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배운 기술로 현대차 정비 최고레벨

조회수 2020. 9. 29. 16:4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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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게 없어서 이런 일이나 하지" 무시하는 시선 제일 힘들어
고졸 청년 취업후 5년 만에 차장 승진
매일 작업일지 쓰며 공부해
의사가 사람 살리듯 건설기계 살리는 일

경기도 광주 곤지암에 있는 대산공사는 건설기계 및 상용차 정비 전문업체다. 설립 50년이 넘은 탄탄한 중소기업. 김대권(62) 대표가 아버지가 시작한 회사를 90년대 초 이어받아 운영하고 있다.


독일 벤츠, 국내 현대, 일본의 카토가 주요 협력업체로, 직원 47명이 근무하고 있다.

출처: jobsN
임동혁씨와 김대권 대표

현재 국내에서 쓰이는 건설기계는 대형트럭, 지게차, 굴삭기로더 등 27개 기종 약 46만대 정도다. 연간 정비시장 규모는 1조 9000억원에 달한다. 이 시장을 놓고 1500여개 업체가 경쟁하고 있다.


임동혁씨(36)는 인문계고등학교 졸업 후 대산공사에 취직해 5년 만에 차장으로 진급했다. 그를 만나 정비기술 업계 현황을 들었다.

고졸 청년이 정비업체 차장으로

정비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어릴 때부터 장난감이나 전자기기를 다루며 고치는 걸 좋아했어요. 가정이 넉넉하지 않아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군대에 가게 됐습니다. 운전병이었죠. 운전을 하며 차량정비도 했어요. 그때 정비에 ‘소질 있다’는 말을 들었어요. 제대하고 더 배워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임씨는 제대 후 2002년, 대한상공회의소 경기인력개발원에서 차량정비 직업훈련 과정을 수료했다. 1년의 교육과정을 1등으로 마쳤다. 짧은 기간 동안 ‘건설기계 정비 기능사’, ‘자동차 검사 기능사’, ‘기중기 조종면허’ 등 8개의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남다른 성실성을 보였다. 이어 2003년 대산공사에 취업했다.

출처: jobsN
임동혁씨가 자동치 보닛을 열어 살펴보고 있다.

기계정비업체는 종합병원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흉부외과, 정형외과, 내과 등 여러 전문의가 진료를 보듯, 각 정비업체는 기계, 전자, 엔진 등 10가지 부서로 나뉘어 차량 수리를 진행한다. 의사가 사람을 살리듯 망가진 차량을 고쳐 살려낸다. 


어떤 업무를 맡고 있나요

전자 부분을 맡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기계가 고장나면 고장난 채로 달렸어요. 위험했고, 고장이 더 커졌죠. 하지만 지금은 전자 기술이 발전하면서 자동차의 많은 부분을 전자전기가 제어하고 있습니다. 전자전기가 미리 오류를 진단하죠. 기계, 엔진 등 다른 부분의 고장을 미연에 방지해 줍니다. 전자전기가 일종의 중추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고장 진단에 있어 전자 부서가 장래성이 높다고 판단해 선택했습니다.

어려운 분야 같은데 적응하기 힘드셨겠어요

실무에 나가 보니 직업훈련원에서 1년간 공부한 내용과 많이 달랐어요. 잘 모르니 많이 혼났죠. 현장에서 모두 새로 배웠어요. 쉽지 않아 그만두는 사람이 꽤 있습니다.

10년이 지나 환골탈태했다. 임씨는 3년 전부터 어드바이저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차량이 들어오면 수리 여부를 판단하고, 어디가 고장난 것인지 진단한다. 입사 10년 만에 어드바이저가 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김대권 대표는 임씨의 기술력이 30년 경력자보다 뛰어나다고 했다. 현대자동차 기술력 테스트 인증에서 레벨3를 받았다. 레벨3 취득자는 국내에서 손에 꼽힌다.

출처: 잡스엔
임동혁씨는 지금 고장난 차량을 접수하는 어드바이저다

매일 작업일지 쓰며 공부해

어떻게 최고가 됐나요?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아무것도 몰라 공구만 날랐어요. 현장 사수가 필요한 공구를 가져오라고 시키면 찾아서 전달했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쉽지 않아요. 작업마다 필요한 공구가 달라 그걸 익히는 게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작업일지를 쓰기 시작했어요. 14년 전부터 매일 써오고 있습니다. ‘이 작업에 필요한 연장은 뭔지’, ‘이 차는 어떤 문제가 있었는데 어떻게 고쳤는지’ 등을 기록했어요. 매일 5시 30분 퇴근 후 2시간 이상 기록하며 공부했습니다. 차종과 증상별로 일지를 쓰니까 머릿속으로 정리가 되고 정비 속도가 빨라지더라고요. 이렇게 쓴 작업일지가 5권이 넘습니다.

따로 정비교육도 받았나요?

네. 우리 회사만의 장점이에요. 다른 회사는 정비사 교육을 거의 안해요. 교육 받는 시간만큼 일을 못해 손해니까요. 반면 우리 회사는 좋은 교육 기회가 있으면 언제든 보내줍니다. 몇 달 전 평택에서 자격증 시험이 3박 4일간 있었는데 이것도 흔쾌히 허락해주셨어요. 외부교육 외에 사내 교육도 종종 있습니다. 교육은 단기적으로 손해일지 몰라도 정비 효율이 향상되니 장기적으로 이익입니다. 정비사로서 실력을 쌓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차량 정비도 수월해졌나요?

아직 오래된 차량이 많아요. 이런 경우엔 제조사에서 제공하는 정비 매뉴얼이 따로 없어요. 경력 있는 부장님께 배워가며 수리하죠. 요즘 나오는 차량은 정비 매뉴얼도 함께 제공 됩니다. 어디가 고장 났을 때 어떻게 고치라는 지침서가 있죠. 고장 진단시에도 컴퓨터가 동원되니 많이 편해졌어요.
출처: 잡스엔
작업일지

일하며 어려운 점은 뭔가요?

몸이 힘든 부분이 있는데요. 그것보다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이 좋지 않을 때 속상해요. ‘할 게 없어 그런 일이나 하지’ 이런 말을 들을 때 힘이 빠지죠. 장래성이 있고 괜찮은 직업이라 생각하는데 사람들이 편견을 갖는 게 안타까워요. 누군가 직업이 뭐냐고 물을 때 ‘건설기계 정비사’라고 대답하기 머뭇거려질 때가 있어요. 직업에 대한 편견을 거둬 주시면 좋겠어요.

임씨는 외부 시선을 견디며 정비사 업무에 보다 매진하고 있다. 2012년에는 두원공대 자동차과에 입학도 했다. 회사와 집이 있는 곤지암에서 학교가 있는 경기도 안성까지 왕복 5시간이 넘는 거리를 매일 오갔다.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8시부터 11시 30분까지 수업을 들었다. 임씨는 "일하며 자기 계발도 해 뿌듯하다"며 "정비 기술의 명장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출처: 잡스엔
임동혁씨

정비기술자 인력 수급 필요해

건설기계 정비는 일이 힘들다는 편견 때문에 사람 구하기 쉽지 않다. 대산공사 직원의 평균연령은 40세를 넘는다. 다음 세대를 이어갈 젊은 기술자가 없다. 그러나 기술을 배우는 3년 간의 수습기간을 견디면 연봉 4000만원 이상이 보장된다. 중국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도 있다.


중국은 건설기계가 한국 보다 100배 이상 많다. 문제는 서비스다. 정비기술자가 부족해 멈춰있는 기계가 많다. 그래서 중국은 장비를 수입하면서 정비기술자를 함께 요구한다. 김대권 대산공사 대표는 “정비기술자가 부족해 장비수출이 어렵다”며 “젊은 청년들의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글 jobsN 김윤상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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