많아요.

-한국은 계속 취업난입니다. 한국 청년들에게 조언 한 마디 해주세요.

한국경제의 국제화 속도와 국민 의식의 세계화 속도가 서로 맞지 않는 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국내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청년들이 해외취업도 고민해야 합니다. 시야를 더 넓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글 jobsN 김윤상 인턴

jobarajob@naver.com

잡아라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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