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청소부 →억대 매출 CEO "저의 성공 비결은.."

조회수 2020. 9. 24. 18:4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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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은 짧게 행동은 재빠르게
제대 후 호주로 떠난 22세 청년
길거리 청소부로 일하며 학업 병행
지금은 1만평의 삼채밭 거느리는 CEO

2011년 스물두살 청년이 호주로 유학을 떠났다. 호텔경영을 전공해 호텔리어가 되겠다는 것. 하지만 우연히 접한 '팜 비지니스’가 꿈을 바꿔놨다. 농사의 매력에 푹 빠진 청년은 2014년 충북 진천으로 돌아와 '삼채' 농사에 뛰어들었다. 우리나라에선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삼채’. 그는 이 삼채를 대한민국에 알리겠다는 원대한 꿈을 품었다.

앉아서 고민하지 않았아요. 천 번 넘게 무식하다는 소리 들으며 판매처를 찾아다녔습니다. 삼채를 팔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전화했고, 작은 기회라도 잡기 위해 애썼습니다”

그를 두고 '미쳤다'던 지인들은 이제 노하우 좀 알려 달라고 줄을 선다. 3만3000㎡(약 1만평)의 삼채밭을 관리하며 1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CEO로 성장한 것. 올해 매출 목표는 15억원이다. 농부이자 CEO인 김선영(27)씨 이야기다.

김선영씨 제공

텃밭 주인에서 1만평의 농장 관리인으로

김선영씨는 진천삼채 영농조합법인과 (주)내추럴니즈 농업회사 법인 대표를 맡고 있다. 삼채를 생산해 홍보하고 판매까지 한다. 매일 아침 삼채를 돌보고 오후에는 판매처를 찾아다닌다.

삼채를 소개해 주세요.

미얀마가 원산지인 특용작물이에요. 인도, 중국, 티벳에서 많이 재배하는데 단맛, 쓴맛, 매운맛 3가지 맛을 지녔다고 해서 삼(三)채라 불려요. 생김새나 맛이 도라지와 비슷한데 우리 입맛에 맞고, 고기와 잘 어울리죠. 천연 식이유황 성분과 인삼에 들어 있는 사포닌이 많이 함유돼 있어요. 병충해에 강해서 무농약 재배가 가능합니다.

어떻게 삼채로 창업할 생각을 하셨나요?

호주에 'SBIT'란 직업기술전문대학교에서 호텔경영을 공부할 때였어요. 한 교수님이 미래 산업 중 가장 주목받는 게 농업이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제가 공부한 호텔경영과 농업을 접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차 산업인 농업에 체험프로그램 같은 고부가가치 사업을 연계하는 거죠. 마침 한국 지인을 통해 삼채를 알게 돼 아이템으로 삼았습니다.

창업 과정을 알려주세요.

투자 유치 때문에 고생 좀 했습니다. 자금 지원하는 곳에 최선을 다해 제안서를 써도 계속 떨어졌거든요.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다짜고짜 자금을 달라고 한 게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기본으로 돌아가 농업 관련 창업 교육부터 받았습니다. 이후 중소기업진흥공단, 청년창업지원센터 등에서 총 2억원을 지원 받아 창업했습니다.
김선영씨 제공

농사는 잘 되던가요.

부모님이 노후를 위해 지방에 사 놓은 땅 9900㎡(약 3000평)에 지원 자금으로 시설을 만들어 삼채를 심었습니다. 수도 없이 밭을 갈아 엎었어요. 거름을 너무 많이 줬거나, 수해를 입는 등 갖가지 사고가 터진거죠. 뉴스에서나 보던 농부의 눈물을 몇차례나 흘렸습니다. 그렇게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후에야 몸으로 농사를 익힐 수 있었어요. 이후부터는 큰 어려움없이 삼채를 수확하고 있습니다.

안 팔리면 소용없죠.

아직 삼채를 낯설어 하는 분이 많아요. 여러 판매처를 찾아 직접 보여드리는 영업을 했습니다. 온라인과 방송 홍보도 해서 거래처를 늘려 나갔습니다. 지금은 3만3000㎡(약 1만평) 넘는 농장으로 성장했습니다.

고비는 없었나요?

2013년에 삼채가 크게 유행했는데요. 갑자기 피부염을 일으킨다는 소문이 나면서 모든 거래가 끊긴 적이 있습니다. 따뜻한 성질을 지녀서 열이 많은 사람이 먹으면 피부가 빨개질 수 있거든요. 망연자실 앉아 온 종일 해결 방안을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돌파했나요?

한식 뷔페가 떠오르더라구요. 갈 수 있는 모든 곳을 찾아다니며 삼채를 홍보했습니다. 그중 한 곳에서 연락이 왔고 수십 번의 전화 통화와 10번 이상의 미팅을 한 끝에 계약을 따냈어요. 기적적으로 살아났죠.
삼채와 삼채를 넣은 비빔밥 / 김선영씨 제공

고민은 짧게, 행동은 재빠르게

성공 비결을 정리해 주세요.

‘고민은 짧게, 행동은 재빠르게’하는 거예요. 일 안풀릴 때 푸념 늘어놓는다고 해결되지 않아요. 고민할 시간에 행동하세요. 가장 쉽고 빠른 해결책입니다.

어떻게요.

호주 유학을 떠나기 전이었어요. 자금이 부족했죠. 오래 고민하지 않고 아울렛에 취업했어요. 아침 7시부터 8시간씩 가구를 나르고 저녁 6시부터는 호프집에서 새벽 3시까지 칵테일을 만들었어요. 그렇게 하루 3시간씩 자며 1000만원을 모아 유학을 떠날 수 있었어요.

호주에서도 ‘고민은 짧게, 행동은 재빠르게’가 되던가요.

1000만원으론 공부와 생활이 안되니 또 고민에 빠졌죠. 괜찮은 일자리 구하려고 300군데 이력서를 돌렸어요. 그런데 영어가 안되니 힘든 일 밖에 할 수 없더라고요. 길거리 청소부, 클럽 알바, 자전거 인력거꾼, 접시 닦기··· 안해본 게 없어요. 한국 사람을 통하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길이 있긴 했는데, 영어 공부 하려고 한국 사람은 만나지 않았어요. 그렇게 하루 4시간씩 자며 일과 학업을 병행했더니 3년 후 졸업장과 창업자금 3000만원이 남더라구요.
목표가 분명했습니다. 영어 정복, 학교 공부, 창업 자금 모으는 것. 이 3가지 목표만 바라봤습니다. 머리 굴리지 않고 단순하게 노력했더니 되더라고요.”
호주에서 김선영씨

성공만큼 행복을 챙기면 좋겠어요

앞으로 계획은요?

최근 펴낸 ‘삼채총각 이야기’와 강연을 통해 '너무 두려워 말고 하고 싶은 일 하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꾸준히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네요.


안정과 성공을 위해 일하면 결과를 먼저 생각하게 되는데, 그러면 행복할 수 없습니다. 결과에만 집착한 나머지 과정이 고통스러워지거든요. 보다 많은 20대 청년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김선영씨 제공

jobsN 강지수 인턴기자

jobarajob@naver.com

jobs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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