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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입학의 역사는 반복된다

깡선생이 알려주는 한국의 입시비리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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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대넓얕 작성일자2016.11.02. | 8,220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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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권력 실세’와 연계된 부정부패의 정황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뽑혀 나오고 있다. 권력형 비리 중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부정입학’교육열 뜨거운 이 나라를 공분에 끓게 하는 이슈다. 


그런데 부정입학의 역사가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을 아는가? 지대넓얕에서 사회 곳곳의 부정과 비리를 '죽창'으로 찔러주는 깡선생이 또 다른 팟캐스트 ‘입시왕’을 통해 부정입학의 역사를 짚어봤다. 

과거시험


조선시대 과거시험은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제도였다. 전 세계적으로도 ‘시험’을 통해 관료를 뽑는다는 것은 당대에 드문 사례였다. 제도상 천민을 제외하면 시험에 응시하는 데 아무런 신분적 제한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조 24년, 과거에 응시한 유생들의 숫자가 11만 명이라는 기록이 있다. 11만 명이 한곳에서 시험을 보는 광경, 상상이 되는가.(당시 수도 한양의 인구가 20만~30만 명이었다.) 


시험 후 제출된 답안지만 3만 8천 장이었다고 한다. OMR카드도 아닌데 말이다.


이렇게 경쟁이 장난 아니다 보니,

부정이 시작된다.

김홍도의 <화첩평생도> 중 '소과응시'. 과거시험장의 어수선한 모습을 그린 그림으로, 곳곳에 응시생을 도와주고 있는 정체 불명의 사람들이 보인다.

출처 : KBS 역사저널 그날

일단 시험문제는 어떻게 나눠줄까. 11만 명에게 일일이 나눠준다는 건 당연히 불가능하다. 시험의 형식은 지금의 ‘논술’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데, 논술 주제를 한곳에 붙여 놓는다. 가까이 가서 주제를 확인한 뒤 자리로 돌아오는 데만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 자리가 멀면 시험문제를 확인한 후 쓰기 시작하는 데 이미 남보다 몇십 배의 시간을 허비할 수 있는 것이다.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한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진다. 돈 있는 가문은 아예 응시생으로 위장한 ‘조폭’을 데리고 가서 ‘자리 싸움’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다. 주먹질, 발길질이 오가는 시험 현장은 난장판이 되기 십상이었다.

조선시대 과거제 재현행사

출처 : 연합뉴스

커닝도 버젓이 행해졌다. 고사장 내에서 순수하게 창작을 해야 하는 시험이지만 응시생 대부분이 책을 들고 들어갔다. 공공연히 ‘오픈북 테스트’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수광의 지봉유설(芝峰類說)에는 “과거시험장이 마치 책가게 같았다”는 구절이 나온다. 

 

신분확인도 당연히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온갖 종류의 대리시험이 판을 쳤다. 답안지에 적을 내용을 대신 지어주는 사람인 ‘거벽’, 글씨를 잘 써주는 ‘사수’ 등 공공연한 ‘입시 브로커’가 횡행했다. 거벽과 사수를 데리고 들어가면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시험을 치를 수 있는 것이다.


*참고자료 :

신동아 525호, [강명관의 조선사회 뒷마당 ⑨ 과거제도] 대리시험, 커닝, 시험관 매수… 타락의 극치 보여준 양반들의 잔치

이렇게 조선 후기로 갈수록 과거제도가 부정부패로 얼룩지면서, 11만명이 시험을 봐도 합격하는 이들의 가문은 매번 정해져 있었다. 특정 가문이 ‘입시비리’로 주요 관직을 독점하게 된 것이다. 그러니 유능하고 도덕적인 인재들은 등용에서 제외되고, 

조선이라는 나라 자체가 망국의 길을 걷게 된다.

중고교 입시 및 본고사


본격적으로 근대 교육이 시작된 해방 이후에도 입시부정이 끊이지 않았다. 60년대 부정입학 유형을 살펴보면 중고등학교 입시에서 비리가 적발된 점이 특징적이다. 지역마다 명문 중고등학교가 있던 시절이기 때문이다. 1961년 7월에는 서울시교육위원회가 서울시내 사립중고교 교장 6명을 부정입학 이유로 문책했다고 보도됐다.

80년대에는 입시부정이 사학재단과 연계되기 시작했다. 가장 유명한 게 A대학 사건이다. 1989년 A대 총장과 재단 이사장 등의 거물급들이 공모해 입학자 40명에게 총 21억을 받았다. 당시 돈으로 21억이다. 해당 응시생들의 본고사 점수를 조작한 사건인데, 컴퓨터를 이용한 입시 부정의 첫 사례로 충격을 줬다.


B대학의 경우 1988~1991년 102명이 부정입학으로 적발됐다. 이 사건은 예비합격자 순위 조작으로 유명하다. 당시 기사를 살펴보면 B대학은 1989년 강남의 한 호텔에 예비합격자의 부모들을 모아놓고 '입시설명회(!)'를 열었다고. 기부금을 낼 만한 가정형편의 학부모들에게 예비합격자 번호를 앞으로 당겨주겠다며 거액을 요구한 것이다. 

수능 시대


1994년부터는 각 대학별 본고사가 폐지되고 국가가 주관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시작된다. 수능 시대로 접어들면서 선발하는 측의 비리보다는 응시하는 사람의 부정행위가 상대적으로 많아진다. 고사장에 모든 종류의 전자장비를 반입할 수 없게 만든 그 사건, 기억할 것이다. 휴대폰 보급이 한창 늘어나던 2004년, 일부 학생들이 휴대폰을 이용한 신호 체계를 만들어 부정행위를 도모하다 적발됐다. 12월 6일 교육부는 무려 226명의 성적을 무효 처리했다. 

인간은 역사를 반복하므로 부정과 비리도 인간의 역사와 함께해왔다. 그러나 인간은 나아지고,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유일한 동물이기도 하다.

‘지금보다는 더’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

자질과 능력을 갖춘 이들이 적재적소에서 활약하는 사회 ,

10억원짜리 말이 없어도 승마특기생이 될 수 있는 사회를 위해.

지적 대화를 위한 팟캐스트 방송.
채사장, 이덕실, 김도인, 깡선생의 <지대넓얕>

지대넓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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