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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고통은
당신의 것이 아니다

우리가 '함께' 행복해져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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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대넓얕 작성일자2016.10.11. | 12,119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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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부쩍 깊어진 10월 9일, 지대넓얕을 사랑하는 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김도인의 첫 책 <숨쉬듯 가볍게> 출간을 기념하는 북콘서트가 열린 것. 팟캐스트 지대넓얕 118회 공개방송을 겸한 자리였다.

대기실 풍경.

공연 시작 1시간 전부터 한 손에 <숨쉬듯 가볍게>를 든 팬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앳된 얼굴의 고등학생부터, 나이 지긋한 어르신까지. 모녀가 함께 들어서는 모습도 보였다. 설렘과 기대감으로 공연장이 서서히 달아올랐다. 

김도인의 강연을 중심으로 '괴로운 마음을 숨쉬듯 가볍게’ 만들어주기 위한 시간. 지대넓얕의 네 패널과 400여 명의 팬들은 저마다 숨겨온 크고 작은 상처와 이를 이해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 2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눴다.


진지하면서도 유쾌하게

때론 애틋하게.

출처 : ⓒ웨일북

안티고네가 중요한 이유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오이디푸스 비극을 김도인은 새롭게 해석했다. 어머니와 결혼하게 된 비극적 운명을 깨닫고 자신의 눈을 찌른 오이디푸스가 아닌, 그의 딸 ‘안티고네’에 주목한 것이다. 김도인은 안티고네가 오이디푸스 가족 가운데 자신의 불행을 가장 지혜롭게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운명에 조금도 저항하지 못한 다른 인물들과 달리, 삶을 입체적으로 바라본 유일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오이디푸스 가계도

출처 : 김도인의 그림

알다시피, 저주에 걸린 오이디푸스는 자신도 모르는 상황에서 어머니인 이오카스테와 결혼하는 패륜을 저질렀다. 그리고 네 명의 자녀를 두게 된다. 자신의 모든 비극을 깨닫자 스스로 눈을 찌르고 미치광이가 되어 광야를 떠도는데, 쌍둥이 아들인 폴뤼네이케스와 에테오클레스는 그 와중에, 왕위 다툼을 벌인다. 기어이 아버지를 찾아내서 누가 왕위를 이을지 물어보는 이 ‘망나니’들에게 오이디푸스는 저주를 내린다.

이 몹쓸 놈들아! 너희는 서로를 죽이게 될 것이다.

자신의 아들, 폴뤼네이케스에게 저주를 내리는 오이디푸스.

출처 : 헨리 푸젤리(Henry Fuseli), 1786년

실제로 그들은 다툼을 벌이다 서로를 죽인다. 당시 오이디푸스 대신 섭정하던 크레온(이오카스테의 남동생)은 자신과 친했던 에테오클레스만 장례를 치러주고 미워하던 폴뤼네이케스의 시체는 길바닥에 버려두도록 명령한다. 크레온의 명령을 아무도 거역할 수 없는 가운데 안티고네는 오빠의 시신을 몰래 수습해 장례를 치러준다.


사람이라면,

친오빠의 시신이 까마귀들에 물어뜯기는 모습을 보고만 있을 수 없기에.

결국 안티고네는 크레온에게 끌려가 사형을 선고받지만, 자신의 선택에 후회가 없다며 담담히 운명을 받아들인다. 그동안 ‘근친의 자식들’이라며 안티고네 형제들을 손가락질했던 사람들은 이런 그녀의 선택에 감명한다. 민심은 안티고네에게 기울고, 크레온은 곤란에 처한다.

우리는 ‘함께’ 행복해져야 한다


김도인은 이 작품에서 ‘고통의 전염성’에 우선 주목한다. 안티고네가 죽자 크레온의 아들인 하이몬은 슬픔을 이기지 못해 자살한다. 하이몬은 안티고네의 약혼자였기 때문. 그리고 하이몬이 죽자 그의 어머니인 에우뤼디케도 자살한다. 누군가의 고통이 당사자에게서 끝나지 않고 연쇄적인 비극을 불러온 것이다.

출처 : ⓒ웨일북

내가 힘들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도 힘들다. 고통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우리가 우리의 고통을 마냥 내버려두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눈앞의 비극에 그대로 주저앉아버린 다른 인물들과 달리 안티고네는 자신의 의지로 ‘선택’을 했고, 그것을 후회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선택은 자신의 가문을 비난하던 사람들의 인식을 바꿨다. 사람들은 안티고네를 통해 어떤 ‘인간다움’을 발견한 것이다. 비극을 받아들이되 그 안에서 자신이 추구할 수 있는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 안티고네. 이는 절대권력자 크레온마저 휘청이게 하는 힘을 발휘한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김도인, 이덕실, 채사장, 깡선생.

이미 익숙한 이야기인데 이렇게 해석하니 또 새롭다. 오이디푸스 비극에 대한 새로운 관점으로, 삶의 불행과 인간의 태도를 되돌아보게 한 김도인의 강연은 더 흥미진진하게 이어졌다. 


오래된 상처가 지워지지 않는 이유, 나쁜 감정들이 서로 쉽게 뭉치는 이유, 마음의 문제와 몸의 문제가 떨어져 있지 않은 이유 등 상처받으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솔깃한 이야기.


궁금하다면, 

오늘 업데이트된 지대넓얕 118회를 들어보자.

지적 대화를 위한 팟캐스트 방송.
채사장, 이덕실, 김도인, 깡선생의 <지대넓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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