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봐도 228년치 '야동' 소장한 남자의 직업은?

조회수 2020. 9. 29. 17:0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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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동 덕후들에게 평점 폭탄 맞을 수록 더 보람 느끼는 일
호환마마보다 무섭다는 음란물 옛말
유해물 차단·시간 관리 기능
11년간 누적 50만대 관리

구글플레이스토어 평균 별점 5점 만점에 1.6점인 앱.

평점만 보면 형편없을 것 같지만, 아니다. 오히려 기능이 너무 좋은 게 낮은 평점의 이유다. 


지란지교소프트의 '엑스키퍼(XKEEPER)'는 청소년 보호 프로그램이다. 미성년자가 성인사이트에 접속하지 못하게 막고, 야동은 아예 재생할 수 없게 만들었다. PC나 스마트폰 사용 시간도 관리한다. 학부모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물론 마음껏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 청소년 사이에선 '공공의 적'이다.


사람이 직접 보며 야동 분류

2005년 PC 버전, 2012년 모바일 버전 서비스를 시작해 지금까지 팔린 것만 50만개에 이른다. 한 달에 3000~4000원을 주고 사용하는 고객만 24만명 정도다.


지란지교소프트 개발팀에서 일하는 김백규(36) 차장. 2005년 9월 입사해 엑스키퍼 PC 버전 초창기부터 함께해왔다. 모바일 버전은 개발 단계부터 참여해 1년간 공들여 만들었다.

출처: 지란지교소프트
김백규 차장

야동은 어떻게 차단하나요?

엑스키퍼는 영상마다 특정 패턴을 뽑아내 서로 비교할 수 있어요. 포르노그래피 수집툴을 사용해 P2P·웹하드에서 직접 야동을 내려받아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둡니다. 학생이 튼 영상이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영상과 패턴이 같으면 그걸 인식하고 재생하지 못하게 막는 겁니다.

데이터베이스는 얼마나 쌓였나요?

동영상 차단 기능은 PC버전부터 있었으니까 꽤 많이 모았죠. 20만개 정도 될 거예요. 여기에 매일 새로운 동영상을 추가하고 있습니다.

20만개면 얼마나 많은거죠?

엄청나죠. 한 편당 1시간만 잡아도 20만 시간. 1년이 8760시간이니까 하루 종일 1년 내내 틀어도 228년 동안 볼 수 있어요.

사람이 직접 분류하는 건가요?

네. 영상 감별하시는 분이 따로 계세요. 영상을 보면서 차단 목록을 만드시죠.
출처: 지란지교소프트
엑스키퍼의 여러 기능들

영상 분류하는 프로그램이 있을 줄 알았는데요

사람이 보는 게 아직까진 더 빨라요. 첫 장면만 봐도 딱 성인 영상이란 걸 알 수 있지만, 프로그램은 달라요. 살색의 비율이나 음성으로 판단하거든요. 일정 시간 이상 본 후에야 성인 영상이란 걸 알아요.

유해 사이트는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나눠준 자료와 지란지교소프트에서 수집한 사이트 목록을 합해 차단 목록을 만들어 관리한다. 성인 사이트가 가장 많고, 도박·마약 등 청소년에게 나쁜 영향을 주는 사이트도 포함한다.

엄격한 시간 관리

출처: 지란지교소프
설정 시간을 넘기면 PC가 잠긴다

유해물 차단 프로그램으로 더 알려졌지만, 학부모들이 더 좋아하는 기능은 시간 관리 서비스다.


등록한 기기가 켜진 시간을 계산해 하루에 총 5시간만 쓰게 하거나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등 특정 시간만 사용하도록 설정 할 수 있다.

시간 관리 기능은 나중에 생겼다고요?

네. 처음 PC 버전은 동영상 차단 서비스만 제공했어요. 실제 학부모들이 제일 원하는 기능은 시간 관리더라고요. 유해물을 접하기 전에 일단 컴퓨터에 빠져 사는 것 자체를 걱정하셨어요. 고객 수요에 맞춰 시간 관리 기능을 추가했죠.

소비자들 요구는 어떻게 반영하나요?

예전에는 '부모 모드'와 '자녀 모드' 밖에 없었어요. 형이 하루에 설정된 사용 시간을 다 써버리면 동생은 그날 컴퓨터를 못 쓰는 거예요. 작년 2월부터 아이마다 로그인 설정을 다르게 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시간 관리를 더 세밀하게 할 수 있게 되었죠.
출처: 지란지교소프트
형제자매 각각 로그인이 가능하다

시간 관리 기능이 학생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은 없나요?

그런 점도 많이 고민했어요. 자유를 침해한다기 보단 청소년이 스마트폰을 더 현명하게 사용하도록 돕는 역할로 봐주셨으면 해요. 사용 시간을 부모님이 일방적으로 정하지 않고, 자녀와 대화하면서 함께 정하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엑스키퍼 덕에 부모님과 자녀의 대화 시간이 오히려 더 늘어나는 거죠.

학생들도 그렇게 생각할까요?

아직은 아닌 것 같아요. 언론에 저희 기사가 나오면 학생들이 악플을 달아요. 게다가 엑스키퍼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카페도 있다고 들었어요. 프로그램을 해킹해서 사용하고 싶은 대로 스마트폰을 쓰겠다는 거죠. 물론 저희도 그 카페에 가입해 정보를 얻고 있죠.

청소년 마음에 공감해

어릴 때 엑스키퍼가 있었다면 어땠을 것 같아요?

출처: 공익광고 캡쳐
김백규 차장 어린시절엔 공익광고가 엑스키퍼 역할을 대신했다.
음...저도 우선 무력화 시도를 했겠죠? 그게 잘 안되면 부모님과 협상을 했을 것 같아요. 학교 성적이나 일상 생활에서 목표치를 이루면 사용 시간을 늘려달라고 하든지요. 어쨌든 불편했겠네요.

나중에 자녀가 크면 사용하실 건가요?

네. 사용할 겁니다. 좋은 점이 더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우선 중독을 막을 수 있죠. 사용 기기의 위치 정보도 확인되니 혹시 모를 위험 상황에 대처할 수도 있고요.

프로그램 개발자면서 엑스키퍼에 불만을 가지는 학생들 마음에도 공감한다. 회사의 자유로운 개발 환경이 유연한 사고에 영향을 줬다고 한다.

여기는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예요. 개발자는 컴퓨터만 바라보며 일할 것 같지만 사실 자유로운 소통이 굉장히 중요해요. PC, 모바일, 서버 등 다른 영역이 함께 맞물려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죠.
출처: 지란지교소프트
지란지교소프트 사무실. 여느 IT개발 사무실과 비슷한 풍경이다.

앞으로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나요?

우선 사람들이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싶어요. 하던 것에만 빠지지 않고 새로운 것에 열린 마음을 갖고 공부하려 합니다. PC 시대에서 모바일 시대로 달라진 것처럼 트렌드는 빠르게 변하니까요. 계속 공부해 남들 앞에서 강연 할 수 있는 개발자가 되고 싶습니다.

글 jobsN 유찬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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